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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얜 뭔데 여기 있어? 집에 간 거 아니었나?”
김창이 묻자 티샬레가 빙긋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지만 자길 비웃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 나빴다.
“제겐 가주께서 내린 의무가 있습니다. 위대한 요정 대가문의 기수로서, 그러한 의무를 어찌 쉽사리 저버리겠습니까?”
당당하게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보면 마치 전설 속의 용사라도 된 것만 같다. 아무래도 외모가 되는 탓인지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약간이지만 고귀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웬 개폼이야? 얘 그냥 여기서 정원사 일하고 있어.”
“아, 그걸 말하면 어떡합니까!”
한석구의 말에 티샬레가 끄악 비명을 내질렀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티샬레가 여기서 머무는 걸 허락한 게 그라는 소린데 대체 왜?
분명 지난번만 해도 온갖 모욕을 주면서 그녀를 원탁에서 쫓아내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에는 왜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정원사로 받아주기까지 했나?
설마 요정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서 그런 건 아닐 터다.
원탁에는 이미 짝퉁 요정이 하나 있는데 그녀에게 반하지 않은 건 물론이요 오히려 그녀를 싫어하기까지 하는 걸 보면 한석구는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멍청이가 아니다.
그럼 왜? 티샬레가 한석구에게 감히 거부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했나? 그런 걸 했으면서 그 대가로 받은 게 겨우 정원사 자리라면 그것도 웃긴 일이다.
김창이 물끄러미 한석구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너 저번에 대악마 죽이러 떠난 뒤에 말이야, 이 친구가 다시 찾아왔더라고. 그토록 심한 모욕을 당했으면서 또 찾아온 걸 보고 뭔 생각인가 궁금해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지.”
“뭔 이야기를 하던데?”
“그냥 돌아가면 가주한테 맞아 죽을 수도 있다고 여기서 좀 머물게 해달라던데? 자존심 다 버리고 그런 부탁하는데 쫓아내긴 좀 그래서 그냥 받아줬어. 물어보니까 정원 가꾸는 거 잘한다길래 여기서 머물라고 했는데.”
겨우 그딴 걸로? 김창은 어이가 없어서 미간을 좁혔다. 그가 티샬레를 쳐다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자존심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죠. 나에겐 임무가 있고 그걸 위해선 자존심 따위는 몇 번이고 버릴 수 있습니다.”
말이야 멋있는 말이지만 그 과정은 별로 멋있지가 않다. 결국 가주한테 혼나기 싫어서 여기 숨어 있는 것 아닌가?
김창이 티샬레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내가 대악마 죽이러 갈 때부터 여기 머물렀으면 제법 오랫동안 있었다는 건데, 왜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지? 물론 내가 원탁에 자주 오진 않았지만······.”
“그거야 티샬레가 정원에서만 생활했으니까. 넌 지금까지 정원에 간 적 없잖아.”
그런가? 하기야 정원에 온 건 어제가 처음이긴 하다. 김창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주변을 향해 물었다.
“너희도 알고 있었냐?”
정복자와 심민우가 대답했다.
“나도 너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몰랐다.”
“저도 몰랐어요.”
임무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닌 정복자는 제쳐두고, 줄곧 원탁에 머물렀던 심민우도 몰랐다는 건 티샬레가 정말 정원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뭐 하러 그리 꼭꼭 숨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정을 생각하면 그럴 만하다. 바깥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왜 여기 있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건 참 부끄러운 짓이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고귀한 요정이 그런 수모를 견디긴 어려운 법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한석구가 티샬레를 받아줬던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 누가 그런 식으로 자존심 다 버리고 부탁할 수 있겠는가? 대단한 일인 것과 별개로 추한 일이기도 하지만······.
“일단 그건 넘어가고, 생각해보니 쟤 목적은 나 아닌가? 여기 오래 머물렀다면서 왜 지금껏 날 찾아오지 않았는데?”
“괜히 깝죽거리다가 칼 맞을까 봐.”
