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암흑 속 가장 날카로운 칼>
“왜 없지?”
태을문 내의 가장 오랜 창고를 뒤적거리던 진태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찾나?”
홍문기가 빼꼼 고개를 들이민다.
“아, 문주님.”
홍문기를 보는 진태산의 눈이 미미하게 떨린다.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양반의 성취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늘어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수련하고 계셨습니까?”
“명색이 문주가 제자들보다 약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
진태산 자신이야 창궁상단으로부터 넘겨받은 가산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어 수련하지 못하지만, 홍문기를 비롯한 각 당의 당주들과 사제들은 식음을 전폐하고 태을검제의 무경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 가서 수련을 더하시지요. 저 혼자 찾아도 충분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문주가 외당의 당주가 곤란한 일을 겪는데, 돕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분명 수련이 지겨워져 딴짓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도 하나에 진득하니 집중을 하지 못해 매번 사부들에게 혼나기 일쑤였던 양반.
나이 먹고 조금 나아지나 싶었더니 수련에 관해선 그건 또 아닌가 보다.
“문기를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어서 말입니다.”
“태을문 깃발을 말하는 건가?”
“네.”
상단의 정리가 얼추 끝났고, 철광석 광산의 생산량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납품 대상이 생기면 정기적 유통망도 개설해야 했다.
비록 봉문을 하고 있지만, 슬슬 태을문의 이름을 앞세워 상단의 세를 불릴 필요가 있었다.
상단의 크기만큼이나 태을문의 세도 커질 테니까.
“그거 다른 사람이 가져갔는데.”
“……네?”
진태산은 자신이 뭘 잘못 들었다 생각했다.
문기란 때때로 움직이는 명패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을문이야 워낙 하찮은 문파였으니 그 깃발을 세울 일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문파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인 깃발이 누구에게 막 줄 물건은 아니지 않은가.
“소운이가 필요하다 해서 줬네.”
“진소운? 제 아들놈 말입니까?”
“응.”
여기서 그 망할 놈의 이름은 왜 또 나오나.
“……어째서 말입니까?”
“거야 모르지. 혹시 모르니 가져가겠다고 하기에. 그러라 했네.”
“…….”
진태산은 이제 진소운이 무슨 행동만 해도 신경이 바짝 섰다.
“문기가 필요한 건가? 이참에 새로 하나 만들까?”
“됐습니다. 하나 주문을 넣도록 하지요.”
“에헴. 그럴 수 있나. 문기란 결국 그 문파의 정신이 되는 것. 문주인 내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드는 게…….”
“가서 수련하십쇼. 요즘 어떤 문파 수장이 앉아서 문기나 만들고 있습니까.”
쾅.
진태산은 불안함에 괜히 신경질적으로 창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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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앞으로는 낮에만 관도를 이용해 이동할 겁니다.”
일행 중 부상을 당한 자와 거동이 조금 불편한 자, 피로로 인하여 몸이 움직이지 않는 자는 홍루에 두고 가기로 했다.
홍루 밖으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말라는 말에, 남겨진 자들은 떠나는 자들을 걱정하면서도 좋아하는 걸 숨기지 못하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하택에서 복양으로 가는 관도입니다.”
하택까지는 말을 죽어라 달리면 해가 떠 있는 시간 동안 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하택에서 성을 넘어 복양까지 가는 길엔 반나절 거리의 마을이 없다. 노숙을 하거나 밤에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밤이 되면 그들은 분명 움직일 겁니다.”
어둠 속에서 암흑절혼단을 상대하는 건 물속에서 물과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밤을 새워서 달리면…….”
성모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암흑절혼단은 천마군림보를 익힌다.
파괴력은 물론이고 속도로 비교해 봐도 천하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신법이다.
말 따위로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무의미한 피해만 일어날 겁니다.”
“…….”
성모란이 입을 꾹 다문다.
당찬 그녀가 겁을 집어먹을 만큼 그들의 존재가 주는 공포감이 컸다.
남궁선화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은호를 바라보았다.
“이겁니다.”
은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천을 쫙 폈다.
시무룩했던 성모란도, 조용히 떨던 남궁선화도 토끼 눈이 되었다.
“미, 미쳤어요?”
“아무리 그래도…….”
태을문의 깃발을 본 사람들의 감상은 두 여자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이 정체를 들키는 겁니다. 우린 사람들 속에 숨을 겁니다.”
“아니, 저기…… 하아.”
“진 공자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그 깃발을 세웠다간 천하의 모두가 우릴 향해 쫓아 올 거라고요.”
“제가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두 여자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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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는 걸까?”
첫 번째 마을인 안현까지 말을 달리는 도중, 성모란이 깃발을 든 은호에게 물었다.
“이건 짚불을 몸에 두르고 불 속에 뛰어드는 거나 마찬가지야.”
풍현의 홍루에 두고 온 무사들이 십여 명. 이제 무사들의 수는 백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절대 고수라도 수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자신들은 절대 고수도 아니다.
