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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07화 (207/367)

무한전생-더 빌런 207화

20-오버맨 엔트리

[어디로 가면 됩니까?]

마이티 가이. 흑백 혼혈의 건장한 근육질 육체의 남성이 물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단추 두 개를 풀어 쇄골을 드러낸 멋들어진 셔츠와 정장 바지에 광나는 구두까지. 누가 보면 헌팅을 목적으로 관광하러 온 외국인 같았지 도저히 대련하러 온 사람의 차림새가 아니었다.

제이슨이 대답했다.

[동해로요.]

S급의 초능력자들끼리의 대련에 주변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동쪽 해안가, 인적 드문 어딘가에서 경완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렇다. 두 사람의 대련은 바다 위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다.

경완도 하늘을 날 수 있고, 마이티 가이도 하늘을 날 수 있었으니 바다 위에서 대련을 펼치는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하늘을 날 줄 모르면 S급 초능력자가 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기동성도 전투력의 중요한 요소이니 말이다.

[여깁니다.]

제이슨이 직접 마이티 가이를 차에 태워 도착한 곳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방송 준비였다.

위에 커다란 접시 안테나가 달린 차량도 있고, 수직으로 세운 안테나와 여러 카메라 장비도 있었다.

[그는 아직 안 왔습니까?]

마이티 가이의 굵은 목소리에 제이슨은 살짝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런 것 같습니다.]

[흐음~]

자신이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드는지 짝다리를 짚고 생각에 잠기는 마이티 가이.

그때 누군가 종이비행기 착지하듯 모래사장에 가볍게 착지했으니 바로 이경완이었다.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제이슨이 무슨 일인가 싶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경완을 보고는 마이티 가이에게 말했다.

[왔습니다!]

[흐음.]

하지만 마이티 가이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남이 봤을 때 거의 동시에 도착한 모양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 먼저 도착한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경완이 그래도 아는 얼굴이랍시고 제이슨 앞에 오자 마이티 가이가 입을 열었다.

“You’re late.”

그 말에 경완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바지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여전히 약속 시각 1분 전이었다.

[안 늦었는데?]

대답하는 말투와 표정이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해서 마이티 가이는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는 그렇다고 쳐도 슬리퍼를 신고 온 게 심기를 무척이나 긁었다.

그래, 만만하다 이거지?

[어이! 준비 다 됐어?!]

불편해진 분위기에 제이슨이 얼른 도망갔고 경완과 마이티 가이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려는 마이티 가이와 그걸 개무시하는 경완.

경완에겐 ‘신경전? 그 뭐임?’ 같은 상황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신경전이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신경전은 길어지지 않았다.

[준비 다 됐습니다!]

저 멀리서 외치는 제이슨의 말에 마이티 가이는 입맛을 다셨다. 심리적으로 조금 이득을 얻어가려고 했는데 전혀 반응을 안 하니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러면 오히려 이쪽이 손해인가?

[자자! 움직이라고!]

제이슨의 지시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대부분 염동력 능력자로 그리 강력하진 않지만,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바다 위를 돌아다닐 정도는 되었다.

그 수는 총 일곱.

S급 초능력자끼리의 대련이라는 이벤트를 찍기 위해 제이슨이 야심 차게 준비한 초능력 카메라맨들이었다.

뭐, 경완의 대련 공개 거부로 기밀자료 촬영용이 되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준비되셨습니까?]

제이슨이 마이티 가이와 경완에게 묻자 마이티 가이는 손목에서 푼 시계를, 경완은 자신의 폰과 슬리퍼를 제이슨에게 맡겼다.

[잘 가지고 있어요.]

[그럼 붙어볼까?]

경완이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 턱짓하자 마이티 가이가 입을 열었다.

[먼저 가라.]

인심 쓰는 듯한 말에 경완은 피식 비웃고는 먼저 움직였다.

힉스장이 지구의 중력장을 밀어내고 몸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경완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의 몸이 화살처럼 빠르게 바다를 향해 쏘아졌다.

그 뒤를 따라 마이티 가이의 몸도 떠올라 경완의 뒤를 쫓았다. 속도가 경완 못지않았다.