“그럼 오늘은 왜 나왔고?”
“오늘은 안 맞을 자신 있나 보지 뭘.”
김창이 티샬레를 쳐다보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숨어서 이야기를 듣자 하니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설마 제 도움을 칼질로 돌려주진 않으시겠지요?”
김창이 잠깐 칼자루를 쳐다봤다. 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가 우릴 돕겠다고?”
“아산트 섬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거긴 마법사 외에는 입도가 쉽지 않죠. 마법사가 아니라면 누군가 신분을 보증해야만 하는데 그 보증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저는 요정입니다. 그것도 딜루키둠의 기수. 저만한 보증인을 구하는 게 쉬운 일일까요?”
흐흥 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는 게 영 아니꼽다. 김창이 말했다.
“너 말고 다른 보증인 구하면 돼.”
“···누구요? 칼라드 영주? 아쉽지만 그 사람의 보증으로는 안 될 겁니다.”
“태양신의 신전에 가서 카룩스 납치해오면 돼. 걔 정도면 통과될걸.”
정복자가 빈정거렸다.
“걔가 잘도 오겠다, 등신아.”
김창이 무시했다.
“···카룩스? 아마 안 될 겁니다. 아산트 섬의 주인은 성기사를 싫어하니까요.”
“걘 뭐 그리 싫어하는 게 많냐? 그냥 마법사 말고는 다 싫어하네.”
“정확합니다. 그녀는 마법사 외에는 전부 다 벌레 취급해요.”
마법사 우월주의자라더니 그게 정말인 모양이었다. 김창이 물었다.
“그러면 요정은 되고?”
“그냥 요정은 안 되겠죠. 하지만 요정 대가문의 기수라면 가능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되는 거물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자기 입으로 자신을 거물이라고 말하는 게 우습다. 그건 확실히 낯부끄러울 만한 일인데도 티샬레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도움을 주겠다니 고마운 일이군. 하지만 우리가 뭐 때문에 아산트 섬에 가는지는 알고 있나? 우리의 신분 보증인이 되겠다는 건 결국 네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는 건데 감당할 수 있겠어?”
“저는 의무를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당신이 뭘 하든, 제가 당신을 돕기로 한 이상 감당해야 할 일이죠.”
말은 참······. 김창이 허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거길 왜 가는 줄 알고 따라와?”
“하이나를 죽이러 가는 거 아닌가요?”
알고 있었나? 하기야 어제도 정원에서 떠들었으니 티샬레가 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진짜 이상한 건 그녀의 침착한 태도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산트 섬의 주인인 하이나를 죽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깜짝 놀라지도 않고 저 여상한 태도는 대체 뭔가? 보통이라면 좀 더 크게 놀라야 하지 않나?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왜 안 놀라지?”
“하이나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니까요. 그녀는 마법사 우월주의자로서 마법사 외에는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녀는 섬 가까이에 접근한 선박을 승객들이 마법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침몰시킨 적도 있지요. 그 안에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음에도.”
이거 아주 막 나가는 놈이었군? 김창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티샬레가 말을 이었다.
“또한 그녀는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법사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러 사건을 일으켰죠. 그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학살한 줄 아십니까? 그런데도 아무도 그녀를 벌하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창은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승천할 자라서?”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승천할 자라 불리는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죠. 수십 년 전에 요정 대가문 중 하나인 아르겐툼의 전사들이 그녀를 상대했으나 완전히 무찌르진 못했죠. 물론 그녀 역시 큰 상처를 입고 도망쳐야 했으니 작은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그때 아산트 섬으로 들어갔고 그 안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었지요. 그 뒤로부터 긴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그녀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막아야 해요. 딜루키둠의 기수로서, 내겐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하이나가 이정민을 붙잡아다 갑옷 안에 집어넣은 건 대륙의 사정을 알아볼 정찰병이 필요해서였나?
플레이어에 자신을 힘을 더한 전사라면 쉽사리 붙잡히진 않을 테니까. 물론 그 상대가 김창일 줄은 몰랐을 테지만.
