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용을 쫓는 자들(3)>
전생에 치러진 무림 정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무림맹을 위시한 강호 전역의 문파들이 오랜 평화 속에서 최전성기를 맞으며 그동안 아껴왔던 힘을 모두 터트리는 장이었다.
그나마 마령고원의 사태에 휘말렸던 유수의 백도 문파들이 제자의 시체조차 수습하지 못하여 참석을 고사했기에 경쟁이 그 정도였다 평가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마령고원의 사태도 없는 지금 무림 정시는, 이전 생에 내가 보고서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무림 정시 상황 보고서]
-현재까지 총 탈락 삼백팔십구 조.
-현재까지 총 부상자 사만육천구백 명.
-현재까지 총 사망자 일만팔천삼백 명.
※특이사항 :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대한 습격이 이전보다 빠르게 시작됨.
-청성파의 초상신성이 중대한 부상과 함께 탈락하였음.
-산동악가의 악무성 역시 중태에 빠지며 탈락하였음.
전생에 벌어지지 않았던 일들.
본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워낙에 강성 문파인 만큼.
지옥정시를 치르는 이들 또한 그들을 최후의 선택지로 보는 경향이 있었음에도, 벌써부터 습격이 시작되었다는 건 이미 현생의 무림 정시가 전생보다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이사항 이(二): 혹여나 궁금하실까 보고드립니다.
라는 서두와 함께 시작된 이야기.
-남궁세가와 철검문이 함께 움직이는 조는 일관문을 통과하였으나 중대한 타격을 입고 모처에 은신 중.
남궁세가와 철검문마저 타격을 받았다는 말은 꽤나 충격이었다.
‘창궁운위검법은 분명 완성시켰을 텐데.’
창제신검은 창궁무애검법의 제갈천기의 상승식 절반을 가지고 폐관에 들어갔다.
완성시켰다면 남궁선화는 본래 자신이 이끌어야 할 수준의 남궁세가 무사들을 이끌고 참여했을 것이 분명했다.
‘완성시키지 못한 것인가?’
더구나 철검문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면 안휘성에선 상대할 자가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두 사람이 습격을 피해 은신해야 할 정도라면, 이건 그녀들이 무력한 것이 아니라 시험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창제신검의 부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금은동 세 형제를 수습하기도 바쁜 상황.
“헙!”
동룡이 대경하며 일어난다.
얼굴에 자신의 것이 아닌 피딱지를 덕지덕지 붙인 동룡은, 긴장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괜찮으냐?”
“……사형.”
“악몽을 꿨나 보구나.”
“…….”
천목산을 떠난 지 사흘째.
거듭되는 습격에 아이들은 한숨도 자지 못하고 습격에 대항해야 했다.
좀 전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쉬자 말하자마자, 운기조식을 하려다 곯아떨어진 세 형제였다.
행공을 필사적으로 운공하고 있지만 10년 치 내공으론 한계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휴식.
사흘째 이를 악물고 연신 계속되는 전투는 이미 아이들의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까지 갉아먹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사형.”
다시 눈을 붙이라는 말에도 멀뚱히 나를 바라보던 동룡이 고개를 푹 숙인다.
“네 잘못이 아니다.”
“…….”
“지금은 네 잘못을 생각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내공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내 단호한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동룡은 재빨리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행공과 백호검진을 사용했음에도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지친 원인을 꼽자면 동룡 때문이었다.
태을문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한 몸처럼 움직이던 세 사람은, 동룡의 천살성이 깨어난 이후로 완전 생초짜들보다 손발이 맞지 않았다.
정확히는 동룡의 상승 된 실력이 검진을 깨고 있었다.
동룡은 이미 천살성이 깨어나면서 무아 상태에서 익힌 새로운 검식이 몸에 배어버린 상태.
