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전설을 찾는 이류무사(5)>
화려한 악양에서도 단연 가장 화려한 건물을 꼽자면, 동정호가 훤히 보이는 악양루일 것이다.
악양을 대표하는 이 주루는 고관대작들 사이에서 유흥 좀 즐겼다라고 말하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고, 유생들 사이에서도 ‘풍류를 안다.’하는 이들은 꼭 가봐야 하는 장소였다.
때문에 악양루의 살인적인 술값을 견딜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도 예약을 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일행이 악양루에 있어요.”
“그곳 예약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던데. 몇 달 전에 예약한 겁니까?”
“네? 아……. 후훗.”
내 물음에 남궁선화는 알 듯 말 듯 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성모란을 바라볼 뿐이었다.
악양루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하게 술을 먹던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봤다.
이곳에 있는 이들도 하나같이 어디가서 방구 꽤 낀다는 사람들임에도 남궁세가의 등장은 그만큼 새로운 것이었나 보다.
“올라갈까요?”
“…….”
최고층인 칠층인 악양루는 윗층으로 올라갈 수록, 동정호의 전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이 때문에 악양루는 층고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악양루 자체가 하나의 신분을 대변하는 공간자체로 돌변하는 것이다.
‘태을문은 애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말이지.’
전생에서는 물론이고 현생에 와서 전낭에 금전이 한가득 쌓여 있다 한들, 내 심리적 거부감은 이런 것들을 한사코 거부했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을라치면 태을문의 사제들과 당주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설마설마하던 내 심정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 일행은 결국 칠층까지 올라섰다.
그뿐만이 아니라 칠층의 창문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까지 잡아둔 상태였다.
앞에서 말한 일행들은 이미 먼저 자리에 앉아 가볍게 술 한잔을 걸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여긴 태을문에서 오신 진소운 공자님이세요.”
성모란이 나를 소개하자 미리 앉아있던 네 명의 남자들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굴러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청건을 쓴 남자가 맨 처음 자신을 소개했다.
“형산파의 하민중이오.”
고개를 까딱이는 청건의 남자는 구파일방에 들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들보다 세가 약하지 않다 평가되는 형산파의 고성검 하민중이었다.
형산파의 뒤에는 항상 ‘오백 년의 후회’라는 말이 절로 따르는데.
무림맹의 창설 당시 맹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참석하지 않아 당금에 와서 그들과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함을 일커러 강호의 인사들이 조롱하는 이야기였다.
“산동악가의 악무흔이외다.”
오대세가 중 일좌를 차지함과 동시에 군부가 공식 무공으로 채택할 정도로 일절인 악가창식을 낳은 산동악가의 장남이었다.
“양가장의 양인수요.”
백팔봉의 29봉을 차지하고 있는 양가장의 장자까지.
하나같이 대단한 집안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악양루의 칠층에 자리를 잡은 이유를 알 듯했다.
재밌게도 나는 포권지례를 올리는 데 반해, 그들은 공통적으로 고개만 까딱거리며 대답할 뿐이었다.
나야 뭐 늘상 당하는 일인지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지만, 어쩐지 성모란의 표정이 점점 좋지 않게 변했고 그 눈치를 살피던 남궁선화가 얼른 나섰다.
“아까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죠? 남궁세가의 남궁선화라고 해요. 산 오라버니께 말씀 많이 들었어요.”
남궁선화의 말과 행동에 남자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유한 얼굴의 남자는 남궁선화의 영향 때문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포권지례를 올렸다.
“모산파의 유지량입니다.”
진법과 술법에 특화되어 있는 덕에 세상 그 어떤 문파보다 특색을 갖춘 문파인 모산파까지.
정말 갖출 것은 모두 단단히 갖춘 모임이었다.
“헌데 태을문의 친구가 어찌 이곳에 오셨소?”
악무흔은 나에게 하는 것도 아니고 남궁선화에게도 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질문을 흘렸다.
“아, 진소운 공자께선 저희와 함께하실 거예요.”
남궁선화의 말에 세 남자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흠…… 태을문도 미타성수를 원하는 건가?”
“원할 수야 있지요. 그럴 실력이 있다면 모를까.”
“괜히 보호해야 할 사람이 늘어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차례로 하민중, 악무흔, 양인수가 말했고 성모란의 표정은 점점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일행은 얼마나 데려오셨소?”
“전 혼자 왔습니다.”
“에?”
하민중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돼는 일이냐는 표정으로 남궁선화를 바라봤다.
“어…… 그게…….”
“진 공자가 함께 가는 것이 불편하다면 저도 빠지겠어요.”
“언니.”
갑작스런 성모란의 선언.
세 남자뿐만 아니라 내 눈도 동그랗게 떠졌다.
“미안 선화야. 만약 내가 성수를 얻게 되어도 너한테 꼭 줄게.”
성모란은 완전히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앙다 물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남자가 당최 무슨 영문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며 해명을 원했지만, 정작 나조차도 지금의 사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가 나와 함께 가고자 하는 이유라면 내게 칼침을 놓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철검문에서의 마지막 날 행동이나 지금의 모습을 봤을 때 꼭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다.
