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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74화 (74/367)

073-08-비질란스

홍 소장도 초능력 재소자들에 대한 교도관들의 걱정과 우려, 은밀한 공포심을 알았기에 이례적으로 언론에 관련 사건을 밝혔다. 이경완이라는 언터처블이 있었기에 다른 교도소들이 총기를 사용하며 사상자를 낼 때 유일하게 ○○교도소만큼은 사상자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 것이다.

거기에 그 당시 CCTV 녹화영상을 공개한 것은 플러스알파.

물론 미리 법무장관에게 허락을 받았다. 법무장관은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으나 초능력 재소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경완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홍 소장의 설득에 결국 허락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경완에 대한 뉴스를 홍 소장의 교도소로 이감되어 오는 재소자들에게 관련 교육 영상으로 미리 보여주었다.

그들은 그러한 영상을 마치 정훈교육 비디오 보듯이 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한 사람이라도 유념하는 편이 아무도 안 그러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런 교육(?)까지 했으니 경완이 초능력 재소자들을 조사하고 질문하는 장소에 있으면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리라는 작은 기대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생소한 업무에 걱정이 많은 교도관들이 안심되기 때문이었다. 괴력 능력자까지 제압한 경완이라면 웬만한 일이 벌어져도 어느 정도 고기 방패 역할은 해주지 않을까?

죄수복 입은 재소자라지만 경완이 그간 교도관들과 쌓은 신뢰의 양이 그 정도였다.

하지만 경완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앉아있으면 심심하니까 싫어요.”

그 말에 홍 소장은 속으로 궁시렁댔다. 언제는 안 심심했냐?

“이 과장.”

“넵!”

홍 소장의 부름에 초능력 재소자들을 상담할 준비를 감독하고 있던 이 과장이 홍 소장의 옆으로 왔다.

“자네 할 일은 거의 다 끝났지?”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내릴 지시는 다 내렸고 이렇게 홍 소장까지 직접 현장에 나와 있으니 사실상 이 과장에게 남은 일은 홍 소장 비위 맞춰주는 것뿐이었다.

“자네 스마트폰 잠시 저 친구에게 빌려줘.”

“네?”

“심심하다잖아.”

괜히 옆에 있다가 스마트폰까지 내주게 된 이 과장은 속으로 홍 소장과 똑같이 경완을 씹었다. 심심하면 책이나 가져오든지, 왜 남의 스마트폰을...

그는 스마트폰의 잠금을 품고 경완에게 넘겨주면서 혹시나 해서 당부했다.

“저기.. 검색목록 보면 안 된다. 알지?”

기본적인 프라이버시니까.

그런데 하지 말라면 기꺼이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이 과장은 스마트폰을 받고는 곧바로 화면을 내려다보며 조작하는 경완을 보면서 뒤 마려운 개처럼 끙끙거렸다.

검색목록은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경완은 이 과장의 언급에 바로 검색목록을 확인하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고, 괜히 긁어 부스럼이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가 아닐까?

“와우..”

“.. 설마.. 봤냐?”

“취향은 존중해드릴게요.”

퍼리라고 아는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경완은 전전긍긍하는 관리과장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홍 소장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 휴대폰으로 주세요. 저렇게 끙끙거리니 맘 편히 쓸 수가 있나.”

경완의 말에 홍 소장은 결국 막내 교도관을 불러서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줘도 하늘 한 점 부끄러울 것이 없었으나 명색이 소장인데 어디서 중요한 전화가 올 일이 없으랴?

“도대체 뭘 봤기에 이 과장이 저래?”

경완의 눈치를 보는 관리과장 때문에 홍 소장이 물었다. 이 과장은 화들짝 놀라 딴청을 부렸다. 하지만 온몸의 신경이 두 사람의 대화에 쏠려있다는 것은 홍 소장조차 눈치챌 정도였다.

경완이 대답했다.

“프라이버시에요.”

“그런 녀석이 그렇게 바로 검색 목록을 훑어봐?”

“설마 그런 건 줄 알았나요? 그런 건 줄 알았으면 괜히 봤어요.”