“그러면 내가 가서 하이나를 죽여버리더라도 요정 대가문에선 별 신경도 안 쓴다는 말이로군?”
“만약 원하신다면 보상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건 원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이 요정, 원탁에서 제법 오래 머물더니 드디어 말이 통하는 것 같다. 김창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너 요정 대가문의 기수지?”
“맞습니다.”
“그러면 베르고니아보다 강하나?”
티샬레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가 곧 자신만만한 미소로 변했다.
“···물론입니다.”
김창이 기억하기에 베르고니아는 오러까지 다룰 줄 아는 창술의 달인이었다. 그만큼 강하다면 확실히 큰 전력이 될 터다.
“그러면 나랑 한석구, 요정 놈까지 해서 셋이 가는 걸로 하지.”
“제 이름은 요정 놈이 아니라 티샬레······.”
“심민우, 차원문 열어. 출항 시간 전에 가야지.”
줄곧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심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잠깐만에 차원문을 열자 티샬레가 작게 감탄했다.
“···이게 맞나 모르겠다. 어쨌건 조심히 다녀와라.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별로야.”
정복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한석구가 뭐가 걱정이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한텐 전문가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거 나 말하는 거냐?”
“그래, 여기서 사람 제일 많이 죽여본 게 너 아니야? 하이나인가 하는 놈이 뭐 얼마나 잘났듯 결국 사람인데 칼 지르면 죽는 거 아니냐?”
그 말이 맞다. 대악마도 칼 맞으면 죽는 세상인데 승천할 자라고 뭐 다를 것인가? 김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갈까?”
한석구가 제일 먼저 차원문 안쪽으로 발걸음을 내디디고 김창과 티샬레가 뒤를 따랐다. 장소가 바뀌는 건 언제나 그러하듯 순식간이었고 변화를 인지할 틈조차 없었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바닷가였다. 항구 도시 특유의 시끄러움과 불어오는 바람에 묻어나는 짠내, 그리고 웬 비린내까지.
이곳은 이제 원탁의 정원이 아니라 거친 바다 사나이들의 고향인 켈보스 항구였다.
“사람 많네. 저쪽이 배 타는 곳인가?”
부둣가에는 대부분 고기잡이배였지만 가끔 물건을 실어나르는 거대한 배도 있었다. 또한 승객을 태우고 들어오는 배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게 아산트 섬까지 들어가는 듯했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열린 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은 일꾼이었지만 가끔 마법사도 보였다.
화려한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일꾼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며 가끔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들이 일꾼의 고용주인 모양인데 아무리 돈을 주는 입장이라고 해도 일꾼들을 다루는 태도가 영 나빴다.
김창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자 티샬레가 속삭였다.
“아산트 섬의 마법사로군요. 가끔 일꾼들을 데리고 켈보스에 물건을 사러 옵니다. 저들은 마법사가 아닌 자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그 대우가 아주 열악하죠.”
“그러면 나쁜 놈들이군?”
“물론 나쁜 놈들이죠. 제 창이 정의를 부르짖고 있군요. 하지만 지금 뽑을 수는 없겠죠······. 큭, 참아라.”
이 새낀 또 뭐라는 거야? 김창이 별 이상한 놈 보듯 티샬레를 쳐다봤다.
“일단 승선권부터 사자고. 저쪽에서 사는 것 같네.”
한석구가 두 사람을 대신해서 승선권 세 장을 사왔다. 각자 승선권 한 장씩을 나눠 가지고 정박한 배에 다가갔다.
승선권을 확인하는 사람은 마법사가 아니라 그냥 선원이었는데 요정인 티샬레를 보고서 흠칫 놀랐다.
그러나 다른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목숨 아까운 줄 아는 남자였다.
“···출항은 십 분 뒤입니다.”
안내를 들으며 배 위로 올라간 세 사람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그러고 있으니 왠지 주변이 소란스러웠는데 자세히 보니 티샬레 때문이었다. 요정은 보기 드문 존재이니 당연히 그럴 만했다.
