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216화 (216/227)

216화 토벌전 (2)

“군단의, 승리를…… 위하여!”

-!&[email protected]&*($!!!

콰아아앙!!!

길을 막고 있던 기사.

그를 향해 전사가 돌격한다.

많은 병사들의 진로를 혼자서 틀어막고 있던 강력한 기사.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그 전투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둘의 전투는 무척이나 금방 마무리되었다.

-!?

광기에 휩싸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으로.

기사가 휘두른 검을 피하며 안쪽으로 파고든 전사.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그 주먹이 기사의 갑옷을 거칠게 쥐어뜯는다.

광기에 휩싸인 상태임에도 불구.

-저들은 살아 있는 기사가 아니다.

전사…… 전광일 상병은 머릿속으로.

한 괴물이 해 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죽은 기사들의 영혼이 그 갑옷에 얽매여 있을 뿐.

-그렇기에 지독할 정도로 까다로운 적이기도 하다. 이렇다 할 약점도 없으며, 그 갑옷을 아무리 타격해봐야 큰 피해를 줄 수도 없기 때문이지.

그 기사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

-강력한 영혼이지만, 그 영혼은 매개체가 없으면 어떤 물리력도 발휘할 수 없다.

-그 영혼을 묶어 두고 있는 갑옷을 해체한다면, 갈 곳 잃은 영혼은 스스로 소멸할 것이다.

갑옷을 거칠게 잡아 뜯자.

쩌저- 적…….

안쪽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영혼의 장기 같은 것이 갑옷과 함께 뜯겨 나오기 시작한다.

이윽고.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저 중후해 보이던 갑옷의 기사에게서 나왔으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전장을 가득 메웠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군단의 병사들조차 고전시켰던 강적.

충분히 보스 몬스터라 불러도 될 법한 괴물이.

단 수십 초 만에 정리되었다.

“퉷.”

박살이 나 버린 채, 사방으로 나뒹구는 갑옷의 파편.

그 위로 침을 뱉어 낸 전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다음은?”

“……다, 다음이라 하심은.”

“강적이 있는 곳은 어디냐……!”

평소 온화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친 말투.

그제서야.

주변의 병사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광기가 해제된 게 아니야.’

여전히 광기에 몸을 맡긴 상태로.

적을 찾아 움직이는 거구의 전사.

그가 전장에 한 번 나타날 때마다.

병사들을 고전시키던 강적의 목숨이 하나씩 사라진다.

‘미. 미친.’

‘저게 사람이냐. 보스 몬스터지……!’

뒤따르는 병사들은 경악했으나.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크륵. 다음.”

“다음은 이쪽입니다!”

그런 강력한 병사가.

누구보다 군단에 충성하는 병사라는 걸 알기에.

* * *

악마의 하수인들.

그들의 머릿속에 내려진 명령은 하나였다.

[계약자들의 영혼은 주인님의 것이니.]

[다른 이들이 뺏어 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보호하라.]

탐욕스러운 그들의 주인이 내린 명령.

하수인들은 그 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그들을 공격해 온 이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륵……?

[헬 하운드]

하수인 중 한 개체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륵!

발걸음을 멈춘 괴물의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온몸에서는 흉흉한 불길이 계속해서 일고 있었으며, 전신은 불에 탄 화상 자국으로 가득하다.

얼굴을 중심으로, 눈과 입에서는 검붉은 화염이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눈알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기괴하게 찌그러진 안구가 계속해서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지옥의 파수견이라 불리는 강력한 괴수.

파수견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단순히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구가 일그러져 시각을 잃었으나.

후각과 청각, 촉감 등.

적을 감지하는 모든 종류의 기관이 터무니없이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런 파수꾼의 감각이…….

저벅, 저벅…….

전장을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

적 개체를 발견했다.

‘먹잇감.’

적들은 단체를 이루고 공격해 들어왔다.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차근차근 그들을 옭매여 오는 적들.

그들을 토벌하는 것은 하수인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발견한 개체는 다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멍청하게도 전장을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 적.

-크륵……!

헬 하운드는 동족들을 호출했다.

어리석은 사냥감에게 교훈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음?”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하자.

그곳에 있던 것은.

파괴된 건물들 사이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는 한 남자.

