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55화 (255/357)

255. <열매가 맺히는 시간(2)>

사흑련의 개파가 정식으로 선포되었다.

일(一)대 련주인 차석두는 사흑련의 개파에 대한 명분을 천하에 밝혔다.

『-마사요독.

예로부터 강호를 어지럽힌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자들이여. 그대들의 본질이 진실로 그러한가를 묻고 싶다.

강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졌지만, 타고난 신분이 미천하고, 가진 것이 없어 흑도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대들에게 묻겠노라.

그대들은 강호를 어지럽히고 천하를 뒤흔드는 자들인가?

인간이 도와 검을 들고 적을 베기 시작했듯, 우리 또한 마사요독을 들어 스스로를 보호할 뿐이다.

단지 우리가 가진 무공의 색깔이 혼란하다 하여, 우리 자체를 혼란으로 간주하는 것을 과연 ‘정의’라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노라.

명일 이후로 강호에는 ‘새로운 정의’ 또한 자리하게 될 것이다.

그대들이 선택한 무기가 삿되다 하여 그대들마저 삿되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배경이 없는 자, 자유롭고 싶은 자,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출세하고 싶은 자들이라면 모두 사흑련으로 오라.

우리는 ‘누군가’와 같이 출신 성분으로, 가진 재력으로, 쌓아온 인연으로 사람을 차별하여 쓰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만을 인정할 것이며, 그것으로 그대들을 평가할 것이다.

설사 그대가 마사요독을 증오하던 이들이라 한들, 사흑련에 발 딛길 원한다면 그대의 과거를 판단하지 않겠다.

사흑련에서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단 한 가지.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이다.

그대가 책임지는 만큼 자유를 주겠노라.

언제든 사흑련으로 오라!

사흑련의 문은 닫히지 않노라.』

차석두의 방이 천하에 퍼지자, 강호가 들썩거렸다.

강호의 긴 역사 속에서 흑도 연맹 결성이 시도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만들어졌던 조직은 금방 사라지거나 사조직화되어, 세력이 축소되어 버리기 일쑤였고.

어찌어찌 만들어진 후에도 내부의 자중지란을 못 이겨 금방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차석두의 사흑련은 개파식과 함께 일사불란하게 내부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흑도인에겐 기대를, 백도인들에겐 우려를 자아내었다.

특히 초대 련주인 차석두가 흑도 무림의 제일인이 아니라는 점이, 사흑련의 존속성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갖게 만들었다.

어디 흑도 놈들이 자신보다 약한 이의 말을 듣는 놈이던가.

하지만 매가 무서워 따르는 부하는 언제든 뒤를 칠 수 있다.

그간 흑도 제일인이 만든 연맹들이 그렇게 무너졌다.

때문에, 흑도의 본질인 약육강식을 이용한 세력 형성이 아닌, 체계를 통한 조직 형성이라는 점은 흑도와 백도 모두에게 놀라움을 주는 일이었다.

이로 인해 관망의 자세로 흑도 연맹을 바라보던 흑도 무림의 방파들은,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조바심에 앞다투어 산서성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물론, 백도 문파들은 박수 치며 사흑련의 탄생을 기뻐할 수 없었다.

흑도 문파가 규합하여 사흑련의 규모 자체가 커진다면, 무림맹과 같이 천하로 영향력을 뻗치려 할 것임은 자명한 일.

가뜩이나 사문의 성세 확장을 꿈꾸던 이들에겐 새로운 적이 나타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무림맹엔 사흑련 토벌에 대한 상소가 빗발쳤다.

하지만 혈교와의 전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무림맹에겐 사흑련의 토벌은 요원한 일.

더구나 이제 막 혈교 토벌을 위해 사흑련과 평화 협정을 맺은 상황에서, 행여나 사흑련 토벌이라는 말이 새어 나갈까 오히려 조심스러워했다.

무림맹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각 문파들에 새로운 전언으로 전달되었다.

사흑련을 인정함과 동시에, 향후 경쟁자로서 대하겠다는 것.

눈치가 빠른 이들은 결국 사흑련의 세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했고, 사흑련이 영향력을 펼치기 전에 사문의 세력을 키워야겠다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사흑련을 위시하여 난립하는 흑도 무문은 물론이고, 사흑련이 자리 잡기 전까지 세력을 최대한 키우려는 백도 무문의 움직임에, 강호는 추운 겨울을 맞이했음에도 열기로 끓어올랐다.

#

“자네는 좋겠군. 훌륭한 아들을 둬서 말이야.”

“…….”

여전히 밀려드는 일에 치여 파리한 안색의 진태산 곁에서 왕금산이 부산을 떨었다.

“흑도 놈들이 대천상단 깃발만 들면 알아서 길을 열어준다지? 캬! 이 얼마나 대단하냐 이 말이야.”

