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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60화 (60/473)

60화. 검, 주시겠습니까?

타이밍 나이스 하고.

상처 하나 없는 쿄스케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배리어가 쳐져 있을 텐데 어떻게…?”

뒤에 있던 부하 중 한 명이 날 바라봤다.

회담 시작 전에 배리어 밖으로 내가 쫓겨난 걸 아는 듯했다.

“그거? 부쉈어.”

“뭐? 그게 몇 겹인데…!”

허술한 거 하나 쳐놓고 놀라기는.

굉음이 들려오기 무섭게 유탈라스의 비늘로 배리어를 부쉈다.

주먹이 닿기 무섭게 양파 껍질 까지듯 후루룩 다 날아 가버린 배리어.

그나저나 얼마 안 걸릴 거 같던데.

회담장으로 수리검을 던지기 전.

사람들의 위치를 보기 위해 근처 공중으로 먼저 비전을 했었다.

- 우르르!

몇 명이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최소 수백은 되어 보이는 복면들이 중앙성 외곽 벽을 타며 올라오고 있었다.

문 놔두고 벽을 오르는 걸 보니.

사람이 갈 수 있는 모든 퇴로를 차단하고 사방에서 덮치려는 듯했다.

“하…!”

내 수리검을 바라보던 나카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이동기가 있으면 성 밖으로 도망쳤어야지. 사서 목숨을 버리다니. 역시 무모한 조센진답구나.”

“뭐 시발?”

욕이 절로 터져 나왔다.

조센진이라니.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저런 단어를 사용한단 말인가.

“네놈이 길목에서 야구지 놈들을 죽인 녀석이구나.”

나카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러 인간을 겪다 보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더군. 무식한 자가 알량한 힘을 가지게 된다는 건 말이야.”

아니 이런 병신이.

벽을 오르고 있는 놈들이 오기 전에 얼른 썰어줘야겠다.

“주제도 모르고 불인지 물인지 구분도 못한 채 뛰어드는 게 참으로 웃기구나!!”

쐐엑.

나카지와 암살자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잭 더 리퍼]

뒤는 쿄스케와 대산의 헌터들에게 맡긴 후 밀고 오는 암살대에게 달려들었다.

푸확! 푹!

눈앞으로 쏟아지는 무기들을 피하며 면도칼을 휘둘렀다.

채앵!

…!

다가오던 암살자 중 한 명이 면도칼을 막아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길목에 있던 놈들과는 다르다.

확실히 몸놀림 자체가 훨씬 뛰어난 느낌이었다.

특히.

쐐엑.

콰아!

순식간에 찌르고 들어오는 나카지란 녀석의 창.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찌르고 들어오는 창은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처박혀라---!

오.

쿄스케가 소리를 지르자 다가서던 암살자 몇 명이 바닥으로 처박혀버렸다.

그 보기 힘들다는 언약 능력자였다니.

조금 더 마음 놓고 앞에 집중해도 될 것 같았다.

“뭐 하는 거냐! 기세등등하더니 하하하!”

저 새끼가.

부하들을 밀어 넣으며 그 사이로 계속해서 창을 찔러 넣는 나카지.

보통 놈이 아닌 건 분명했지만 건방져도 너무 건방졌다.

빨리 죽여 버려야 되는데.

밑에서는 암살자 놈들이 기어오르고 있는 상황.

마음 같아선 당장 피렌조와 싸울 때 사용했던 동기화를 꺼내고 싶었지만.

피가 부족하다.

동기화를 사용하기 위해선 몸을 흠뻑 적시고 남을 피가 필요했다.

발동 조건인 피가 한참 부족한 상태.

내 피일수록 조건은 빨리 채워졌기에 몸에 상처라도 낼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도 한 가지 우려가 더 있었다.

피의 광기.

동기화를 사용했을 때.

내 시야엔 피렌조 뿐이었다.

옆에 누가 있는지, 내가 누굴 지켜야 하고 다음엔 무얼 해야 하는지 같은 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피렌조의 혈관을 베고 적의 피를 뽑아내기 위해 본능에 따른 휘두르기를 계속했을 뿐이었다.

