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66화 (266/357)

266. <빌어먹게 그리운 얼굴>

사천에 파견되었던 무사들이 돌아왔다.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 전투.

흑도와의 끝없는 신경전 속에서 심신이 지친 무사들에게 겨울 초입의 복귀 행군은 고된 노동이었다.

하지만 호북성 성도 무한에 당도하는 순간.

“와아아아아아! 무림맹의 무사들이다!”

“강호의 정의를 지켜냈다!”

“무사님들! 저도 무림맹에 들어가고 싶어요!”

귀환한 영웅의 풍채를 보기 위해 성도 입구부터 대기한 수많은 인파들의 모습에, 무거운 짐으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던 무사들의 자세가 다시금 꼿꼿하게 세워졌다.

먹을 것을 전해주는 아이들.

전서를 전하는 여인들.

지나가는 무사들에게 술잔을 넘기려는 술꾼들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혈교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그들을 칭송해 주었고, 고된 전쟁으로 인해 마음이 깎여 나갔던 무사들은 그 빈자리를 벅찬 충족감으로 대신 채웠다.

무림맹 생활을 오래 하며 여러 전쟁을 겪어왔던 선배들은 첫 전쟁을 경험한 햇병아리들이 마음 편히 환대를 만끽하도록 도와주었다.

“멍청아, 부끄러워 말고 가서 전서 받아와라!”

“꼬맹이들이 주는 건 무조건 받아. 녀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다.”

“술은 받지 마! 아직 마지막 신고가 남아 있으니까.”

첫 전쟁의 참상과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신입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전서를 잘못 받아 다시 빼앗긴 무사도 있었고, 술꾼이 주는 술을 받아 먹다가 고주망태가 된 이들도 있었다.

그런 동료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웃음이 잦아들 만하면 또 한 번 놀리며 끊임없이 웃고 떠들었다.

평소보다 더욱 과장되게.

참혹한 전쟁 따윈 겪지 않았다는 듯이.

억지로 즐거움이 가득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환대를 즐겼다.

#

무림맹의 대 연무장.

사천에서 돌아온 무사들이 정렬했다.

단상 위엔 무림맹의 원로들이 자리했고, 그 중앙에 선 무림맹주가 용맹한 무림맹 무사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사자후를 발산했다.

[수고했단 단순한 말로 그대들의 업적을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옹혼하고 묵직한 음성이 대 연무장 곳곳에 울려퍼진다.

[맹에 소속되어 월봉을 받는다 하여 그대들의 목숨을 저당잡을 순 없는 것이기에, 이번 그대들의 참전은 숭고하기 그지없소.

누군가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누군가는 그 험한 땅에서 돌아오지 못했소.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만 사람이 벌인 싸움에 하늘을 끌어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나 다름없다 생각하오.]

살아남아 이곳에 선 자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잃었다.

용맹한 무사라는 이름은 동료의 시체와 핏물 위에 세워진 누더기 같은 명예다.

이를 알기에 승리를 안고 돌아오는 발걸음도 한없이 무거웠다.

사람들의 환대에 더욱 크게 웃은 것 역시 그들 나름의 의미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그대들의 희생은 숭고하기 그지없소. 전쟁이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반드시 피해를 만들어 내오.

그리고 그 피해는 강한 사람보다 약한 사람들 사이로 더욱 빨리 번지기 마련이오.]

전쟁의 참상과 삶에 대한 회환으로 무사들의 머리가 어지러워질 때쯤. 혁무강의 확신에 찬 음성이 공간을 뒤흔든다.

[그대들의 승리는 그저 그대들의 존재를 증명한 것에서 결코 끝나지 않소!

강호를 살아가는, 그리고 천하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냈음을 기억해 주시오.

나의 진심을 담아 생환한 그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오. 천하를 지켜주어 감사하오.]

혁무강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쥔다.

이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무사들도 저마다 포권을 쥐고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존명!”””

동시에 외친 함성이 무림맹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잠시 뒤, 혁무강이 고개를 들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밤은 그대들을 위한 연회를 준비했소이다. 부디 그간의 여독을 푸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소.]

혁무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사들의 함성이 무림맹을 가득 채웠다.

“““와아아아아아아!”””

억지로 내뱉는 외침이 아닌 진심이 가득 담긴 함성이었다.

#

“……좀 빨리 걸으시지요.”

만통부원의 재촉에 맹주원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네놈은 맹주님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냐, 나는 숭고한 희생을 하고 온 사람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나도 오늘 연회를 즐길 자격이 있지 않느냐!”

부원이 한숨을 길게 내쉰다.

“저라고 마음이 편하겠습, 커헉……!”

갑자기 부원의 목을 감고 난리를 피우는 맹주원.

“그러니까! 나를! 못 찾았다고! 보고하라니까!”

“끄으아악……!”