도대체 뭐길래 저러나 싶었지만 스마트폰을 향해 고개를 내린 경완의 모습은 귀찮으니 더는 말 걸지 말라는 포스가 풍겼다. 그렇다고 당사자인 관리과장에게 물어볼 수는 없잖은가?

“크흠! 암튼 그럼 수고해.”

마지막 점검을 마친 홍 소장은 안전한 자신의 집무실로 되돌아갔다. 여기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잠시 훼까닥한 초능력 재소자에게 인질로 잡히기라도 하면 큰 민폐였다.

결코 그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전장에서 지휘관이 앞섰다가 적에게 사로잡히면 그것이 바로 패배 아닌가?

홍 소장이 사라지고 본격적인 재소자들의 초능력 등록 절차가 시작되었다.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작업은 관련법에 명시된 절차대로 채증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누군가가 허례허식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관료주의로 돌아가는 공무원 사회에선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관료주의를 대체할 더 좋은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가장 먼저 들어온 놈은 경완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이여어~.”

“히이익!”

과거 말 안 듣는 문제 재소자였다가 경완에게 교육(?)받아 놓고서는 초능력 각성했답시고 보복하러 왔다가 도리어 처맞은 그 새끼였다.

그러니 경완이 그런 얼굴을 잊었다면 치매를 심각하게 의심해야 했을 것이다.

얌전하게 교도관 앞에 앉아 서류 작성을 하는 놈을 보며 경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자신을 감시하는 교도관에게 조심스럽게 조용한 목소리로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경완의 이야기를 듣던 교도관은 이내 그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사수에게 경완의 제안을 전달했고 사수는 다시 그 제안을 상부에 전달했다. 곧 홍 소장으로부터 허락이 떨어졌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첫 재소자가 돌아가기 위해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경완이 불렀다.

“이봐 삼오삼오.”

자신의 수형번호가 불린 그가 긴장한 눈으로 경완을 보았다.

경완은 자기가 앉은 벤치 의자의 빈자리를 손으로 탁탁 치며 말했다.

“여기 앉아봐.”

뭔 개소리야?

삼오삼오는 저도 모르게 자신을 데려온 교도관을 바라보았다.

이거 그냥 보기만 할 거야?라며 도움을 바라는 시선이었지만 교도관 새끼가 다른 의미로 이해한 것이 분명했다.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수형번호 삼오삼오는 결국 경완에게 직접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 왜?”

“그때 꺾어 놓은 팔다리는 괜찮아? 후유증은 없고?”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 다정한 목소리에 삼오삼오는 소름이 돋았다. 이 미친 새끼가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마치 그런 표정을 읽은 듯이 경완이 말을 이었다.

“우리가 보통 인연은 아니잖아? 이번이 세 번째로 보는 거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전생에 우리가 보통 사이는 아니지 않을까?”

경완의 말에 소름이 끼친 삼오삼오가 저도 모르게 괄약근에 힘을 주었다. 저 새끼 혹시 똥꼬충인가?

생리적 혐오가 드러난 표정에 경완의 표정 역시 짜게 식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된 것이다.

뇌에 음탕한 생각만 들어차 있는 것이 아니라면 방금 전 자신이 한 말에서 게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기 힘들지 않을까?

“안 맞고 앉을래, 처맞고 앉을래?”

삼오삼오는 교도관들의 시선을 살폈지만 그들 역시 흥미롭게 구경만 할 뿐 도저히 도와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삼오삼오는 속으로 모두를 욕했다.

이 양아치 새끼들! 재소자랑 붙어먹은 똥꼬충 새끼들!

하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삼오삼오는 경완이 왜 언터처블이라고 불리는지 실감하며 항문에 힘을 주고 그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왜, 왜요?”

“왜요가 아니라, 너 괴력 능력자였지?”

“그, 그래요.”

“그럼 여기 오는 새끼들 잘 감시하다가 지랄하는 놈들 있으면 한 대씩 꼭 쥐박아 줄 수 있겠어?”

“제, 제가요?”

“응.”

