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래에서 온 연애편지-2화 (2/649)

〈 2화 〉 1. 첫 번째 편지(2)

* * *

그날은 아침부터 이상했다. 정확히는, 외출할 채비를 끝마쳤을 때부터 그랬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세안을 마치고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벨트를 챙기려는데, 그곳에는 난생 처음 보는 무장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자그마한 손도끼였다. 지금껏 내가 애용해 온 무장은 오직 검 한 자루뿐이었는데, 느닷없이 부무장 하나가 더 생긴 셈이었다.

의아한 느낌이 들었으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벨트를 착용했다. 술에 취한 김에 누구에게 받은 모양인데, 나중에 돌려줘야겠다는 단순한 판단이었다.

아카데미 3학년을 상징하는 붉은 망토를 걸치고 바깥에 나서니, 교정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곤혹스러운 느낌을 받아야 했다. 물론, 단순히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학생, 교직원, 그리고 그 외 학교 시설을 관리하는 상주 인원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아침부터 인파로 붐비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당혹스럽다고 느낀 점은, 그 인파의 숫자가 아니라 그들이 보이는 관심의 정도 때문이었다.

길을 걷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내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곧 수군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그?”

“유르디나의 싸가지를 반쯤 죽을 정도로 팼다던데…….”

처음 듣는 소문에 내 시선이 휙, 하고 속삭임의 발원지로 향했다. 그러나 내 시선이 향하자마자 그들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설마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가?

아리송한 기분에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제립 아카데미’, 명실상부한 대륙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명망 높은 학자들과 각국에서 파견된 실력자들이 모여 대륙 최고의 인재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 역사와 규모 또한 여타의 교육기관과 질적으로 달랐다.

이처럼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곳이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직 대륙에서 고르고 고른 인재들만이 이곳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수백 대 일에서부터 수천 대 일에 이르는 경쟁률을 자랑하는 입학시험은 모두에게 평등했다.

황족이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입학시험을 회고할 때면 늘 욕지거리부터 튀어나오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시험을 치르기 전 목숨을 잃어도 괜찮다는 각서를 제출시키는 건 아카데미의 유서 깊은 전통이었다. 정작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부터가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처럼 힘겨운 시험 과정 속에서 각국에서 수재라 불리는 이들 수백을 제쳐야, 가까스로 ‘아카데미’의 신입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찌저찌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해도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도 4년에 걸친 교육과정 동안 매해 10% 남짓의 낙제생들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에서 낙제는 곧 퇴학을 뜻한다. 당연히 힘겹게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은 사력을 다해 낙제를 피하려고 몸부림치고, 그 과정에서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정글과도 같은 교육 과정이었다. 그렇게 4년간 이어지는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아야만 비로소 ‘아카데미 졸업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로 배출될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 졸업만 하면 출세가도는 보장된다는 점에서 나쁜 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말하자면, 그러한 ‘검증된 인재’라는 이름값을 탐내 자녀를 아카데미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가 수두룩했다.

예를 들어 내 부모님이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영지 경영은커녕 대부분의 일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나는 곧 부모님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후계 구도는 장남인 형으로 이미 굳어진 지 오래였고, 그렇다고 여동생처럼 상재(??)에 밝은 것도 아니었으니 부모님으로서는 내가 먹고 살 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여덟 살이 되었을 무렵, 부모님은 결국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당장 흥미를 보이는 분야가 없다면, 일단 먹고 살 길부터 확보해 두자고.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내 재능이 처참한 수준은 아니라 나는 그럭저럭 피 나는 노력에 따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약간의 운이 더해져, 나는 아카데미에 어떻게든 입학할 수 있었다.

물론, 아카데미에 들어와 보니 내 재능은 하잘 것 없는 것에 불과했다.

대륙에서 온갖 천재들을 긁어모은 곳이다. 당연히 어설픈 노력과 재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격차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나마 내게 자랑할 만한 재능이 있다면 발재간이나 승마 정도, 그 덕에 지금의 나는 그럭저럭 낙제까지는 면하는 그룹에 속해 있었다.

말하자면 중하위권, 그래도 이대로 가면 무리 없이 아카데미를 졸업할 수 있을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주제 파악은 언제나 중요했으니까. 어차피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철없던 10대 중반에 이미 털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래서 지금껏 나는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물어보면 ‘아, 그 사람!’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수준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쁘게 말하자면 눈에 띄는 구석이 없다는 뜻이었고, 좋게 말하자면 아카데미 생활에 무난하게 적응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오늘 나를 두고 주변이 보이는 반응은, 조금 낯설 수밖에 없었다.

