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사냥의 시간(7)>
“사라졌군.”
제갈소명이 미간을 좁혔다.
또다.
또다시 관문패가 사라졌다.
무림학관의 시험의 시험관들은 관문패를 따라간다. 관문패를 쫓다 보면 결국 시험의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다.
하지만 일관문에서만 사천 개가 되는 관문패를 모두 쫓을 수는 없는 법.
때문에 경로를 예측하여 다음 지역의 시험관에게 관문패의 위치를 전달하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제갈소명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2중 3중 장치가 있는 것이지.”
더구나 실수라 하기엔 전서가 주는 정보가 미묘하다.
“200개라. 그것도 주력 문파들로만 말이지.”
일관문과 이관문의 관문패를 통틀어 200개.
일관문의 관문패가 4000개임을 생각하면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것 같지만, 관문패와 사라진 주체들을 보면 또 그렇지 않다.
구파일방.
오대세가.
백팔봉.
모두 무림학관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무림맹의 기둥이 될 이들만을 목표로 삼았다.
“흑도의 소행으로 보십니까?”
“…….”
제갈소명은 갑자기 끼어든 맹주원을 바라본다.
눈 아랫부분의 검은색이 볼까지 내려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눈이 발하는 빛은 초롱초롱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단순 오차라 생각하기엔 표본들이 너무 명확합니다.”
“좀 더 자세히.”
“대부분 구파일방과 백팔봉의 이진들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대거 탈락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땐 미비한 숫자일 수 있으나, 학관에 입학한 후나 무림맹에서 활동을 할 때 허리를 받치는 자들이라 생각하면,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기 딱 좋죠.”
“핫.”
심각한 상황이 분명함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여기에 한 명만 더 있으면 장차 자신 또한 만통부를 은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가 이런 짓을 벌이는 거라 생각하느냐?”
“쉽게 생각하면 흑도라 볼 수 있겠죠.”
제갈소명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흑도의 짓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금 부릅떠진다.
“지체 말고 말해보거라.”
“흑도와 전쟁이 벌어진다면 총력전이 될 겁니다. 흑도가 바라는 최대 이익이란 결국 강호의 절반 이상을 바라는 정도로 끝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무림정시는 그들에게 있어서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시험일 뿐이죠. 굳이 자신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제갈소명은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다.
매번 무림정시가 치러질 때마다 백도문파의 피가 강호 전체에 흐른다.
무림맹의 전력은 더욱 정예로 올라서겠지만, 전체적인 전력은 확연히 떨어진다.
“그럼 누가 이런 짓을 벌인 거라 생각하느냐?”
곰곰이 생각하던 맹주원은 고개를 젓는다.
“특정할 만한 이들이 없습니다.”
“…….”
“하지만, 이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알겠습니다.”
“뭐지?”
“무림맹의 멸망.”
“하아.”
제갈소명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자신의 머릿속에 감돌았던, 하지만 차마 생각을 이어가지 않았던 그 부분을 맹주원은 거침없이 내뱉는다. 젊고 혈기 넘치기에, 그리고 아직은 순진하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
“그런데 그냥 가만히 계실 겁니까?”
“……?”
무림맹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림정시를 중단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것은 모두 시험에 일환이 되어버리는 것이 무림정시의 전통.
“그렇다고 하기엔 문제가 크지 않습니까.”
“문제가 커 보이는 것이지, 크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 지금 맹이 나서면 시험의 공정성에 의혹이 생긴다.”
그걸 뻔히 아는 놈이 왜 이런 말을 갑작스레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
혹시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 이상을 녀석은 본 것인가?
“우리 소운이가 관문패가 사라진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위험에 처하기 전에 구해내야 합니다.”
“…….”
얼굴 한번 본 적도 없으면서 벌써 ‘우리’가 붙었다.
“이러다간 전 장가도 못 가고, 여우 같은 자식도 못 낳고 토끼 같은 마누라도…… 으아악!”
정신 못 차리는 놈한텐 매가 약이다.
그의 손에 쥐어진 판관필이 강호 일절로 평가받는 적엽비화의 수법으로 맹주원에게 펼쳐진다.
“죽어!”
