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357화 (357/357)

357. <적과의 조우(4)>

‘뭐지?’

처음엔 용소아가 날 죽이려 하나 싶었다.

왜 살아 있냐는 질문은 그 정도로 낯선 것이니까.

더구나 놈은 날 죽여야 할 당위성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마령고원에서의 일이 있겠지.

놈이 잘못을 했고, 그로 인해 무당과 놈의 평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때문에 한동안 정도회 내에서 무당의 힘이 쭉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거기에 더해 하오문과 어느 정도 친밀함을 형성한 이후로 놈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게 했다.

그에 대한 비난도 도통 줄어들지 않게 계속 퍼트렸다.

효과는 상당했다.

그간 알게 모르게 무당의 독단에 반항심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서서 무당을 비난했고, 무당의 행사는 다른 정도회 문파들에 비해 확연하게 위축되었다.

무엇보다 신성시 외쳐지던 용소아의 위명이 빛바랜 것도 사실.

당서희의 말에 따르면 용봉지회 활동을 하는 와중 종종 용소아의 면전에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이 정도만 돼도 어지간한 사람은 자살을 택하거나 소문의 진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파악하려고 애를 쓸 것이다.

누가 봐도 지금의 일방적 비난은, 조금 인위적인 부분이 있어 보일 테니.

당연히 그 소문을 일으킨 놈을 잡아 죽이고 싶겠지.

용소아 정도로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무력함에 발목 잡힐 일도 없을 터.

즉, 굳이 참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용소아가 나를 죽일 생각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한데.’

놈에겐 살기가 없다.

적대심이나 그 비슷한 기세도 보이지 않는다.

‘뭐야 대체.’

그의 얼굴에는 순수한 의문감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뭔…….”

그리고 그것이 살기보다.

“개소리를 하는 거야?”

더욱 불쾌하게 느껴졌다.

일순 용소아의 눈빛이 번뜩 빛났다 이내 사그라든다.

“…….”

그리고 숨 막힐 듯한 정적이 이어진다.

옆에서 바람에 따라 일렁이며 타오르는 횃불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불그림자에 비친 그의 표정이 다시금 무감하게 변했다.

“어째서.”

그나마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던 의문감이 사라지자, 다시금 무생물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살아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느꼈다.

질문 자체가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내가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긴 거야 소문이 자자할 테니 그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런 소문을 들었던 대다수의 반응은 ‘무슨 짓을 했냐!’, ‘어떻게 살았냐!’이지.

‘왜 살아 있냐?’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놈은…….

“내가 살아 있는 게 맘에 들지 않나 보지?”

마치 내가 죽는 것이 당연한 듯 말하고 있었다.

태을진경을 끌어올렸다.

바람이 잔잔해진 대신 무복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백월제천삼식? 만해천지검결? 아니면 제갈삼식?

놈을 상대할 무공들을 떠올려 본다.

이미 숱하게 실전을 거쳐 왔기에 어떤 적을 만난다 해도 두려움 따윈 없다.

하지만 곧이어 소환되는 용소아에 대한 기억에 비춰보면, 그것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끝없이 증오스럽고 미운 존재지만.

그는 내가 아는 한, 저 빌어먹을 마교인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는 ‘괴물’이 분명하니까.

“하긴 나도 용소아 네놈이 살아 숨 쉬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거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군.”

그가 천천히 몸을 돌린다.

편안하게 선 듯 보이지만 난 잘 알고 있다.

출검세(出劍勢)

편하게 서 있는 듯 보이는 저 자세는 용소아가 만들어 낸 자신만의 독특한 발검식이다.

살기도 기세도 감춘 채 상대방이 대응할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먼저 없애버린다.

‘미친 새끼 여기서 진짜 손을 쓸 생각인가?’

나는 전력으로 태을진경을 끌어올리고 발검 자세를 취했다.

녀석의 발검식이 얼마나 빠르든 백월제천삼식의 극쾌라면 분명 그 속도를 추월할 수 있다.

평이하게 서 있음에도 빈틈 하나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것만 같다.

눈의 깜빡임도 멈춘 채 녀석을 노려보고 있자니 녀석이 제 모습을 한번 보곤 말한다.

“흠…… 이걸 알고 있는 건가?”