지금은 곤란하다.

언약의 힘으로 잘 막고는 있지만 분명 한계가 있을 터.

뒤를 완전히 버린 채 피에 취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한 번 지우자.

콰앙!

힘을 실어 앞에 있는 암살자들을 밀어냈다.

[앤 보니&메리 리드]

정면을 향해 리볼버를 겨눴다.

죄송합니다, 히메지 성님.

역사 깊은 성에다 총질을 한다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부터 살고 봐야지.

[빛의 구원]

“…! 쉴더!!”

두두두두두두두두!!

빛의 탄환이 쏟아짐과 동시에 다수의 암살자들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갖고 있던 무기를 버린 채 돌로 이루어진 방패와 에너지 배리어를 시전하며 나카지의 앞을 막는 녀석들.

콰아!

“끄악!”

“으… 으… 으악!”

“끄… 끄흑!”

리볼버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섰던 암살자들의 몸이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카지 새끼가 이미 자리를 피했다는 것.

뒤쪽에 있던 암살대 녀석들도 화력을 버틸 수 없다는 걸 안 건지 어디론가 다 내빼버리고 말았다.

쉬이이이.

더 이상 쏠 표적이 사라진 상황.

이 새끼들… 빠르네.

얼마나 훈련을 빡세게 받은 건지 나카지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암살대 놈들.

심지어 죽을 걸 알면서도 나카지를 위해 앞으로 달려든 놈들에 혀가 내둘러졌다.

“후우… 후우..”

뒤를 돌아 쿄스케를 바라봤다.

목에 손을 얹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돌아오는 후폭풍도 장난 아닌가 보네.

강한 능력인 만큼 그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했던가.

쿄스케의 상태를 보니 남은 언약의 횟수가 많지 않을 듯했다.

“혹시 새로 도착할 지원군은 없을까요?”

놈들을 죽이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과 상황만 된다면 나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뒤에 있는 사람들.

지금은 초반이라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놈들의 숫자를 생각했을 때 장기전이 될 확률이 높았다.

“배리어가 부서졌다면 중앙성 밖에 있는 인력들이 곧 들어올 겁니다.”

쇼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밖에서 경계를 서던 인원들 중에도 대다수가 적이었어요. 아닌 인원들도 있었지만 지금쯤이면.”

“!”

말을 들은 쇼고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그래서 기존 인원들을 다 내보냈던 건가.”

회담을 주최하기로 결정했을 때쯤.

국가와 사치 그룹 측에서 경비의 보충 및 강화를 이유로 많은 인원을 투입했다.

동시에 전력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기존의 병력들은 히메지 성 밖으로 밀어냈다는 설명.

“기존 인원들을 잠시 내보낸다는 게 꺼림직했지만, 이번 회담을 위해서 사치와 국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었습니다.”

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었구만.

아무리 장군이라 해도 모든 걸 원하는 대로만 할 순 없었다.

도움이 필요할 땐 굽히는 것도 필요한 것.

그래서 본능의 꺼림직함을 억누르며 말을 따른 듯했다.

“그 인원들은 내일 날이 밝으면 돌아오게 됩니다. 그때까지도 성 외곽의 배리어가 꺼지지 않는다면 이상함을 느낄 테고요.”

내일 아침이라.

안될 거 같은데.

리볼버의 화력 덕분에 잠시 숨 돌릴 틈 정도는 주어졌지만, 영원할 순 없었다.

“적들이 물러난 건 이 총의 화력 때문이에요.”

리볼버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총은 곧 사라질 거고요.”

“!”

“사라지면 저들의 공격이 다시 시작될 겁니다.”

고개를 돌려 쿄스케를 바라봤다.

“쿄스케 님은 앞으로 몇 번 남았나요?”

“… 다섯 번 정도입니다.”

“대산 분들은 어떠세요?”

“아직 더 싸울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다 하진 않았지만.

