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 <탈출(2)>
칠(七) 대 괴공.
미친놈들로 가득한 마교 내에서도 특이한 것으로 분류되는 마공 중의 마공.
그 괴공 중 변변괴마공을 익혔다는 건, 저 새끼가 어지간한 씹새끼보다 더 씹새끼라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물론 마교 놈들 중에 씹새끼가 아닌 놈들을 찾는 게 더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 특이한 외형과 더불어 때려죽일 식인 행위 덕분에 놈의 정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사군 냉옥환.
물론 놈의 정체를 파악한 건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천동굴에서 놈과 마주했었다는 것도 섬뜩한데.
그 미친놈이 이번엔 우리를 말살할 계획으로 왔다다니, 이건 아무리 봐도 좋은 소식이 아니니까.
‘하지만…….’
폭주하는 제금학의 선천지기를 빨아들여 단전은 물론이고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기운을 머금고 있던 나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고민할 시간 따위가 없었다는 게 정확하겠다.
일단은 이 기운을 쏟아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으니까.
펑! 퍼퍼퍼펑!
성화멸마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니 손의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은 광채가 빛난다.
그리고 그대로 놈에게 전심전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화르륵.
인간 같지 않은 긴 털, 퀴퀴한 냄새를 뿜으며 손쉽게 불길이 번진다.
털 자체엔 감각이 없다지만, 불붙은 털은 금방 그 열기를 피부 속으로 전달한다.
“끄아아악!”
그러게 누가 짐승마냥 그렇게 털을 기르라던가?
놈이 불길에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타 내공을 적광검에 불어넣었다.
백월제천삼식
제 一식
극쾌
검은 무정하게 놈을 베어 넘긴다.
쐐액-
뒤따라오는 파공음과 함께 놈의 몸에 대각선의 긴 혈선이 그려진다.
쩌억.
“끄어억!”
검붉은 핏물을 쏟아내며 뒤로 넘어가려 하는놈.
마무리를 하기 위해 다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붉은색의 긴 천이 날아와 재빠르게 냉옥환을 둘둘 감는다.
불길에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르던 놈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놈은 이제 붉은색의 옷을 입은 기괴한 여자처럼 온몸을 붉은 천으로 뒤덮은 채였다.
“끄윽…… 빌어먹을 놈. 잠깐 방심했다고…….”
우르르릉.
나는 녀석이 말을 내뱉는 틈을 타 광천신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응?”
놈의 말이 끝나기 전에 광천신장을 쏟아내었다.
콰콰콰콰콰쾅.
커다란 격기와 함께 휘몰아치는 장력에 대지가 온통 떨려온다.
“크아악! 자, 잠…….”
아직 내공을 소모하기엔 한참이나 여유가 있었기에 다시금 광천신장을 준비해 쏘아낸다.
콰콰콰콰콰쾅.
연달아 두 대에 달하는 광천신장이 휩쓸고 간 뒤 냉옥환을 감싸던 붉은 천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놈의 온몸에선 통째로 살이 떨어져 나가 피를 흘리고 있었고, 더러는 뼈가 보이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미치겠네…….”
그럼에도 그 광경을 보던 남화성이 침음할 수밖에 없었던 건.
사아아아-
놈의 몸을 가른 상처가 벌써 회복되었기 때문.
“저거 대체 뭔데……!”
광천신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겼던 상처도 어느새 수복되기 시작했다.
“진 단주…….”
“단주님…….”
냉옥환과 대치하던 이들이 황망한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하긴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존재라니.
그 지긋지긋한 만년토웅을 다시 대치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거 써는 것도 제법 힘들었지. 근데 뭐.
나는 무감하게 답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만년토웅을 상대하며 벌써 경험하지 않았는가.
상대의 대가리가 깨지지 않으면 깨질 때까지 때리면 되는 거다.
더구나 방금 전 몸에 좋은(?) 남자를 통해 내공도 모두 회복했고, 단전도 늘어났다.
어쩐지 몸의 상처도 모두 치료된 상태.
“어디 얼마나 단단한지 보자 이 개새끼야!”
태을팔만신보를 밟으며 놈에게 짓쳐들었다.
놈은 공격식을 취하며 언제든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공격이라고?
미친 새끼들.