그의 얼굴에 다시금 의문감이 어린다.

“출검세(出劍勢)는 아직 아는 자가 몇 없는데.”

이어.

알고 있는 자들은 대부분 죽었고, 라고 중얼거리는 용소아.

“…….”

낭패다.

녀석에 대한 반감 때문에 너무 빨리 수를 드러냈다.

“방금까지 죽인다라는 이야기를 해놓고 내가 방심할 거라 생각한 건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변명을 해봤지만, 놈은 이미 관심이 없다는 듯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진소운. 넌…… 불확실성이다.”

“…….”

“그리고 불확실성은 항상 문제를 일으키지.”

스르릉.

그의 애병인 선풍검이 뽑혀 나온다.

은은한 달빛 아래 비친 은색의 검신은 그간 봐왔던 어떤 검보다 투명하고 맑았다.

나는 그 미려한 검이 내 목을 향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거 아나? 넌 확실한 오답이야.”

그가 만들 미래를 안다.

“네가 정한 모든 것들이 항상 오답이었어.”

전생의 그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를 안다.

그건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난…… 틀린 선택을 하지 않는다.”

현생의 그는 여전히 모른다.

“하…… 씨바.”

그 고저 없는 목소리가 열불을 치솟게 만든다.

“그럼…… 마령고원은 이 개새끼야!”

참고 참아왔던 분노는 결국 무너지며 쏟아져 버린다.

백월제천삼식

제 一식

극쾌(極快)

검신이 휘둘러지고.

쾌앵-

소리가 뒤따른다.

인지를 초월한 속도에 크든 작든 상처를 입지 않는 자는 없다.

무엇보다 빠르고,

무엇보다 날카로운 검.

그게 백월검 일초식 극쾌이니까.

하지만.

스걱.

푸른색과 흰색의 천으로 만든 무당파 특유의 무복이 잘려 나가고.

뒤이어 따라왔어야 할 붉은 실선은…….

“허…….”

보이지 않았다.

“날카롭고, 빠른 검이군. 거기에 기습까지.”

분명 반응으로 봐선 처음 본 것이 분명할 터.

그럼에도 잠시간의 감탄 그 이상은 없었다.

“허나 그뿐.”

스르릉-

제운종과 함께 현천칠성검이 펼쳐진다.

일곱 개의 검영이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순간.

쌍천검결을 흩뿌려 검을 막아선다.

차르르르르.

수없이 많은 검형 일곱 개의 검영을 막아선다.

분명 무당의 공의는 태극.

하지만 떨어져 내리는 검의 무게 하나하나는 패도(霸道)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물 흐르듯 약한 곳을 파고드는 주제에 이 정도의 강압적인 무게라니.

꼭 놈 같은 검법이다.

나는 태을진경의 힘을 더 끌어올렸다.

퍼퍼퍼펑.

검기의 폭발과 함께 놈의 선풍검이 뒤로 튕겨 나간다.

눈썹이 들썩거리는 꼴을 보아하니 놈도 꽤 놀란 표정.

“내가 아직도 마령 고원의 그 진소운으로 보이냐!”

검강의 기운이 용소아의 주변을 모두 잠식한다.

휘둘러지는 검마다 모든 것을 베어내고 모든 것을 소멸시킬 듯, 일방적으로 쏟아진다.

묵림의 마교들도 이 정도의 힘에서는 겁을 집어먹고 주춤거렸다.

퍼퍼퍼펑!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어둠을 밝히는 횃불을 넘어뜨린다.

사방에 불씨가 반딧불처럼 피어오른다.

그 중심에 선 용소아는, 빛을 받아 그 여느 때처럼 반짝거린다.

그래. 그는 늘 언제나 지금처럼, 진창 속에서 홀로 고귀하게 반짝거렸다.

고기방패로 생을 잃어가는 이들 틈에서. 단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발악하는 삼류만도 못한 무사들 틈에서 홀로 고결하게 빛났다.

그러니 진정으로.

“죽어야 할 사람은 너다! 용소아!”

촤르르르르륵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검영과 환검이 분화된다.

일대엔 검림이라 할 정도로 빽빽하게 검들이 늘어섰고 탈출구 따윈 보이지 않았다.