더구나 진소운은 태을문의 깃발을 세워 적들을 마구 끌어들이고 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은호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반응이 꽤나 신선했다. 은호는 금은동 형제 중에 가장 머리가 좋고 말도 잘한다. 진소운의 행동 중 이해 가지 않는 것 대부분을 설명해 주던 것이 은호 아니었는가.
“정말?”
그런데 그런 은호도 모르겠다니.
“네. 대사형은 가끔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하시거든요. 아, 아니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요.”
“……그런데도 꽤 열심히 하네.”
은호는 직접 대나무를 구해와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말을 타며 깃발을 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다른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 나섰다.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대사형을 믿으니까요.”
“응?”
“대사형의 선택은 언제나 저희를 향합니다.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향했던 적이 없습니다. 아마 이번 선택에서도 자신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한 거겠죠.”
성모란은 왜인지 가슴에서 쿵 하는 느낌이 온다.
짧은 시간 함께 행동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사형제들과 검식을 펼치며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음에도 자신들과 함께했다.
덕분에 자신과 남궁선화를 지켜야 하는 강서표와 초무빈은 다른 무사들을 더 신경 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잠을 자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수혈을 집고 잠에 빠져들 때도 깨어있었고, 잠에서 깨어나면 어느새 먼저 일어나 불쏘시개를 뒤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 때때로 제 생각을 멈춥니다. 제가 괜히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하면 대사형의 뜻을 생각하느라 행동이 굼떠지니까요.”
“……대사형을 좋아하는구나.”
고삐를 잡고 깃발을 매고 달리는 그 와중에 육포를 집어 먹는 은호.
은호는 입을 오물거리다 씨익 웃었다.
“어찌 안 따를 수 있겠습니까. 그런 대사형을.”
“…….”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그럼 나도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차피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 보면 생각 없이 행동하시는 것이 더 편할 겁니다.”
“응?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오늘 아침 마을을 떠나면서 대사형이 하오문을 통해 응시생들에게 우리 위치를 알려주라 했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앞으론 육포 먹을 시간도 없을 겁니다.”
“야! 그건 빨리 말해줬어야지!”
성모란은 급히 품에서 육포 주머니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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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에 도착할 때까지 큰 피해는 없었다.
몇몇 응시생의 무리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지만, ‘닥치고 돌격’이라는 비상식적인 작전 앞에 대비하지 못한 응시생들은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안현에서 성무로 가는 동안은 인파의 양이 달라졌다.
멀리서 보이는 깃발을 보고 사방에서 응시생들과 무사들이 달려든다.
검진이나 방진 따위는 짜지 않는다.
무조건 돌격.
말이 부상을 당하면 곧장 다른 이의 말을 얻어 타고 달린다.
성무에 들어갈 땐 수백의 응시생들이 길게 따라붙고 있었다.
성무에서부턴 다시 창궁상단에 들렀다.
창궁상단의 지부 주위로 수백의 인파들이 몰려 창궁상단을 노려보고 있던 탓에, 굳이 밤새 불을 밝히는 홍루로 갈 필요가 없었다.
성무에서 하택에 가는 동안 가장 많은 낙오자가 생겼다.
일부는 다른 응시생들과의 전투에서 부상당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었고, 일부는 암흑절혼단에게 당했다.
하택에 입성하기 직전 다른 응시생들에게 기습을 당한 탓에 해가 져버렸고, 혼전 속에서 빛이 없는 어둠에 잠시라도 머문 무사들은 그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무사들의 숫자가 이제 팔십 명밖에 남지 않았다.
대부분 강행군으로 인해 크게 지친 상태.
“이제 진짜입니다.”
하택에서부터 추격하는 응시생을 길게 달고 미친 듯이 달렸지만, 산동성을 넘을 때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했다.
뒤쪽에선 수백의 응시생들이 하나둘 횃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전방에선 미리 기다리던 응시생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횃불을 켠다.
“그 존재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죠?”
성모란의 물음에 진소운이 당연한 듯 답한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면 그곳에 검기를 쏟아부으십시오.”
“네?”
말도 안 되는 비상식적인 대응 방법.
“이 많은 인원들이 사방에 있음에도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바로 그 존재들입니다.”
“……알겠어요.”
횃불이 사방에서 켜지기 시작한다.
가까운 숲속에서, 먼 능선에서, 먼지가 날리는 뒤편에서.
하오문의 정보를 듣고, 개방의 정보를 듣고, 태을문의 깃발을 보고, 다른 응시생들이 이동하는 걸 보고.
관문패를 빼앗기 위해 모여든 일천에 달하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어둠 사이에 숨어드는 더 무서운 존재들까지.
현실을 자각하면 공포와 두려움만이 커진다.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이어간다.
“기척이 없으면 벤다. 기척이 없으면 벤다.”
진소운의 이야기를 되뇌이는 동룡의 목소리만이 사람들 사이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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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채채채챙.
채채채챙.
채채챙-.
“부탁합니다.”