#
“우린 남궁세가입니다. 당신들 정체는 뭐죠?”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부상자를 수습하는 짧은 사이, 남궁선화가 검은 인영들에게 말을 걸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전투준비!”
채채채채채채채채챙!
남궁세가와 철검문의 무사들이 일제히 은빛 검을 뽑아 들고, 검진을 맞춘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공격하겠어요!”
“…….”
스물에 달하는 검은 인영들은 대답않는다.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목석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든다.
더구나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심장이 더욱 격하게 뛴다.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초무빈이 결국 외친다.
“쳐라!”
그 순간. 검은 바위처럼 보였던 그들의 망토 사이로 하얀 검신이 뻗어 나온다.
매끈하지 않은 울퉁불퉁한 모양의 검.
소름 끼치게도 검신 전체에서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무사들이 공포를 이기기 위해 더욱 맹렬하게 달려드는 순간.
공기의 떨림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춘다.
진강 포구에서 느꼈던 감각.
사방의 공기를 모두 빨아 들이는 듯한 압박감.
이 공기의 떨림 이후엔…….
예상보다 빠르게 충격파가 전해진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진강 포구에서 출항하던 수십 대의 배들을 단박에 박살 냈던 그 장법이 지금 검은 인영들에게로 뻗어간 것이다.
“헉헉…… 도망쳐야 합니다!”
“네?”
이유는 알 수 없다.
여지껏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던 진소운의 그 모습이 무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강서표와 초무빈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시험에 합격시키기 위해 참가했지만, 무사들의 최일선 임무는 결국 남궁선화와 성모란의 보호다.
강서표와 초무빈은 여지껏 봐왔던 진소운을 믿기로 결정했다.
“가시죠!”
“가자!”
순식간에 부상자를 챙긴 무사들이 땅을 박찬다.
진소운은 반대로 아직 광천신장의 여파가 사라지지도 않은 공간 사이로 몸을 던졌다가 금세 돌아온다.
그의 손에는 예의 소름끼치는 검과 잘린 팔이 들려 있었다.
“진 공자…….”
“이야긴 다음에…… 지금은 무조건 풍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본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풍현을 돌아가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진소운의 표정을 보니 그에 대해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
‘놈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그리고 목적은 뭐지?’
제갈소명은 대단한 천재다.
만통부의 모든 자료를 머릿속에 넣으면서 깨달았다.
단순히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다.
그는 체계를 만들 줄 안다.
체계가 없으면 어떤 문파도 오랜 세월 이어가지 못한다.
10년짜리 체계가 있고.
50년짜리 체계가 있으며.
100년짜리 체계가 있다.
제갈소명은 무림맹에 100년짜리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체계는 정보를 다루는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만통부를 조직하고 심현각을 두어 정보위 경·중을 따졌다.
천목각과 무림맹의 제한된 인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강호 전체에 눈과 귀를 설치했다.
그렇게 입수한 정보를 시간순으로 나열하여 사람이 전달하지 못하는 정보의 빈틈을 채운다.
만통부에 앉아 천하를 손바닥 보듯 바라보는 것이다.
허나, 그런 2중 3중의 장치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빈 공간이 생길 때가 있다.
그는 이것을 ‘사라진 조각’이라 분류했다.
자신감을 가질 만한 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자신이 모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라진 조각을 찾으려면 주변의 조각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사라진 조각 이론.’
지금 내 머릿속에서 그의 ‘사라진 조각 이론’에 따라 조각들이 하나하나 모여들어 사라진 조각을 찾기 시작한다.
◎ 모용상원에 대한 기습.
◎ 장차 강호를 정벌할 의도를 가진 마교.
◎ 무당파 현정과 화산파 연우문의 실종.
◎ 현정과 연우문의 사체의 뼈에서 나온 유체골검의 흔적.
◎ 이곳에 존재해선 안 될 암흑절혼단.
주변의 조각들이 맞춰지자 제갈소명의 말대로 ‘사라진 조각’이 나왔다.
-정마대전을 대비한 무림맹 주요 인사의 암살.
“빌어먹을.”
문제는 그 ‘사라진 조각’은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기 위해 우리를 살인멸구 할 것이란 점이었다.
암흑절혼단.
겨우 스물의 인원으로 ‘단’으로 조성된 특무대.