변변괴마공은 단지 외형의 변화나 괴물 같은 회복력, 끈질긴 생명력에만 그치는 마공이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지만.’
변변괴마공의 가장 무서운 점은, 공격에 치우친 마교 특유의 무공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강점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뚜둑-
본래의 마령신권은 더욱 선명하고 더욱 확실한 공격의 형태를 선보이지만, 놈이 쓰는 저 마령신권은 되려 그 존재감을 옅어지게 만든다.
뻥! 뻐버벅!
터져 나오는 격기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며 더욱 전진하자 이어 구절분뢰마권을 펼치는 짐승 냉옥환.
분명 서로 다른 무공임에도 마치 연환권인 듯, 그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미미한 전류흔과 함께 권의 괴적을 따라 검은색의 전뇌가 쏟아져 나온다.
꽈과광.
포식갑을 들어 막았지만, 전류는 내부를 파고들어 온몸의 시신경을 태워 먹으려 한다.
나는 더더욱 압도적인 내기를 쏟아내는 것으로 전뇌를 털어내며 동시에 놈에게 반격한다.
우르르릉-
놈도 내가 뭘 할지 예측한 것일까?
놈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이런 미친 새…….”
나는 지체 없이 광천신장을 쏟아 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광천신장을 피해내려는 놈을 향해 쌍천검결을 쏟아냈다.
“젠장!!!”
피했다고 안심했던 놈의 얼굴이 다시금 일그러지고, 그에 화답하듯 놈의 머리 위로 수십 개의 검기가 쏟아져 내린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고기완자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공격임에도 놈은 여봐란듯이 공격의 범위에서 탈출했다.
퍽!
얼마나 강하게 땅을 박찼는지 사방 일장의 흙더미가 거칠게 속살을 드러냈다.
“…….”
나는 놈에게 비룡조를 쏘아 놈을 끌어당겼다.
“으어억!”
정신없이 끌려오던 놈에게 성화멸마수를 처박으려 하는 순간.
쉐에엑-
붉은 강기가 뱀처럼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빙화사와 상대하던 학관생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단주! 조심하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은 강기가 냉옥환의 몸에 닿으며 폭발했다.
저거 조준도 제대로 못 하나?
뻐억-
하지만 내가 이 미친 새끼들을 너무 물로 봤다.
냉옥환과 나의 한가운데서 정통으로 폭발한 붉은 강기의 여파는 나에게도 전달되었다.
와, 미친놈들…….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 동료를 공격한다니.
‘어차피 변변괴마공은 회복할 수 있다 이건가? 허, 아무리 그래도.’
진짜 다시 경험해도 이해가 안 가는 섬뜩함이다.
뭘 뿌리려 이렇게까지 공격을 했나 싶어 확인하니.
“윽…….”
피부가 타는 듯이 고통이 밀려 들어왔다.
‘혈독’
빙화사의 무공 중 하나인 혈독은 중독을 막지 못하면 전신으로 깃들며 장기를 모두 녹여 버린다.
나는 재빨리 중독된 기운들을 손에 모아 급하게 성화멸마수를 펼쳤다.
화르륵.
기운이 타오르며 검은색의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전력으로 무공을 펼치고 한참 지난 후에야 독기를 태울 수 있었다.
어느새 인근으로 다가온 빙화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호오…… 시마혈독을 극복하다니. 혹시 사천 출신이라도 되나?”
빙화사를 상대하던 학관생들을 바라보니, 벌써 혈독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안색이 파리했고.
철순직과 당기한이 이편으로 달려오고 있긴 하지만 한눈에도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무리 수준 차이가 있다곤 해도 이 정도로 몰리는 건, 놈들의 무학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괴랄하기 때문일 터.
마땅한 대응 방향도 없는 상황.
전세를 뒤집을 방법 역시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내 앞에서 여전히 기괴한 웃음을 흘리는 미친년.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변태들이네 씨바.
“니 친구도 처맞았어 이 미친년아.”
머리가 복잡해지자 욕지거리가 툭 튀어 나간다.
욕설을 듣고 처음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던 빙화사가 다시금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재밌네. 정말 재밌는 놈이야.”
그러나 이내, 우뚝 웃음을 거둔다.
“흐음.”
