소설리스트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8화 (8/118)

8화

“난 이번 작업 반대야.”

흡사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 같은 어투였다.

“왜 하필 서지니야? 다른 좋은 가수들 널렸잖아?”

김 실장은 현승의 뒤를 쫓는 내내 거듭 회유했으나….

“현승아, 내가 컴백 준비해야 할 가수들 리스트업 해 놨다니까? 라인업 쟁쟁한데 일단 목록부터 한번 훑어보고 결정하자.”

반면 현승은 아예 듣는 척조차 않고 앞서 걸어 나갔다.

정확히는….

손에 쥔 닌텐도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게임 좀 잠깐 멈춰 봐.”

“왜요?”

“다시 한번 생각해 봐.”

“했어요.”

“그럼 한 번만 더 해 봐.”

애걸복걸하던 김 실장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하….”

이내 깊은 탄식이 들려왔다.

현승은 제 권한으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데려온 작곡가가 아니던가?

이런저런 성과를 내며 회사 내에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도 모자랄 판국에…

‘첫 단추부터 서지니라니….’

요즘 그녀를 부르는 수식어는 ‘하락세를 탄 가수’, ‘한물간 가수’, ‘언제적 서지니 등이었다.

당초에 성격이 사근사근하지도 못 했을 뿐더러, 어렸을 적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인 까닭일까?

이상하리만큼 항상 날이 서 있는 건 물론이었으며 어렵게 꽂은 예능에서도 실수를 연발하곤 했다.

자존심 때문에 여타 패널과 기 싸움 아닌 기 싸움을 벌이다가 통편집을 당하기 일쑤였으니까.

‘번번이 욕만 먹기 일쑤였지.’

연습생 생활 3년, 연예계 생활 6년.

도합 9년.

그중 근 3년 동안은 가파른 내리막을 걸었다.

이전의 뜨거웠던 인기 덕택에 지금 또한 작은 화제성은 몰고 올 수 있는 그녀였지만….

근래 들어 회사에 제대로 된 수익을 안겨 주지 못했을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사내 중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골칫덩어리’로 불리는 중이었다.

그런 가수를 맡겠다?

계약 이전에 현승으로부터 받았던 샘플 음원 몇 개를 놓고 짐작건대, 이 정도 수준의 곡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라면 조만간 좋은 일거리가 들어올 게 분명했다.

제 곡의 흥행보다 발매가 우선인 여타 신인 작곡가라면 모를까, 현승이 정도 실력을 지닌 신인 작곡가가 서지니 같은 가수에게 목을 맬 이유는 없었다.

이제 막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 첫 발매 곡부터 부진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현승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하지 않겠는가?

‘왜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김 실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숨 좀 그만 쉬세요. 이러다가 제 작업실 무너지겠어요.”

“내가 지금 한숨이 안 나오게 생겼어?”

“조율만 잘하면 꽤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에요.”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려 보인 현승이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골칫거리라면서요? 그럼 저한테 치우면 되잖아요.”

심드렁한 말투, 건성인 태도,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신뢰가 갔다.

“어찌 됐든 당사자 의견도 중요하니까….”

두루뭉술 말끝을 흐렸던 김 실장이 덧붙였다.

“당사자들 의견 물어보고 다시 연락해 줄게.”

어쩐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의 뜻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 * *

끼이익-.

두꺼운 방음문이 열리고 심각한 표정의 주지태가 보인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녹음이 잘 안 풀리고 있는 모양이다.

“김 실장님?”

조심스럽게 들어오던 김 실장은 발견한 주지태가 다시금 반주를 “툭-.” 꺼 버리며 물었다.

“또 어쩐 일로….”

김 실장은 괜스레 “흠, 흠!”하고 헛기침을 몇 차례 해 대고는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진전된 상황에서 참 송구스럽지만, 제안 하나 드리고자 왔습니다.”

주지태가 궁금증을 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고.

“작업 중에 죄송하지만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주지태가 녹음실 구석에 놓인 소파로 안내했다.

“물이나 음료라도 한잔 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럼 저한테 하실 제안이라는 게….”

김 실장이 녹음 부스에 있는 서지니를 힐끔 살피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지니를 맡으시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책임이 전가되는 느낌이라….”

