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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서 나노머신-38화 (38/78)

38. 16살의 황제가 무공을 익힘

38. 16살의 황제가 무공을 익힘

“무엇을 하고 있는가? 황제께서 기다리신다고 말했을 텐데?”

“제국에서 승상이라고 불릴 정도의 고위직은 다섯 자리에 불과합니다. 집부령 역시 그중의 하나지요. 그런 직위에 있는 분께 무엇을 요구해야 하고 고민 중이었습니다.

“뭐라고!”

위지산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는 느낌이었다.

“내 집에 불을 지르고, 내 집안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도 내게 요구할 것이 있다고! 지금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황제 폐하께서 너를 필요하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위 승상께서는 엉망진창인 요리를 먹은 후,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사의 칼을 향해 화를 내시는 분인가 봅니다. 물론 그럴 수는 있습니다. 요리사에게 화를 낼 상황이 아니라면 요리사의 칼을 부러뜨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위지산은 분노를 느낄수록 침착해지는 성격이었다.

그런 성격은 관직 생활 동안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노가 치솟는 순간, 반대로 차가워진 머리가 이한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위지산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가 단순한 무림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성격 나쁘고 제멋대로 굴기로는 어디 가서도 꿇리지 않는 자신의 숙부였다.

도대체가 어디로 튈지 예상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자는 그런 숙부와 싸운 후에도 태연한 신색으로 마주 앉아서 무공에 관해 토론하고 있었다.

유유상종이라고 비슷한 놈들끼리 어울리는 법이다.

이자 역시 숙부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임이 분명했다.

거기에 은밀전 출신답게 환관을 닮아서 뒷공작에 능하고 음흉하기까지 하다면?

위지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칼이 부러지는 것을 본 요리사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자신에게 직접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까요? 아니면 차라리 내게 직접 말을 하지 이게 무슨 짓이냐고 화를 낼까요? 위 승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기는!

당연히 곧장 화를 내지.

황제가 쓰는 도구는 사람이다.

그저 철덩어리에 불과한 요리사의 칼과 달리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는 존재다.

황제의 명령에 따르고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는 도구를 본다면 다른 도구들의 생각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분명 주변의 상황과 친소를 따지면서 눈치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명령을 해도 그대로 따르지 않는 도구라니!

이것은 황제가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황제 주변의 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도 상황이 아슬아슬한데 괜히 말썽거리를 하나 더 만들 수는 없었다.

위지산은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

평생을 관직에 있던 사람답게 빠른 판단과 행동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 집이 불탄 꼴을 보고 잠깐 울컥했을 뿐이네. 이해하게. 사람이 화를 낼 때는 마음에 없는 소리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런데 뭔가 요구할 것이 있다고?”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불난 집에 와서 지나친 요구를 할 정도로 제가 막 돼먹은 사람은 아닙니다.”

이한은 화해를 위해 내민 손을 잡았다.

좀 더 안색을 부드럽게 하고 말투도 온건하게 바꾼 것이다.

그런 이한의 모습을 본 위지산은 눈앞의 사람이 그의 숙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참을성이 있는 숙부라니!

적으로 삼기에는 위험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한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위 승상께서는 발이 무척 넓다고 들었습니다. 두루두루 사귀는 벗도 많고요. 나중에 제가 도움을 요청할 때 한 번만 도와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가 위 승상을 도와드리지요.”

“나중에 도와 달라고? 자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나중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네. 그러니 지금 받는 것이 어떨까? 내가 섭섭지 않게 챙겨주지.”

시작부터가 방화와 살인으로 시작된 인연이다.

위지산은 이런 종류의 인연을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재물을 건네는 것으로 빠르고 깔끔하게 끝내는 방안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한은 위지산의 이러한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재물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붕 덮인 거처도 있고, 먹고 마시는 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검 한 자루에 의지해서 강호를 떠도는 사람에게는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그렇다면 어떤 도움을 원하는 것인가?”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아마 제 소개를 부탁드리는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소개장이나 하나 써 주시면 될 듯합니다.”

특별할 것이 없다면서!

보증 서달라는 말을 하면서 저런 식으로 말하다니!

소개장을 써주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거는 일이다.

소개장을 받은 사람이 사고를 치면 소개장을 쓴 사람이 대신 해결해야 한다.

해결을 못 하면 같이 휘말려 들어가서 재산을 잃거나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통념이 그렇다.

하지만 위지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네. 내 약속하지. 그러니 제발 어서 황궁으로 가게. 황제 폐하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야.”

둘 사이의 합의가 끝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환관들이 이한을 안내했다.

은밀전주의 출신 때문인지 환관들은 이한에게 우호적이었다.

