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131화 (131/227)

131화 용아병 (1)

[식당을 건설합니다.]

[공병 1인이 차출됩니다.]

[대장간을 건설합니다.]

[공병 1인이 차출됩니다.]

[훈련소를 건설합니다.]

[공병 1인이 차출됩니다.]

[병영을 건설합니다.]

[공병 1인이 차출됩니다.]

[제1 포대를 건설합니다.]

[제2 포대를……]

…….

……

점령전 포인트가 넘쳐 난다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쓸모가 있겠다 싶은 이름을 한 건물들을 모조리 선택했다.

눈앞을 가득 메우는 건물 건설 메시지.

“이래도 포인트가 남아?”

점령지를 유지한 시간이 상당히 길었으니까.

쓸모 있다 싶은 건물은 모조리 건드렸는데도 절반 남짓한 포인트가 남았다.

‘[자율방어시스템]같은 건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아무래도 요새의 레벨이 오른 뒤에야 해금되는 건물들이 있는 모양.

생각해 보면, 이름은 [기동요새]인데도 관련된 시설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요새의 레벨을 올리면 그런 기능들이 해금된다는 거겠지.

그런데 조금 신경 쓰이는 문구가 있었다.

[공병 1인이 차출됩니다.]

시스템에 나온 메시지.

무슨 의미일까 싶어진 나는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요새의 등장에 흥분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병사들.

멈칫.

그들 중 몇 명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제자리에 선 채 허공을 바라보는 녀석들.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난 건가.”

각성자들이라면 꽤 익숙한 모습이었다.

뽈뽈뽈…….

허공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는가 싶더니.

어딘가로 뽈뽈거리며 뛰어가는 녀석들,

얼굴은 안 보이지만, 아마 공병 각성자들이겠지.

피식.

“이렇게 보니까 조금 귀엽네.”

가까이서 보면 다리털 숭숭 난 아저씨들인데 말이지.

그렇게 공터에 도착한 녀석들이 무언가 작업을 시작했다.

[식당 건설 중…….]

[소요 시간 - 3시간]

[작업에 투입된 공병의 능력에 따라 보너스가 부여됩니다.]

“흠.”

과연.

그냥 만들라고 한다고 공터에 뿅 하고 건물이 세워지는 게 아니란 거다.

요새의 건물 건설에는 공병이 일꾼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일꾼의 능력치에 따라 보너스가 부여된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겠지.

“새참이라도 해 줘야겠네.”

건설에 필요한 시간은 3시간.

새참을 요리해서 가져다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새참이라니……!”

“감사함다!”

나는 공사 중인 현장들을 돌면서 열심히 만든 음식들을 전달했다.

음식을 먹는 동안 건설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불타는 열정의-]

“우오오오오!!!”

요리를 먹고 열정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공병들.

그 결과.

[식당 Lv.1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니, 이것은!?]

[일꾼의 열정과 재능이 빛을 발합니다!]

[완성된 식당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식당 Lv.2]

“……오.”

그렇게.

모든 건물들이 2레벨인 상태로 완성되었다.

* * *

대충 요새에 대한 파악이 끝난 뒤.

나는 내성에 있는 거대한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너…… 부대원들하고 상의도 없이 건물들을 지어 대다니.”

“헤헤. 식당이란 이름을 보니 흥분해서 그만.”

“……잘했다.”

회의를 주관하기로 한 민재 형이 말했다.

“요새가 생긴 덕분에 방어가 훨씬 수월해졌다. 특히.”

그의 시선이 회의실의 창문 밖.

요새의 성벽 쪽으로 향했다.

[제1 포대 Lv.2]

[제2 포대 Lv.2]

[제3 포대 Lv.2]

성벽 위에 자리 잡은, 거대한 대포들.

“저런 방어시설이 특히나 유용하겠지.”

넘치는 포인트를 통해 지을 수 있는 방어시설은 모두 올렸다.

요새가 완제품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결국 큰 차이는 없겠지.

탄약대대에 있는 전차들 역시 이쪽으로 옮겨 오는 중이다.

방어 설비는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갖춰진 셈.

다만.

그걸로 충분할 것 같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인력이 좀 부족해.”

춘천에 있는 부대원들의 숫자는 200명 남짓.

“그 얘기 말인데. 일단 도시의 각성자들 일부가 협력 의사를 밝혀 왔다.”

도시의 각성자들은 아직 평균적인 레벨과 수준이 낮다.

적들의 강함과 숫자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를 마쳤으니.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도시의 각성자들은 대부분이 피난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환된 요새를 보니 할 만하다 싶어졌겠지.’

나조차도 놀랄 정도의 요새였으니까.

약간의 대가만 제공해 준다면 방어에 협력하겠다고 접촉해 온 이들이 꽤 많았다.

그 대가야 대부분은 전투식량으로 때워질 터.

우리에겐 손해 볼 게 없으니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쁘진 않은데. 으음.”

하지만 그래 봤자란 말이지.

아무래도 도시의 각성자들은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으니까.

‘지금 필요한 건 그런 약한 전력이 아니야.’

지금 필요한 건 정예 병력.

