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69화 (69/367)

068-08-비질란스

탕탕탕! 타당!

경완의 반응은 기민했다. 그는 뒷걸음칠 치면서 사내의 가슴에 두발을 쏘고 이마에 한 발을 쏘았다. 깔끔한 모잠비크 드릴에 금이 가 있던 바이저가 결국 깨어져 나갔지만 총알에 아무런 타격도 없는 듯 다가오는 모습에 경완은 남은 두 발까지 모두 소모했다.

남자의 다리 사이를 향해서 말이다.

“Ohu! shit!”

아무리 총탄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초능력이 있다고 해도 불알만큼은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지 그가 다리 사이에 손을 모으며 주저앉았다.

경완은 더 뒤로 거리를 벌리며 김준을 향해 외쳤다.

“총 줘요! 총!”

에라 모르겠다! 김준은 경완에게 자신의 총을 던져주었고 멋지게 총을 받아낸 경완은 사내의 눈을 노리고 총을 쏘았다.

하지만 사내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고 손바닥에 맞은 총알은 넓적하게 일그러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경완을 제외한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각질 경화 능력자조차 충격만큼은 어쩌지 못했는데 저 의문의 사내는 총탄에 실린 운동량을 모조리 흡수해 버리는 것 같지 않은가?

“I will kill you!”

고간의 아픔을 추스른 사내가 일어나며 화가 난 어조로 말하자 경완이 입을 열었다.

“아엠 쏘리.”

그러면서도 그는 총을 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고간을 쏜 건 같은 남자로서 미안하긴 하지만 일단 내가 우선이 아니겠는가? 급하면 어디든 쏘긴 쏴야했다.

탕탕! 탕탕!

경완이 간간이 사내의 불알을 노리며 거리를 벌리자 FBI 요원들이 지원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남자는 등판에 총알을 맞든 말든 한손으론 얼굴을, 한손으론 가랑이를 가리며 경완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지척이 되자 지원사격이 힘들어졌다.

결국 경완은 그와 근접전을 벌여야했다.

후우웅!

허리를 숙인 경완의 머리 위로 우람한 팔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아마 저 팔뚝에 맞는다면 차에 부딪힌 거랑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최소 골절이라는 소리다.

제삼자가 봐도 손에 땀이 찰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경완은 용케 사내의 공격을 연신 피해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뭐라 씨부리는 겨?”

경완은 그렇게 대꾸하며 김준에게 소리쳤다.

“왜 안 도와줘요?!”

“너무 가까워요!”

김준이 소리쳤다. 아무리 봐도 대구경 기관총으로 갈겨버려도 제압할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튼튼한 초능력자인데 경완에게 저리 붙어 있으면 안심하고 총을 쏠 수나 있겠는가?

“우리 편 괴력능력자는 없어?!”

“아마 곧 올 거예요!”

경완의 억울한 듯한 외침에 김준이 대답했다. 아직 경완이 용케 잘 피하고 있어서 그런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 설마 신체 강화 능력이 없는 매니 페이스를 체포하는 작전에 괴력 능력자가 필요해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었다. 더 많은 지원 병력, 더 확실한 제압 수단이 올 때까지 경완이 저 용의자를 붙들어두기를 모두가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냐면 실리콘 가면을 쓴 수상한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느 전 미 대통령의 얼굴을 본떠 만들어진 시판용 가면을 쓴 사내가 경완을 공격하던 덩치 큰 남자에게 말했다.

[끝났다. 가자.]

아는 사이인지 덩치 큰 남자가 공격을 멈추고 경완을 향해 턱짓했다.

[저놈은?]

[동양인? 누군데?]

[독심술사.]

그 말에 전 미 대통령 가면을 쓴 남자가 경완을 잠시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데려갈 여유가 없어.]

[.. 알겠다.]

덩치 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면 쓴 남자의 뒤를 따랐다.

가면 쓴 남자도 초능력자였다. 그는 벼룩의 신체 능력이라도 얻었는지 양 건물 사이를 점프하며 옥상으로 모습을 감췄고 덩치 큰 남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그 뒤를 따랐다.

