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한전생 더 빌런-129화 (129/367)

무한전생-더 빌런 131화

12-아무도 나를 말릴 수 없음

환절기 때마다 방사능 황사가 날아올 수 있는데 매일 그렇게 하루 종일 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공장에서 3교대로 일해도 빡센데 홀로 하루 종일 대한민국 전체를 황사에서 보호한다?

엄살 좀 보태서 정부가 자신의 과로사를 노리고 짠 계획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 뭐 경완의 성질머리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경완의 조건을 다 들은 행정관은 표정이 요상해졌다. 요런저런 조건이 많이 붙어 있기는 했는데 막상 수용하기는 좋은 조건들이었다.

예를 들어 경완이 있는 곳에 언론인들이 접근하게 두지 말라라든지, 근거리 경호든 감시든 상관없으니까 철통 보안을 주문한다든지, 정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줘도 무방한 것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감시를 떼달라고 했으면 곤란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경완은 스마트 포스필드 황사 배리어 버전의 첫 시연자로서 움직이게 되었다.

“경완 씨. 저기에 앉아봐요.”

“역시…….”

경완은 장비를 점검하는 마리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녀가 올 줄 알았다. 실험실이 아니라 최초로 실용화하는, 대규모 신기술 시연에 그녀같이 연구에 미친 연구자가 빠질 리 없었다.

“얼른요.”

경완은 그녀의 재촉에 착잡하고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하지만 그녀의 지시를 거부하진 않고 특수하게 만들어진 의자에 앉았다. 결국 인생에서 타협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인 모양이었다.

시연이 시작되자 곧 반구형의 장치가 내려와 그의 머리를 덮었고 마리아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對) 중국발 황사 배리어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는 충청남도 태안군에 설치되었다. 왜냐면 스마트 포스필드가 최대한 대한민국을 커버해 황사를 막아내려면 서쪽에 있으면서도 한국의 중심에 가까워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도까지 커버하려면 더 밑으로 내려가야 했지만 더 밑으로 내려가서 서울에 대한 황사 방어 효과가 떨어지면 어쩐단 말인가?

일단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 그리고 경완의 능력에 혜택을 입어야 그를 중국에 보내지 않을 명분이 설 수 있었다. 제주도를 황사가 그리 자주 덮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각계각층의 인사가 이 역사적인 시연에 참관하고 있었다. 대중에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내비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행사는 매력적인 자리였다.

[시작하겠습니다. 3, 2, 1.]

마리아가 카운트를 세고 곧 장비가 가동되었다. 경완의 표정이 명상에 잠긴 듯 고요해졌다.

실험이 시작된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정오, 그러나 황사가 심해 하늘이 뿌옜다.

그런데 장비가 가동되고 약 30분 후, 놀랍게도 황사로 뿌옇던 하늘은 맑게 개어 푸른색을 되찾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이 거대한 실험의 성공을 대서특필했다.

* * *

황사 배리어의 효과는 대단했다. 30분 만에 맑아진 하늘은 마치 밤새 내린 비가 미세먼지를 씻어 내린 다음 날처럼 맑아졌다.

물론 그러한 하늘이 계속되진 않았다. 황사는 며칠에 걸쳐서 날아오는데 경완은 딱 하루, 아니 딱 한 시간가량만 운용하고 멈추었으니 반나절만에 서울 하늘이 황사로 뿌예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몸은 좀 어때요?”

“장비가 좋아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골골대고 있었을걸요?”

시연 후 마리아가 상태를 묻자 경완이 대답했다.

장비가 보조하거나 제어하는 초능력의 발현은 물리법칙이 좀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예컨대 원래 염동력은 작용과 반작용이 없거나 무시되었지만 장비를 통해 발현되니 사용자에게 가한 힘만큼의 반작용이 가해졌다.

