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132화 (132/357)

#132. <자신을 증명하는 흑염룡(2)>

“거참, 아쉽군요. 하하하.”

눈곱만큼도 아쉬운 기색이 없는 제갈소명의 말에, 천하의 혁무강도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도 이런 얄미운 면 때문에 장로전에서 그토록 제갈소명을 싫어하는 것일 터.

어쨌든 혁무강은 제갈소명의 말대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흠…… 그럼에도 진소운의 심계나 실력을 보면 맹주전으로 오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진소운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그림자 무사까지 내어주었고, 그 대가로 맹주전에서 포섭을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건만, 면전에서 거절당한 것이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포섭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장로전이었다면 제갈소명의 평소 소갈머리를 생각해 분명 무언가 작당이 있었을 거라 트집을 잡았겠지만, 혁무강은 백 장 떨어진 곳에서 제갈소명이 진중하게 제안하는 것을 들었기에 그런 의심을 할 여지도 없었다.

그럼에도 혁무강은 아쉬움에 말을 덧붙였다.

“장차 무림맹을 이끌 재목이라 생각한다면…….”

“허허, 맹주, 장로전이나 다른 각주들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킬 말입니다. 자중하시지요.”

“…….”

제갈소명이 언제 그들의 이야기를 신경 쓴 적이 있었던가?

잠시 반문하던 혁무강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아있고, 진소운이 계속 만통부에서만 일한다는 보장이 없을 테니.

언제고 기회가 생기면 그때 다시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이제는 천천히 진소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군사께서 보신 감상은 어떠십니까?”

“그야말로 만통부에 딱 맞는 인재입니다.”

“알겠습니다. 맹주전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 차분히 이야기나 좀 나주시지요.”

환갑을 넘은 나이임에도 어린아이처럼 제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던 제갈소명 또한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정시를 수석으로 통과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혹자들은 진소운이 그저 운이 좋고 교활한 머리를 사용해 수석 자리를 빼앗은 거라 말하곤 했다.

더불어 그런 인식이 현재 진소운의 대표 자리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했고.

“아마도 그만큼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심계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겠지요.”

제갈소명의 계산에 의하면, 진소운은 자신이 원했다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능히 무림정시를 통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제들과 동료들을 모두 이끌고 무림정시를 치렀고, 그 와중에 수석의 자리까지 차지했다.

제갈소명이 진소운을 탐내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대단한 무력과 깊은 심계. 장차 무림맹을 이끌 기둥이 될 인재입니다.”

감탄스런 무력이라면 이미 용소아라는 존재가 있다.

하지만 용소아는 타고난 배경과 재능 덕분인지, 깊은 심계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놀라운 심계라면 이미 맹주원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맹주원의 심계는 미약한 무력 때문에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다.

이미 거대한 정치판이 된 무림맹은 하나의 거대한 전쟁터가 되었다.

갖가지 명분을 가지고, 무공이라는 실질적 힘이 있는 이들을 움직여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림맹에겐 사분오열되는 미래만 남아있을 뿐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적이 보이지 않기에 괜찮을지 몰라도, 마교가 등장한다면 엉망이 된 무림맹으론 방비할 수 없습니다.”

전략을 짤 수 있는 자들은 많다. 하지만 그 전략을 밀어붙일 수 있을 정도의 정치력과 배경, 심계와 무력까지 가지고 있는 이는 무림맹 내부에서도 손에 꼽는다.

특히나, 진소운처럼 어느 세력에도 치우쳐지지 않은 인재는 없었다.

“일단 부족한 건 배경이라고 봐야겠군요.”

혁무강은 단편적인 제갈소명의 이야기만으로도 이미 제갈소명이 진소운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진소운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꿰뚫었다.

“만통부와 맹주전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혁무강의 말에 제갈소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문의 힘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으면, 진소운의 운신의 폭이 좁을 겁니다.”

“태을문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좋겠군요.”

“직접적인 지원은 다른 이들의 의심만 살 뿐입니다. 더구나 맹주전과 만통부가 진소운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면 가만히 있을 자들이 아니지요.”

맹주전과 만통부는 각각 맹주와 총군사의 직속 기관이자 무림맹 내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구다.

정도회와 백도회가 동시에 두 기관에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두 사람의 이야기가 새어나갈 경우 기득권 세력들은 어떻게든 진소운을 제거하려 할지도 몰랐다.

“제가 만통부를 통해 태을문을 지원할 방안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무공 수련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당금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진소운의 무공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삼갑자에 달하는 어마 무시한 내공을 가지고도 검강에는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태을문은 이제껏 검강의 고수를 배출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태을검제의 비전을 되찾은 후 지금껏 홀로 수련을 해왔던 탓이겠죠.”

“……흠.”