제이미가 급히 추적을 지시했지만 어느새 인근 전산망이 해킹으로 마비된 상황이었고, 스와트팀이 교전을 벌이던 이들도 도주해버렸다. 초능력자가 아니었던 용의자도 전 미 대통령 가면을 쓴 초능력자가 등장해서 데려가 버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FBI의 초능력 수사팀은 뒤늦게 도착한 이들에게 이 의문의 방해꾼에 대한 증거수집을 맡기고 급히 매니 페이스부터 추적했다.

그리고 잔혹하게 죽은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팔다리와 목, 허리가 각각 돌아갈 수 없는 각도로 비틀려 있어 기괴한 느낌까지 드는 시체였다.

얼굴은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식어가는 시신에서 풍기는 체취는 그 시신이 분명 매니 페이스의 것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낭패군.]

현장 책임자인 제이미의 인상은 일그러진 채 펴질 줄 몰랐다.

= = = = =

유전자 감식결과, 발견된 시신은 결국 매니 페이스의 것임이 확실하게 판명되었다. 그리고 FBI 등의 수사기관은 이 비질란스라는 정체불명의 자경단 조직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남은 증거에서 그들을 추격하는 일은 끝내 실패했다. 완벽히 흔적이 끊긴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없진 않았다. 이 비질란스라는 단체가 상상보다 더 다양한 인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거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일단 사건 일대에서 벌어진 CCTV 등의 해킹, 위성에 대한 교란은 대단한 해커가 이 비질란스라는 조직에 속해있거나 적어도 협조했다는 증거였기에 FBI는 가지고 있는 해커 목록 중에서 용의자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NSA를 비롯한 각 기관도 알력을 멈추고 협조했다. 조직화된 초능력자 조직이 통제되지 않으면 공권력에 얼마만큼 악영향을 끼칠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미국의 정부기관과는 다르게 경완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 정부에서 얼른 그를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준은 경완에게 그러한 사실을 솔직히 전달했다.

“한국에서도 일이 터진 모양입니다.”

“혹시 무슨 일인지 알아요?”

“저도 잘 알진 못하지만 미스터 리의 능력이 급히 필요한 모양이더군요.”

“이야..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네요. 좀 며칠 푹 쉬다 가려고 했는데.. 솔직히 그럴만한 건수도 세웠잖아요?”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완이 상대한 남자, 내부적으로 헐크와 비슷할 정도의 방탄 능력과 강력한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어 헐크맨이라고 명명된 이를 상대로 충분히 시간을 끌어줬으니 공을 세운 것은 분명했다. 경완이 어그로를 끌지 않았다면 필시 초능력 수사요원 중에서 부상자가 나왔을 테니까.

그 당시 부상자가 없었기에 지금처럼 바쁜 시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뭐 갈려 나갈 요원들에겐 차라리 병원의 침상에서 쉬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경완은 김준을 비롯한 FBI의 호송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 입구에선 딱 봐도 국정원이라든가, 국정원 같은 곳에서 나온 이들이 경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수고했어요.”

김준은 경완과 악수를 나누고 그를 국정원에 인도한 후 돌아서려고 하다가 목격하고 말았다. 경완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국정원 직원의 아구창을 날리는 장면을!

“이 씹새끼들이 지 나라 국민을 다른 나라에 내팽개치고 지들끼리만 귀국해?!”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피우는 경완을 보며 김준은 끼어들어 말리려는 생각을 바로 버리고 얼른 미국행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걸음을 재촉했다. 생각보다 뒤끝이 길구나라는 경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정리하면서 말이다.

경완이 지금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뭐 어때? 미국도 아닌데.

뭐? 한국인 아니냐고? 한국인이든 아니든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우는 것이 상식적이고 성숙한 인간의 행동이 아니겠는가?

김준에게 지금 국정원이 경완에게 당하고 있는 수모는 그들이 저지른 과오의 결과일 뿐이었다.

“나 안가.”

