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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전생 더 빌런-227화 (227/367)

무한전생-더 빌런 227화

22-뉴 오더

“풉!”

김봉남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고, 바스티앙이 의아해하자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바스티앙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떠들고 노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바스티앙은 열심히 일해야 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여기까지 온 고래들도 나름 먹이와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투자한 거라 헛걸음하지 않도록 자신이 노력해야 한다나?

덕분에 경완은 느긋하게, 간간이 초감각 레이더를 돌려가며 멍 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생각해봐도 괜찮은 의뢰였다. 그래서 요하네스 총수가 더욱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흡족하도록 일을 꾸밀 수 있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 봐도 김봉남의 입에서 들은 친분 도모라는 목적이 절반쯤 달성된 것 같았다.

바스티앙의 태평양 일정은 약 한 달. 그동안 삼천 마리가량의 고래를 강화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하루에 약 100마리 정도를 강화해야 하는 일정은 생각보다 훨씬 강행군이었다. 동물 강화라는 능력은 육체, 정보, 강화, 변질, 특이, 다섯 가지 계열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매우 복잡한 능력이었다.

특이계에 속한 정신계 능력으로 교감을 나누며, 대상인 동물의 정보를 읽고, 그 육체를 변질하고 강화하는 바스티앙의 능력은 초능력의 발현이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을 통해서 발현된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였다.

그런 걸 매일 100마리씩, 그것도 작게는 사람에서, 크게는 거대한 저택만 한 놈들에게 해주니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었다.

피곤한 얼굴에 바닷물을 끼얹고 다음 고래를 강화하는 바스티앙을 보며 경완은 혀를 찼다.

“차~암 힘들게 산다, 힘들게 살어.”

“그러게 말이에요.”

김봉남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경완은 저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혼자 사서 고생하는 게 뭐가 나쁜가? 그저 말한 그대로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

“밥이라도 잘 먹여야겠네요. 식사 부탁해도 돼요?”

“맨입으로요?”

“게임기 가져올까요?”

“콜. 거기에 식재료도 추가. 물고기만 먹으니 질리네요.”

“콜.”

경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퍼 요트 치고는 식재료의 다양성이 빈약했다.

고래가 물어다 주는 가다랑어, 참다랑어 같은 것은 분명 좋은 식재료이기는 하지만 삼시세끼 그것만 먹으면 물릴 수밖에 없었다.

김봉남은 경완이 적당한 식재료를 가져다주기로 한 대신, 자신은 여자들에게 자랑했던 요리 실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기로 합의했다.

“야아앙!”

경완이 집에 오니 치즈가 재빨리 다가와 울었다. 경완은 매일 듣는 울음소리라 그 울음소리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밥 달라고?”

“야아앙!”

그렇다고 울기에 경완은 또 물었다.

“미연이가 밥 안 줬냐?”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야아아앙!”

다시 한 번 우는 치즈의 울음소리가 경완의 귀에는 ‘시끄럽고 빨리 따주기나 해!’로 들렸다.

경완은 피식 웃으며 캔을 따주었다. 그에게도 캔을 따달라 하고 미연이한테도 그랬을 테고. 그래서 한마디 해주었다.

“너 그러다 살찐다.”

“야앙!”

치즈의 이번 울음소리를 ‘닥쳐!’라는 의미가 아닐까?

경완은 냉장고를 뒤져서 야채, 과일, 고기 등을 잔뜩 챙겨서 돌아왔다. 돌아오기 전에 미연에게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를 잔뜩 챙겨간다고 메시지도 남겼다.

“오! 좋아요! 전골 해먹으면 딱 되겠네요.”

김봉남이 요리에 들어가면서 경완에게 한마디 했다.

“아참! 미국에서 큰일이 생겼대요.”

“무슨 일인데요?”

“직접 봐요.”

