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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59화 (59/473)

59화. 쥐는 찍찍

높이 솟아있는 중앙성을 바라봤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회담 장소에 꼭 붙어 있으려고 했는데.

시원하게 쫓겨나고 말았다.

- 미리 정해진 인원을 제외하곤 중앙성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회담 당일 중앙성은 통째로 감시 시스템에 의해 지켜지며, 사전에 입력되지 않은 인원이 포함되는 경우 보안 유지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강경한 경비 측의 말에 장군인 쇼고도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히메지 성의 최고 책임자긴 했지만 경비를 맡고 있는 건 국가와 지원 기업에서 배정해 준 인력이라는 것.

타 조직에서 정한 룰을 마음대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인 듯했다.

- 대산의 분들의 안전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내가 걱정하는 건 쿄스케인데.

라고 차마 말한 순 없었다.

실제로 회담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도 없는 상태.

저렇게까지 말하는 쇼고에게 들어가겠다고 떼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중앙성 내부 경비가 미친 건 사실이니까.

중앙성 내부를 지키고 있는 경비만 해도 수백은 되어 보였다.

낌새가 이상하면 금방 갈 수도 있고.

오래된 고성에 미친 무게의 수리검을 꽂아 넣는 일이 없었으면 했지만, 그래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던질 생각이었다.

저벅.

천천히 거닐며 근처를 살폈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각 장소에 경비가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게 한 가지 있다면,

훼엥.

경비를 제외하곤 단 한 명의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제 낮엔 그래도 무언가를 파는 상인들이라도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것 없이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아포칼립스 영화 같네.

아무도 없는 도시에 혼자 있으면 무슨 느낌일까 궁금했었는데.

간접적이나마 그 느낌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하는 거.

중앙성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위이잉!!

깜짝이야.

갑작스러운 기계음과 동시에 중앙성 주변으로 몇 겹의 배리어가 생성되었다.

성 밖에도 배리어, 그 성 안에 있는 중앙성에도 배리어라니.

철저해도 너무 철저한데.

히메지 성 측의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는 사이.

콰앙!!

!?

들려선 안 되는 굉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은 중앙성의 꼭대기 부근.

후두둑.

무언가에 의해 벽이 부서진 건지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중앙성에서 나온지 10분도 안 됐는데!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여기에도 쥐새끼가 한 마리 있었군.”

?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말을 건넨 건 성 주변을 지키던 경비들이었다.

“어차피 배리어 때문에 들어갈 수도 없다. 얌전히 죽어라.”

“안에 있는 네 친구들도 곧 죽을 테니 가는 길이 외롭진 않을 거다, 클클.”

제일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

으득.

제일 위험한 장소였구만.

“뭐하는 놈들이냐!!”

“당장 배리어를 열어라!”

한쪽에서 등장한 또 다른 경비 인력들.

모두가 적인 건 아닌 듯했다.

“죽여라!”

똑같은 옷을 입고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경비들.

여기도 이런 상황이라면 안쪽도 물 보듯 뻔했다.

두두두두! 챙!

벌어진 전투에서 눈을 돌려 배리어를 응시했다.

성 안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배리어.

옆에서 싸우고 히메지 성 인원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유탈라스 - 1단계 의태]

갈 길이 바빴다.

* * *

조금 전, 중앙성의 회담 장소.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 될 겁니다.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과 조직들도 동참하기 시작할 테고요.”

“네, 저희 대산에서도 회담 이후에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들에 협정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소수만이 이득을 챙기는 무의미한 희생.

그런 희생을 막자는 쇼고의 제안에 제일 먼저 응답한 것이 대산의 회장 소피아였다.

“대산이 아니었다면 저 혼자 목소리를 높이고 묻혔을 텐데 정말 감사합니다.”

훈훈한 덕담 속에서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은 대산 하나뿐이었지만, 한국에서 대기업 대산이 차지하는 지분은 생각보다 컸다.

분명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터.

싱긋.

장군 히라이 쇼고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미 어느 정도의 대화를 나눈 상태에서 열렸던 오늘의 회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회담은 정상적으로 열렸고, 상대인 대산과도 예상보다 더 순조롭게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치 그룹의 기타이 님도 한 말씀 하시죠.”

일본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중견 기업, 사치.

일본 측 기업에선 사치 그룹이 오늘 회담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장군인 쇼고와 함께 일본의 기업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표하기 위해 참가한 것이었다.

“예, 장군님.”

자신을 바라보는 쇼고에 기타이가 고개를 숙였다.

“오늘같이 뜻깊은 회담에 저희 같은 소기업을 초대해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 소기업이라뇨. 중견 기업이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일본 내의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하지만 대기업은 아니죠.”

“…?”

단호한 기타이의 말에 회담에 있던 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그렸다.

그저 덕담만이 오가던 훈훈한 장소였기에 기타이의 단호함은 한층 더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기업이 될 수 없을 테고요.”

“기타이 님, 지금 무슨 말씀을…?”

“무한한 경쟁. 그 경쟁이 있어야만 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은 대기업이 될 수 있죠. 즉, 경쟁을 없앤다는 건 다른 모든 것들의 발전을 막겠다는 것.”

장소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제일 당황하고 있는 건 기타이를 데려온 쇼고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평화를 외치던 사람이 어째서?

“저는… 아니, 사치 그룹은 이번 겁쟁이 회담에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합니다.”

“!!”

“기타이 님 지금 무슨!!”

끄아아아----!

“!?”