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처음에는 옷을 잘못 입었나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으나, 흘깃흘깃 나를 훔쳐보는 사람들의 눈짓은 도무지 착각할 수 없는 종류에 속했다. 난감한 기분이었다.

까닭 없는 관심만큼 무서운 것은 없었다. 그것이 호의인지, 악의인지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수군거림은 한참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강의 중에도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지나가던 사람을 붙들고 왜 나를 두고 수군거리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난감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그때, 내 눈에 구세주가 하나 눈에 띄었다.

터덜거리는 걸음걸이가 어딘가 익숙한 사내였다. 아직 앳된 기가 남아있는 그 얼굴에는 창백한 빛이 머무르고 있었다. 분명 어제도 죽어라 술을 퍼마셨을 테지.

그 갈색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가 잘 어울리는 그는, 나의 오랜 친우였다. 어린 시절부터 교류가 잦았고, 또 아카데미 입학 동기이기도 한 질긴 인연.

‘레토 아인스턴’, 아카데미 최고의 한량을 뽑으라면 반드시 한 사람쯤은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는 유명인이었다.

그는 아직도 지난밤의 숙취에 시달리는지 하품을 내쉬었다가, 이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나를 보고 흠칫 몸을 굳혔다. 그의 눈동자에 스치는 감정은 명백한 당황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 찰나의 반응까지 일일이 신경 쓸 만큼 그와 내 사이가 서먹하지는 못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레토라면 이유를 알고 있을 터였다. 왜 이토록 주변 사람들이 나만 보면 수군거리지 못해서 안달인지 말이다.

“야, 레토!”

그러면서 나는 저벅저벅 걸어 레토에게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그러나 레토는 어쩐 일인지 자꾸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무척 놀란 눈치였다.

그의 탐색은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이어졌다. 내가 그의 눈앞에 설 무렵에야 레토는 울먹이는 기색으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안, 돌아왔구나……!”

아니, 이게 무슨 헛소리야.

갑작스러운 포옹에 나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제정신을 되찾았다. 내 손이 곧바로 레토를 밀쳐냈다.

내게 사내놈과 대낮부터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취미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레토 또한 그랬을 터였다. 그는 ‘매일 밤 술집을 돌아다니며 외로운 여인을 사냥하는 고독한 늑대’를 자칭하곤 했으니까.

그랬던 그가 느닷없이 나를 끌어안으니, 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갔다 돌아온 친구를 맞이하는 느낌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내 입에서는 레토를 타박하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야, 미쳤어?! 아침부터 왜 끌어안고 난리야, 징그럽게시리……!”

그러나 몸을 부르르 떨며 외치는 내 타박에도, 레토는 그저 울먹이며 제 눈가를 소매로 훔칠 뿐이었다. 그가 훌쩍이며 말했다.

“크흑… 그래, 이래야 이안이지. 암, 이래야 이안이야… 잘 돌아왔다, 새끼야!”

그러면서 그는 나를 치하하기라도 하듯 내 어깨를 탁, 탁, 하고 두드렸다. 내 어이없는 시선이 그를 향했으나, 그는 감격에 젖은 듯 내 반응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슬슬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내 인상이 자연스레 구겨졌고, 내 입에서는 의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뭐하냐?”

내 지당한 의문에 도리어 깜짝 놀란 것은 레토 쪽이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펄쩍 뛰며 내게 물었다.

“야, 너 기억 안 나? 지난 일주일 동안 네가 무슨 미친 짓을 저지르고 돌아다녔는지?!”

“일주일이라니?”

나는 레토의 극적인 반응에 더욱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그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레토는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마법사라 몸도 약한 주제에, 그만큼이나 답답한 모양이었다.

“너, 너… 그것도 기억 안 나? 지난 강의 때 유르디나의 싸가지를 죽어라 팼잖아!”

“……내가?”

내 검지가 나를 향했다. 듣고도 믿을 수 없어 뱉어진 또 한 번의 의문성에, 레토는 고개를 격렬히 끄덕이며 제 말뜻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 미친놈아! 지난 수업 때 3학년이랑 2학년끼리 짝 지어서 대련하기로 했는데, 네가 그 유르디나의 싸가지를 일어서지도 못할 때까지 패버렸다니깐? 그 말 듣고 나랑 셀린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와, 이 새끼가 어제 술을 먹다가 혹시 안주를 잘못 삼켰나…….”