다짜고짜 아구창을 날리더니 공항 바닥에 드러눕는 경완을 보며 국정원에서 나온 이들은 어이가 없는지 각자 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거나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이랬다.

‘육구팔팔. 가자.’

‘내가 가자면 가는 가자미야?’

‘육구팔팔. 네 처지가 어떤지 잘 이해, 컥!’

‘씨발, 꼴 받게 하네? 야! 니들이 그렇게 싸움을 잘해?!’

사람 대하는 예의가 없다고 하도 지랄을 떨어서 간신히 다른 요원이 그를 좋게좋게 말로 달래서 상황을 진정시켜놨더니,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고는 곧장 자신을 일본에 버리고 간 두 연놈들 끌고 와서 자기 앞에 무릎 꿇리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자신들이 받은 임무는 공항에 도착한 경완을 한시바삐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완의 요구대로 하면 시간이 지체된다. 국정원에 있을 그 두 사람을 데려오는 일만 한 시간 넘게 걸렸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더니 저렇게 어린애가 억지 부리는 것 마냥 바닥에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

어린애가 그래도 사방의 시선이 모일 텐데 다 큰 성인이 저 지랄을 떠니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저기 저거 이경완 아냐?’

‘그게 누군데?’

‘그 왜 있잖아? 탈옥해서 국회의원 병신 만든 사람.’

‘아하!’

구경꾼이 하나둘 모이자 국정원에서 나온 사람들은 다급해졌다.

“들고 가자!”

별수 없다. 모양 빠지지만 짐짝처럼 들고 나르는 수밖에.

그렇게 국정원에서 나온 사람들이 공항 바닥에 드러누운 경완에게 달려들었지만 쉽지가 앉았다.

퍽!

“악!”

“가만히 있, 컥!”

“납치다! 납치야! 국정원이 이래도 되는 거냐!”

“아닙니다! 납치 아닙니다! 범죄자 이송입니다!”

경완의 발악에 급히 주변 사람들에게 해명해보는 국정원 직원들이었지만 이미 스마트폰을 들고 찍어서 SNS에 올리는 사람들 천지였다.

현장 책임자는 ‘아 씨발, 또 차장에게 깨지겠네’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도 경완의 이송에 한 손 보탰다. 그 와중에 중간에 급하게 달려온 공항 경비와 경찰들에게 급하게 사정도 설명해야 했다.

수갑을 차고 있었지만 코어근육까지 사용해서 전신을 버둥거리는 경완 때문에 발에 차이고, 얼굴을 맞고, 무릎에 갈비뼈가 찍히고, 아무튼 국정원 요원들은 개고생을 해서 간신히 그를 제압해 공항 밖 차량에 실을 수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국정원에 들어왔나 자괴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승합차에 강제로 탑승한 경완은 자신의 양쪽에 앉아 불편함을 야기하는 국정원 직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비좁아! 절로 가!”

“당신이 다리를 너무 벌린 게 문제가 아니라요?”

“나는 댁들보다 커서 이만큼 안 벌리면 불편하다고!”

경완의 뻔뻔한 소리에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짜증이 치솟은 국정원 요원이 결국 험악하게 위협했다.

“이보세요! 자꾸 이러면 댁 신상에 좋을 게 없어!”

공항에서야 다른 사람 눈이 있지만 여기 차 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한 협박에 경완은 맑게 웃으며 대꾸했다.

“오! 푸닥거리 한번 해보자고?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뭐 이 새끼야?”

분위가 위험해지자 동료가 진화에 나섰다.

“그만해. 미친개하고는 얽히는 게 아니야.”

“왈왈!”

그 소리에 경완이 개소리를 냈다. 그래 나는 개라는 자백인가, 아니면 조롱에 가까운 도발인가?

경완을 태운 승합차는 결국 그의 옆자리에 한 사람만 앉히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심기 불편한 그를 국정원의 안가로 이송했다.

“십수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하루쯤은 쉬게 해줘야 인간적인 거 아니오?”

경완이 차에서 내리며 항의를 해봤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미친놈은 상대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듯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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