기타이에게 의중을 물으려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탕! 탕! 콰앙!

동시에 들려오기 시작한 전투의 소음.

척.

대산의 헌터들이 최리아와 전수희 옆으로 다가갔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뭔가 일이 잘못된 건 확실해 보였다.

“장군님.”

한 발자국 더 쇼고에게 붙은 쿄스케.

현재 이 장소에서 여유를 가지고 있는 건 기타이 뿐이었다.

“당신… 무슨 짓을 벌인 겁니까?”

드륵.

자리에서 일어난 기타이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궁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죽으실 분이.”

기타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젖혔다.

쐐엑… 푹!

“!!”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날아든 창이 기타이의 목을 관통했다.

“끄으…?”

“평화를 사랑해 개혁을 원했던 히라이 쇼고 장군과 대산의 인원들.”

검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우락부락한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남자.

나카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피와 살육, 전쟁을 원하는 기업, 사치에 의해 목숨을 잃다.”

푸화악!

피를 뿌리며 기타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당신은…?”

스윽.

나카지가 쇼고를 향해 천천히 몸을 숙였다.

“전 시노카 암살대를 이끄는 대장, 나카지라고 합니다.”

시노카 암살대란 명칭에 쿄스케의 눈이 커졌다.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암살 확률 100%라는 살수 집단.

‘그 살수 집단이 어째서 여기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밖은 고사하고 중앙성 자체도 엄청난 경비로 둘러싸여 있을 터.

회담장까지 닥쳐오는데 어째서 몰랐던 걸까.

“글쎄요, 제가 이곳 중앙성에 들어온 건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요.”

“!!”

“놀랍죠? 거주하는 곳에 암살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니.”

쇼고는 저 말이 뜻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중앙성에 암살대를 숨길 수 있는 자.

누군진 몰라도 큰 권력을 가진 자가 뒤에 있다는 것이었다.

“안에 같이 있으면서도 그동안 왜 장군님을 죽이지 않았냐 하면… 간단합니다.”

나카지가 창을 들어 최리아를 가리켰다.

“일본 장군의 초대를 받아 간 대기업 사절이 살해 당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안 그래도 한국과 일본은 깊은 골이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든, 성으로 향하던 중 습격을 당하든, 성에 도착해 죽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런 사건이 터지는 순간 두 나라의 평화는 물 건너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장군님은 그 후에 천천히 죽이려고 했는데 뭐… 일정을 좀 변경했습니다. 모처럼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주셨으니.”

스윽.

쿄스케가 나카지의 뒤쪽 문을 바라봤다.

중앙성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 인원들은 기존부터 쇼고를 지켜온 사람들이었다.

충성심이 깊은 만큼 배신하거나 하지 않았을 터.

시간을 끌어서 그들이 올 때까지 버텨야 했다.

“안 올 거다.”

“…?”

나카지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옷과 창을 가리켰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던 것들.

“누구의 피라고 생각하는가?”

“!!”

“남은 녀석들도 잠시 후면 다 죽을 거다. 즉… 잠시 후 이 중앙성에 존재하는 건.”

나카지가 두 팔을 펼쳐 보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시노카 암살대 1000명 뿐이라는 얘기지.”

쾅!

나카지의 말과 동시에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열댓 명의 암살자들.

쿄스케가 암살자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떨어져라---!!

콰아아앙!

쿄스케의 입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

그 목소리가 옆에 있던 벽과 함께 암살자들을 날려버렸다.

“허!”

짝 짝 짝.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긴커녕 박수를 치고 있는 나카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히가이 쇼고 곁에는 강한 언약 능력자가 있다는 걸.”

사용자의 목소리와 말을 물리력으로 변환시키는 희귀한 능력.

모리타 쿄스케가 가진 힘이었다.

“아주 강하고 희귀한 능력… 이지만.”

우르르!

나카지의 뒤로 못해도 백여 명은 되어 보이는 암살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용하는데 비용이 꽤나 든다고 들었다. 한 번 언제까지 버티는지 볼까?”

으득.

쿄스케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카지의 말대로였다.

언약 능력을 사용하는 데는 많은 힘이 필요했다.

조금 전 나카지의 말대로 중앙성에 천 명이나 되는 암살자가 있다면.

‘못 버틴다.’

대산의 헌터들이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나카지는 다른 레벨이었다.

다 대 일로 싸우더라도 당해낼 수 없는 실력 차이.

언약의 힘이 다하는 순간 그걸로 끝이었다.

저벅.

몇 명의 암살자가 나카지를 지나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은 쿄스케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다.

소수의 인원을 계속 보내 소모전을 할 생각.

‘어떻게 해야…!’

“죽어라아!!”

품으로 손을 넘은 암살자가 무언가를 던지려는 순간.

쐐에에에에엑!

콰직!!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아든 거대한 수리검.

수리검이 다가오던 암살자 셋을 짓뭉개버렸다.

“!?”

“저… 저건!”

전수희의 얼굴에 반가움이 번져갔다.

비행기 안에서 봤던 수리검이었다.

잠시 후,

스르르.

수리검 위로 금색 빛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백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쥐새끼가 한 마리 더 숨어있었나.”

나카지가 눈썹을 찡그린 채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찍찍.”

“.?”

뜻밖의 소리에 나카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냐?”

“뭐긴 뭐야 새끼야, 친히 널 찢어 죽일 예정인.”

백운이 미소를 띠며 나카지의 비웃음을 응수했다.

“존나 큰 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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