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심문 (1)
내가 식당에서 정체를 숨기고 있던 각성자 녀석을 제압하고 돌아왔을 때.
이미 부대에 일어난 소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였다.
“우왁, 신영준 병장님? 그건 대체…….”
“아, 미안. 보기 좀 그렇지?”
생활관 쪽에도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 달려오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제압한 각성자를 그냥 식당에 내팽개쳐 두기도 뭐해, 일단 데리고 왔다.
그 꼴을 본 다른 병사들이 기겁했다.
“……그거, 살아는 있는 겁니까?”
“어. 고통은 좀 심해 보였지만. 지금은 기절했으니까, 뭐.”
기본적으로 내 직업, 요리사는 전투직이 아니다.
오히려 요리를 통해 아군을 지원하는 후방 지원조에 가깝다.
실제로 내 능력은 그쪽에서 더 영향을 발휘하지만, 난 지난 습격에서도 최전선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싸웠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하급 단도 숙련’ 특성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요리사의 눈’ 스킬 덕분이다.
‘요리사의 눈은 좋은 스킬이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요리사의 눈이 보여 주는 것은 대상 식재료를 ‘손질’하는 법.
그런데,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은, 대부분 우선 숨통을 끊고 피를 빼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간단하게 적의 약점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살상력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지.’
상대를 죽이지 않고 살려 둬야 할 때, 사용할 방법이 애매했다.
그렇다고 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내 전투력 자체가 급감한다.
물론 말 그대로 후방 지원에만 매진한다는 선택지도 있을 수 있지만,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 처음 식당을 습격한 괴물에 맞섰을 때처럼, 나 자신의 전투 능력에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하지만 괴물들이야 바로 죽일 것을 목표로 한다고 쳐도, 이번처럼 인간을 상대로 할 때는 죽이지 않고 살려 둬야 할 필요성도 있을 터.
어떻게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와중에 떠올린 것이 바로.
‘활어회.’
그중에서도 횟집에서 하는 회라기보단, 낚싯배에서 수십 년을 구른 선장님들이 즉석에서 횟감을 꺼내다가 만들어 주시는 회.
바다에서 낚은 생선을 바로 먹을 땐.
죽이고 시간을 거치는 숙성을 거치지 않고, 산 채로 바로 회를 뜨기도 한다.
‘그것 역시 하나의 훌륭한 손질법이지.’
그런 생각을 의식한 채 스킬을 사용해 봤더니, 기대했던 방향의 ‘손질법’이 떠올랐다.
……조금 보기 그런 모양새가 돼 버린 게 문제지만.
“그, 그래서 그렇게 된 겁니까?”
“그래. 지금은 기절해 있긴 해도 언제 일어나서 날뛸지 모르니까. 제대로 결박하고, 사제한테 보내서 치료해 줘.”
나는 한쪽 팔이 ‘산 채로 회 쳐진’ 녀석을 병사들에게 맡긴 후, 다른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엔 이미 제압당한 채 무릎 꿇려져 있는 사내들이 넷.
그들은 내가 기절시킨 각성자를 끌고 왔을 때부터 당황하고 있는 상태였다.
“저, 저거, 찬중이잖아!”
“우리 중에서 가장 강했던 찬중이가, 고작 취사병한테 졌다고……?”
“심지어 저렇게 참혹하게……. 이 부대는 대체?”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한 놈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 놈들은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경악한 듯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가장 강했다고?’
나한테 부대 정보를 캐 오는 역할이나 시키길래 막내쯤 되겠거니 했는데.
가장 강했다느니 하는 걸 보면, 생각보다 높은 지위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했다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겨우 이 정도로?”
확실히, 그 거대한 불을 던지는 능력은, 나에겐 안 통해도 다른 사람들에겐 통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뿐.
제대로 싸우기 시작하자, 녀석은 요리사인 나에게.
힘도.
실력도.
기술도.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게 이 녀석들 중 가장 강한 수준이었다니. 얼마나 약한 거야?”
“그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강해진 거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현장에 와 있던 광일이 녀석이 말했다.
“이 녀석들 평균 레벨은 3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부대는 조금만 빨리 각성했다 싶은 사람들은 최소 5에서 6 정도는 되고. 신영준 병장님은 아예 10레벨도 넘기지 않으셨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거기다가, 증표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클랜을 결성한 업적으로 받은 단체 스킬, 증표.
우리 클랜만 착용할 수 있는 군번줄 형태의 증표는 스탯을 고정적으로 올려 주는 효과가 있다.
레벨 1짜리 부대원이 착용할 경우, 착용하지 않은 레벨 5 각성자와 비슷한 수준의 스탯을 얻을 수 있을 정도.
어마어마한 스펙이었다.
‘어디까지나 고정된 수치를 올려 주는 아이템이니, 개개인의 성장이 진행될수록 효율은 줄어들겠지만.’
일반적으로, 버프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고정 스탯 상승, 그리고 또 하나가 퍼센트 상승.
전자, 고정 스탯 상승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능력치가 낮을 때 크게 작용한다.
스탯이 1일 때 1이 증가하면 두 배지만, 100일 때 1이 증가해 봐야 100분의 1의 성장은 큰 의미가 없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엔 기본적인 능력치가 클수록 효과도 크다.
스탯이 1일 때 100% 증가해 봐야 1 증가지만, 100일 때는 100이나 증가하는 셈이니까.
그중 증표는 전자에 해당한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장 1레벨을 5레벨 수준으로 만들어 주는 사기템이지.’