“회사 측에서 압박도 들어오셨을 테니,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 실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여 기분이 상하실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만….”

주지태는 김 실장의 얼굴을 살폈다. 대체 무슨 제안을 하려고 저리 뜸을 들이는지 의중이 궁금해서였다.

“차라리 이번에 계약한 신인 작곡가에게 서지니 싱글 작업을 넘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지태가 흥미가 동한 양 김 실장을 바라봤다.

“예? 그게 대체 무슨…?”

주지태가 황당하다는 듯 되묻기야 했으나 본인도 내심 바라는 일일 터였다.

“지니 앨범 담당하시는 동안 많이 힘들지 않으셨습니까?”

“그야 아무래도 좀 힘들긴 했는데….”

“서지니 총괄 프로듀서를 그 친구가 맡으면 어떻겠습니까?”

그때 주지태가 덥석 되물었다.

“프로듀싱이나 디렉팅만 바꾸는 건가요?”

쉽게 말해 이 앨범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는지를 묻는 말이었다.

“아뇨, 곡도 전부 신인 작곡가 곡으로 갈아 치워야겠죠."

그 말에 잠시 활짝 미소를 지었던 주지태가 금세 표정을 다잡고는 되물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김 실장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덧붙였다.

“뭐, 발매 일자는 조금 늦춰지겠지만요.”

그는 김 실장의 확고한 답변에 정말 잘된 일이라는 양 바로 본심을 드러냈다.

“사실 그 친구도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잘 생각해 보면 신인 때는 어려운 길부터 차근차근히 밟고 올라왔습니다.”

“아, 예….”

“또 모르지 않습니까? 듣기로는 신인치고 실력이 꽤 출중한 친구라는데, 모두의 예상과 달리 서지니의 이번 앨범이 성공적일 수도 있고요.”

그가 격양된 투로 재차 덧붙였다.

“뭐, 어찌 됐든 그 친구한테는 기회이지 않습니까?”

“기회라….”

“만약 서지니 앨범이 성공한다고 가정해 보자는 거죠.”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사 측에서도 주시하고 있을 텐데 윗분들 눈에 띌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습니까?”

이내 김 실장은 목구멍 끝에 걸려 있던 ‘그럼 네가 하지, 왜?’라는 비아냥을 아슬아슬하게 삼켜 냈다.

‘신났네, 신났어….’

주지태는 기회라고 포장했지만, 서지니의 이번 앨범이 흥행하리라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3년째 주야장천 신나게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가수가 아니던가?

인터넷상에서는 ‘최연소 퇴물 가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불리는 중이었다.

“그럼 이야기는 끝난 걸로 알아 두겠습니다.”

이내 주지태가 웃음을 숨기며 대화를 매듭짓기 시작했다.

“위쪽에는 실장님이 보고 올리시는 거죠?”

“네, 물론입니다.”

그때 “쿵!”하고 녹음 부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어, 들었지?”

주지태가 막 녹음 부스에서 나온 서지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앨범 총괄 프로듀서가 바뀌게 됐어.”

이내 김 실장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니야 언제부터 들었어?”

“아까부터요.”

“그래도 그 신인 작곡가….”

됐다는 양 손사랫짓을 한 번 쳐 보인 서지니가 곧장 녹음실 바깥으로 나섰고.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주지태는 서지니가 열고 나선 문을 바라보며 이죽대는 투로 비아냥댔다.

“저러니까 안 좋은 소문이 자자하지.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한 마당에 언행이라도 좀 잘해야지.”

김 실장은 그런 주지태의 말에 그 어떤 동조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서지니가 열고 나선 문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작업실 문을 열고 나선 서지니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선 채 심호흡을 한번 해 보였다.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고 사내에서의 입지가 간당간당하였다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발매한 앨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앨범이 단 하나도 없지 않았던가?

단 하루도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없건만 어쩌다 보니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는 채였다.

“하아.”

신인 작곡가를 붙여 주겠다는 말인즉슨, 이제 정말 사내에서는 자신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정말 미치겠네….”

그녀의 한숨 소리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

한편.

현승은 하루 내내 서지니의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첫 앨범을 시작으로….

한없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최근 앨범에 이르기까지.

‘확실히 데뷔 초창기 곡은 들어줄 만하네.’