은신술과 검술을 하나로 합쳐 놓은 마교의 기괴한 무공인 암흑마검을 익히게 하고, 그렇게 절정에 달한 고수에게 유체골검이라는 비상식적인 시술을 행해 만들어 내는 마교의 괴물.
한 개의 대대가 겨우 4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환경만 조성된다면 이 한 개 대대의 인원이 천하백대고수 열을 능히 상대할 수 있다.
그런 존재들이 우릴 노리고 있는 것이다.
“빛…… 빛이 필요합니다.”
이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
어둠이 내린 밤은 이들의 무대.
광천신장을 쏘아낸 탓에 내기는 바닥을 내보이고 있었다. 최대한 조절한다 했지만, 워낙 과격한 무공이라 지금은 단전의 바닥까지 박박 긁어야 겨우 천하독행신을 쓰는 정도.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쏜 광천신장에 맞아 팔 한 짝만 남기고 고혼이 된 암흑절혼단원.
아마 전생의 소정대가 봤으면 그달 월봉을 내게 다 몰아줬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다.
“대체…….”
“절대 멈추면 안 됩니다!”
저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느냐 아니냐는 차후의 문제다. 지금 저들과 대립하면, 남궁세가와 철검문은 물론이고 금은동 형제의 목숨도 보장받을 수 없다.
“커흑!”
내 얘기에도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결국 남궁선화와 성모란의 고개가 돌아간다.
무사 하나가 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뻗고 있다.
강서표가 다른 무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남궁선화를 대신 이끌며 앞으로 나아가고 강서표가 곧장 뒤로 달려간다.
하얀색의 검신을 무사에 찔러넣으려 하는 검은 인영.
강서표는 검기가 둘린 검으로 창궁무애검법을 쏟아낸다.
촤라라라라.
순식간에 검은 인영을 세 개로 도륙한 강서표의 검.
하지만 일수를 성공시켰다기엔 놀란 눈빛이다.
푸욱.
검은 인영은 강서표의 검을 맞고도 그저 연기처럼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금 무사의 목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이 무슨…….”
무사의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한 검은 인영은 재차 하얀 검을 강서표에게 휘두른다.
쉬식.
강서표의 검식보다 더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검식이 그의 몸을 네 조각으로 잘라낸다.
나는 가까스로 그 천하독행신을 펼쳐 순식간에 강서표의 뒤에 다가가 그의 목덜미를 잡고 다시 도망쳤다.
촤악 촤악.
가까스로 몸이 네 동강 나는 것은 면했지만, 강서표의 가슴에서 기다란 핏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크흑.”
나는 동시에 여분으로 받았던 신호탄을 모두 쏘아냈다.
하늘로 치솟은 네 개의 신호탄 중 세 개가 그들이 던진 무언가에 막혀 하얀 연기만 내뿜은 채 떨어지고, 가까스로 한 개의 신호탄이 터지며 잠시간 암흑절혼단원의 모습을 그려낸다.
“히익!”
뒤에서 끌려오던 강서표는 부상도 잊은 채 무언가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른다.
“마을이에요!”
어둠이 가득하던 일대를 지나 반딧불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 풍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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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생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
홍루 주인이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성모란과 남궁선화의 얼굴을 보곤 입을 다문다.
“으흠…… 아니면 예기라도 불러들일까요?”
“먹을 거나 좀 가져오게.”
초무빈이 주머니 하나를 던져준다. 하지만 주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중얼거리며 돌아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지금 홍루 1층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기 때문.
자리와 자리를 가리는 거라곤 얇은 면사밖에 없는 곳에서 고개만 돌리면 남녀가 서로 살을 뒤섞는 모습이 보이고, 우리의 침묵 사이로 교성이 서로 오간다.
“…….”
“…….”
풍현의 창궁상단 대신 홍루를 선택한 건 나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선택에도 일행은 군말 없이 움직여 주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은 죽은 사람에 대해 애도를 할 시간도 없다.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 또한 언제 그들을 따라갈지 모르기에.
그런 면에서 소정대에 있는 것이 마음은 좀 더 가벼웠다는 생각이 든다.
늘상 함께한 죽음 속에서 우린 그 순간의 기분을 선택할 수 있었으니까.