마리아는 이것이 S입자의 실체화율이 증가함에 따른 물리법칙의 적용이라 설명했지만 복잡한 이론보다는 스마트 포스필스를 강하게 발휘할수록 경완의 몸에 가해지는 압력 역시 강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마리아는 매드사이언티스트 능력이라도 각성한 것인지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김한철이란 청년이 가진, 철을 자화(磁化)시키는 능력을 통해 생산한 초능력 재료를 통해 경완의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이 초능력 재료로 만든 철기둥으로 분산시킨 것이다.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 주변에 박힌 100개의 200톤짜리 철기둥은 허공에 둥둥 떠 있지만 실제로는 약 2만 톤이나 되는 질량의 황사를 밀어내고 가라앉히는 힘의 반작용을 충분히 감당했다.

경완의 입장에선 신통방통했다. S입자를 눈으로 보듯이 명확하게 감지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런 기술을 만들어내는지 말이다.

무한전생자의 눈에도 그리 보일 정도이니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이겠는가? 김마리아 연구소장은 이미 국가 최중요 인재로 국정원의 경호를 받고 있었다.

아무튼, 성과가 나오자 한국 정부는 경완의 신변을 인도하라는 중국의 강짜를 좋게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중국에 매년 보내오는 중금속+환경오염물질 황사를 문제 삼고 싶지 않으면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수위는 조금씩 낮아졌고, 그것이 경완에게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중국 안 가도 된드아!

이것으로 경완이나 한국 정부나 문제 하나는 일단 봉합할 수 있었다. 뭐, 경완이 중국에서 싸질러놓은 커다란 똥무더기가 남아있기는 했지만 너무나 커서 감히 건들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아무튼 이로써 그는 한결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니 다른 것도 다 편해지고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흘렀다.

정기면담에서 홍 소장은 그런 경완을 보여 참 나라꼴 잘 돌아간다고 혀를 찼다.

“세상 참 좋아졌다. 인권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참 다행이죠. 아니라면 서로가 힘들었겠죠.”

과연 재소자의 인권을 이 정도로 챙겨주지 않았다면 경완이 얌전히 교도소에 잡혀 있을까?라는 뼈있는 말에 홍 소장은 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커흠! 암튼, 애로사항은 없지?”

“있겠어요?”

하긴 그가 받는 특혜를 생각하면 애로사항이 있는 게 이상했다.

“암튼, 이틀 후 태안에 가지? 헛짓거리하지 말고. 일 잘하고, 나라에 보탬이 되어야지.”

꼰대 같은 말에 경완은 혀를 찼다.

“저 같은 고급 인력을 싸게 부리는 걸 오히려 감사히 여기질 못할망정. 쯧쯧.”

황사 방어로 인한 국민 건강 증대 효과 및 건강보험 보전 금액을 돈으로 환산해 봐?

“어흠! 나가봐.”

홍 소장은 경완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그를 사무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 시연 이후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탐문했지만 그런 인재가 없다는 것만 증명되었던 것이다.

가장 좋은 결과를 보여준 초능력자도 겨우 도시 하나만 커버했을 뿐이니, 저 서울부터 전라남도까지 커버한 경완의 능력에 비교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역량이었다.

이경완이라는 인재를 대체하려면 도대체 몇 명의 초능력자와 몇 개의 스마트 포스필드 설비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러한 현실에 식견 있는 자들은 개탄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저런 개또라이 테러범에게 저런 큰 능력을 주다니…….

아무튼 경완이 중국에 가는 것이 반쯤 황이 되어버리자 중국은 대신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을 요구했다. 한국은 기술은 무리고 대신 경완이 터뜨린 원전의 복구에 도움은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중국은 이런 제안조차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했다. 아무래도 경완이 터뜨린 원전을 복구하는 작업이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이렇게 한국이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니 씩씩거리는 나라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일본이었다.

[우리 후쿠시마는?!]

대응을 잘해 폭발은 막은 중국 원전보다는 원전도 터지고 멜트다운도 일어나 손쓸 가망성이 없는 후쿠시마야말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아니던가?