슈퍼 요트라서 그런지 비싼 인터넷 서비스가 달려 있어서 태평양 한가운데지만 인터넷이 되었다. 온라인 게임이나 OTT 같은 건 무리였지만 웹서핑으로 뉴스를 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김봉남이 저녁을 차릴 동안 경완은 어렵지 않게 미국에 난 난리가 뭔지 알 수 있었다.

[NRA 회장, 저격으로 사망!]

[NRA의 로비를 받은 정치인들에게 협박 편지!]

바로 테러였다. 그리고 그러한 테러에 미국 전역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여태까지의 테러 위협과는 그 성질이 달랐던 것이다.

미국을 압제자로 규정하고 적대하던 기존 테러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테러 사건은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었고, 그 정치적 메시지의 내용으로 보아 분명 미국인이 저지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에 대한 미국인의 테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충격을 준 이유는 이것이 그간의 사건과는 다르게 확실히 정치적인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그 목적은 총기규제에 대한 촉구였다.

그동안 미국인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은 대부분 과대망상, 정신질환, 괴롭힘에 대한 보복, 원한 등 개인의 일탈을 원인으로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철저히 정치적이었고 그만큼 계획적이었다.

일단 NRA라는 총기 옹호의 구심점으로 불리는 보수단체의 장이 저격이란 수단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관련된 정치인들에게 경고 섞인 협박 편지를 보냈다.

이는 미국인에겐 영화에서나 볼법한 짓이었다. 감히 자유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이런 짓을 한다고?

경완은 혀를 차면서 관련 기사를 좀 더 찾아보았다.

과연 생각대로 범인의 윤곽은 전혀 없었다. 무분별한 총기 판매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는 무수히 많았고, 관련된 유가족은 더 많아서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초능력 수사기법마저 도입된 마당에 용의자조차 특정할 수 없다?

이건 범인이 뭔진 모르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의미였다.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망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거 혹시 미국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게 아닐까?

경완은 문득 귀찮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 바스티앙에 대한 경호 의뢰는 그 기일이 아직 반도 지나지 않았고, 경완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생각도, 이 좋은 의뢰를 중도 파기할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경완은 미국에 이러한 일이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 차라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더 신경이 쓰였다.

김마리아 소장 서울 참사 청문회가 건설사 정경유착 게이트로 퍼진 이후 아직 가라앉지 않았고, 미국의 총기규제 테러보다 경완에게 더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여기도 난리가 났네.”

결과적으로 시위는 결국 폭력 사태까지 번졌다.

서울 참사를 이용한 정치인들을 만나러 가는 성난 시위대들을 경찰이 앞장서서 막아서자, ‘야! 니들은 가족들 안 죽었냐?!’, ‘지금 누구를 지키고 있는 줄 알고는 있냐?!’ 등 시위대가 경찰들을 비난했다.

시위대의 성난 목소리에도 직업윤리를 지키는 게 대단했다.

그 동인(動因)이 정말 직업에 대한 투철한 소명의식 때문일까, 아니면 입에 풀칠하려면 엿 같은 명령이라도 따라야 하기 때문인지 경완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입장에선 그 어느 쪽도 할 수 없었다. 하기 싫었다.

경완은 경찰이라는 직업이 참 엿같다고 생각했다. 저기 시위대와 심정이 같은 사람은 분명 있을 텐데 경찰이기 때문에, 상부가 지시했기 때문에 저들을 막아서야 한다니 말이다.

마음이야 어떻든 성난 군중은 너무나 많았고, 모두를 막거나 잡을 수도 없었다.

국회로 가는 길이 막힌 군중들은 건설족 게이트, 특히 서울 참사 청문회를 꾸몄다고 알려진 건설사로 몰려가 사장, 회장 나오라며 집기들을 부숴댔다.

사건이 더 커지기 시작한 건 몇몇 건설사에서 가만히 처맞기 싫어서 보안업체를 닦달하면서부터였다.