반면 최근에 발매한 곡들은 전부 수준 미달이었다.

‘연주자들이 영 형편없었네.’

대부분 서지니의 고음 부분을 억지로 쥐어 짜내려는 기분이 강했고, 대중적인 곡을 선택해 왔다 보니 보통 빠른 템포의 곡들이 많았다.

반면 서지니의 목소리는 중·저음에서의 목소리가 더 단단하고 힘이 좋았다. 다운 템포에 끝 음을 기교 없이 깔끔하게 처리할 때면 세련된 음이 들려왔다.

‘가수는 가수다 이건가.’

뭐랄까?

서지니는 확실히 좋은 악기였다.

다만.

연주 난이도가 몹시 높은 악기다.

‘서지니’라는 악기를 제대로 연주해 내기 위해서는 일련의 세심함이 필요해 보였다.

이쯤 되면 서지니가 조금은 불쌍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하필 연주자를 잘 못 만나서 엉터리로 조율을 한 뒤 불협화음을 연주해 댔으니 말이다.

‘아까 성대가 눌린 소리를 냈었지….’

다시금 억눌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미세하게 떨림이 느껴지던 서지니의 위축된 목소리 말이다.

“김 실장님은 잘 얘기 중이신가.”

주지태가 싫다 할 이유는 크게 없어 보였다. 녹음 작업을 하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갉아먹는 행위.

딱 그 정도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선 주지태를 설득하는 건 김 실장의 할 몫이었다.

‘내가 해야 할 몫은 늘 하던 대로 곡만 만들면 되는 거야.’

이내 음성메모를 켜 멜로디가 떠오를 때마다 흥얼거리며 녹음파일을 켜켜이 쌓아 나갔다.

툭-.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안 하던 짓을 하니, 손가락 마디가 아프고 좀이 쑤셨다.

“이제 시작해 볼까….”

머릿속에 가득 찬 무형의 곡들을 이제 프로그램에 쏟아 내야 했기에 곧바로 손가락을 풀었다.

직접 건반을 연주해 반주를 치고….

톡톡 튀는 피아노 선율을 리드미컬하게 잘 그려 놓은 트랙 위로 차곡차곡 여러 소스를 찍어 나갔다.

“후-.”

현승이 이마에 맺힌 땀을 옷 소매로 거칠게 닦아 냈다. 에어컨 하나 트는 일이 귀찮았다.

그뿐이랴? 목마르다는 생각을 한 지 30분이 넘어가도록 손은 건반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이것만 하고, 이것만 하고….’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이 형체가 되어 가고, 원하던 방향으로 라인이 그려져 갈 때 확신이 스쳤다.

‘너무 좋은데?’

그제야 현승의 굳은 얼굴이 펴지고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이전 삶에서는 공황장애로 한동안 작업을 못 했었고, 회귀 후에는 샘플 곡만 만들었으니….

정식 발매 곡을 만든 건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덕분에 갈증도 날아간 지 오래였다. 어찌 보면 음악에 대한 갈증이 바짝바짝 목을 마르게 한지도 모른다.

“어?”

이제야 보게 된 휴대폰은 현승을 놀라게 했다.

첫 번째는 지금 시각은 새벽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김 실장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다.

[ 주지태 씨가 허락했어. 근데 정말 꼭 ‘서지니’여야만 해? ]

현승은 답장을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곧장 휴대폰을 다시 내려놓고, 완성된 세 곡을 저장하기 위해 USB를 연결했다.

‘파일명을 뭐로 하지.’

다시 한번 마지막 관문이 찾아왔다. 제목은커녕 가제도 안 나온 곡이었다.

“서지니, 서지니, 서지니….”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되뇐 현승이 더 고민하기 귀찮다는 양 의식의 흐름을 따라 대강 파일명을 붙였다.

「 요술램프 지니 01~03 」

아무 뜻도, 의미도 없는 제목이었다.

* * *

김 실장은 빠른 걸음으로 A&R 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그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 서지니 곡 A&R 메일로 보내 뒀으니 녹음 날짜 잡아 주세요. ]

김 실장은 현승이 보낸 문자를 보며 다시금 “허!”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고작 24시간이 지났다.

어제 현승이 서지니를 맡겠노라 말했던 게 불과 24시간 전의 일이 아니던가?