부원은 그의 손을 마구 치며 비명을 질렀다.

“컥…… 아니, 총군사께서 어디 가면 있을 거라는, 켁…… 것까지 맞혔는데 어떻게 모, 모른 척하란 겁니까!”

“……총군사님은 무섭고 난 안 무섭더냐?”

“크헉, 당연히 부장님도 무섭지……만 총군사님은, 끄읍……! 부장님도 무서워하지 않습니까!!”

“…….”

맹주원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부원은 목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꽥 내질렀다.

“그, 그만 그만!!!”

“……에휴.”

결국 부원을 놔준 맹주원이 관자놀이를 꾸욱꾸욱 눌렀다.

“그렇게 바쁘냐?”

“쿨럭, 흐으…… 미칠 지경입니다.”

“하……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래서 일부러 후속 부대에 남아 모두 수습하여 나중에 복귀하겠다고 한 것인데.

당장 맹주원을 돌려보내라는 만통부의 추상같은 명령에 사천지부장이 발발 떨며 선두 조에 맹주원을 넣어버렸다.

결국 그는 전투 중에도, 전투 후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업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애착 인형의 삶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

“저희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일선에서 가장 바쁘셨던 분이 부장님이신 것도 알고요.”

말을 하는 부원의 눈두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검게 그을린 모양새가 피곤이 겹겹이 쌓여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치만, 저희도 지금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특히 총군사님은 더 하실 거고요.”

“…….”

“저희 지난 한 달간 하루 한 시진도 못 잤습니다. 총군사님은 만통부를 벗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시고요.”

부원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장기 휴가를 드리라고 꼭 건의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부장님이 안 계시면, 사천에 남은 인원들도 무림맹에 돌아온 인원들도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맹주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다.”

“네?”

“알았다고! 가자고!”

“모, 모시겠습니다.”

앞서는 부원의 발걸음이 휘청거린다.

대체 얼마나 피곤이 쌓였던 것일까?

그나마 자신은 전쟁터에 있긴 했지만, 자는 시간은 따박따박 지켰었다.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야간에 막사에 불이 켜지면 상대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불을 껐던 것이다.

반면, 만통부원들은 그런 제약도 없이 계속 일을 했다 생각하니 하루를 쉬겠다고 말한 자신이 철 없게 느껴졌다.

만통부가 있는 본관에 다가가자 대 연무장 주변의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대 연무장은 모두들 연회를 즐기고 살아 돌아온 동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느긋한 분위기였다면, 본관 일대에는 전쟁이라도 난듯 의관이 흐트러진 것도 모른 채 열심히 뛰어다니는 문사들이 즐비했다.

만통부에 들어서자 맹주원을 이끌었던 부원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부장님이 돌아왔다!”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어?!”

“엇!”

“부, 부장님!”

만통부원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맹주원에게 달려왔다.

항시 함께 일하던 부원들이었지만 이런 환대는 처음인지라 맹주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응하는 사이, 부원들은 감정에 복받쳤는지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자식의 생환 소식을 들은 부모의 반응이 이럴까?

만통부는 갑자기 눈물바다가 되었고, 부원들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한다는 것에 감동 받은 맹주원마저도 가슴이 울컥 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응? 뭐지?’

습기가 찬 시선 사이로 자신을 데려왔던 부원의 눈두덩이가 왠지 좀 전보다 하얗게 보이는 건 왜일까.

“드디어! 드디어 돌아갈 수 있어!”

“집이다! 집에 가서 잘 수 있어!”

“난 자유야!”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떨구는 부원들.

그들은 어느새 주섬주섬 제 물건을 챙기고 만통부를 나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맹주원은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다.

“지,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자신을 안내한 부원을 잡고 물어 보자.

“넷! 퇴근하는 길입니다.”

……부원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맹주원은 무언가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퇴, 퇴근이라니? 할 일이 많다면서?”

“부장님이 돌아오시면 저희를 퇴근시켜 준다고 하셨거든요.”

“…….”

“그럼, 이만!”

어느새 눈두덩이의 검댕이가 모두 사라진 부원이 해맑게 웃으며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만통부를 나갔다.

맹주원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 무슨 개 같은…….’

그리고 그때.

안쪽에선 하루도 퇴근하지 못하고 만통부에서 살았다는 제갈소명이 너무도 멀끔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왔느냐?”

“…….”

“이제 일해라.”

그리고 그제야 맹주원은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빌어먹을 만통부원들이 서로 짜고 자신을 저 악귀 같은 상사에게 팔아먹은 것이다.

“아 참!”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려던 제갈소명이 다시금 되돌아와 맹주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수고했다. 너야말로 진정한 호갱이다.”

“…….”

“응? 표정이 왜 그러느냐?”

