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51화 (51/367)

050-06-두유 노우 갱완 리?

“뻑!”

김준은 다 쓴 플라스틱 총을 버리고 새 플라스틱 총을 꺼내 들고는 인질범과 대치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급박한 상황.

경완은 자신이 빼앗은 플라스틱 총을 입에 물고 개처럼 네 발로 뛰었다. 전생에 개가 되었던 경험이라도 있었든지 능숙하게, 마치 짐승이 달리듯 기어간 경완은 범인이 김준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반대쪽 통로를 통해 놈을 향해 다가갔다.

좌석이 자세를 낮춘 경완의 몸을 가려주었고 인질을 잡은 범인이 있는 반대쪽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경완은 몸을 일으키며 입에 문 플라스틱 총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범인의 머리에 대고 겨누었다.

범인이 뒤통수에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경완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꺄악!”

그대로 두개골을 뚫고 들어간 총알은 놈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고 시신이 된 테러리스트는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경완은 비명을 지르는 승무원을 내버려 두고 고개를 내밀었다.

“다 잡았어요?”

경완의 말에 김준과 톰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톰이 인질이 되었던 승무원을 진정시키는 와중에 김준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경완에게 말했다.

“꼭 그렇게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했습니까?”

“인질범이랑은 협상하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규칙이잖아요?”

그래야 범죄자들이 인질극이란 범죄에 메리트를 느끼지 않는다지?

하지만 그런 경완의 말에 김준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언제부터 국제법을 그리 준수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고 대신 화제를 돌렸다.

“이제 좀 쉴 수 있겠군요.”

이에 경완은 되물었다.

“정말? 혼또니? 리얼리?”

왜 이렇게 강조하지? 김준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 미스터 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딱 봐도 치밀하게 준비한 하이잭킹인데 범인이 이놈들만 있을 것 같진 않아요.”

무기만 봐도 이번 범행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삼엄한 검문검색을 뚫고 반입한 총기다. 디자인 자체가 들키면 검문용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서 다시는 쓸 수 없는 형태다.

이번 일을 계획한 자들이 결코 실패를 달가워하지 않으리라는 건 김준 역시 납득할 수 있었다.

“.. 승객들 사이에 더 숨어있을 수 있다는 말이네요.”

“뭐, 판단은 알아서 하세요.”

경완의 말에 김준은 톰과 급히 대화를 나누더니 경완에게 요청했다.

“범인의 색출을 도와줄 수 있습니까?”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기내에 범인이 제압되었다는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승객 명단을 받아냈다. 물론 FBI라는 명찰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경완에게 어깨를 짚힌 승객은 당황한 표정으로 김준을 보았다.

[뭐라고요?]

[혹시 이 범인들과 한패냐고 물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

[네 아니오로만 답해주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NO!”

김준이 간단한 질문을 한두 개 정도하고 하이잭킹의 범인들과 한패냐고 물으면 경완이 신체 반응을 확인하고 다음 승객으로 넘어갔다.

총 사백여 명의 승객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하는 것도 일이었기에 김준은 승무원에게 도움을 받아 혹여 화장실 등의 문제로 자리에 없는 승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해두었다.

하이잭이란 엄청난 초유의 사건에 비행기는 급히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기수를 돌렸고 거의 도착할 무렵에 확인 작업이 끝났다.

“아! 아! 음! 크흠! 다 확인했군요.”

계속 질문을 하느라 입술이 마르고 목이 타는 김준이었지만 한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행히 공범이 더 없어서 다행이네요.”

“없기는요?”

경완의 한 마디에 편안해지려던 김준은 굳어버렸다.

“있었어요?”

그 말에 경완은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두 개를 들었다.

두 놈이나 승객으로 위장한 채 숨어있었다는 말이었다.

“어느 놈이에요?”

“K14, B20”

“동시에 제압해야겠군요.”

어차피 아직 안 쓴 총도 있겠다 제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완이 물었다.

“저는 어느 쪽을 도와줄까요?”

“눈에 안 띄게 조용히 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나서주세요.”

김준의 말에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은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으나 결국 일이 터졌다. 톰이 제압하러 간 B20의 승객, 아니 테러리스트가 플라스틱 총을 뽑아 들고 저항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톰과 놈이 서로의 권총을 쥔 손목을 붙잡고 용을 쓰는 상황에 경완이 빠르게 움직였다.

뒤에서 놈의 오금을 밟아 한쪽 무릎을 꿇리고 그대로 발목을 밟아 부러뜨린 뒤 비명을 지르는 놈의 오른팔을 잡아 무릎으로 목덜미를 찍어 바닥에 내리꽂는 동시에 어깨를 비틀어버렸다.

우드득!

“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해 터져 나온 비명에 남은 범인을 제압하고 돌아온 김준은 미간을 좁혔다.

“정말이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군요.”

“어설픈 관용은 참극을 부른다는 말도 모르세요?”

그 말에 김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동안 비행기가 착륙했다.

기다리고 있던 기동타격대가 들어와 사주를 경계했고 김준과 톰은 FBI신분증을 제시하여 그들의 협조를 받아 잠시 대기했다.

우선 승객들이 먼저 빠져나왔고 그다음으로는 경완 일행이 스와트팀 두세 명의 경호 또는 감시를 받으며 공항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헤이! 히어로 피(Pee)!”

“룩겟미! 플리즈!”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달려들다가 공항 경비원과 일행과 같이 들어온 스와트팀에게 제지 당했다.

“이게 뭔 일이래?”

“푸하하하하하하!”