“저기 성 소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내가 사태를 진정시켜 보려 했다. 어차피 이 조는 마령고원안에서 죽을 조니까. 이 기회에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남궁선화마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모란 언니는 전적으로 절 도와주시기 위해 오신 거예요. 언니가 그렇다면 저도 함께하겠어요.”
남궁선화까지 이러자 남은 세 남자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했다.
길가다 은전을 발견했는데 거기에 똥이 묻어있는 걸 본 표정이랄까?
“허흠. 그럴 수야 있겠소. 당초 서로 협력하기 위해 모인 것 아니오. 누구 하나 무임승차 한다 한들 이해해야지요.”
“어찌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잘됐다고 봐야겠지요. 그나마 일행이라도 없는 게 어디입니까?”
“진 공자는 전생에 나라라도 구하셨나 보군요.”
세 사람은 끝까지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때 성모란이 앉으며 말했다.
“태을문을 무시하다 철검문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를 벌써 잊으셨다면,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
“…….”
“……커흠.”
좌중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자, 유지량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 대협께서 지도를 구해 오셨다고 합니다.”
좌중이 시선이 쏠리자 하민중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이며 품에서 족자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리곤 족자를 펼치자 개미굴 같은 세세한 그림들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오, 이게 그 지도군요. 어디서 구하셨나요?”
“소저, 그건 기밀이라 쉬이 말해줄 수 없소이다. 하하.”
하민중이 펼쳐 보인 것은 흑점주가 보여준 동굴의 지도였다.
“이거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조금 전 성모란과 작은 갈등이 있었음에도 하민중의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반년간 이곳에서 생활한 사람이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믿을 순 없을 것 같은데.”
“물론 참고 정도겠지요. 하지만 그 복잡한 곳을 이런 지도 하나 없이 들어가는 것과 비할 바겠습니까.”
성모란의 말투는 연신 차가웠지만 성모란을 바라보는 세 남자의 시선은 연신 따뜻했다.
그제야 이들의 관계가 이해되었다.
‘한창 뜨거울 때구나.’
성모란이 시원시원한 외모의 냉미녀라면 남궁선화는 오밀조밀한 귀여운 미녀였다.
안휘성 삼대 미녀라 칭해지는 미녀가 둘이나 눈앞에 있으니 시선이 절로 따뜻해지는 것이다.
약관 전후 나이의 사내들에게 성모란과 남궁선화 같은 미녀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근데 거기에 더불어 대단한 집안과 무공까지 갖추었으니 반려를 찾는 피 끓는 청춘들에겐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재밌게들 노는구나.’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지 모르는지 희희덕거리는 그들을 보며, 나는 악양루의 명물인 옥로주를 맛보고 있었다.
그때 아래층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대화를 나누던 우리도 하나둘 계단을 향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동시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남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소아!”
“용소아다!”
“무당 일검 용소아야!”
그 말에 나 또한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용소아와 그의 사제로 보이는 이들이 점소이의 안내로 칠층에 올라섰고, 하민중 일행은 용소아와 눈이 마주치자 극공의 예를 취하며 포권지례를 올렸다.
“대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영광입니다.”
뒤이어 성모란과 남궁선화까지 다가가 포권지례를 올리자, 용소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에도 불쾌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용봉 위에 용소아가 하늘을 노닌다.
매 무림학관의 기수마다 선발되는 최고의 기재들의 모임인 용봉지회.
그 용봉지회라도 용소아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용봉지회의 회주가 장차 미래에 소림사의 칠십이절예종을 모두 익힐 초월적 천재인 소불(小佛) 일명인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얼마나 광오한 것인지 알 수 있었지만, 정작 용봉지회 소속된 이들 중에 이 말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용소아는 천재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천재로, 이미 천하백검에 간혹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니까.
그의 나이가 겨우 이십 대 중반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일이었다.
“다들…… 모여 있었군.”
스윽, 장내를 둘러보던 용소아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무감한 눈빛.
그러자 속이 탄 건 하민중을 비롯한 일행들이었다.
저마다 인상을 쓰며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이 어서 와서 인사를 하라는.
“…….”
전생에서 그를 지금처럼 가까이 만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그게 바로 그가 나를 척살하러 왔을 때였다.
그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전혀 유쾌하지 않은 상황.
나는 술잔을 들며 시선을 동정호로 향했다.
곧이어 용소아의 시선도 내게서 거둬졌다.
“……마령고원에 갈 생각들인가?”
“아! 예. 그렇습니다. 대협께서도 그쪽으로 가십니까?”
“사문의 명령일세.”
애당초 용소아에게 미타성수가 필요 없을 터였으니까.
“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혹시 저희와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떠실까요? 저희의 경우 내부 지도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도는 이미 확보했고 그곳에 있었던 사람도 만나고 오는 길이다. ……그래도 함께 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친우들의 동생이 죽는 것을 방관할 수 없으니.”
