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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63화 (163/473)

163화. 조우

서울에 위치한 헌터 중앙청.

“진짜 뭐 있는 거 아니야? 왜 계속 따라다니는 거야.”

“따라다닌다니 그냥 동선이 겹치는 거지.”

음!

착실히 임무 수행 중이구먼.

사삭.

벽 옆으로 숨어 함께 걷고 있는 기태랑과 비광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훔쳐보는 거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한국을 떠나기 전 부탁한 대로 비광은 기태랑을 착실히 밀착마크 하고 있었다.

지금 나타나면 비광 님한테 쌍욕 먹겠지.

물론 단순히 쌍욕 먹을게 무서워 숨어 있는 건 아니었다.

둘 앞에 나서는 순간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추궁당할 게 분명했고.

숨기지 못하고 말하는 순간 원래 정해져 있던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바뀔지도 모르는 미래 때문에 웬만해선 비광 님도 붙여놓고 싶지 않았지만.

비광은 만약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책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스에서 나로 인해 이연화가 메토스를 만나게 된 걸 봤었기에.

기태랑에게 혹시 모를 변수가 닥쳐도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를 곁에 있게 한 것이었다.

아직까지 별일은 없는 듯하고.

투닥거리며 걷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몰래 숨어 둘을 따라다닌 지 어느덧 일주일.

지금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오늘인데.

회귀 전 기태랑이 죽었다고 추정된 날.

바로 오늘이었다.

이미 죽은 뒤에 발견됐다 보니 하루나 이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너무 평화로운데.

내가 지금까지 세워온 가설들이 다 헛된 망상이었나 착각이 들 정도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상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예루살렘에서 로튼을 만남으로써 미래가 변해버린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나타날 때까지 태랑 님을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데.

기태랑이 위험에 빠지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으면 또 곤란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미래 예지가 가능한 능력자라도 찾아봐야 하나.

아니면 로인을 찾아서 다시 데리고 오는 거지.

회귀 전의 정보가 유효하지 않게 된다면.

떠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였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자를 찾아 기태랑과 관련된 새로운 미래를 알아내던가.

아니면 로인을 24시간 기태랑에게 붙여 죽음을 감지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럼 적어도 5일 전에는 형태는 알 수 없되 기태랑의 죽음을 미리 인지하게 될 테니 말이다.

사삭!

어쨌든 내일 정도까지는 회귀 전의 미래가 틀어졌다고 생각하기엔 이른 시점이었다.

계속해서 기태랑을 쫓아다니며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일단 초근접 밀착마크다.

그렇게 은밀하게 다음 이동을 시작하려는 순간.

웨에에에에에에---!!

!!

중앙청 내부로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웬만해선 울리지 않는 가장 높은 레벨의 경보.

일반적인 헌터로는 상대할 수 없는 데몬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슥.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고 있는 기태랑과 비광을 바라봤다.

무언가 말을 주고받더니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두 사람.

우루루.

난리가 난 건 건물에 있던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경보에 맞춰 각자 정해진 곳으로 몰려가는 헌터들.

탓!

우루루 이동하는 헌터들의 틈에 섞여.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기태랑과 비광의 뒤를 따라붙었다.

* * *

“1소대 대형 흐트러지지 않게 조심해라!”

“예!”

두두두두두두두!

우우웅… 쾅!!

신고를 받고 먼저 도착한 도심의 기동대.

기동대에 속한 헌터들이 나타난 데몬을 한 마리씩 잡아나갔다.

“이 자식들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일단 나타났으니 잡고는 있었지만.

의문이었다.

서울 한복판인 만큼 사방엔 겹겹이 경계선이 배치되어 있었다.

땅에서 솟구치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면 도저히 나타날 수 없는 위치.

“그래도 기껏해야 C급입니다! 무리 없이 처치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하의 보고에 소대장인 임국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는 차차 알아봐야 겠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토벌 자체는 순조롭게 끝날 터였다.

‘프리랜서 헌터들도 도와주고 있으니.’

기동대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게 동영상을 올려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랜서 헌터들이었다.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하다고 판단이 서자 다들 액션캠을 켠 채 데몬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금방 끝나겠군.’

임국전이 한숨을 돌리며 한창 사냥 중인 헌터들을 바라봤다.

이 정도 속도라면 잠시 후엔 완전히 정리가 될 것 같았다.

쐐에에에엑---!

한숨을 돌리려던 임국전의 귀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

무언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였다.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쿠웅!!

캠을 켠 채 사냥 중이던 헌터들의 위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자욱한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 떨어진 게 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마음을 놓고 있던 임국전과 소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먼지가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툭… 툭… 툭. 툭. 툭.

“…?”

먼지 속에서 차례차례 날아드는 원형의 무언가.

임국전이 고개를 내려 데굴데굴 굴러 발아래까지 온 물체를 응시했다.

“!!!”

“으… 으아아!!”

사람의 머리.

조금 전까지 데몬을 사냥하고 있던 프리랜서 헌터들의 머리였다.

임국전을 포함한 소대원들이 질겁을 하며 뒤로 물러서는 순간.

낮게 깔린 음성이 들려왔다.

“벌레 새끼들이.”

음성과 함께 먼지 속에서 걸어 나오는 거구의 데몬.

황갈색의 피부를 가진 데몬은 온몸에 피부색에 가까운 갑주를 두른 상태였다.