사람을 죽일 때마다 더욱 강해진다는 천살성의 본능은 동룡이 일전을 한 번 치를 때마다 한 단계씩 발전하게 만들었고, 금표와 은호는 더 이상 동룡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동룡을 빼고 싸울 수도 없는 것이, 백호검진은 최소 3명이 천·지·인의 삼방을 점하고 펼치는 것이기에 금표와 은호만으론 검진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희가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잠에서 깬 은호가 조용히 운을 떼었다.
“일어났느냐?”
은호는 주저하며 다시 말했다.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은호가 무얼 걱정하는지 알기에 무시하며 말했다.
“피로는 좀 풀렸느냐?”
“……내공은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감각이 점점 무뎌집니다.”
잠을 운기조식으로 대체한 부작용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일단 뭐라도 먹어둬라.”
난 내가 먹고 있던 육포 주머니를 은호에게 던졌다.
은호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다 말고, 한쪽 숲 너머에서 풍겨오는 짙은 혈향에 슬쩍 손을 뺐다.
“지금 먹지 않으면 또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
은호는 넘어가지 않는 육포를 억지로 입에 넣으며 몇 번 헛구역질했다.
“대사형께선 저희와 다른 신법을 익히고 계시더군요.”
전투 중에 몇 번 선보였던 천하독행신을 말하는 것이리라.
“운이 좋아 익히게 된 것이다. 때가 되면 너희에게도 전수할 것이다.”
역대 악마대제와 태을검제가 만든 천고의 무공이다. 아직 누군가에게 전수할 만큼 성취를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
“그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있다면 저희를 두고 가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대화.
“…….”
은호는 쪽잠을 자고 있는 동룡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동룡 때문에 검진이 부서졌지만 동룡을 원망하는 눈초리 따윈 보이지 않았다.
“너희에게 이미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 기억해 둬라.”
“저희가 없는 것이 대사형을 더욱 자유롭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자유가 과연 진정한 자유였던가? 평생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은호는 답답한 듯 언성을 높였다.
“대사형…… 이미 검진도 무너져 버렸습니다…….”
“내가 들어갈 것이다.”
“네?”
“내가 들어가 검진을 다시 세워주마.”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던 은호가 귀신의 웃음소리라도 들은 듯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사형…… 방금…….”
우릴 노리는 습격자가 그만큼 가까이 왔다는 것이겠지.
“알고 있다.”
“그럼 얼른…….”
은호는 재빨리 금표와 동룡을 깨우려 했다.
“놔두어라. 신중한 이들이니 오는 데 한참 걸릴 것이다.”
“네?”
“아직 낮이지 않으냐? 더구나 우릴 지켜봐 왔다면 지난 사흘간 우리가 어떤 일전을 치렀는지 알고 있겠지.”
이건 심리전에 가깝다.
저들은 의도적으로 나에게 자신들이 있음을 인지시켰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기감을 알아채고도 바로 움직이는 대신 아이들에게 휴식을 권했다.
우리가 당연히 쉬지 않고 도망칠 거라 생각했던 바와 달리, 자리에 앉아 하나둘 쉬기 시작하자 저들은 되려 다가오지 못했다.
혹여 함정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습격당하기 전까지 쉬겠다고요?”
“지금 우릴 노리고 있는 건 저들뿐만이 아니다.”
사방에서 열 명 단위, 스무 명 단위의 무사들이 우릴 응시하고 있다.
“누가 먼저 공격할지로 눈치나 보는 이들이다. 계기가 생기기 전까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승리가 확실시되는 싸움일지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피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지친 상대보단 상처 입은 상대를 처리하기가 쉽고.
상처 입은 상대보단 죽어가는 상대를 처리하는 것이 쉬운 법.
“아직 시험은 일관문을 넘었을 뿐이다. 우릴 확실히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은호는 미친 소리를 들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이 힘들다는 듯 고개를 마구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대사형이 알아서 하시겠죠.”
녀석의 말에 난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전생엔 녀석이 이만치 날 따르지 않았는데.