저놈들의 대장이라는 녀석은, 전사조에서 광일이 다음으로 강한 한일이와 대원이가 붙자 순식간에 처치됐고.
나머지도 한 명 한 명이 우리 부대의 각성자들보다 약한 만큼, 여러 명이 붙어서 싸우자 순식간에 정리되었다고.
“거기다가 부대원들끼리는 정찰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스파링을 하고 있으니까요. 저놈들. 각성자의 신체 능력을 가지고 싸우는 법도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제 딴에는 다섯 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라 자신감을 가지고 덤빈 듯하지만.
애초에 승부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 부대가 그렇게 강해졌다니…….
“솔직히, 내가 없는 사이에 큰일이 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말이지.”
식당에서 제압한 사내의 계획을 들었을 때.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자들이 부대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크게 당황했었다.
막상 돌아와 보니, 나 없이도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이제 나 정도는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네. 요리 버프도 없었고.”
“하하, 그건 아니죠.”
광일이 녀석은 허허, 웃더니 말을 이었다.
“저희가 강해지긴 했습니다만, 이게 어디 혼자 큰 겁니까?”
“음…….”
“신 병장님이 먹여 주고 키워 주고 해서, 여기까지 큰 거 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부대에 괴물이 나타난 후, 다른 병사들과 합류했을 때 했던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이 부대는 내가 먹여 살려야 한다, 뭐 그런 생각을 했었지, 아마?’
물리적으로도 음식을 먹여서 살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적인 의미로도, 어떻게든 부대를 먹여 살린다는 내 목표는,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구, 군인분들……? 이게 대체 무슨…….”
그러고 있자니, 생존자들의 대표, 이상아 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부대원들이 개입하기 전까지 두 명을 상대로 싸웠던 탓인지, 약간씩 그을린 모습.
자세히 보니 팔에는 화상도 입은 듯했다.
“상처가 심하신 것 같군요. 저희 부대에 치료사가 있으니까 금방 치료될 겁니다. 의준아!”
“예! 일병 사의준.”
“이분 먼저 치료해 드리자.”
“옙.”
의무병의 손에서 빛무리가 일더니, 상처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화상이 사라진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쳤다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새 피부만이 남아 있었다.
“여러분들은…… 각성자였군요. 그것도 전원이.”
“전원까진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절반을 겨우 넘긴 정도죠.”
“그래도 50명 이상이라는 것 아닌가요……? 세상에나…….”
생각해 보면 이분한테는 거짓말을 하게 된 셈이다.
우리 부대에 각성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각성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까지 공유했을 정도니까.
우리라고 악의를 가지고 한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해명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아 씨는, 각성한 직업이 재봉사라고 하셨죠?”
“예.”
“저는 요리사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직업의 각성자가 있죠. 치료사, 사제, 광전사에 마법사…….”
“사, 사제에 마법사요?”
“예. 그중에는 천문관이라고, 제한적이나마 미래를 보는 녀석도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어째서 각성자들을 숨겼는지 설명했다.
부대에 괴물이 처음 찾아온 날부터 지금까지.
사실은 생존자들이 찾아올 것도 그 전날에 알고 있었고, 그중에서 묘한 경고가 있었다고.
그 경고를 받아들이고, 위협이 될 대상을 찾을 때까진 각성을 숨긴 것이라는 설명.
“대충 이해했어요……. 그러면 여러분 대부분이 각성자일 뿐만 아니라, 각성자를 안정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
그러자, 무언가 생각에 빠진 듯 말이 없어지는 상아 씨.
“……어쨌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아, 네! 전혀 오해하지 않았으니, 걱정 마세요.”
그 후 다시 생각에 빠지는 모습에, 더 말을 걸 필요는 없겠다 싶어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다시 결박된 녀석들에게 다가가니, 몇몇 병사들이 말을 걸어왔다.
“일단 제압은 했습니다만, 어떻게 처리할까요?”
“글쎄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살려 둬 봤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살려 둬 봤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저 말이 뜻하는 것은, 즉.
“아니. 죽이는 건 아직은 보류다.”
“……왜 그렇습니까?”
“병사들 멘탈은 물론이고, 생존자들한테도 안 좋아.”
병사들은 괴물을 죽인 적은 있어도, 사람을 죽인 적은 없다.
아무리 그간의 싸움에서 어지간한 일에는 익숙해졌다 해도,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정도로 시간이 흐르진 않았다.
생존자들 역시 마찬가지.
저들이 명백한 죄인이라고 하나, 생존자 그룹에 속해 있던 이들.
그들을 처형한다고 하면 다른 생존자들 역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 죽인 채 살려 둬 봤자 식량만 축내고, 탈출에 성공이라도 한다면 문제가 커지지.’
다른 사람들을 습격하는 녀석들을,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렴~’하고 방생해 줄 수도 없다.
“저 녀석들, 일단은 식당 지하에 처박아 둬.”
“식당 지하면…… 보일러실 아닙니까?”
“어. 거기 창고용 방도 일곱 개인가 있을 거다. 밖에서 잠그면 얼추 감방 역할은 될 거야.”
방은 총 일곱 개.
다섯 명 정도는 문제없이 수감할 수 있겠지.
“위험한 녀석들이니까, 전사직으로 각성한 애들 한 명씩 뽑아서 관리해 줘. 다음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게 감옥에 가둬 둔 뒤.
나는 다음 날, 바로 감옥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자.
“히, 히익!!”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첫 인사가 좀 너무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