김창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야.”
“네?”
“너 얼굴 가려.”
“어째서인가요? 제 빛나는 외모 때문에?”
수치심이라는 게 없나? 김창이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그래, 가리라고.”
“아름다운 게 죄가 될 수는······.”
“얼굴 가리기 싫으면 네 얼굴을 때려서 구겨줄 수도 있어. 난 그쪽이 더 마음에 드는군.”
티샬레가 얼른 망토를 꺼내 후드로 얼굴을 가렸다. 이제야 좀 주변이 조용해졌다.
“출항합니다!”
선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풍에 돛 단 듯이라는 말처럼 배는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서 빠르게 움직였다.
한석구는 이 바람 자체가 마법이라고 했다.
“이런 마법을 배에 걸어둘 바에야 차라리 차원문 마법을 막지 말던가. 뭐 하러 그러는 거야?”
“원래 전쟁에서 제일 짜증나는 게 테러인 거 알지. 자기 싫어하는 놈들이 멋대로 차원문 열고 와서 테러하는 게 싫은 모양이지.”
“하기야······.”
하이나는 강한 만큼 적이 많다. 당장 요정 대가문조차 그녀를 싫어하지 않나. 그러니 여러 위험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어쨌건 바람 덕분에 빠르긴 하군. 금방 도착하겠는데.”
“내리면 일단 쉬었다가 밤에 움직이자고. 정보도 좀 모을 겸.”
“그러자고.”
배는 미끄러지듯 바다 위를 달렸다. 덕분에 항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했다. 지나가던 선원에게 물어보니 이대로 두 시간 정도만 더 지나면 도착하리라 말했다.
김창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넓게 펼쳐진 바다를 쳐다봤다. 햇빛을 반사해 반짝거리는 수면이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자꾸만 보고 있으니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이 따가웠다. 김창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였다.
철썩. 뭔가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게 보였다. 여긴 바다고 바람이 불고 있으니 파도가 넘실거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보니 뭔가 이상했다. 저 맑은 바다 아래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한······.
“저거······.”
수면 아래로 뭔가 움직이고 있다. 아주 거대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저게 뭐냐면······.
“샤카리오네다! 샤카리오네야!”
선원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바닷물이 크게 치솟았다.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까지 올라갔던 바닷물이 망치처럼 갑판을 후려쳤다.
순간 배가 크게 흔들리고 갑판 위에 선 사람들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김창 역시 바닷물에 몸이 흠뻑 젖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어이가 없어서 정면을 쳐다보니 거기에 웬 도마뱀 따위가 있었다.
대가리가 용을 닮긴 했는데 진짜 용은 아닐 것이다. 뭔가 용이 되다 만 것 같은데 그러면 이무기 같은 걸까?
“나는 바다의 지배자요, 또한 무자비한 포식자이니라······.”
얼씨구, 도마뱀 새끼가 말도 하네. 김창이 되다 만 용을 보고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법사! 마법사를 데려와!”
“손님들은 빨리 선실로! 모두 선실로 도망쳐요!”
갑자기 나타난 바다 괴수 때문에 모두가 우왕좌왕했다. 그중에서 침착한 건 셋뿐이었다.
“크군요. 어린 용인 것 같은데 그래봤자 우리 상대는 아닐 겁니다.”
김창이 자신감 넘쳐보이는 티샬레를 향해 말했다.
“생각해보니 네가 베르고니아보다 강하다고 했지.”
“네? 아, 네.”
김창이 무심히 말했다.
“그러면 저깟 놈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군. 네가 죽여봐. 혼자서.”
“제가요? 저걸? 혼자서?”
“그래. 네 가치를 증명해.”
티샬레가 잠깐 멈칫하더니 곧 당당히 대답했다.
“내 실력이 궁금하다면, 내 당당히 증명하지요.”
그러면서 창을 들고 선수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가 되다 만 용을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