호갱이라면 호랑이 아가리에 제 발로 들어가는 등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맹주원은 가뜩이나 열 받아 있는 자신을 모욕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너무 분노가 치밀어 차마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갈소명이 뿌듯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호오, 너무 극찬을 받아 감동한 게야?”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뭐가 잘못된 걸까?

#

학기 말 실전 평가 하나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나는 학관 대표단 인원들과 무한의 거리로 나섰다.

내가 없는 동안 고생해 준 대표단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과연 입에 뭘 넣을 자격이나 될까요?”

성적표를 받아 든 성모란은 며칠째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화랑 같이 폐관수련이나 들어가는 건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 옆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금표.

“그러게 말입니다. 누가 그러길 무(戊) 평가를 받은 사람은 자라 대가리라고 하더라구요.”

“뭐?! 누가!”

성모란이 표독스런 눈빛으로 노려보자 금표의 손가락이 슬쩍 은호에게로 향한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꺾 삼키는 은호를 노려보던 성모란이 이내 한숨을 내쉰다.

“맞아…… 난 자라 대가리야. 그냥 껍질 속에 들어가 있어야지.”

기가 죽은 성모란과 금표를 응원하기 위해 바람을 쐬러 나온 참이었다.

나는 애써 그녀를 위로했다.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 모란 소저. 아직 뒤엎을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에휴.”

내 위로에 한숨을 내쉰 성모란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런데요.”

“네. 왜 그러십니까?”

“왜 그쪽은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는데 다 갑(甲) 평가인 거예요?”

거, 저러다가 눈에서 불이라도 튀어나오겠네.

나는 왠지 모를 살기가 어린 성모란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음, 예습 복습을 잘했으니까요?”

사실 학관의 시험이란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만통부의 서류도 그렇지만 만서고의 책과 문서를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은 내가 시험 점수를 낮게 받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나.

근데, 성모란 소저의 눈빛이 더 사나워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해 옆을 바라보자.

“그쵸, 사형! 아직 뒤엎을 기회가 있지요?”

금표가 눈을 반짝거리며 내게 물어왔다.

저저 속도 없는 놈, 으휴.

나는 순식간에 녀석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일갈했다.

“이 자라 같은 놈아! 넌 앞으로 어디 가서 태을문 출신이라고 하지 마라. 창피해 죽겠으니까!”

“…….”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 금표를 내버려 두고 거리를 걸었다.

활기찬 상점가의 분위기를 만끽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성모란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평소보다 유달리 사람이 많은 듯하네요.”

“아마 하급무사 모집 때문에 그럴 겁니다.”

“하급무사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천의 일로 백랑각과 흑랑각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하더군요.”

“…….”

전쟁 속에서 피해가 나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그 피해가 일부에 국한된다는 건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대대적인 모집을 한다고 벌써 공고를 올렸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리가 다른 사람의 자리로 쉬이 대체된다는 건,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제야 인파가 몰린 연유를 이해했다는 듯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는 성모란.

“사람들이 몰린 이유가 있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뭐가 좋은 자리라고.”

“네?”

나는 애써 쓴웃음을 숨겼다.

“그냥 혼잣말입니다.”

아마 이쯤, 내가 속했던 소정대의 인원들이 모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몇 번의 일을 겪으며 솎아지고 또 채워지고를 반복할 것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내가 알던 소정대가 만들어지겠지.

그사이 그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는 이미 머릿속에 남아있고.

막 두 번째 생을 맞이했을 때는, 그들을 말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정대 새끼들은 매일 밤마다 무림맹에 지원한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녀석들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그 새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사흑련의 일도 그렇고 야율극의 일도 그렇고, 근래에 들어 어쩐지 그 징그러운 얼굴들이 자주 떠오른다.

‘벌어먹을 소정대…….’

나도 모르게 씁쓸하면서도 그리움이 담긴 미소가 입가에 지어졌다.

그때, 은호의 목소리가 상념을 일깨웠다.

“대사형, 자리가 있답니다.”

“그래.”

장소를 섭외하러 갔던 은호의 말에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순간.

‘어?’

인파 사이로 보인 낯익은 얼굴에 일순 몸이 굳어버렸다.

징그럽고, 증오하고, 경멸했던 존재.

그럼에도 등 뒤를 맡길 수 있었던, 서로에게서 위로받고 서로를 위로했던 존재.

분명, 그 얼굴이었다.

“대, 대사형!”

나를 부르는 은호의 외침이 공중으로 흩어지고.

‘설마…… 설마……!’

나는 빽빽하게 쌓인 인파 사이를 태을팔만신보를 펼쳐 파고들어 갔다.

그렇게 십 장의 거리를 뚫고 나간 뒤에야 그 인원의 어깨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 전장에서 목숨을 내던지며 내 앞을 막아서던 그 뒷모습.

“……야율재!”

“응?”

고개를 돌린 사내는 분명, 내가 아는 그 야율재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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