경완은 자신의 뒤를 무리 없이 따라오는 마이티 가이를 초감각으로 감지하면서 참으로 신기해했다.

어떻게 이렇게 강한 초능력자가 그동안 조용히 소문도 나지 않았을까?

경완은 위버멘쉬의 총수, 요하네스를 떠올렸다. 도무지 의도가 뭔지, 속내가 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경완은 해변이 어렴풋이 보일 때쯤 멈췄다. 그러자 마이티 가이도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의 아래로 파도가 일렁였다.

[시작해 볼까?]

[그래.]

경완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마이티 가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인터뷰에서야 자신만만했지만 경완이 강력한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기에 선빵필승을 노렸다.

순식간에 초음속에 가깝게 가속하는 G. 초음속에 도달한 충격으로 생겨나는 소닉붐.

마이티 가이는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주먹을 내밀었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있다고 하지만 경완이 해낸 일을 모두 거품이라고 치부하는 망상병 환자는 아니었다.

그런 그를 보며 경완은 손을 들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인간포탄을 막아 세운 건 약간의 공기방울이 섞인 대량의 바닷물이었다.

퍼엉!

인간의 육체는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마이티 가이와 두꺼운 바닷물의 충돌은 물과 물의 충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도저히 물과 물이 부딪힌 거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충돌에너지에는 터져나간 바닷물을 잘게 쪼게 대량의 에어로졸을 만들었고, 에어로졸은 마치 안개처럼 뿌옇게 주변에 깔려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곧이어 일어난 충격이 안개를 확! 흩어버렸다.

쿵!

원형으로 흩어진 안개의 중심에는 마이티 가이와 이경완이 있었다.

놀랍게도 바닷물로 이루어진 두터운 벽을 그대로 뚫어버린 마이티 가이의 주먹과 이경완이 검은 연기로 둥그렇게 만들어낸 방패가 서로 맞닿아 있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서둘러 따라온 카메라에 담긴 건 잠깐일 뿐. 경완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검은 연기가 마이티 가이를 밀치며 거리를 벌렸다.

서둘러 따라온 카메라맨이 찍은 영상에 완벽히 담기진 않았지만 분명 마이티 가이가 뭔가를 했기 때문에 이경완이 저렇게 급히 거리를 벌린 것 같았다.

경완은 마이티 가이를 밀쳐냄으로써 방금 자신의 머리 옆에서 터질 뻔한 기술을 피해내고 물었다.

[어디서 그런 테크닉을 익혔지?]

갑작스런 수축과 폭발. 염동력으로 순간적으로 공기를 압축하고 해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염동폭발이었다.

만일 그저 순수하게 염동력만 터뜨리는 식이었다면 그저 약간 밀도 높은 S입자를 밀어 넣어 흩어버리거나 위력을 미풍 정도로 경감시킬 수 있었지만 이 방식은 공기의 압축과 팽창을 이용한 간접공격이라 경완도 염동력으로 방어막을 깔아야 제대로 막을 수 있었다.

물론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한 번 막는다고 해도 그게 끝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거리를 벌린 것이다.

한편, 경완의 의문에 마이티 가이가 답했다.

[내가 무너뜨린 독재자만 6명이다.]

즉, 실전에서 익혔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만큼 은밀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에 투입되었던 것일까? 왜 굳이 공을 알리지 않았던 걸까?

경완은 의문을 뒤로한 채 다시 달려드는 마이티 가이를 상대했다.

마이티 가이의 교전 능력은 상당했다. 우직한 공격이 자칫 정직하게 싸운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중간 중간 전개되는 기교와 속임수는 저 우직한 공격이 마치 심리전을 위한 포석처럼 생각될 정도로 날카로웠다.

소닉붐에 물이 갈라지고, 충격파에 파도가 부서졌다.

치열한 교전 와중에 마이티 가이가 문득 멈췄다.

[왜 공격을 안 하지?]

질문을 던지는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경완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공격을 받아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흔한 견제조차 날리지 않으니 마이티 가이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완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련일 뿐인데 내가 때릴 필요가 있겠어?]

어차피 너도 못 때릴 텐데?