냉철한 표정을 제외하면 평범한 인간처럼 생겼으나.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번개를 먹는 살모네우스]

그 어깨에.

노란색 뱀 한 마리를 얹고 있었다는 점 정도일까.

-구오오오……!

고맙게도 혼자서 움직이고 있는 적을 그냥 보내 줄 이유는 없다.

수십에 달하는 숫자의 지옥의 파수꾼들.

그들이 사내를 사냥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순식간에 뼈조차도 남기지 못할 정도의 공격들.

하지만.

사내도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다.

“살모네우스.”

-끼루룩.

사내가 친근한 목소리로 뱀의 이름을 부르자.

투명한 뱀이 기분 좋은 울음을 흘리며 그에 호응한다.

마법사의 몸 주위로.

푸른빛 전류가 작렬했다.

번개 계열의 마법.

광역 공격 계열의 마법사 중에서도 화력으로는 손에 꼽히는 강력한 속성이다.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았다.

[번개의 창]

[라이트닝 볼트] 등.

번개 마법사들이 다루는 마법은 대부분 직선형.

사방에서 다가오는 괴물을 상대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기에.

번개 계열의 마법사들은 언제나 전위의 보호를 받은 채.

안전한 후방에서 화력을 투사해 왔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마법사의 경우.

“백만 볼트.”

사내가 장난스러운 단어를 입에 담자.

몸을 흐르던 푸른빛 전류가 사내의 손으로 밀집되고.

-끼룩…….

그 전류를.

노란색 뱀이 받아먹었다.

번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기에.

번개를 다루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든 자유로운 뱀.

“방사형.”

-끼루루루루루루룩!

이윽고.

노란 뱀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강력한 번개!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크륵……!

-케에에엥…….

그를 향해 덤벼들던 수많은 괴수들.

그 몸이 번개로 인해 노릇하게 구워진다.

번개 마법의 한계는 명확한 것이었으나.

이민재 병장에 한해.

그런 한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한번 마법을 발현할 때마다.

괴물의 시체 수십이 늘어날 정도.

“흠. 이 건물이 괴물들이 모여 있다는 곳인가.”

심지어는.

건물에 손을 짚고 중얼거리자.

“백만 볼트, 점거형.”

-끼룩!

파지지지지직-!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건물 전체에 강력한 번개가 퍼져 나가며.

그 안에 도사리고 있던 괴물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선사한다.

“……저게, 대체.”

안 그래도 광역 공격으로는 군단에서 최강으로 여겨졌던 사내.

레벨 30이 넘어, 다음 단계로의 전직을 마친 것은 물론.

본인의 능력을 몇 배는 부풀려 줄 수 있는 상성 좋은 권속.

모든 종류의 번개를 자신의 몸처럼 다루는 마수가 함께하는 지금.

파지지지직!

이민재 병장은…….

평범한 마법사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 버린 상태였다.

* * *

“평범한 군인들이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라니.”

지켜보고 있는…….

아니, 그들에게 공격받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앙…….

“또 이 총성이냐……!”

그 소리에.

한 방에 모여 있던 각성자들은 경기를 일으켰다.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소리.

그 총성이 한 번 울릴 때마다.

한 마리 괴물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자리 잡았으니까!

‘저격수…….’

저격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군인들 사이에 저격수가 있다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니까.

각성자들의 신체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부분은 시력 역시 마찬가지.

그다지 강하지 못한 각성자라고 해도, 시력은 옛 몽골인의 그것보다 뛰어난 경우가 왕왕 있을 정도.

고레벨의 각성자들의 시력은 당연히 그 이상이다.

그렇기에.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나 멀리 있길래…… 보이지도 않는 거냐……!”

총성 역시 각성자들의 청력이기에 겨우겨우 들릴 수준인 것은 물론.

총성이 들려오는 방향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망원경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계약자 중, 그 누구도.

저격수의 그림자조차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

“이, 이런 건, 말도 안…….”

망원경을 쥐고 있던 계약자.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망원경에서 얼굴을 뗀 순간.

타앙-

멀리서 또다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쨍그랑!

“……!?”

사내가 손에 쥐고 있던 망원경.

그 유리알이 깨져 버렸다.

‘……미, 미친.’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눈을 대고 있었던 바로 그 유리알이.