스르릉-

그런 검강과 검영의 폭풍 속에서 유려한 은색의 검날이 움직인다.

스르릉- 스르릉-

응당 검과 검이 부딪치며 터져 나와야 할 소음 대신.

마치 숫돌에 칼날을 가는 듯 부드러운 소리가 연신 퍼진다.

스르릉- 스르릉- 스르릉-

이어 검림 속에서 푸르고 흰색의 무복을 입은 사내가 물 흐르듯 부드럽게 걸어 나온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상대의 경지에 대한 감탄이라기보단, 불가해한 영역에 대한 의문.

아무리 기민한 이라도 떨어지는 빗물을 피할 수 없고, 스며드는 바람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그걸 해내다니.

아무리 용소아라 한들 이건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아닌가.

하지만 고민하고 있을 시간 따윈 없다.

묵림에서, 마경에서, 매번 배우지 않았던가.

안 되면 될 때까지.

안 깨지면 깨질 때까지 때리면 그만.

촤르르르르.

소천검법이 반복적으로 펼쳐진다.

마치 대천검법처럼, 쌍천검결처럼 중첩되고 중첩되어.

사르륵-

잔상을 남기는 환검처럼 펼쳐진다.

이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용소아의 검이 수세(守勢)를 펼친다.

그의 검극을 따라 태극 형태의 기가 유형화되는 것 같았다.

고오오오오-

서로가 전력을 다한 기파가 마주하려는 순간.

“뭘 하고 있는 것이야!”

음성이 들려왔다.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기력의 제재에 우리 두 사람의 검이 우뚝 멈춰 섰다.

나의 검은 그의 심장 앞에서.

그의 검은 내 목 앞에서.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이야!”

낮지만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는 당서희의 것이었다.

“…….”

“…….”

내 눈을 바라보던 용소아의 시선이 당서희에게 향한다.

이어 천천히 선풍검이 거둬진다.

“별것 아니다. 그저 흔한 비무에 불과할 뿐.”

그렇게 변명을 한 용소아가 휙 하니 돌아섰다.

당서희가 용소아를 노려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처소로 발길을 옮겼다.

이어 해명을 바라는 듯한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적광검을 집어넣으며 답했다.

“그냥 비무였습니다.”

달리 할 말은 없었다.

#

다음 날.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 당서희가 다가왔다.

“용소아가 먼저 떠난 것이야.”

화정산도 내 주변으로 다가왔다.

“애송이. 용소아와 한판 붙었다는 게 사실이냐?”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말을 고르다가 대충 대답했다.

“그냥 가르침을 받은 겁니다.”

“나한테 받았던 것처럼?”

화정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나는 대충 답했다.

“그래도 확실히 화산의 매화보다는 날카로운 맛이 덜하더군요.”

“……흥!”

코웃음을 치는 그의 입가가 왠지 씰룩거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정산은 다시금 식사에 매진했지만, 당서희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말해주지 않을 것이야?”

사실 나 역시 왜 싸운 건지, 그가 왜 진심으로 내게 달려들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단지 검을 나누면서 느꼈던 건.

‘건조하고, 한 치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분명 죽이겠다는 의지는 느껴졌지만, 그 안에 감정은 일절 실리지 않았다.

그의 검에는 여전히 과거와 마찬가지로 감정이 없었고, 그의 기세에는 사감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뭐라 달리 답할 말이 없었다.

“뭐…… 당 선배가 협객 놀이 하는 게 바보 같다고 하더군요.”

“……!!!”

당서희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쩍 벌리며 눈을 부릅떴다.

“그래서 당 선배가 하는 건 놀이가 아니라 정의구현이라 말했더니 저 보고도 바보 같다 했습니다. 그래서 싸웠습니다.”

한참을 충격에 빠져 있던 당서희가 이내 무표정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그 작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쓸어냈다.

“장한 것이야. 아주 잘한 것이야. 용소아가 더 바보인 것이야.”

화정산이 옆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어쨌든 당서희는 그 답변에 만족한 듯 보였다.

당서희도 식사를 시작했다.

야채를 먹지 않기에 밥 위에 야채 반찬을 올려 주니 찌릿 눈으로 째려보다가 이내 우물거리며 결국 삼켜냈다.