“왜, 왜요?”

“나는 사람은 잘 조지지만 지키는 건 잘못하거든. 너도 알다시피 초능력을 가진 재소자 새끼들이라는 게 사실 흉기든 재소자랑 같은 말이잖아? 그러니까 이 초능력 재소자 신상 등록 작업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일이거든. 한 명보단 둘이 돕는 게 더 안전하잖아?”

그 말에 삼오삼오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내, 내가 왜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삼오삼오는 스스로 깜짝 놀랐다. 내가 이 미친놈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그런 반골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감방에 갇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미친놈은 자신의 거부에 열폭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게 이렇게 타일렀다.

“너도 이 교도소 지붕 아래서 한솥밥 먹는 식구 아니냐? 교도관님들의 고충을 덜어줄 생각을 해야지.”

지랄 옆차기하네!

삼오삼오의 뇌리에 떠오른 말이었지만 그 말이 척수를 거쳐 입으로 튀어나오기엔 낄낄 웃으면서 자신의 사지를 분지르던 광기 어린 폭력의 기억이 중추신경계를 꽉 막고 있었다.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트라우마에 얼어있는 그의 어깨에 경완이 다정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

“세상사 인지상정이다. 네가 교도관님들을 도우면 교도관님들이 네 사정을 그냥 매정하게 외면하겠냐? 네가 잘만 하면 모범수가 될 수도 있고, 모범수가 되면 귀휴도 할 수 있어. 합법적으로 교도소 밖에서 놀다 올 수 있다~ 이 말이야.”

그가 제시한 당근에 삼오삼오의 귀가 쫑긋했고 경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거 보이지? 초능력 재소자 신상 등록. 이거 괜히 하는 거 아냐. 다~ 나라에서 국가의 초능력 자원을 신속하게 발굴하기 위해서 하는 거지. 얼마나 급하면 우리 같은 범죄자들까지 등록하겠어? 기회는 이때밖에 없다 이거야. 지금 협조를 잘해서 감형이나 사면을 받아야지, 나중에 민간에서 초능력자들을 충분히 수급할 수 있게 되면 너 같은 것들에게 기회가 올 것 같아?”

‘너 같은 것들’이란 표현이 심히 마음에 걸렸지만 경완의 논리는 삼오삼오를 혹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경완이 매끄러운 혀를 놀렸다.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다. 나중에 나라에서 초능력 재소자의 힘도 필요하다고 할 때 협조 잘하는 재소자, 협조 안 하는 재소자 중에서 교도소장님이 누구를 골라서 상부에 보고를 올리겠어? 평소에 협조 잘해주던 재소자를 고르지 않겠어?”

경완의 말에 삼오삼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보고 있다가 문제 일으키는 새끼들 잘 조질 수 있지? 어차피 너도 감방 가면 할 일 없잖아?”

삼오삼오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경완의 옆에 앉아 한 명씩 오는 초능력 재소자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교도관들은 경완의 말솜씨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론 저런 새끼가 사기꾼의 길을 걷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한편, 이러한 일은 홍 소장의 귀에까지 즉시 전달되었다. 처음에는 경완이 쓸만한 초능력 재소자를 포섭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에 뭐라고 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승낙한 그였지만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뀌려는 찰나, 포섭 성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장 현상 CCTV를 들여다보았다.

보니 진짜 올라온 보고대로 한 놈이 경완의 옆에 앉아서 초능력 등록 절차를 받고 있는 재소자를 감시하듯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안과장 역시 홍 소장과 함께 그 영상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야. 대단하네. 저거 저놈 저번에 초능력 각성했다고 감옥 부수고 난리 친 놈 아닙니까?”

“뭐? 경완 그놈한테 처맞은 놈이 저리 얌전을 떨고 있다고?”

홍 소장이 깜짝 놀라자 보안과장이 대꾸했다.

“그리 처맞아서 얌전히 있는 걸 수도 있죠. 홍 소장님은 저 새끼 그때 어떤 꼴로 실려 갔는지 모르시죠?”

“사지가 부러졌다는 말은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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