‘마… 말을 해…?’

일본에서 등장했던 사로카의 일로 말을 하는 데몬이 있다는 건 알려진 상태였지만.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낯설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거기다 얼굴만 놓고 본다면 인간이라 봐도 무방한 생김새였기에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척.

기동대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

멈춰 선 마렉이 정면을 응시했다.

날아든 머리통을 보며 잔뜩 굳어 있는 임국전과 기동대 헌터들.

‘벌레 새끼다운 반응이군.’

너무 하찮아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적을 앞에 두고도 바로 공격을 하긴커녕 굳어 있는 꼬라지라니.

저런 놈들이 수명의 법칙에서 벗어났다고 영생을 울부짖고 있으니, 로튼의 분노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것 같았다.

“키아아아아!”

빠각!!

마렉이 손을 휘둘러 옆에서 짖어대는 데몬을 짓이겨버렸다.

한국에 오자마자 흩어져 있는 데몬들을 때려죽이기 시작했던 마렉.

약육강식에 순응하는 데몬들에게 공포를 심어준 뒤 명령을 따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쓸데없는 짓을 시키는군.’

물론 로튼의 계획이었다.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죽이기 위한 계획.

‘약속은 지켜야 할 거다.’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마렉을 향해 로튼은 말했었다.

- 재밌는 상대를 보내드리죠.

지루해하고 있는 마렉이 싸울만한 상대를 보내주겠단 것이었다.

“고… 공격!!”

앞에 얼어있던 벌레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잔뜩 겁에 먹은 건지 떨림이 느껴지는 외침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콰가가가---!

외침과 동시에 마렉을 향해 쏟아져 오는 공격들.

“하암.”

공격을 바라보며 하품을 하는 마렉.

마렉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헌터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조금 더 발버둥 치거라.”

드드드…!

약간 자세를 낮춘 마렉의 입가로 소름 끼치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야 일 초라도 더 살 수 있을 테니!!”

* * *

“뭐냐 너.”

“하하…!”

기태랑과 비광을 쫓아 도착한 현장.

모습을 드러내자 비광이 제일 먼저 한 말이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뭘 그렇게 돼. 똑바로 말 안 해?”

대충 얼버무리며 넘기려 하자 추궁을 시작한 비광.

그런 비광을 피하기 위해 앞에 늘어서 있는 데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저놈들부터 처리하죠!”

“좀 있다 보자.”

마지못해 데몬에게 나아가는 비광을 바라보며.

기태랑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채로 데몬을 처치해나갔다.

이거뿐이라고?

데몬을 썰어나가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 모습을 보이는 건 낮은 급수의 데몬들 뿐이었다.

중앙청에 경보를 울릴만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늘어져 있는 피들.

이상한 게 있다면 서 있는 장소에 누군가의 피가 흩뿌려져 있단 것이었다.

먼저 출동해 있었을 헌터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상황.

시체라도 있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피만 뿌려져 있는 게 이상했다.

그렇게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으며 데몬을 썰고 있을 때.

“크르…!”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마크라 부락 앞에서 만났던, 이가 빠진 검으로도 순식간에 데몬들을 썰어버렸던 칸의 울음소리였다.

저놈이 여기에 있다는 건.

잠시 후 칸의 옆으로 금발의 로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연한 얼굴이었다.

역시 저놈이었나.

저벅.

“…?”

의아한 얼굴인 기태랑을 뒤로 하고.

기태랑과 로튼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됐다.

아직 로튼의 능력을 보기 전이었지만.

일차적인 목표는 성공했다.

기태랑이 무사한 상태로, 회귀 전에 기태랑을 죽였던 로튼을 마주했다.

어쩐지 당신과는 또 만날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네, 나도 만나고 싶었는데.”

태연하게 말을 건네는 로튼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섰다.

“뭐냐 저것들은.”

어느새 데몬들을 처리한 뒤 다가와 있는 비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급 헌터 두 명이라니.

이랬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뒤가 든든한 기분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개방한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뭐…?”

비광이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로튼을 응시했다.

아직 로튼이 무언가를 한 건 아니었지만.

내 말이 사실이라면 경계해야 하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저를 쫓아온 건가요?”

덤덤하게 물어오는 로튼을 향해.

“애초에 쫓아오라고 해안가에 남겨놓은 거 아니었나?”

해안가에 적혀 있던 글귀를 떠올리며 말을 건네자 태연하던 로튼의 얼굴로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졌다.

“억측이군요. 제가 미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아니면 됐고, 하나만 물어보자. 왜 불사자라 불리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거야?”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확히는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는 알 수 없는 이유죠.”

역시 데몬이었나.

마주해서도 잠시 헷갈렸었다.

데몬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로튼의 생김새.

왠지 쌔하더라.

샤마크라 앞에서 로튼이 인간이란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그때 느껴졌던 이질감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로튼이 인간이 아닌 데몬이어서였다.

“내가 쫓아온 이유는 널 죽이기 위해서다. 이유는 묻지 말고.”

저벅.

로튼을 향해 걸어가며.

조금씩 속도를 올려갔다.

“궁금하지 않습니다.”

태연히 입을 연 로튼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당신과 싸우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뭐…?”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기도 전.

로튼의 뒤로 망토를 뒤집어쓴 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롱.”

데몬의 이름을 부르는 로튼.

딱하다는 듯 날 내려다보던 로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날려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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