‘이 녀석은 진짜 뭐 하는 놈이야?’

현승에게 빛나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이른 시간 만에 완성곡이 나왔다는 건 놀라운 일이 분명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선 A&R실 내부는 시장통마냥 시끌벅적하였다.

“실장님, 오셨어요?”

곧장 한 팀장이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

“오늘 A&R실 분위기가 왜 이렇게 산만해?”

“왜긴요? 그 작곡가가 보낸 메일 때문이죠.”

이내 엔지니어들부터 A&R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난 아기새들마냥 조잘거렸다.

“진짜 곡 만들어 놓은 짜임새 하나하나가 전부 기가 막힌다.”

“솔직히 서지니한테 주기에는 곡의 퀄리티가 너무 아까운데.”

“근데 듣다 보니까 서지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흥분된 표정부터, 설레는 눈빛까지.

온갖 반응이 터져 나오는 걸 보고 있자니, 김 실장도 얼른 곡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던 찰나였다.

“지니 왔어?”

김 실장이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돌아보니 서지니가 뚱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곡 나와서 불렀어.”

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곡이 나오긴 무슨.”

“응?”

“재활용한 거겠죠.”

김 실장은 그 말에 답할 수가 없었다. 말버릇이 싸가지가 없다고 나무랄 수도 없었다.

사실 그녀로서는 충분히 화날 만한 상황이었다.

녹음 작업까지 진행되었던 와중에 당사자와 상의 한마디 없이 총괄 프로듀서가 바뀌고, 곡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발매 일자도 늦춰지고, 지금껏 한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신인 작곡가가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 놓은 재활용 곡을 불러라?

‘나 같아도 화나겠다.’

그래도 현승이 만든 곡은 이전에도 지금도 A&R실을 놀라게 하지 않았는가.

들어 보지도 않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

“지니야 우선 엔지니어실로 가서 들어 보자.”

김 실장은 엔지니어 한 명과 한 팀장을 대동하여 그녀를 엔지니어실로 데려갔고.

“저 혼자 집중해서 듣게 헤드셋 주세요.”

그녀가 받아 든 헤드셋을 뒤집어쓰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결코 진중하게 임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자세히 듣고 곡에 대한 태클을 걸어서 파토 낼 생각이었다.

“준비됐어요.”

그녀의 말에 엔지니어가 파일을 재생시키려던 찰나.

끼이익-.

이 화제의 중심에 있는 현승이 문을 열고, 엔지니어 실로 들어섰다.

“제 곡을 들은 첫 표정이 궁금해서 보러 온 거니까, 하던 일 마저 하세요.”

방금 막 들어선 현승이 팔짱을 끼우며 한 첫 마디였다.

“얼른 틀어 줘요.”

서지니는 작게 콧방귀를 한번 뀌고는 “휙-.”고개를 돌렸다.

이내 엔지니어실은 적막이 찾아왔고.

얼마 안 가 “탁탁.”하는 발장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엔지니어 직원이 그 소리의 원인을 찾았을 때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서지니 리듬 타는 거야?’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분명 그녀는 나풀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었다.

‘유명 작곡가 곡 들을 때도 빳빳하게 고개 치켜들고 듣던 사람이….’

심지어 그녀가 앨범 타이틀곡인 두 번째 곡이 나올 무렵에는 눈을 번쩍 뜨고 현승을 찾았다.

공중에서 둘의 시선이 부딪히고, 세 번째 곡까지 끝이 나자 총 14분 15초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니야, 어때?”

곡이 끝나기 무섭게 한 팀장이 물어 왔고.

“곡 괜찮지 않아?”

“어….”

“혹시 별로였어?”

“어….”

“지니야, 왜 그래?”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영혼 없는 대답을 이어 나갔다.

보다 못한 김 실장이 나서서 답답한 투로 되물었다.

“곡이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대답 대신 한차례 정적이 찾아왔다.

“지니야!”

결국 참지 못한 김 실장이 다시 한번 그녀를 크게 외친 찰나.

“그게….”

가까스로 그녀의 입술이 열렸고, 모두의 이목이 쏠리는 순간!

“왜 좋지?”

드디어 그녀의 입술 밖으로 외마디 감상평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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