그는 짐짓 부러운 듯 말했지만, 진태산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대천상단은 앞으로 표국을 이용할 필요가 없겠어. 사흑련의 영향력이 커지면 천하의 어떤 흑도가 대천상단의 길을 방해하겠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 얼굴이 붉어졌어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기어코 서류 날인에 집중하는 진태산을 보며 왕금산은 오늘은 제법 잘 참는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마음을 터놓고 놀릴 수 있는 친구가 생긴 왕금산이 여기서 멈출 리 없었다.

“아! 자네 그 이야기 들었는가. 자네의 대단한 아들에게 새로운 별호가 생겼다던데.”

우뚝.

필사적으로 왕금산의 이야기를 무시하던 진태산도, 아들녀석의 별호 이야기가 나오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별호요?”

그간 흑염룡이라는 불길하기 그지없는 별호가 얼마나 신경 쓰였던가.

금은동 형제의 별호가 흑혈삼룡에서 철벽삼룡으로 바뀌었듯이, 흑염룡이란 별호도 빨리 다른 것으로 바뀌길 바라왔던 진태산이었다.

아닌 적하지만 기대감이 잔뜩 어린 진태산의 얼굴을 보며 왕금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말일세…….”

괜히 뜸 들이는 왕금산에 진태산의 미간이 일그러지려는 순간.

“흑미륵이네. 흑미륵!”

“!”

……진태산의 얼굴 전체가 야차처럼 흉악하게 구겨졌다.

얼마나 놀랐던지 그는 자신이 검토하던 서류가 까매지든 말든 붓마저 아무렇게나 놓아버렸다.

왕금산은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며 감탄성을 터뜨렸다.

“캬! 대단하지 않은가? 도가 무문의 제자가 ‘미륵’이라는 별호를 받다니.”

“노, 놀리지 마십시오. 농담에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진태산이 급기야 말까지 더듬었지만, 왕금산은 더없이 신이 난 표정이었다.

“믿기지 않지? 나도 그래서 개인적으로 개방과 하오문에 확인을 해봤다네.”

“……개방과 하오문……?”

“그렇네. 어찌 그런 별호가 생겼는지, 그 연유가 무엇인지 말이야.”

아니, 별호 하나 확인하자고 그 비싼 정보단체에 돈을 지불했다고?

“놀라지 말게.”

왕금산은 짐짓 비밀 이야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진태산은 형용할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 오는 듯했…….

“자네 아들이 ‘관심법’을 쓴다는군!”

시벌, 이건 또 뭔 소리야.

“자네 아들의 시선이 사흑련의 혹도들에게 닿을 때마다. 그 흉악한 놈들이 스스로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하더군. 진짜 대단하지 않나!”

“…….”

“크하하하하하하!”

마지막 웃음만 아니었다면 진짜 감탄했다고 믿었을 텐데.

진태산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하시지요.”

그의 음성이 스산하게 깔린다.

삼류이긴 하나, 그래도 무인.

왕금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억지로 참아 눌렀다.

이어 진태산이 정중하게 문 쪽으로 손을 내뻗었다.

“다 놀리셨으면 이제 나가주시겠습니까? 제가 일을 해야 해서 말입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진태산.

안 그래도 피골이 상접한 얼굴에 굳은 표정까지 더해지니 사람이 꽤나 무섭게 보인다.

“저어…… 여긴 내 집무실이기도 하네만.”

“……그럼 일을 하시든지요.”

“큼, 큼…….”

결국 진태산의 맞은편에 착석하는 왕금산.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 진태산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 척하던 그가 다시금 슬쩍 입을 열었다.

“하나 물어도 되겠나?”

“……아들에 관한 겁니까?”

왕금산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닐세. 다른 건이네.”

“말하십시오.”

“흐음…….”

잠시 침묵이 주위로 가라앉고.

왕금산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태을문은 언제까지 봉문을 이어갈 생각인가?”

“…….”

서류를 보던 진태산이 왕금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왕금산은 얼굴에 묻어나던 웃음기를 지우고,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개방과 하오문을 통해 천하의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다른 것도 듣게 되었네. 바로 백도 무문들의 득세.”

“…….”

“사흑련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자신들의 성세를 확장하기 위해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돌더군.”

사흑련이 없을 때는 오직 무림맹의 눈치만 보면 되었다.

하지만 사흑련이 나타나고 흑도 무문들까지 성세를 펼치게 된다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영향력마저 줄어들 위험이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백도 무문들은 사흑련이 지부를 만들기 전에 자신들의 사문의 영향력을 키우려 무리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던 것.

“대천상단이 태을문의 소유란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네. 벌써 안휘성 내에서도 대천상단을 견제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상단 운영에 제동이 걸릴 거야.”

“그렇겠지요.”

합비의 터줏대감인 철검문과 안휘성의 맹주인 남궁세가.

이 두 곳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협력의 수준.

실제 무력 항쟁이 일어날 경우, 그들이 나서줄지는 모를 일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태을문이 봉문 중임에도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기에, 대천상단의 성세가 커질수록 위기 역시 더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태산의 표정을 살피던 왕금산이 본론을 꺼냈다.