이게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우, 우리가 자길 찾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 순간.

그곳에 모여 있던 계약자들 모두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저격수가 마음만 먹었더라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 것이라고.

* * *

군단의 공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콰직-

우걱, 우걱…….

“저, 저 미친 여자는 또 뭐야.”

“……괴물보다 더 괴물 같군.”

악마의 하수인을 통째로 씹어 먹으며.

하수인을 목구멍으로 넘긴 그 순간, 잡아먹은 하수인과 비슷한 형태로 변화하는 백발의 마녀.

그녀가 전장을 계속해서 휩쓸고.

[대력금강부]

“흐읍!”

콰아아아아앙!!!

“바리케이드를…….”

“일격에 쪼개 버린 건가?”

작고 왜소해 보이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각성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방어 시설을 단 일격에 철거해 버리는.

미친 병사 또한 존재했다.

“저쪽 건물, 안쪽이 통째로 괴물로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전차 지원 요청은?”

“이쪽으로 오는 길이 괴물들로 막혀서 힘들 것 같다고…….”

약간의 위기 역시.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륵…… 다음.”

“전 상병님이 길을 뚫으셨다!”

“전차들 진입!”

대로를 막고 있던 강력한 몬스터가 정리됨과 동시에.

그 대로를 통해 전차들이 진입했다.

“우현 35도…… 발포!”

콰앙!!!

안쪽으로 진입한 전차들이 화력을 발휘하자.

괴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던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다.

“방해물 처리, 완료했습니다!”

“후방 화력 부대, 지원 개시!”

시야를 방해하던 건물이 사라지자.

군단이 자랑하는 원거리 화기.

그 화력이 어떠한 방해도 없이 전장을 휩쓴다.

악마와 계약한 인간들과.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내려온 강력한 괴물들.

하지만.

괴물을 사냥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B-3지역 정리 완료.”

“15분대! 진입합니다!”

군인들의 역할이었다.

* * *

계속해서 하수인들을 토벌하며, 중심부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군인들.

그 강함은 계약자들의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꿀꺽.”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계약자들.

그들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저, 저러다.”

“진짜 여기까지 와 버리는 거 아닌가?”

“일단 우리도 도주 경로를 확보해 두어야 하는 게……!”

괴물들이 보호를 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 보호가 너무나도 빠르게 뚫리고 있는 상황.

계약자들의 수장.

원준은 전투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강함도 강함이지만, 마치 하수인들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듯 대처하는군…….’

괴물들의 숫자는 상당하다.

거기에 거대한 건물들과 바리케이드들까지.

이런 전투에서 본래 수비 측은 공격 측보다 유리한 법.

본래라면 이렇게까지 쉽게 밀리는 일은 없어야 정상이었겠지.

하지만.

‘저 전차와…… 이상한 가시 달린 차량들이 문제다.’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전차.

그리고 이동하면서 군인들의 이동식 바리케이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전투 차량들.

저것들이 문제였다.

이쪽의 방어 시설을 파괴하면서도.

저쪽에서는 방어 시설이 점점 전진해 오는 셈이었으니까.

‘저 하수인들이라면, 아무리 전차라도 파괴할 수 있어야 정상이었겠지.’

반대로 말하면, 그 전차와 전투 차량만 파괴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전투는 하수인들 측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는 일.

문제는…….

‘그 전차에 다가가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소수의 강자들.’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강력한 하수인들이 나설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강력한 병사들.

다른 병사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힘을 발휘하며 전차를 파괴하려는 괴물들을 토벌했다.

이런 상황으로 보았을 때.

원준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그 소수의 강자만 없앨 수 있다면. 하수인들을 통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소수의 강적조차 제거해 낼 수 있을 만한 하수인이…….

‘하나…… 있기는 하지.’

얼마 전.

그들이 직접 소환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소환되어 그들을 찾아온 존재.

그 존재는 악마가 아무런 대가 없이 내려 준 존재들과는 격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하나의 존재를 말살하는 일에 있어서는.

다른 하수인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진 괴물.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며 몸을 일으킨다.

[말살 대상…… 탐색 중.]

악마의 하수인이자.

여러 차원을 오가며 자비 없는 죽음을 내린 존재.

[어둠의 정령]

어둠의 정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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