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1-누가 내게 돌을 던지는가
“내가 칼 자랑하자고 했냐? 정신 차리라고 했지. 네가 칼 들고 설치면 구급차엔 누가 연락해? 나 휴대폰 없어.”
“지랄!”
경완의 말이 조롱으로 들린 탓일까, 아니면 친구가 별로 걱정되지 않을 정도로 둘의 우정이 얄팍한 탓일까? 놈은 경완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며 나이프를 찔러왔다.
하지만 경완의 칼이 더 길었다. 그리고 그의 칼솜씨가 박태진보다 더 훌륭했고, 더 과감했다.
“끄아악!”
부엌칼이 놈의 하박을 뚫었다. 부엌칼의 날은 무뎠지만 끝은 살가죽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날카로웠다.
물론 그것만으로 무딘 부엌칼의 칼끝이 팔뚝 반대편에 튀어나오도록 하는 건 매우 어려웠다. 경완의 몸에 빙의한 무한전생자의 노련한 칼솜씨가 칼을 휘두르는 박태진의 힘을 이용해 하박골격 사이를 정확하지 뚫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아악! 비틀지마악!”
경완이 슬며시 칼자루를 비틀자 박태진이 비명을 지르며 애원했다.
이에 경완은 영혼 없는 어조로 대답했다.
“아 미안.”
하지만 칼자루를 쥔 손을 살짝 비튼 채 힘을 풀진 않았다.
오히려 한술 더 떴다.
“뽑을게.”
“하, 하지마아악!”
박태진이 채 말리기도 전에 경완은 칼을 뽑았다. 그리고 칼을 털어 손에 묻으려는 핏물을 털고는 이렇게 말했다.
“얼른 119에 연락해. 그렇게 울고만 있다가는 너도 죽고 얘도 죽어.”
그의 말에 박태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119에 연락했다. 피를 철철 흘리는 손으로 간신히 스마트폰을 받쳐 들었다. 관통되어 피를 철철 흘리는 손으로는 떨어뜨리기 십상이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가 초인적인 인내로 어떻게든 다이얼을 누르게 만들었다.
“119죠. 여, 여기요······. 네, 네. 빨리 와주세요.”
경완은 그가 통화를 끝내자마자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올 거지?”
초인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경완은 일단 그렇게 물었다.
박태진은 피가 흐르는 말뚝을 부여잡고 있다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경완과 시선이 마주쳤다.
경완의 미소를 보는 그의 얼굴엔 두려움이 피었다. 그는 가부 결정도 대답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경완의 머리엔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이 떠올랐다. 육체의 주인이 저들에게 당했던 폭력, 그리고 그 순간의 굴욕과 공포가 말이다.
아무래도 한순간에 입장이 뒤바뀐 지금의 상황이 뇌의 기억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가 이 몸에 빙의하기 전에 이들은 경완을 괴롭히던 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완이 그들에게 괴물이 되어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약자 앞에 강하고 강자 앞에 약한 전형적인 비겁자들이었다.
경완은 왠지 그런 비겁자들이 그리 밉지 않았다.
그냥...
재밌고.
웃겼다.
박태진은 경완의 미소에 고개를 더욱 푹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려 애를 썼다. 그의 아랫도리가 짠 내를 풍기며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그 순간만큼은 손목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저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