일본은 이웃나라로서 어찌 이럴 수 있냐는 배신감(?)을 토로하며 자신들에게도 방사능을 걸러내는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이나 장비의 도입을 제안했지만, 아뿔싸! 이거 어쩌나? 이미 생산해 놓은 두 대의 물량을 중국이 자기들 원전 복구한다고 전부 가져가 버렸는걸?

현재 스마트 포스필드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현재 대한 세립 연구소뿐이었고, 연구소 측은 언제 다음 장비가 만들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답변을 일본 측에 전달에 그들을 안달나게 했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경완의 존재감은 스마트 포스필드 기술에 가려졌다. 이득이라면 이득이었다.

희대의 사건을 저지른 경완의 인지도는 이제 역사서에 떡하니 박힐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국익을 챙겨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선 제어가 불가능한 범죄자보다는 확실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을 홍보하는 쪽이 나았다. 그러는 편이 정권 이미지에 긍정적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경완은 오랜만에 비질란스와 접선했다. 접선이라고 했지만 거창하진 않았다. 그저 텔레파시 능력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뿐.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리.]

[네, 오랜만입니다.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 있어야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무슨 일 있을 때만 접촉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었다. 범죄자들이지 않은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섭섭하네요.]

[저도 중국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이 안 돼서 섭섭하기는 했어요.]

[……어…… 음…… 중국은 좀…… 제가 돕기 힘들었어요.]

[왜요?]

[중국은 위험하거든요.]

목소리가 설명하길, 텔레파시 능력자의 텔레파시 능력도 정신계열의 능력이란다. 참고로 샌드맨의 수면능력도 뇌에 영향을 끼치는 일종의 정신계 능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정신계 능력자들은 같은 정신계 능력의 발현에 관해서는 에스퍼 능력자급의 탐지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함부로 사용하면 추적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목소리의 설명이었다.

그가 중국에 비질란스의 영향력을 퍼뜨리지 못하는 것도 중국에서 조우한 텔레파시 능력자 때문이었다. 하마터면 그 능력자에게 정체와 위치가 발각될 뻔한 이후로 목소리는 중국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말에 경완은 과연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신중했으니 비질란스가 여태 그 꼬리를 잡히지 않고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무튼, 목소리의 자기변호를 들은 경완은 문득 상하이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고권이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 혹시 그 중국 텔레파시 능력자 때문은 아닐까? 정신계열 능력은 여전히 경완에게 낯설었다. 물리적 작용이 두드러지는 다른 초능력과 매커니즘이 좀 다른 모양이었다.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이 맞아요. 용건이 있긴 해요.]

[뭔데요?]

[조심하세요. 세뇌 능력자가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누가요?]

[세뇌 능력자요.]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요?]

[그건 저도 정확히 몰라요.]

아, 이름은 모르는구나.

[왜요?]

[그것도 몰라요.]

아, 이유도 모르는구나.

[그럼 어떻게 그 사실을 아셨어요?]

[저와 같은 정신계 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패스라는 것이 있어요.]

다른 정신계 능력자들은 뭐라고 이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도 능력을 발현할 때 비슷한 것을 사용한다.

타인과 정신을 접촉할 때 사용되는 이 특수한 S입자 구성체는 정신계 능력의 유형 및 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먼 거리까지 패스를 연결하고 쌍방향으로 표층심상을 교환하는 통신이 가능하지만 샌드맨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먼 거리에 패스를 연결하지 못하는 대신, 다중으로 연결 가능하며 일방적으로 영향을 가할 수 있었다. 그것이 광역수면이라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을 연결하는 통로를 다루어서 그런지 정신계 능력자는 능력을 사용할 때 패스와 그 주변 영역에서 다른 능력자의 패스를 매우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목소리가 샌드맨을 만나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특성 덕분이었다. 샌드맨도 패스를 사용하는 정신계열 능력자였으니까.

[이런 거 그냥 말해줘도 되나요?]

[어차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정부 관계자들도 알고 있을걸요? 초능력이 발현된 이후 정신계 능력자가 존재하는지부터 가장 먼저 탐색한 이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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