그러더니 뭔가를 가늠하듯 내 위아래를 살핀다.
“특이한 무공을 익혔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으흥.”
기다란 손가락으로 제 볼을 톡톡 두드리던 빙화사의 눈동자가 일순 반짝 빛난다.
“……!”
그러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튼다.
“화정을 먹은 게 네놈이었어.”
“뭣!?”
옆에서 시마혈독에 당해 고통스러워하던 냉옥환이 번쩍 고개를 쳐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흑-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백도 놈 따위가 흡수할 수 있는…… 쿨럭.”
놈의 말이 끝나기 전에 다시금 성화멸마수를 펼쳐 달려들었다.
냉옥환이 혈독에 중독된 게 맞다면.
시마혈독이 중화되기 전에 놈을 잡아야 한다.
변변괴마공이라도 시마혈독을 해독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테니까.
팅.
하지만 빙화사는 가만히 기다려 주지 않았다.
손가락을 튕기며 예의 붉은 강기를 쏘아낸다.
나는 일부러 속도를 더욱 내어 앞으로 달려갔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피하는 게 나을 테니까.
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내뻗었다.
그리고 최대한 붉은 강기를 향해 연화의 묘리를 담아 검을 비틀었다.
스르릉.
묘한 파공음과 함께 붉은 강기의 경로가 뒤틀리며 귀 옆을 지나간다.
더불어 반탄력에 의해 적광검이 손에서 빠져나가 버렸지만, 굳이 다시 줍지 않았다.
지금은 적광검보다 성화멸마수가 더 효과적이니까.
펑.
뒤쪽에서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더욱 빠르게 냉옥환에게 들이닥쳤다.
“이, 이 빌어먹을 놈이……!”
아직 채 회복되지 않은 냉옥환이 급격하게 주먹을 내지른다.
나는 녀석의 주먹을 막거나 흘리는 대신 공격에 더 집중했다.
원치는 않았지만, 금강청의 효능을 시험해 볼 때였다.
그 순간.
뻐억-
갈비뼈가 모두 부러져 버릴 것 같은 충격이 느껴진다.
그 충격이 얼마나 강한지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몸이 통째로 뚫리는 듯한 고통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버텼다?’
갈비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진짜로 버틴 것이다. 누가 들으면 엄청 좋아하겠군. 아무튼.
“후아…….”
내 두 손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
나는 손목을 한 차례 풀고는.
“내 차례다 이 개새끼야!”
곧장 녀석에게 똑같이 돌려주었다.
물론 파괴력은 내 쪽이 훨씬 더 크다.
퍼펑! 퍼퍼펑!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냉옥환의 몸이 온통 불길에 휩싸인다.
그사이 나에게 다가오려던 빙화사를 당기한과 철순직이 막아섰다.
‘부디 조심해야 할 텐데…….’
이내 다른 이를 걱정하던 생각을 털어냈다.
어차피 여기서 이 둘을 처리하지 못하는 한 살아 돌아갈 수 없다.
“끄어억!”
냉옥환이 빙화사의 삽질로 위기에 몰린 상황.
이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는 가장 강력한 힘을 다해 성화멸마수를 뻗어냈다.
퍼펑! 퍼퍼펑!
놈의 털을 태우고, 살점을 폭파시킨다.
비룡조를 던져 적광검을 회수한다.
다시 쥐어진 적광검에는 검강이 피어오른다.
곧장 적광검을 휘둘러 길게 검상을 만든다.
서걱, 서걱.
“호오…….”
놀랍게도 네 번째 검상을 만들 때쯤 벌써 첫 번째 검상이 치료되고 있었다.
시마혈독에 중독된 상태임에도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그다음부턴 검상이 난 곳에 성화멸마수를 뻗었다.
퍼펑!
“크아아아아아아악!”
갈라진 살점에 불길이 닿고, 그 불길이 내부의 마기를 쫓아 독처럼 번져 나가며 놈은 더더욱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죽여 버리겠다……! 죽여 버릴 거야!!!!”
어지간한 인간이라면 진작 죽고도 남았을 상처를 입고도, 처음 그대로의 기량을 선보인다.
곁눈질을 하니 번쩍이는 대머리가 보인다.
“놈을 잡아!”
내 외침에 일각이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며 냉옥환의 뒤에서 놈을 잡았다.