“그건 뭐였습니까?”
가슴에 커다란 붕대를 감은 강서표.
다행히 상처가 깊진 않았지만 넓었던 탓에 감은 붕대 사이로 아직도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부, 분명 처음 봤습니다. 그런 끔찍한 건.”
남궁세가 무사들 중에선 나이도 경험도 제일 많은 강서표의 말에 다른 무사들도 덩달아 공포심을 갖는다.
“……여긴 안전한 건가요?”
남궁선화는 불안한 눈빛으로 설명을 원한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모두 말할 수 없기에 또다시 거짓말을 꾸며낸다. 거리낌은 없다. 이 거짓말만이 지금 우릴 살릴 수 있을 테니.
“태을문을 나와 혼자 강호를 주유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들이 행단 하나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머릿속에 사라진 행단 하나를 대충 꺼내어 말한다.
“표사들의 무공도 출중하고 표국 자체도 유명한 곳이기에 당연히 저들이 질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거짓 속에 정보를 섞는다.
“표사들의 검은 저들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어떤 특이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 듯한데. 설사 베이더라도 마치 물처럼 아무런 타격이 없었죠.”
암흑마검을 익히고 유체골검을 시술받은 자의 몸은 공기처럼, 물처럼 변한다.
어둠 속에선 그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고, 그들은 어둠과 어둠 사이를 마음대로 오간다.
베어도 벨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럼 그 장법을 쓴 건…….”
“저도 상상으로만 상대했던 자들이었습니다. 그게 먹힐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고요.”
나는 암흑절혼단원의 팔을 꺼내었다.
“일부러 챙긴 겁니다. 저들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천을 찢어내자 검은 피부가 드러난다.
“이, 이건…….”
손바닥엔 하얗게 울퉁불퉁한 검이 튀어나와 있다.
“뼈 아닌가요?”
손바닥을 뚫고 나온 골검의 예기가 소름 끼친다.
남궁선화도 성모란도 무사들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당장 시험을 멈춰야 해요.”
사라진 조각이 말한다.
암흑절혼단, 아니 마교가 바라는 것은 시험을 틈타 무림맹의 기둥이 될 만한 이들의 싹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그럴 수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정시가 진행되는 와중에 시험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암흑절혼단의 피해자들은 시험 도중 죽은 것이라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여기서 시험을 끝낸다 하더라도 암흑절혼단의 흔적은 남지 않을 것이다.
“그, 그럼…….”
자신들의 흔적은 완전히 지우고, 상대에게 타격만을 준다. 아주 영리한 작전이다.
이런 주도면밀한 준비가 있었으니 무림맹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었겠지.
“일단 중요한 건 저들의 정체를 무림맹에 보고하는 겁니다.”
“그렇죠.”
“우리가 살아나간 다음에.”
“네? 그게 무슨……. 저흰 이미…….”
“그냥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자신들의 티끌만 한 정체가 강호에 알려지는 것일 터다.
그래선 차후 마교의 침공에 대해 무림맹이 경각심을 가질 테니.
“…….”
“자신들의 정체를 꽁꽁 숨기고 습격을 다니던 놈들이었습니다. 이제껏 저희가 습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도, 놈들이 다른 응시생들을 처리했기 때문이겠지요.”
꿀꺽.
지금 당장 이곳에 쳐들어온다면 그들은 우리를 모두 죽일 수 있을지 모른다.
“놈들은 결코 저희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누군가의 눈에 뜨인다.
눈에 뜨이면 의심을 받게 된다. 그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것.
“그럼…… 홍루에 온 건…….”
“밤새 불이 켜져있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홍루뿐이니까요.”
홍루 전체에 흐르는 묘한 향기가 사람의 긴장을 풀어준다 알고 있었건만, 무사들도 여자들도 누구 하나 긴장을 풀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은 그들의 사체까지 보유하고 있는 상황.
모르긴 몰라도 다른 작전을 모두 차지하고서라도 그들에겐 우릴 잡아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죠? 본가에 연락을 취할까요?”
“그럼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습니까.”
남궁선화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표정이다.
“시험은 계속 치를 겁니다.”
그리고 난 그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그들의 손에서 벗어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