기연을 만났어도 다잡아 줄 사람이 없다면, 고수의 길로 가는 데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재 무림학관에 검강의 고수가 관장 하나인 걸 생각해 보면, 진소운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홀로 수련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대략 어느 정도로 보면 될까요?”

혁무강은 그림자 무사들 중에 한 사람을 파견해 진소운을 가르쳐 보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었다.

혁무강에겐 실상 그림자 무사는 필요하지 않았고, 그림자 무사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미 무림맹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으니까.

“용소아나 일명보다는 조금 부족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요?”

“흠…….”

제갈소명은 무보단 문에 더 치중한 사람이었고, 혁무강은 워낙 거리를 띄어 놓은 탓에 찰나의 순간 진소운이 어떻게 비무를 하는지 자세히 보지 못했다.

“무영.”

혁무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혁무강과 제갈소명의 사이에서 진소운과 비무를 벌였던 사내가 나타났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

“용소아와 일명과도 비무를 치렀던 자네라면 대략적인 수준을 알 수 있겠지?”

“용소아와 비무를 할 땐 제가 먼저 검기를 꺼내었고, 일명과 비무를 할 땐 일명이 먼저 권기를 꺼내었습니다.”

“호오……. 그럼 용소아의 수준이라고?”

“조금 궤가 다른 것 같습니다.”

“궤가 다르다?”

“네. 용소아는 깨달음과 성취 자체가 높은 반면, 진소운은 전투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느낌이었습니다. 주변의 사물을 마음껏 이용하고, 툭툭 내뱉는 말로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때도 있었고요.”

무영의 말을 듣던 제갈소명이 물었다.

“그럼 두 사람 중에 대련하기 까다로운 쪽을 고르라면?”

“……물론 용소아겠지요.”

제갈소명은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하지만 전쟁터에서 만나기 싫은 쪽을 고르라면 진소운을 고르겠습니다.”

“……?”

“……!”

무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용소아의 검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검이라면, 진소운의 검은 상대를 죽이겠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허례허식이나 명예 따위보단 효율을 추구한다?”

어쩐지 진소운답다는 느낌이었다.

혁무강이 무영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혹, 자네들 중에 누가 무공 사부로 가면 좋겠는가?”

“…….”

무영은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답을 할 무렵.

갑자기 무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왜 그러는가?”

“저, 죄송…….”

말과 함께 몸을 날리려던 무영이 우웩하며 피를 토해냈다.

중요한 자리에서 피를 토해냈다는 놀람에, 무영이 황망스런 태도로 피를 닦아내는 사이.

제갈소명과 혁무강 역시 놀란 눈으로 무영을 보았다.

“……진소운과의 대련 때문에 그런 건가?”

주저하던 무영이 답했다.

“……네. 내상을 다스리려 했는데 갑자기 부르셔서…….”

“……미련한 사람 같으니라고.”

“…….”

무영은 맹주전의 그림자 무사들의 대장이었다.

혁무강과 제갈소명은 당최 누굴 무공사부로 몰래 붙여줘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나 했는데, 맹주전 사내와의 비무로 결국 이틀을 더 앓아누웠다.

내상은 없었지만, 격하게 움직인 탓에 오랜만에 온몸에 근육통이 일어, 움직이기 요원했다.

어찌나 격하게 움직였던지, 운기조식으로도 피로는 잘 떨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주 손해만 막심한 건 아니었다.

‘맹주전의 그림자 무사들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심현각의 자료에 따르면 맹주전의 그림자 무사들은, 그들 사이에서만 내려오는 비전 심법인 호령신공을 팔성 이상 이뤄야 그림자 무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검강까지 사용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최소 절정의 경지.

자신도 그쯤 와있다고 생각하면 될 터였다.

“그래도 만검이 검강을 막아내리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

태을진경의 비전 오의는 만해천지검결이 분명했지만, 그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성취도 워낙 지지부진하고 효율성이 극도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쌍천검결은 수십 개의 환검으로 상대의 시선을 농락할 수 있는 반면, 만해천지검결은 다섯 개도 안 되는 만검으로 상대를 해야 했으니까.

더구나 사용되는 내공의 양이 막대해서 함부로 썼다간 단전이 텅 비어버릴 위험도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써볼 만하지.”

검강에 닿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입장에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었다.

용소아를 비롯한 전대 용봉지회의 인원들은 모두 검강을 쓸 수 있을 것이고, 지금 학관생들 사이에서도 검강을 쓸 수 있는 존재들이 나올 것이다.

정이나 안 될 경우엔 남궁세가나 모용세가를 찾아가 가르침을 따로 받을까 생각했을 정도.

“이런 힘이 있는 줄은 몰랐단 말이지.”

하지만 만검이 검강을 일부나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한층 검강에 대한 걱정은 덜어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계획이 잡힌 뒤엔 방 한구석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허벅지만 한 두께의 타다 만 통나무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네.”