“수혈이라도 짚어주랴?”
“수혈이요?”
“이 상황에서 잠이 오겠느냐?”
멍하니 나를 보던 은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짚어주십쇼.”
“자라.”
난 지풍을 쏘아 은호를 잠재웠다.
***
은호는 여러 가지 의미로 기함하고 있었다.
검진이란 것은 정해진 대로만 움직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검진을 이루는 이들의 몸이 내 몸인 듯 느껴지고, 내 몸이 상대방의 마음에 의해 움직이듯 일심이 되어 움직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기에 검진이란 무공의 경지가 높다 해서 함부로 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도 천재라는 일명과 백팔나한진을 따로 운용하지 않던가.
그런데.
‘이게 되네.’
됩니다. 되네요. 되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그냥 손발이 맞는 수준이 아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된 듯한 느낌.
천살성의 각성 이후 무공경지가 한 단계 오르며 검진의 비대칭을 만들었던 동룡이 왜 그렇게 제멋대로 검진을 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전까지 자신들이 펼치던 검진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검진이 더욱 강맹해 진 것이다.
‘단지 대사형만 들어왔을 뿐인데.’
그런 이유로 대사형은 일부러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친 척 적들이 사방으로 둘러싼 상황에서 자신들을 재웠던 것이다.
적이 얼마나 몰려오던 대사형은 자신이 합류한 검진으로 상대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진짜 놀라운 사람이야.’
매 순간 상식을 초월하다 못해 정신이 나간 듯한 선택을 하지만, 그것이 결국 최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도 잠시간 쉰 덕분에 금표 형과 동룡의 안색이 훨씬 나아졌다.
“조금만 더 버텨라!”
“네엣!”
은호의 악에 받친 대답에 순간적으로 금표와 동룡의 손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사방에서 벌떼처럼 몰려들던 칠십에 달하는 이들은, 달이 기우는 순간 거의 바닥에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사방엔 피로 만들어진 시냇물이 생겨났고, 잡초가 있어야 할 자리엔 주인을 잃은 검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끝내 마지막 남은 적이 도망치고 검에 몸을 기대었을 때. 동쪽에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수통에 남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금표는, 사방에 피와 살점이 널어져 있는 것도 잊은 채 육포를 억지로 입에 집어넣는다.
시체들 옆에서 육포를 먹는 일이 께름직하던 은호도 이에 질세라 육포를 억지로 입에 넣었다.
지금 먹지 못하면 또 언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단 사흘 만에 금은동 형제는 먹는 것에 대한 여유를 잃었다.
“사형, 사형도 드세요.”
동룡이 육포 주머니를 내밀었지만, 진소운은 대답 대신 숲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습격자인가?
오늘도 반나절 정도만 쉬게 해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도 잠시.
진소운의 시선이 닿는 숲속에서 황색의 옷을 입은 사내 서넛이 걸어 나왔다.
겨우 넷?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은호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진소운이 손을 뻗어 말린다.
“·……?”
황색의 사내들은 가만히 자리에 서서 이편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기존에 몸을 숨긴 채 순식간에 습격하던 이들과는 다른 모습.
“뭘까?”
“기도가 상당히 다른데.”
살기는 풍기지 않지만 묵직하다.
그 바위같이 단단함이 더 불온하게 느껴진다.
진소운이 가만히 노려보고 있을 때. 은호의 귓전으로 전음이 들려왔다.
-잠시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대화를 나누고 싶군요.
은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금표와 동룡도 똑같은 전음을 들었는지 화들짝 놀라는 모습.
“…….”
신기 막측한 수법에 놀라는 것도 잠시. 진소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의의 사내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사내 셋은 30대 초반으로 나이대가 비슷해 보였고, 그 중앙에 선 주근깨가 가득한 이는 은호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다.