보안업체란 무엇인가? 몇몇 크고 전문성을 갖춘 곳은 전역한 특수부대원이나 제대로 보안, 경호 교육 등을 받은 이들을 영입하지만 영세한 대부분의 보안업체는 사실 용역깡패들이 자신들을 포장하기 위한 껍질에 불과했다.

용역깡패는 보안업체랍시고 스스로를 포장하고, 건설사들 입장에선 평소엔 보안업체로 활용하다가 필요할 땐 강제철거 등을 위한 용역깡패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런 서로가 이익이 되다 보니 건설사들에게 이들은 매력적인 협력업체였다.

즉, 건설사에 몰려간 시위대들은 보안업체의 탈을 쓴 용역깡패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유혈사태를 불러왔다.

전직 용역깡패 출신 가드들은 수가 많은 시위대들을 상대로 연장을 들면 좀 겁을 먹고 진정하리라 생각했지만 몇 대 맞고 피를 흘린 시위대에서 날아온 건 유리병, 깨진 보도블럭 그리고 난대 없는 화염병이었다.

물대포보다 훨씬 일찍 사라진 화염병을 어디 젊은 용역깡패들이 당해봤겠는가?

당연히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고, 성난 시위대는 불을 끌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잘 탄다고 구경할 뿐. 그래도 소방차가 들어오는 걸 막진 않았다.

그렇게 건설사 본사 두어 개가 반쯤 탈뻔하자 정부가 화들짝 놀라 끼어들었다. 대대적으로 경찰 인력을 동원하는 동시에 전국 각지의 보안업체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서 시위대들이 폭도로 변하지 않도록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단순히 서울 참사를 이용한 것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불만들도 모여서 시위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그 분노가 폭동으로 터지기 직전.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갑자기 성난 시위대들이 기절하듯 졸음에 빠져 쓰러진 것이다.

샌드맨.

그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해 보이는 광역 수면기에 경찰들은 고마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빌런 범죄자 잡는 건 잡는 거고.

조직 논리란 이렇게 지들 편리한 대로였다.

뭐가 무섭겠나? 조직의 이익이 되면 조직이 뒤를 받쳐주는데.

샌드맨 덕분에 잠깐 소강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충격은 컸고 그 어느 것도 해결되진 않았다.

생명을 위협받은 의원들은 집시법 개정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편에선 괜히 시민들을 자극한다고 자중하라며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은 사실을 다시 한 번 꺼내며 공세를 이어나갔다.

어찌 되었든 간에 경완이 눈에는 이것이 위버멘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보였다.

왜냐면 한국의 기득권층은 분열되었고, 초능력자의 중요성, 영향력이 그들 기득권의 피부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샌드맨이 시위대가 폭도로 변하기 전에 나서서 진정시킨 모습에서 초능력 한 명이 수천수만의 시위대를 막아낼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이제 머릿수가 정의인 시대가 물러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었고, 초능력자에 대한 기득권들의 탐욕에 불을 지를 것이다.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초능력 회원을 지닌 위버멘쉬에게 유리한 환경이 된다.

이러한 예측이 경완에게 다가오는 의미란?

‘인생 날로 먹는구만.’

초능력자의 몸값이 올라가면 경완의 몸값도 자연히 올라간다. 솔직히 홀로 중국 정부를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전략 핵탄두급 인재 아닌가?

그만큼 초능력자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한 시도, 혹은 초능력자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초능력 각성 초기부터 있어왔지만, 초능력 공학과 경제적 이유가 그러한 시도를 억눌러왔고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이미 초능력자들 상당수가 위버멘쉬, 아니면 각종 크고 작은 협회에 가입해 발언력이 생긴 상태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위버멘쉬 총수가 경완에게 매우 호의적이라는 것도 고려하면 지금 경완의 상황은 저도 모르게 떡상할 주식을 매수, 얼떨결에 가상화폐 초기 구매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밥 먹어요!”

상을 다 차린 김봉남의 부름에 경완은 생각을 접고 바스티앙을 불렀다.

저녁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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