“슬슬 문을 여는 것이 어떤가? 대천상단에 손을 뻗어 오기 전에 태을문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이건 진태산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왕금산으로서는 현재 상황에서 태을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었을 뿐.

잠시 고민에 잠겼던 진태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태을문이 이전과 달리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아직 문을 열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겠지.”

사조의 무공을 되찾고 광산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들, 무력은 하루 이틀 사이에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광산과 대천상단을 통해 들어오는 돈으로 영약과 각종 무공에 도움될 만한 것들을 사들이고 있지만, 경쟁자들을 쫓아가기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왕가장은 백과 흑, 그 어느 곳에도 적을 두고 있지 않네. 때문에 관의 일이라면 몰라도, 강호의 일에는 끼어들 수는 없어.”

“알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왕가장으로부턴 이미 갚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만 보아도 왕가장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제 일처럼 먼저 걱정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진태산은 재차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아직 꽃도 피지 않았는데 열매부터 딸 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시기를 인간의 힘으로 앞당길 수 없다.

그리고 대천상단에겐 지금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했다.

“하긴, 그거야 그렇지.”

심각한 표정을 짓던 왕금산이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 말게. 혹여 태을문과 대천상단에 시비를 거는 자가 나타났을 때, 정히나 안 되면 낭인 시장에 돈을 풀어 숫자로 밀어버리면 되지 않겠나.”

왕금산의 돈이 대천상단을 돕는 순간, 왕가장도 이 알력다툼에 한 발 걸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왕가장이 얼마만큼 손해를 볼지는 감히 가늠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진태산이 왕금산에게 쉬이 도움을 청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태산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자신과 태을문을 위해주는 ‘친우’의 마음이 느껴졌기에.

진태산은 친우를 향해 정중히 포권을 쥐었다.

“감사합니다. 왕 가주님.”

“에헤이! 이 사람! 우리 사이에 갑자기 왜 이러나!”

쑥스러운지 볼을 긁적이던 왕금산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인다.

“내가 이리 말하긴 했지만, 누가 감히 대천상단을 함부로 넘볼 수 있겠나.”

“네?”

대천상단이 급격하게 성장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리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진태산이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천하의 흑미륵, 진소운의 사문이 운영하는 상단 아닌가……! 관심법이 두렵지 않고서야 누가 감히 대천 상단을 노린…….”

와장창-

“그, 그건 내려놓고 말……!”

왕금산은 갑자기 벼루를 집어 드는 진태산의 모습에 혼비백산하여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

“어디서 오셨다고요?”

진태산의 물음에 사내가 오만하게 대답했다.

“수라문.”

그리고 잠시, 옆에 앉은 왕금산의 눈치를 보더니 덧붙였다.

“……이라 했소.”

수라문.

소림의 속가제자인 장영기가 독자 무공인 수라권법을 창시하면서 세운 문파였다.

장영기를 시작으로 후대의 사라들이 새로운 무공에 기반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지만, 최근엔 소림사의 속가무문이라 불리고 있으며 안휘성의 소림사 지부 역할도 맡아 하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이곳엔 어쩐 일로…….”

진태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자, 사내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제안 드릴 게 있어 왔소이다.”

“제안 말입니까?”

“그렇소.”

수라문은 소림사의 입김을 받은 후 백팔봉 중에서도 상위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 대단한 문파가 대관절 대천상단에 무슨 볼일이 있어 왔다는 것일까?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진태산이 말했다.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

수라문의 사내가 잠시 시선을 돌려 왕금산을 바라봤다.

외부인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현.

이를 알아차린 왕금산이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크흠…… 불쾌하군. 나 왕금산이 진태산과 의형제이자 사돈이 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모를 사람이 없을 텐데.”

진태산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의형제는 뭐고, 사돈은 뭡니까?”

“크흠! 자네는 가만히 있게. 내가 이야기할 테니.”

왕금산은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진태산은 결국 왕금산을 밖으로 내보냈다.

“무슨 이야기인지 나중에 꼭 얘기……!”

쾅-

진태산은 힘겹게 왕금산을 집무실 밖으로 쫓아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왕가장과 대천상단이 막역한 사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요.”

“흠……. 그렇습니까.”

둘만 남은 공간.

수라문의 사내는 뚫어질 듯 진태산을 바라보았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진태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고자 하시던 얘기가 무엇입니까?”

“수라문이 최근 작은 상단을 하나 열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안휘성의 주요 정보는 매일 왕금산을 통해 진태산에게 전해진다.

진작 이 소식을 알고 있었으나, 이미 안휘성의 터를 단단히 잡고 있는 대천상단이나 왕가장에게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빨라지겠군요.”

사내가 잘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본 문은 상단을 조금 키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후에 ‘소림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말이지요.”

콕 집어 ‘소림사’를 또렷하게 언급하는 사내.

진태산은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으나, 잠자코 사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헌데 본 문의 사람들은 도통 상재가 없는 것인지, 상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흐음…….”

“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왕금산이 사라진 집무실.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던 수라문의 사내는 짐짓 오만하기까지 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수라문은 대천상단을 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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