“그, 그망 머글 거시…….”

“키 크셔야지요.”

그렇게 두 번에 한 번꼴로 반찬을 넘겨주는 와중에 화정산이 툭 하고 내뱉었다.

“너, 정말 어쩔 생각이냐?”

“뭐가 말입니까?”

“교관 말이야. 사건을 이렇게 크게 만들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아까의 당서희처럼 입을 쩍 벌리고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

“지금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화정산의 우려라니.

정말 다시 살고 볼 일이네.

이 망나니가 날 걱정하는 꼬라지를 보다니.

“……넌 나를 대체 어떻게 보는 거지?”

“망나니요.”

“……이 새끼가…….”

화정산이 이를 으드득 갈자 당서희가 한마디 거들었다.

“화정산은 망나니가 맞는 것이야. 남의 문파에 가서 문주님에게 그렇게 시비를 걸었으니. 망나니가 맞는 것이야.”

“……그, 그건 그냥 시험이었잖아! 약속된 시험! 감찰!”

“애당초 망나니니까 그런 역할을 맡긴 것이야. 인간의 본질은 잘 바뀌지 않는 것이야.”

“…….”

당서희의 단순한 논리가 통해 버리다니.

입을 다문 화정산의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한번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사활단은 만독문에서 삼 일을 더 보냈다.

만독문은 독을 다루는 기술자임과 동시에 당가처럼 훌륭한 의술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였고.

학관생들은 그들의 치료에 금방 효과를 보이는 건강한 환자들이었다.

치료가 얼추 끝난 후엔 더 이상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대부분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만독문은 마차를 몇 대 내주어 부상자들이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게 배려했다.

더해 일(一) 개 대를 파견하여 곤명 지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게 해주었고.

주로 대낮에 이동하며, 커다란 객잔을 이용했기 때문에 습격은 없었다.

애당초 묵림에서 벗어난 후부터는 마교의 이목을 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만약의 일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그래도 학관생들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어지간한 부상들은 다 회복되었고, 휴식을 취하면서 정기를 회복했으니.

되려 나타나면 복수를 하겠다고 벼르는 이들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당서희와 화정산이 함께한 것도 큰 몫을 했다.

“근데 얘들 왜 이렇게 걷는 거냐?”

화정산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돌려 학관생들을 둘러보았다.

하긴 화정산의 입장에선 궁금하기도 하겠지.

“어이, 종남 깍쟁이! 돌아가면 뭐 할 거냐.”

“글쎄…… 자넨 세가로 돌아가나?”

“뭐, 서천문 녀석들이랑 술이나 한잔할까 했지.”

정도회와 백도회, 12봉성이란 세력 구분이 사라지고.

각 문파의 소속과 실력의 고하도 초월한 잡탕 부대 행렬이 그의 눈에 낯선 것은 당연했다.

나는 내 옆에 호위처럼 선 대머…… 아니, 일각과 철순직을 바라보았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묵림을 벗어나면서 사활단은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독문에 들어선 뒤론 더 이상 탈출 행렬을 맞출 필요도 없고.

그런데 학관생들은 아직도 사활단의 행렬에 맞춰 걷고 있었다.

이제는 그게 익숙한 듯 문파와 소속을 넘어 부대 내에서 깊은 친분을 과시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화정산은 이걸 무척이나 기이하게 느끼고 있었다.

“학관대표가 정상이 아니면 학관생들도 이렇게 되는 건가?”

“말이 심하시군요.”

“그럼 이게 정상이라는 거냐?”

“무림맹은 본래 소속과 가문을 초월한 단체를 표방하지 않았습니까.”

“이상적인 소릴 하는군. 무림맹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인데…… 당연하다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설득하기를 멈췄다.

하기야 이런 형태의 무림맹은 북해로 도망친 후에나 이루어졌으니 못 믿을 만도 하…….

“아!”

화정산이 뭔가 깨달은 듯 손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돈을 먹인 거구나! 네놈 돈이 그렇게 많다며! 그래!! 그거였어!”

“…….”

그래. 얘는 계철영이랑 쿵짝이 잘 맞아 아주 절친하게 노는 얘였지.

잠깐 잊고 있었네그래.

“뭐, 뭐야. 그 눈빛은!”

나는 측은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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