결국 팔십의 인원은 수백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타고 왔던 말은 넘어지거나 놀라 주인을 버리고 도망치기 일쑤고, 말에서 떨어진 이들은 작은 횃불을 등불 삼아 자기 적을 향해 검을 날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다녀오십시오.”
가슴에 입은 상흔 때문에 두고 오려 했으나 부득불 따라온 강서표가 내 고삐를 쥐었다.
그는 곧장 억지로 말을 몰아 남궁선화에게 다가가려 한다.
나는 그런 그와 떨어져 천하독행신을 펼쳐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다.
그리고 태을진경을 전력으로 끌어올려 사방의 기척을 살핀다.
강대한 내공을 가진 이는 물론이고, 미천한 무공으로 전투에 참여한 이들까지 모두 파악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곳을 쫓기 시작한다.
이것은 정마대전의 발발 후, 암흑절혼단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나 파악하게 되는 놈들을 찾는 방법.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기에 되려 아무 기척도 없는 곳을 찾는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권기를 쏟아낸다.
기에 의한 공격이 아니면 그나마도 타격을 줄 수 없는 녀석들.
투둑.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어둠 속에서 토끼처럼 놀란 눈동자가 불쑥 생겨난다.
“놀랐나?”
금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눈동자.
무언가 팔을 타고 감겨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그 허공을 향해 권기를 쏟아내 보지만, 이번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방법은 여전하구나.”
재빨리 고개를 튼다.
푸슉.
머리가 위치해 있던 곳으로 새하얀 골검이 날카롭게 지나간다.
녀석들을 상대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이 워낙에 어렵고 까다롭다.
“처음보면 그렇지. 하지만 난 네놈들을 처음 보는 게 아니거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숨어들려는 놈의 골검을 잡아챈다.
뿌드득.
인간의 뼈였다면 부러졌을 정도의 압력을 주었지만, 멀쩡하다.
이 골검을 피하고 잡아챘다는 점에서 놀란 탓인지 다시금 토끼 눈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다.
“이거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다.”
골검을 잡고 연화(蓮花)를 역방향으로 펼친다.
본래의 회전축에 정반대되는 곳으로 힘을 가하자, 골검을 지탱하지 못하고 살점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뿌드드득.
쿵.
골검에는 처음보다 더 많은 피가 흐른다. 연화로 인해 놈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손바닥을 뚫고 나왔던 골검이 다시금 들어가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나는 곧장 오른발에 진기를 가득 실어 골검을 짓밟는다.
퍼드득.
-캬악.
결국 골검이 부러지며 녀석이 비명을 내지른다.
“비명 소리도 꼭 짐승 같군.”
-!
놈의 눈동자가 다시금 나타난다.
이제는 진짜 토끼가 된 듯 눈동자가 온통 시뻘겋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머릿속에서 놈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울린다.
유체골검의 시술 중에 성대가 녹아 없어지기에 천마전심공이라는 특수한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걸 알려줘야 하나?”
놈은 결국 부러진 골검을 자신의 손바닥 안으로 집어넣는 데 성공한다.
이윽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긴다.
찰나 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대의 사람들이 들고 있던 횃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꺼진다.
‘온다…….’
어둠 속에서 난 전생의 기억을 살려 놈들이 진행하는 방향을 예측한다.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기에 기억에 의존하여 먼저 움직인다.
푸슈슈숙.
태을팔만신보로 나타난 허상에 세 개의 골검이 각각 머리 심장 단전에 꿰뚫려 있다.
그 짧은 새에 다른 두 놈이 나타난 것이다.
기억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내 미래가 되었을 모습.
놈들은 동료와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려 금세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긴다.
태을진경의 가르침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무경의 가르침을 가져온다.
역마경.
무량팔괘절혼진에 갇힌 당대 천마 지옥마제가,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 교인들에게 억하심정을 가지고 만든 역마의 무공. 그야말로 마인다운 마음으로 만든 무공이기에 처절하게 마를 제거하는 데 그 뜻이 닿아있다.
“천마와 내가 뜻이 같다니, 이런 모순은 문학에나 존재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지?”
챠르륵.
비룡조를 길게 뽑아내자 천잠사에 백광이 어린다.
천잠사를 타고 올라간 빛무리는 얇은 천잠사를 두껍게 두르고, 종국에는 날카로운 조가 달린 부분까지 닿는다.
지옥마제가 남긴 천마경과 마찬가지로 역마경은 무리만 있을 뿐, 형과 식이 없다.
그렇기에 구현화 되는 형과 식은 온전히 내 깨달음에 따르고, 내 욕망에 따른다.
전생에 겪었던 수만 개의 악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의 가장 간절한 복수 욕구.
그리고 그 욕구가 발현된 모습이 바로…….
절마광편.
촤악-.
마를 끊어내는 잔혹한 채찍이 휘둘러진다.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공간에 무언가 잡힌다.
“!!”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토끼처럼 놀란 세 쌍의 눈동자가 불쑥 생겨난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드디어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