냉옥환이 일각을 뿌리치는 사이, 나는 성화멸마수를 놈의 아가리 속에 처넣었다.
“끄어어억!”
목구멍이 말 그대로 타오르기 시작한 냉옥환은 그 어마어마한 짐승 같은 치악력으로 내 팔을 잘라내려 했지만.
우우우웅-
나는 곧장 청룡환을 발동시켰다.
“그그그그그그어어어억!”
마치 풍이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는 냉옥환.
놈의 상처 회복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그리고 그 마지막의 순간에 놈의 심장에 적광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끄억…….
팔을 잘라낼 듯 악물고 있던 주둥이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그 거대한 거체가 뒤로 넘어간다.
쿵.
나는 다시 한번 성화멸마수를 일으켜 녀석의 찢긴 심장에 박아 넣고 동시에 머리에 불꽃을 피워 올렸다.
“허어, 허어, 허어.”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었다.
잡았다. 그 빌어먹을 사군마저 잡아냈다.
“……네놈.”
빙화사가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훨씬 보기 좋네.
아까부터 그 못생긴 면상이 너무 거슬렀거든.
나는 불쏘시개가 되어 타오르는 냉옥환의 몸뚱이를 턱끝으로 가리켰다.
“얘가 죽은 건 너 때문이다. 알고 있지? 네 등신 같은 독이 얘를 죽인 거야.”
내 이죽거림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내 예상보다 수준이 쓰레기였던 거뿐이지.”
“……그래 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지.”
나는 천천히 빙화사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우르르릉
곧장 광천신장을 쏘아냈다.
콰콰콰콰콰쾅.
하지만 빙화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들려오는 냉기 가득한 목소리.
“어차피 세상의 주인은 정해져 있어. 그 앞에서 고통스레 죽을지 아닐지만 결정할 뿐이야.”
목소리가 들려온 건 냉옥환이 있던 자리.
대체 어느새?
어지간한 경신법의 고수들도 놀랄 만한 실력.
마공을 떠나 무공에 대한 깊이가 상당해 보인다 했더니.
“그놈은 이미 죽었어.”
내 냉소에 빙화사가 불길한 미소를 보인다.
“이 녀석이 익힌 무공이 뭔지 모르는구나.”
“뭐?”
“훗.”
뭐가 좋다고 쪼개는 거지?
이번 일로 놈들이 원하던 것들은 모두 실패했는데.
“걱정 없어. 소마께선 이쪽 이야기를 더 좋아하실 테니까.”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도, 일을 실패 했다는 분노도 표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 일이 끝났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 모습.
그런 태연자약한 태도가 더 소름을 돋게 만든다.
빙화사의 손에서 예의 붉은 천이 뻗어나오며 냉옥환의 시신을 둘둘 두르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학관생들이 녀석을 향해 비도를 날리고 검기를 날렸지만, 닿는 건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 내 강기가 뻗어나갈 때쯤엔, 그 못생긴 년이 냉옥환의 시신을 가지고 이미 절벽 위에 올라선 뒤였다.
“재미있었다. 흑염룡. 다음에 보자.”
흑염룡…… 씨바.
빙화사는 섬뜩한 말과 함께 절벽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 재미라고…….”
놈이 남긴 말을 되뇌던 내게 일각이 물었다.
“흑염…… 아니, 진 단주…… 어쩌실 겁니까? 쫓을 생각입니까?”
나는 절벽 위를 노려보았다.
신법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다.
나와 일각 그리고 몇몇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쫓을 수 있겠지.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도망친다.”
“도망이라고요?”
나는 저 멀리 바라다보았다.
“우릴 습격했던 놈들이 오고 있는 것 같거든.”
먼 곳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마기의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빙화사가 이동하는 것도 그쪽 방향인 걸 봐선 아마도 확실하겠지.
나는 학관생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동료 챙겨! 다시 움직인다!”
“네!”
“존명!”
부상자를 수습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학관생들 뒤로.
나는 빙화사가 사라진 곳을 다시금 바라보며 다짐했다.
언젠가 놈들이 우릴 대하는 것이 재미로 느껴지지 않는 날이 올 거라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라고.
잊히지 않는 기억 속에 강렬하게 박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