최소한 우리 부대 막내급은 될 만한 전력이 더 필요했다.

“어, 신 병장님?”

“어디 가십니까?”

다른 간부들이 방어 작전에 대한 회의에 들어갈 때쯤.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작전 같은 건 너희들이 더 잘 짜잖냐.”

전투직들은 기본적으로 전투에 관한 센스가 높다.

게다가 김 중위 같은 [지휘관] 각성자도 있으니.

세밀한 작전 같은 걸 짜는 데 내가 낄 구석은 없겠지.

“난 내가 할 일을 해야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회의실에 앉아서 저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니니까.

회의실을 나와 내성의 계단을 내려가자.

-정 방법이 없으시면 제가 좀 노력해 볼까요?

그림자 속에서 아리엘라가 말했다.

뱀파이어를 늘린다라.

‘나쁘지 않긴 한데.’

그녀는 얼마 전에 남작으로 승작을 이룬바.

권속을 늘리기에 필요한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적이 언제 쳐들어올지는 모르지만, 잘만 하면 최소 100마리는 늘릴 수 있겠지.

그 뱀파이어들의 평균 전력도 조금 더 올랐을 거다.

몇몇 제약이 있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평범한 각성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전력이긴 한데.

“안 돼. 네 권속은 100명까지다.”

뱀파이어들을 유지하려면 피를 먹여야만 한다.

지금은 몬스터의 피로 어느 정도 감당이 되지만.

숫자가 늘어나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구간이 오게 되겠지.

게다가.

뱀파이어는 대부분이 약탈자와 같은 범죄자들을 ‘재활용’해서 만드는 전력.

“이 도시에는 그 정도로 범죄자가 많지도 않잖아.”

-그렇긴 하죠. 이번 보충으로 사실상 씨가 말랐다고 봐야 할 거예요. 권속화 할 수 있는 괴물의 양도 많지는 않구요.

적어도 이 도시에서, 각성자들은 우리 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부대 근처에서 범죄를 저지를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얼마 없다는 것.

다른 지역으로 떠나간 각성자들이 약탈자로 변모했을 가능성은 있겠지만.

적어도 이 근처에는 재활용할 만한 쓰레기가 많지 않다.

-꼭 범죄자만 권속으로 만들어야 하나요. 필요하시다면 조금 약한 인간들을 데려다 권속으로 만들기만 해도 효율이…….

“굶고 싶냐?”

-…….

뱀파이어가 된다는 건 사실상 죽음보다 더한 형벌.

죄 없는 사람까지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럼 어떻게 하시려구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방법이…… 없지는 않지”

-네?

“나도 확신이 없는 방법이라는 게 문제다만.”

이번에 요새 안에 지은 건물들.

그 건물 중.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병영 Lv.2]

병영.

군대식으로 해석하면 그냥 병사들이 머무는 건물이다만.

이 세상의 법칙이 반쯤 게임처럼 변해 버렸단 말이지.

그리고 게임에서 [병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하나.

‘병력을 뽑아내는 시설.’

* * *

회의실을 나선 나는 병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설 중이던 병사에게 새참을 나눠 줄 때.

병영에도 한 번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의 감상은 간단했다.

‘이딴 게 병영이라고?’

뚜벅…….

내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내성의 지하.

요새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내성 지하 1층.

그곳에.

자그마한 제단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병영 Lv.2]

이 제단이 바로 병영.

제단의 한 가운데에는 무언가를 올려놓거나 할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이 하나 있었다.

그 그릇을 중심으로 세워진 제단.

제단의 뒤에는 기묘한 무늬가 새겨진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다.

이 시설을 만든 공병에게도 얘기해 봤다만.

자기도 머릿속에 떠오른 설계도를 따를 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이런 형태인지는 모른다던가.

“병영이라기보단…… 뭐랄까.”

악마 소환의 제단.

뭐, 그런 느낌이란 말이지.

아무튼.

나는 제단의 중심에 있는 고상한 무늬의 그릇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영 Lv.2가 활성화됩니다.]

그러자 눈앞에 나타나는 문구.

[요새에 귀속된 병사의 소환이 가능해집니다.]

[현재 귀속된 병사 : 0/200]

[병사의 소환이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소환에 필요한 매개체를 등록해 주세요.]

마지막 한 줄의 메시지를 보자.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뭐야 그게.

양심적으로 시설을 지었으면 병사는 공짜로 나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매개체 같은 게 있을 리가 없…….”

어이가 없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니.

[소환에 사용 가능한 매개체가 {1} 감지됩니다.]

[용의 이빨]

“……지 않나?”

소환 가능한 매개체가 있다는 메시지.

‘용의 이빨.’

이제는 꽤 오래됐지만.

비마나와 비슷한 시기에 얻었던 보상이다.

“분명…… 인간종 최초로 길드를 만들었을 때.”

최초의 길드 창설 보상.

당연히 이것도 활용하려고 여기저기 시도를 해 보았다.

박씨 할아버지에게 건네준 적도 있었지만, 가공에는 실패.

내가 요리하기에는 너무 고급 재료 같아서 건들지도 못하고 있었다만.

‘업적의 내용만 보면 비마나하고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물건이야.’