총군사에게 비무에 임하는 대가로 복마신목을 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비무에 이겼을 때나 하다못해 비겼을 때나 그런 것이고, 철저하게 패배했을 때는 아니었었다.

“갑자기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제갈소명은 자신이 한 말은 철저하게 지키는, 계산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최소한 어느 이름 모를 문파의 현판으로 만들어지는 대신 호부로 만들어질 계획이었으니, 최소 수십 명의 목숨은 더 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이틀간 더 쉰 뒤 학사일정을 다시 시작했다.

남궁선화와 성모란, 홍사련, 거기에 더불어 어쩐지 은설란까지 합세해서 ‘왜 그렇게 무리했냐’는 잔소리를 쏟아냈지만, 최소한 일어났을 때 제갈소명을 본 것보단 기분이 좋았다.

#

학관의 분위기는 많이 뒤바뀌어 있었다.

평소처럼 강의를 들어갔음에도 왜인지 주시하는 눈들이 늘었다.

그전에는 무시하거나 소나 닭 보듯 했다면, 지금은 알 수 없는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늘었다는 정도?

적당히 빈자리에 앉아 강의 준비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우리는 외부실습으로 사천에 간다고 하던데?”

“사천? 갈 거면 북경이나 남경으로 가지, 사천에 뭐가 볼 게 있다고.”

“모르지, 정시 때 사천에서 뭔가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거 조사할 겸 보내는 거라더라고.”

전생의 무림맹에선 이번 정시에 사천에서 벌어진 일을 사도 잔당들에 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외부실습을 보낼 겸 무림학관의 학관생들을 조사관으로 보냈다가, 사라진 줄 알았던 시산혈교를 학관생들 절반 이상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나?’

과거를 많이 바꿨음에도 커다란 줄기는 크게 바뀌지 않는 면이 있었다.

어쨌든 시산혈교를 만나는 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최소한 형산파의 초청 행사를 조금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평소에도 그리 고까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아니었기에 귀찮은 생각에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몸은 괜찮은가?”

“……?”

순간 나는 내 뒤에 다른 사람이 있는 줄 알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내게 꽂혀 있었다.

“걱정 많이 했다네.”

“정말 대단한 일을 했어.”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내 모습에 머쓱했는지, 그들은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자신들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정도회의 일로 진 공자에 대한 평가가 완전 뒤바뀌었거든요.”

성모란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말입니까?”

“정도회에 속한 학관생들은 물론이고, 장로들도 섣불리 나서지 않은 일에 목숨을 걸고 나섰으니까요. 폐인같이 변한 모습으로 나왔을 때 학관생들 사이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었거든요.”

“아…….”

무리를 한 것이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또 그런 행동을 하라는 건 아니에요.”

“크흠, 네. 근데 저에 대한 호감만 올라갔다기엔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도회에서 퇴학당한 사람이 구파일방의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하핫.”

이번 일의 주동자로 세 명의 학관생이 결국 퇴학 처리를 당했는데, 그중에서도 구파일방의 인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무언가 거래가 오갔고 그에 납득 했기에 스스로 짐을 지고 물러난 것이겠지만, 외부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썩 좋게 보지 않았다.

“애당초 공모자들이 구파일방의 인원이 아니라는 것부터가 눈 가리고 아웅이잖아요.”

“그런 면이 있죠.”

더구나 정도회의 인원들로 인해 무량불괴멸혼진의 시한이 다 되었고, 한 달 동안 건재하던 멸혼진이 사라짐과 동시에 본래 멸혼진에 들어가야 할 인원들은 결국 멸혼진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아무튼 그 일로 인해 지금 정도회는 혼란이 여간 잠재워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틈을 타 백도회와 12봉성이 정도회의 인원들을 포섭하려는 시도는 계속되는 중이었고.

“쯔쯧, 어차피 다 무용할 일들을 참 열심히도 하네.”

“네? 뭐가요?”

“아닙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언제 온답니까?”

무량불괴멸혼진에 들어갔다 걱정을 끼친 죄로 한턱 크게 쏘라는 말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정시 때도 그렇고, 뭔가 우리끼리 편안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오네요. 근데…….”

저 멀리 남궁선화와 홍사련과 은설란, 금은동 형제와 모용재화까지 모두가 오는 와중에 성모란이 흔들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

그들 뒤로 민 머리의 사내가 함께 오고 있었던 탓이다.

“제가 왠지 불청객이 된 느낌이군요.”

“…….”

일각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야기했지만, 그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진 시주께서 무사히 멸혼진에서 나오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일각의 말에 일행의 미간에 주름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좋은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 그의 말을 막았다.

“우리가 이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본론을 이야기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

멈칫, 찡그려지려던 일각이 다시금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정도회에 장로들께서 정식으로 진 시주를 초청하셨습니다.”

“……!”

“……!”

장내의 모두가 놀란 눈으로 일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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