대산 헌터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조금 전의 싸움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나카지를 떠나 암살대 한 명 한 명이 자신들과 비슷한 실력이기에 얼마 못 버틸 거란 사실을 말이다.

내일 아침이라면 리볼버의 쿨타임을 생각해봤을 때 세네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의미가 있을까?

적의 인원은 못해도 수백.

그 사이에 적들이 놀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제부터 사방으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여러분을 다 지키면서 싸우는 건 불가능해요.”

“….”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적들을 상회하며 싸우고 있는 건 나 하나뿐인 상황.

배리어 같은 방어 마법이 있지도 않은 이상 모두를 지킨다는 건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완벽히 지켜낼 수 있는 건 한 명에서 두 명 정도뿐.

그리고 지킨다면.

스윽.

쿄스케를 바라봤다.

난 무조건 쿄스케를 지킨다.

“방법이… 없는 거겠죠.”

쇼고가 침통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닙니다, 장군님.

있습니다.

- 끼아아아아아아악!!

기억에서 봤던 전투를 떠올렸다.

한 명 한 명을 상대하는 게 아닌 공간 자체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 스이카.

리볼버로 인해 잠시의 여유가 주어진 지금, 말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쇼고가 먼저 운을 떼줬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모두가 지켜질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에 침통해하던 사람들.

방법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빨리 말해보라는 듯 커다랗게 변한 사람들의 눈동자.

“모두가 살 수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쇼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다 살릴 수 있습니다.”

“!!”

“어… 어떻게!?”

스윽.

손을 들어 장군이 차고 있는 스이카를 가리켰다.

“…?”

순식간에 의아함으로 물드는 사람들의 얼굴.

“스이카, 그 검을 제게 주신다면 말이죠.”

* * *

“어떻게 이 검이 스이카라는 걸…?”

여전히 리볼버로 정면을 겨눈 채 쇼고에게 대답을 했다.

“설명드리긴 힘들지만 전 알 수 있습니다.”

“검은 얼마든지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허리춤에서 검을 푸는 쇼고에게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사라집니다.”

“네…?”

“제가 검을 사용하게 되면 사라지게 돼요, 스이카는. 제 능력은 무기를 사용하고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쇼고의 눈으로 망설임이 어렸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가보, 스이카.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기에 저런 반응이 이해가 갔다.

그 사이,

스륵.

손에 있던 리볼버가 사라지고,

“죽여라!!”

정면에서 암살대들이 다시 밀려들기 시작했다.

1분.

[잭 더 리퍼]

딱 일 분만 기다리자.

밀려오고 있는 건 정면뿐.

아직 사방에서 덮쳐 오진 않고 있었다.

일 분 뒤엔 뺏는다.

상대가 일본의 장군이든 뭐든 안 준다고 하면 뺏을 수밖에 없었다.

푸확! 핏!

떨어져라---!!

면도칼을 휘두르며 쇼고의 대답을 기다렸다.

30초.

대답해.

쇼고의 본능적인 망설임을 이기적이라고 욕하고 싶진 않았다.

장군인 쇼고에게 있어선 오랫동안 소중하게 여겨온 물건일 터.

상황이 급박해도 갑자기 달라고 하니 망설여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래 못 기다려주니까.

강제로 뺏으면 쇼고는 검 하나를 다른 이들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 망설이다 결국 빼앗기게 된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강제로 뺏는다는 선택지는 최대한 보류하고 싶었다.

20초.

대답해.

10초.

“모두가 살 수만 있다면!!”

콰직! 콰직! 콰직!

방을 덮고 있던 지붕이 박살나며 수십의 암살자들이 떨어져 내렸다.

“드리겠습니다!”

허리춤에서 검을 푼 쇼고.

“받으세요!!”

쇼고가 나를 향해 스이카를 힘껏 집어던졌다.

[난도질]

푸화아악!

“끄악!”

“끄륵.”

날아드는 스이카에 앞에 있는 놈들을 베어낸 후.

뒤쪽으로 몸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귀신의 검, 스이카.

덥썩.

확실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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