말을 꺼낸 것은 주근깨 청년이었다.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청년은 사방에 흩어진 처절한 전투의 흔적을 둘러보고 있음에도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황검문의 종서강이라 합니다.”
종서강의 인사에 진소운이 답했다.
“같은 백팔봉의 동도를 왜 모르겠습니까. 태을문의 진소운입니다.”
“같은 백팔봉이라 하기엔 좀 그렇지요…….”
“…….”
고요한 말투와 달리 날 선 문장이 날아든다. 날 선 문장 속에 적의가 뚜렷하게 보인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이번에 운 좋게 일관문패를 획득하셨다지요?”
종서강의 무례한 말들에 은호는 당장이라도 반박하고 싶었다.
“……어디 세상사가 운으로만 되겠습니까? 다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지요.”
진소운의 말에 종서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진 공자께서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황검문은 한 번도 무림학관에 입학하지 못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번엔 운이 안 좋게도 일관문의 시험을 놓친 게 아니겠습니까.”
“…….”
“그래서 말인데 공자께서 운이 좋게 취하신 일관문패를 저희에게 양보해 주시는 게 어떨지요.”
종서문의 이야기를 듣는 은호의 이빨이 뿌드득 갈렸다.
운이 좋았다고?
일관문패를 얻겠다고 녹림산채 두 곳과 전쟁을 벌였다. 몇 번을 죽을 뻔했고, 그 와중에 동생의 천살성이 깨어나서 형제들의 손에 죽음을 맞을 수도 있었다.
하는 말도 맘에 안 든다. 말이 좋아 양보지, 숫제 강탈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은호는 저도 모르게 내공을 바짝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흡!’
사방을 옥죄는 기운에 놀라 내공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이 무슨…….’
운공을 방해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고절한 수법이다.
아무리 자신의 성취가 낮기로서니 기세만으로 운공을 방해한다니.
은호의 시선이 종서강의 오른편에 서 있는 자에게로 향한다.
그도 자신이 한 일이란 걸 부정하지 않는지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듯.
‘고수…… 그것도 성취를 알 수 없는 아득한 수준이다…….’
본래 일류 이상의 고수는 참석하지 못하는 것 아니던가?
“…….”
그 모습을 보던 진소운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 개 정도라면 양보할 용의가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의 실상을 온몸으로 체험한 은호는, 진소운이 왜 처음부터 긴장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두 개 말입니까?”
“그 정도라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양보할 수 있겠군요. 그래도 같은 백팔봉의 일봉을 맡은 두 곳이 아니겠습니까?”
“호오.”
종서강이 갑자기 키득거리며 웃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이렇게 티를 내는데 모른다면 이상한 거지요.”
“안됐지만, 두 개로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황검문과 청도방의 모든 전력은 물론이고 저희와 함께 일을 도모하기로 한 문파들이 모두 몰려왔기 때문이거든요.”
“…….”
“가진 걸 모두 주셔야겠습니다.”
황검문과 청도방에 이어 다른 문파까지?
대체 숫자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종서강이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
“…!”
“…!”
그와 함께 사방의 숲속에서 강대한 살기가 마구 터져나왔다.
나무에 숨어 있던 새들이 화들짝 놀라며 동시에 날아 올랐고, 인간의 발자국 소리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야생동물들도 천적을 만난 듯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모.든.전.력.이 이곳에 있습니다. 저흰 이전에 여러분들이 상대해왔던 이들과는 다릅니다.”
온 몸을 옥죄는 무형의 살기에 금은동 세 형제가 덜덜덜 이빨을 부딪쳤다.
사색이 된 얼굴로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표정.
진소운이 크게 숨을 들이마신후 기합을 내질렀다.
“하앗!”
뻥-하는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진소운 일행을 옥죄던 살기가 순식간에 밀려난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진소운 일행을 압박하던 종서강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전부 달라고? 거절하지. 어디 도둑놈 주제에 제 물건을 내놓으라는 듯 강짜를 부려. 죽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