어차피 쓰지도 못하고 있던 것.

나는 용의 이빨을 그릇 위에 올려 보았다.

[매개체 - ‘용의 이빨’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소환 병력 - 용아병 x10]

[용아병]

[강력한 힘과 함께, 그에 못지않은 탐욕을 지닌 용족.]

[그들이 자신의 보물 창고를 지키기 위해 창조한 병사들입니다.]

[강대한 힘을 지닌 용의 이빨로 만들어진 용아병들은, 용들이 자신들의 창고를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최고의 수호자들입니다.]

[보물 창고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병사들인 만큼, 무언가를 방어하기 위한 전투에서 높은 효율을 자랑합니다.]

[용아병들은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파괴되기 전까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오.”

용아병이라는 녀석에 대한 설명은 결코 길지 않았으나.

강대한 힘을 지닌 용의 이빨이니.

최고의 수호자들이니.

엄청나게 강한 놈이란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업적의 내용만 고려하면 비마나와 비견될 만한 아이템이 용의 이빨.

저 용아병 10체는, 이 거대한 요새에 비견될 만한 전력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조금 아쉽네.”

강력한 전력이란 건 알겠는데.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주의!]

[소환에 사용된 매개체는 즉시 소멸됩니다.]

“이거 일회용이었냐?”

[용의 이빨]을 사용해 용아병 10체를 소환할 경우.

저 귀한 아이템이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는 것.

‘아무리 강한 전력이라고 해도 그렇지. 10마리가 전부라고?’

아니.

강하다는 것도 시스템 메시지가 그렇게 설명해 줬을 뿐.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는 보지도 못했다.

10마리의 용아병.

만약 그중 반 정도가 이번 몬스터 웨이브에서 파괴되기라도 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쓰읍. 그건 너무 아까운데.”

그렇다고 다른 방법을 떠올리자니.

최대한 머리를 쥐어짜 내 보았음에도, 마땅히 떠오르는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네.”

최대한 이 10마리가 강한 놈들이기를.

부서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기를.

그렇게 기원하며, 그릇 안에 이빨을 떨어트리려던 순간.

“신 병장님! 여기 계셨습니까?”

“응?”

누군가가 내성의 지하 계단을 내려와 내게 말을 걸었다.

“광일이? 웬일이야.”

전광일 상병이었다.

회의에 참가 중이었을 텐데 여긴 또 왜.

“하하. 이제 막 회의가 끝난 참이라서요. 회의 결과를 보고드리려고 왔슴다.”

“아아. 나중에 보고해도 상관없는데.”

“신 병장님이 우리 대장인데 말도 안 되죠…… 음?”

작전 회의를 끝내고 결과를 보고하려고 찾아왔다는 녀석.

그런데.

광일이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물건에 향했다.

“손에 드신 그건 뭡니까?”

“아, 이거. 예전에 얻은 아이템인데-”

“뼈같이 생겼는데. 그걸로 뭐 요리라도 하시려는 겁니까? 저 그릇은 냄비 같은 거구요?”

“…….”

용의 이빨.

상아색의 이빨은 슬쩍 보면 뼈같이 생기기도 했으니.

오해할 수도 있긴 했다.

“그런 건 아니고. 이 녀석을 사용해서…… 음?”

아니.

잠깐만.

뼈라고?

‘……많이 비슷하긴 하지.’

이빨.

그리고 뼈.

예전에 지나가면서 듣기로는, 이빨과 뼈의 구성 물질은 굉장히 비슷하다고 했다.

뼈로 구분되지 않는 이유도 일단 여러 가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한 개념이라고.

그리고 뼈라고 한다면…….

“광일아.”

“예?”

“너 천재냐?”

“……???”

의아해하는 전광일 상병.

난 녀석을 뒤로한 채 계단을 올라 내성 밖으로 향했다.

“신 병장님! 일단 보고는 받으셔야……!”

“나중에!”

뒤에서 광일이 녀석이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에 비하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얘기일 것이라고.

내성 밖으로 나와 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당연히.

[식당 Lv.2가 활성화됩니다.]

[요리사의 숙련도에 보정이 가해집니다.]

[요리의 결과물에 보너스가 추가됩니다.]

식당이었다.

내가 보자마자 건설 버튼을 누르게 만든 시설.

이미 한 번 들른 적이 있어서 알고 있다만.

이 내부는.

“완전 취사장처럼 생겼지.”

거창한 요새 안쪽에 세워진 식당.

안쪽은 평범한 군대의 취사장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대단한 레스토랑의 식당도 딱 보기에는 급식실과 비슷해 보이는 법이니까.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식당 안에 있는 다양한 요리 도구들에도 시선이 갔지만, 최대한 무시하고.

내가 바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거대한 국솥의 앞이었다.

못해도 백인분의 국을 끓일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솥.

“영차.”

나는 그 안에 한가득.

물을 쏟아부었다.

이빨과 뼈의 성분은 굉장히 유사하다.

그리고, 이만한 크기의 뼈라고 한다면.

“국 끓이기엔 딱이거든.”

조금 국물이 옅긴 할 텐데…… 뭐.

군대 요리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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