그러면서 레토의 흥분한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나는 그저 멍청한 표정밖에 돌려줄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일주일이라니? 그렇다면 내가 일주일 동안 정신줄이라도 놓고 있었단 말인가?

하물며 ‘유르디나의 싸가지’라면, 그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유르디나 후작가의 서녀, ‘세리아 유르디나’.

비록 천출이라지만, 제국 북방의 거두인 유르디나 후작가의 피를 잇고 있는 여인이었다. 온갖 인재들을 긁어모은 아카데미에서도 그녀가 지닌 검술의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검술학부의 유력한 수석 후보로 거론되던 그녀였다. 아직 2학년에 불과했지만, 어지간한 4학년도 그녀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그 재능과 배경, 그리고 미모에 반해 수많은 이들이 다가갔으나 철저히 무시로 일관하던 그녀였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유르디나의 싸가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은근히 그녀를 따돌리는 분위기까지 형성되어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녀를 대놓고 괴롭히지 못하는 건, 그녀의 재능이 그만큼 빛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실력이 전부였으니까.

그 정도의 실력자였다. 비록 4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유르디나의 적통에는 미치지 못한다지만, 2학년 중에서는 수위를 다투는 재능을 가진 여검수.

그런데 그 세리아 유르디나를, 내가 반쯤 죽을 때까지 팼다고?

어이가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내가 허, 하고 되다 만 웃음을 흘리자 이제 레토는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야, 너 진짜로 기억 안 나냐? 그러고 보면 너 좀 이상하긴 했어, 이상할 정도로 피곤한 눈을 하고 있었고… 혹시 저주의 일종인가?”

나는 그제야 레토가 한 말이 농담이나 거짓말이 아니라 진지한 이야기였음을 깨달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옅은 걱정의 기색이 스쳤기 때문이었다.

늘 낙천적인 성격의 그가 이토록 심각하게 여길 정도라면, 지금껏 나누었던 그의 말이 대부분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았다. 나는 곧바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감각을 느꼈다.

일주일 동안 내가 그런 짓을 저지르고 다녔다고? 도대체 왜?

그러자 뇌에서 흐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언가 기억날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나지가 않는 그 답답한 느낌.

상식적으로는 무척 심각해야 할 사안인데, 어째서인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내가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내게 더욱 강렬한 위화감을 주었다.

내가 한참을 끙끙거리고 있자, 레토의 눈동자에 맺힌 걱정스러운 기색이 더더욱 짙어졌다. 그가 곧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가만 있자, 기억이 날아가거나 인격이 뒤바뀌는 저주가 뭐가 있지? 밴시의 아우성, 판의 비파, 아니면 고위 고스트의 빙의라든가…….”

이대로 가다간 더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법학부의 어느 실험실에 끌려가 온갖 실험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상상만 해도 최악이었다. 나는 우선 손을 들어 레토의 이어질 말을 가로막았다.

“됐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뭐… 나 같이 대단치도 않은 시골 자작가의 차남에게 저주를 걸 사람이 누가 있겠어?”

별 것 아니라는 내 말에, 레토는 입을 다물고 턱을 쓰다듬었다. 여전히 미심쩍다는 시선이었지만, 우선 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랬다. 누군가의 인격을 뒤바꿀 정도의 고위 저주를 한미한 귀족 가문의 차남에게 걸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레토의 표정이 풀리지 않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농을 던졌다. 나는 괜찮다, 라는 어필이었다.

“혹시 알아? 종일 골방에 처박혀 있던 저주학 전공의 대학원생이 미쳐서 저주를 날렸을지도.”

“하기야, 그건 그래. 대학원생이라면 인정이지…….”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레토는 꽤 진지하게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도대체 마법학부의 대학원이란 어떤 곳일까.

내가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는데, 어느새 레토의 손이 내 오른쪽 어깨에 턱, 하고 얹어졌다.

그는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야 안심했다는 듯.

“네가 괜찮다니 다행이다, 야. 솔직히 다음 강의는 결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강의라니?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을 떠올렸다.

일주일 동안의 기억이 삭제되었지만, 모든 강의는 요일을 기준으로 시간표를 짜기에 내가 가야 할 곳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은, 검술 훈련장.

내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곤혹스러움이 담긴, 일그러진 탄성이었다.

“어제 퇴원했다더라, 그 유르디나의 싸가지.”

그러면서, 레토는 따스한 미소를 지은 채 내 어깨를 몇 번 더 두드렸다.

“아주 이를 갈고 있다던데?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안심이야.”

아니, 그건 좀 걱정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조금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맹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너무나 뻔했으므로.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느낌이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