이한은 잠시의 지체도 없이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

“만세수 하시옵소서. 은밀전 집법밀위 이한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이한은 황제를 향해 정중하게 조아린 후 읍하고 옆으로 물러섰다.

황제의 주위에는 다섯 명의 신하와 두 명의 승려가 있었다.

이한이 물러선 곳에도 무관임이 분명한 자가 이한의 바로 옆을 지키고 섰다.

만약 이한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언제든지 제압하려는 배치였다.

“은밀전이라면 내명부의 환관들이 운영하던 곳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폐하. 아직 내명부의 주인이 없기에 장공주 전하께서 임시로 맡고 있었습니다.”

황제의 질문에 황제의 옆에 시립하고 있던 중서성의 비서시랑이 대답했다.

황제의 비서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서성의 서열 4위인 고관이었다.

이한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투쟁과 그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중 상당 부분은 황제가 의도한 것이었다.

아주 은밀한 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도까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황제는 은밀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미끼로 던져진 은밀전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의 누이인 장공주가 직접 자신까지 미끼로 삼아 벌이는 일이기에 참견할 여지가 없었다.

그저 만약을 대비해서 금의위가 장공주를 보호하도록 조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은밀전의 생존자가 이렇게 나타나서 머리를 수그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예상외였다.

그것도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대로 말이다.

“그랬던가. 그런데 집법밀위. 위 승상의 숙부가 오기로 되어있던 것이 아니었나?”

“황공하옵게도 위자안은 크게 부상을 입어서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내상 또한 심해서 폐하께서 원하시는 일을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사료되었습니다. 다행히 소신이 위자안과 비슷한 것을 익혔고, 위자안의 음공 역시 알기에 대신 왔습니다.”

“그래? 혹시 어떤 일인지 집부령에게 들었는가?”

“듣지 못했습니다. 위 승상은 나라의 일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저 위자안과 같은 음공을 익힌 자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입니다.”

이한은 일부러 낮은 자세를 취했다.

덧붙여서 위지산에게도 약간의 은혜를 입혔다.

나중에 황제가 위지산의 처리에 대해 고민할 때를 위해서 강직하고 원칙적인 자세를 가진 신하라는 평가를 해 준 것이다.

만약 위지산이 재기한다면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위지산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이한은 되도록이면 쓸데없는 마찰은 피하고 싶었다

위지산에게는 물론이고 황제에게도 말이다 .

그래서 황제에게도 고개를 숙인 것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음공을 유일하게 익힌 사람일리도 없으니, 시간이 문제일 뿐 황궁에서 적당한 음공을 구하려고 한다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적당히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그만이었다.

이한에게 필요한 것은 가짜 도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였다.

그들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고개 정도는 기꺼이 숙여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경도 일의 전말에 대해 알 필요가 있겠군.”

황제는 옆에서 자신을 보좌하고 있던 환관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라고 명령했다.

이한은 환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나노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두 내공을 수련했습니다. 황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이한님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최소 3명이 이한님을 능가합니다. 승려 두 명은 최소 절정입니다. 그리고 황제의 옆에 있는 무관은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정확한 수치를 확정짓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이한님을 아득하게 넘어선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 모조리 절정급을 넘어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16살짜리가 일류급의 무림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내공을 쌓았다고?

황제의 일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관록이 쌓여서 신하들을 무시할 정도가 된다면 모를까, 아마 지금은 하루 일과가 학습과 통치로 꽉 차서 숨 쉴 여유도 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

그런 환경에서 일류급의 무림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내공을 쌓는 것이 가능하나?

그거 단순히 환단을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

경맥과 단전이 확 늘어난 내공을 감당해야 한다.

그걸 못하면 경맥이 터져서 죽는 것이고.

무엇인가 수단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황제니까 가능한 무엇인가가.

황제 역시 필사적인 모양이었다.

아무리 정통성이 있다고 해도 황숙들의 세력이 너무 강했다.

이한은 아직 어린 황제에게 연민을 품었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이고 일은 일이었다.

환관의 설명이 끝나자 이한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할 수 있었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소신은 이미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어디서 겪었는가?”

황제의 어조가 심각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두 명의 승려는 당장이라도 이한을 붙잡고 물어볼 것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소신이 무당의 청륜이라는 도사와 약간의 연이 있어서 풍암관에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도사들 중 하나가 고독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고독을 쫓아내었습니다.”

“풍암관은 대진국의 도사들에게서 밀려난 무당의 도사들이 머물고 있는 도관입니다.”

황제의 옆에 있던 환관이 황제에게 빠르게 속삭였다.

작은 소리였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저 정도의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귀가 먹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해가 느린 사람도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승려 중 하나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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