그런 뉘앙스에 마이티 가이는 표정을 굳히며 염동력을 끌어올렸다.

경완 역시 염동력을 끌어올렸다.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그를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염동력을 밀어냈다.

경완은 그 와중에 자신의 염동력을 파고들어 오는 S입자의 줄기를 감지했다. 상대의 초능력 발현을 방해하는 초능력 방해기술. 역시 괜히 S급을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받은 대로 돌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경완 역시 자신의 주변을 감싸는 염동력에 S입자를 밀어 넣어 방해했다.

하지만 그동안 마이티 가이가 쑥하고 다가왔다. 그 정도 대응은 예상한 모양이었다.

마이티 가이의 주먹에 염동력이 응축했다. 단순히 주먹에 염동력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끌어들여 함께 응축했다.

진공청소기가 바람을 빨아들이듯 공기가 주먹 앞에 모였다. 순간적으로 압축되어 고열이 된 기체, 아니 플라즈마화된 덩어리는 그 고열로 인해 밝은 노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오우.”

경완은 감탄사를 흘렸다. 딱 봐도 심상찮은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티 가이가 주먹을 뻗었다. 그것은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었다. 염동력을 동원한 일종의 초능력 대포였다.

퍼엉!

초고열에 플라즈마화된 기체가 전방으로 뿜어졌다. 염동력에 제어된 플라즈마가 염동력과 함께 마치 SF의 빔병기처럼 경완을 덮쳤다.

플라즈마 빔의 굵기는 사람 하나를 완전히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심호흡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정리하던 마이티 가이는 밝은 플라즈마가 사라지고 드러난 경완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전혀 타격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경완은 감탄한 얼굴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염동력과 물질을 섞은 일종의 포격(?)은 사람 하나쯤은 가볍게 녹여버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저런 걸 대련에 쓰다니 참 미친놈이다 싶었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상대가 공격도 안 하고 공격을 받아주기만 하니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겠는가?

웬만한 공격으론 조금도 타격을 줄 수 없었으니 답답한 마음에 써본 것이지 죽이려는 의도까진 없었을 것이다. 다치게 할 수는 있어도 죽진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겠지.

하지만 경완의 기준에 차진 않았다. 그가 감탄한 이유는 기술의 창의성에 있었지 완성도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상대에게 적중시키지 못한다면 미완성된 결함 기술에 불과했다.

[이거밖에 없어? 다른 건?]

[우아아아!]

도발에 눈이 뒤집힌 마이티 가이의 전신에 염동력이 겹겹이 쌓였다. 그리고 순간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너무 빠른 순간속도로 인해 일어난 착시.

경완은 초감각으로 좌측에서 날아오는 마이티 가이를 감지하고는 슬쩍 피했다. 초음속으로 인해 일어난 소닉붐이 경완을 휩쓸었지만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마이티 가이는 급회전으로 다시 한 번 경완을 노렸고, 그렇게 두 번 더 헛손질하며 지나가더니 안 되겠다 싶어 근접전을 전개했다.

이미 근접전을 맛봤지만, 이번엔 앞과 다르게 진심이 서려 있었다. 그의 양 팔뚝에 두른 염동력이 거칠게 회전하며 경완이 방어용으로 몸에 두른 검은 연기를 찢어발겼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경완의 몸을 휘감은 검은 연기는 점차 두꺼워지고 질겨졌다.

마이티 가이는 자신의 자유를 보장하던 방어법이 어느새 막힌 것을 깨달았다.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상대의 염동력 촉수가 끊어지지 않고 회전하는 염동력의 틈을 파고들어 와 얽혔다.

마이티 가이 본인이 느끼기에 그것은 마치 끈적이는 접착제 같았다. 이대로는 끈적이 덫에 들러붙은 생쥐 꼴이 날 것 같았다.

염동력을 해체하면 얽힌 것은 풀어낼 수 있겠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가 몸에 두른 염동력장은 그의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의 역할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염동력장을 풀면 방어를 온전히 신체내구력에 맡겨야 했다. 설사 자신의 질기고 단단한 육체가 저 검은 촉수를 견뎌낸다고 해도 구속을 풀려면 다시 한 번 염동력을 일으켜 밀어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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