경완이 영문을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별안간 톰이 박장대소를 시작했다. 뭐가 도대체 그리 웃긴지 눈에서 눈물이 흐를 정도였는데 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톰은 경완의 시선을 느끼고는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경완에게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SNS로 보이는 곳에 경완의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아윌 쇼 유!]

바로 범인의 얼굴을 향해 오줌을 싸는 그 장면이 말이다.

경완과 톰의 시선이 교차했다. 경완의 입에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흡!”

“푸흡!”

푸하하하하!

둘의 입에선 동시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구 사진을 찍어댔으나 경완조차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그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다니! 참 대단한 SNS, 대단한 인간들 아닌가?

쪽팔린다고? 얼굴 다 팔렸다고?

왜 사냐건 웃지요.

반면, 김준은 도대체 두 사람이 왜 그리 웃는지 이해를 못 하다가 허리를 숙인 톰이 보여준 화면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푸흡!”

어그로를 끈다더니 이렇게 끌은 거였어? 어쩐지 어디서 찌릉내가 난다 했다.

하지만 한국인 조부모 밑에서 자란 김준은 체면을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톰처럼 체면 차리지 않고 박장대소하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기자들과 카메라가 찍고 있지 않은가? 자칫하면 평생 박제다.

그래서 톰과 같이 마치 남의 일인 듯 웃어 재끼고 있는 경완을 보며 힘겹게 웃음을 참으며 속으로 일갈했다.

남 일이 아니라 당신일이라고!

= = = = =

히어로 피(Pee), 혹은 유린(Urine) 히어로.

오줌을 갈겨 테러범을 제압한 경완에게 붙은 별명으로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총을 들 범인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갈기는 그 대범함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에 모두가 그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상황에서 어느 눈썰미 좋은 외신기자에 의해서 그 이름이 밝혀지고 말았다.

저 드넓은 태평양 건너, 한류라는 것으로 국가 브랜드 가치가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란 대국의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탈옥하여 무려 국회의원의 허리에 칼을 꽂아 반신불수로 만든 범죄자로 짧게나마 외신을 장식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그 이름하여 갱완 리!

그런데 정체를 알게 되니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겼다. 분명 대한민국의 교도소에 갇혀있어야 하는 인물이 어째서 미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있었는가?

극성맞은 미언론들의 집요한 취재 끝에 결국 그 이유까지 밝혀지고 말았으니.. 현존하는 그 어떤 거짓말 탐지기보다 정확하고 신속하며, 거짓말 탐지기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을 받은 자의 거짓말조차 간파해 내는 이 시대 최고의 독심술사가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비록 타국의 범죄자라고 하나 그의 능력 덕분에 미국 내에 암약하던 테러리즘 단체, 마약조직 등을 빠르게 색출할 수 있었다는 기사가 이어져 터졌다. 이전에 유난히 당국에서 홍보했던 성과들이 바로 이 갱완 리의 협조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

이쯤 되면 뉴스 좀 본다는 사람 중에선 갱완 리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도 재조명되었다. 미국 기자들은 그가 범죄자가 된 사연, 그리고 국회의원을 테러한 사연까지 밝혀 그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에게 알렸다.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야말로 법조차 징벌하지 못했던 거악에 철퇴를 가한 히어로가 아닌가?

갱완 리의 이름은 실존하는 다크 히어로로서 미국인들의 뇌리에 단단히 각인 되었다. 가히 그 인기가 컬트적이었는데 얼마나 인기가 좋았냐면 그와 하룻밤을 보낸 콜걸이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서 그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다들 그의 오줌발을 봐서 알겠지만 그는 정말 엄청난 정력가에요. 테크닉도 훌륭해서 날밤 지새우는 줄 몰랐다니까요. 뼈가 녹는다는 말이 진짜 무슨 의미인지 그때 알았죠.'

그녀에게는 유명 셀럽이 되어 억대의 돈을 벌어들일 기회였을 것이다. 자신과 같은 에스코트 걸 출신이지만 유명 축구선수와 얽혀서 유명인이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받아 본인의 속옷 브랜드를 세워 억만장자가 된 선배(?)의 예시가 이미 있지 않은가?

갱완 리가 타국의 범죄자라는 이유로 그러한 토크쇼, 혹은 미언론의 인터뷰에 나타나지 않은 덕분에 잡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한편, 항간에는 범죄자를 우상화하는 이러한 풍조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된다면 뭐든 가능했다.

오죽하면 마약 딜러에 살인도 한 범죄자가 섹시하게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셀럽이 되고 유명 셀럽을 애인으로 삼을까? 그런 서양의 개방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경완에 대해 보이는 호의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마약 딜러도 아니고 무고한 자에게 위해를 가한 적도 없었으며 오히려 억울하게 죽은 동료검사(?)의 복수를 하기 위해 탈옥이란 큰일을 저지르지 않았던가? 게다가 무려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자에 대항해서 말이다.

더구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항소조차 하지 않은 당당함(?)이 강조되면서 갱완 리는 마치 영화같이 거대권력에 대항한 의인(義人)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물론 미언론과 그 영향을 받은 미국인 사이에서의 인식이었지만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외국의 소식은 막을 수 없는 법.

경완에 대한 소식은 그대로 대한민국 국내로 역수입되어 다시 한번 그 이름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적잖이 불편하게 만들며 말이다.

“왔냐?”

“오! 소장님! 격조하셨죠?”

무려 비행기 납치라는 큰일로 인해 경완의 귀휴 일정은 일주일가량이나 더 미뤄지게 되었다.

일주일이나 미뤄지게 된 것은 이번 테러가 사실 FBI의 인적자원, 정확히는 경완을 노리고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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