“…….”
“…….”
그닥 유쾌한 말투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함께 간다는 이야기에 일행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물론 신분이 확실한 자에 한한다는 것이다.”
용소아의 시선이 다시 내 쪽으로 향했다.
성모란이 급하게 나서며 나를 변호했다.
“그는 신분이 확실해요. 백팔봉의 일봉을 차지한 태을문의 진소운 공자이거든요.”
“……태을문? 처음 들어보는군. 위험을 부담할 수는 없다. 만약 그와 함께 가겠다면 우리에게서 빠지는 걸로 알지.”
“…!!”
성모란이 경악하는 얼굴로 나와 용소아를 번갈아 보았다.
옥로주를 마저 다 마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모란에게 다가갔다.
“소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그동안 보여주신 배려만으로도 제겐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뜨려 하는데 용소아가 짓씹듯 말했다.
“오만하군.”
“……뭐가 말입니까?”
“혼자서 그곳에서 살아남기 힘들 텐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쪽을 따라가면 반드시 살 수 있다 이겁니까?”
“…….”
“이봐!”
내 말을 참지 못하고 하민중이 버럭 외쳤지만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그 안에 들어가면 누구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남에게 목숨을 맡기느니 내가 책임을 지지요.”
용소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광오하기도 하고.”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모습.
“남 걱정하기 전에 그쪽 먼저 걱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당파라고 몸속에 검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 말과 함께 성모란 남궁선화, 유지량에게 각각 포권을 취한 다음 악양루를 나섰다.
거리의 가득한 인파를 한참이나 지나친 후에야 이성이 돌아왔다.
“후우…….”
철검문에서도 냉철하게 유지되었던 이성이 목줄 풀린 개 마냥 사방으로 휘젓고 다녔다.
전생에서 마주친 것은 단 한 번 뿐이었음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는 몰랐지만 그가 선택한 것들이 많은 백도세력을 절망으로 처박는 결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기이한 일이군. 무당파와 남궁세가가 함께 들어갔는데 어찌 남궁세가만 모두 전멸한 것일까?”
용소아를 비롯한 무당파가 미타성수 쟁탈전에 참여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허나 그게 남궁세가의 일행과 함께일 거라는 건 몰랐던 이야기.
“오대세가도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으니 삼류 문파는 애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건가?”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비극적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건 미래를 알고 있는 이가 짊어져야 할 무게.
그렇게 몇 걸음 갔을 때.
뒤에서 타타닥 하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 소저? 여긴 어쩐 일입니까? 무당파와 함께 움직이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아, 몰라요. 저쪽에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난 살겠지만, 그쪽은…… 필히 죽을 거 아녜요.”
“네?”
“아~ 됐어요. 이미 정한 거니까. 하아,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아시면 뭐라고 하실까.”
그렇게 성모란이 한숨 짓고 하늘을 바라볼 때.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이어 다가왔다.
“철검문의 사람들에게 용소아 대협을 만났던 일은 비밀로 할게요.”
“선화야!”
“나 도와주겠다고 와놓고선 그냥 가는 법이 어딨어요.”
“아니…… 그게, 쫌 걱정돼서.”
성모란은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괜찮아?”
“괜찮아요. 어차피 저쪽이랑 함께 움직이면 결국 용소아 대협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니까. 오히려 잘됐죠.”
“이로써 일행은 더 단출해졌군요.”
뒤이어 따라오는 유지량과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두 사내.
“유 대협,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당초 고용된 몸 아닙니까. 저희 진법가들만 잘 보호해 주십시오.”
난 아까 전부터 가지고 있던 궁금증에 관해 물었다.
“갑자기 이런 말씀 좀 그렇습니다만 진법가 분들이 들어가시기엔 그 안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남궁선화가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 안엔 자연 기물로 생성된 진법이 있다고 해요.”
“진법이요?”
“네. 그래서 하오문도들도 그 안의 지도가 있지만 자신들이 미타성수를 챙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고요.”
“……천연진이면 파훼가 어렵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우연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천연진은 대부분 강한 파괴력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남궁세가의 영애를 제외하고도 고수가 즐비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천연진 따위를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음…… 그게 자연 기물을 이용하긴 했지만 천연진은 아니라고 해요. 대략 삼사백 년 전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진이라고 하네요.”
“…….”
머릿속에 번개가 친 듯 아귀가 맞는 이야기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설마….’
그사이 남궁선화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런데 지도를 확보 못 해서 어쩌죠?”
“미안해 선화야.”
“아니예요. 저쪽도 정보가 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차라리 지도를 구하는 편이 조금 더 쉽겠죠.”
아마도 전에 함께 하던 일행들은 서로 분담하여 동굴 내부에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로 했던 모양이다.
잠시 머릿속 장서고의 내용들을 정리한 내가 말했다.
“아, 그 지도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지도는 다 외웠거든요.”
내 말이 이해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
그러다 성모란이 깨달았는지 기함하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