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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166화 (166/473)

166화. KING NON VULT

라의 불꽃으로 유리아와 토롱을 포함한 일대를 날려버린 뒤.

쉴새 없이 수리검을 던지며 기태랑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콰직!

좀.

콰지직!

꺼져라!

지상에 있는 데몬들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하늘길이었다.

그럼에도 하늘 곳곳에 적지 않은 수의 데몬이 있는 상황.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불꽃으로 쓸어버린 것만 해도 족히 백 마리는 넘을 터였다.

그럼에도 지상과 하늘에 있는 데몬들의 숫자는 줄어들긴커녕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었다.

콰앙!

그나마 다행이라면 데몬의 수준 자체가 그리 높진 않아 도착한 헌터들이 순조롭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굳이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을 듯했다.

도와달라고 해도 못 도와주겠지만.

까다로운 능력을 가졌던 유리아와 토롱을 불태워버린 것.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토롱이란 놈이 반응하지 못해서 다행이야.

내 몸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터져나갔던 라의 불꽃.

아무리 노네임드급 데몬이 뽑아낸 식물이더라도 라의 불꽃을 이겨낼 순 없었다.

닿는 순간 원래 없었던 것처럼 식물을 바스러뜨린 불꽃은 이에 그치지 않고 터져나가 토롱과 유리아가 있던 공간까지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렸다.

둘 중 하나라도 살아남았다면 가는 길이 무척 지체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키아아아라!”

“코라아아아!”

쯧.

수리검으로 계속해서 나아가던 중.

하늘 여기저기에 있는 데몬들을 바라봤다.

한방만 휘둘러도 가볍게 터져나가는 녀석들이었지만, 당장 수리검을 던지는데 방해가 된다는 게 문제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아래가 더 빠르겠네.

후웅… 쿠웅!!

수리검을 눈앞으로 던지는 대신.

바로 아래 땅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수리검의 무게에 짓눌려 몇 마리의 데몬이 터져나가며 땅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척.

먼지 속으로 몸을 착지시킨 후.

[잭 더 리퍼 - 동기화]

면도칼을 꺼냈다.

장점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방에선 데몬의 피가 들끓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잭 더 리퍼의 동기화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키이이이이.”

착지한 먼지구덩이로 달려드는 데몬의 소리를 들으며.

선혈로 묽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서걱!

가볍게 눈앞의 데몬을 썰어버린 뒤.

쿠우우… 파앗!

최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주변에 몇 마리의 데몬이 달려들었는지.

경로를 막은 건 몇 마리였는지.

그로 인해 난 얼마나 많은 녀석들을 베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타닷!

어느 순간부터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려 그저 최대 스피드로 앞을 향해 내달리고만 있었다.

무언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달리고만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우웅!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황금빛 장막.

다른 나라에서 만난 목격자들이 말한 장막이었다.

불사자라 부렸던 능력자들이 죽었을 때 공통적으로 목격됐던 녀석.

제발.

장막을 본 순간 온몸으로 오한이 느껴졌었다.

로튼이 펼친 장막이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거나 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저 안에 있을 기태랑이 걱정되어서였다.

다른 능력자들은 장막이 펼쳐진 뒤 칸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었다.

부디 기태랑만은 무사히 서 있기를 바라며 발을 내뻗었다.

…!

그렇게 몇 발자국을 더 다가갔을 때.

장막과 가까워지며 안에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엄청난 수의 데몬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기태랑이 쓰러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

문제가 있다면 이미 리타이어 상태가 된 기태랑을 향해 칸의 검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잭 더 리퍼 - 해제]

으드득!

어금니가 부서질 정도로 악 다문 뒤.

[비젼 수리검]

[유탈라스]

비늘로 몸을 감싼 뒤 수리검을 든 손에 최대의 힘을 실었다.

후우우우웅---!!

몸을 한 바퀴 돌려 회전력까지 실은 뒤.

기태랑과 칸 사이로 수리검을 던졌다.

콰가아아아아---!

모든 개방자의 능력을 무효화시켜버리는 로튼의 장막.

아무런 대비 없이 저곳에 들어가는 게 맞는가 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내 능력 역시 사라질 텐데 노네임드급 데몬 두 명이 쳐놓은 덫으로 달려드는 것과 다름없을 테니 말이다.

….

하지만, 어째서일까.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무시무시한 장막임에도 난 조금의 걱정이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나라면.

드득!

저 장막을 찢어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말이다.

[비젼]

* * *

뭐야…?

로튼의 장막으로 비젼을 사용한 순간이었다.

비젼에 의해 몸이 옮겨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어버렸다.

마치 무기와 관련된 빛을 건들며 공명이 발동되었을 때와 같은 상황이었다.

저벅.

다른 게 있다면 내 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칼데아 윙을 얻었을 때 이카로스의 시야로 기억을 보던 감각과 똑같았다.

누군가의 몸 속이었고, 그 누군가는 정면을 바라보며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

갑작스러운 공명에 당황했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가 들어와 있는 남자의 시야에 집중하자 엄청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에 쌓인 엄청난 수의 데몬 시체.

뚝…!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내가 들어와 있는 남자였다.

그 증거로 온몸에선 쉴새 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웅…!

얼레.

낯선 광경 중.

익숙한 것이 눈에 띄었다.

넓은 공간으로 펼쳐져 있는 황금빛의 장막.

조금 전 들어가려 했던 로튼의 장막과 같은 것이었다.

“어째서…!”

허.

아니나 다를까.

시체 더미의 사이, 여전히 화려한 머리와 눈을 가진 로튼이 울부짖고 있었다.

울부짖음의 대상은 내가 들어와 있는 남자였다.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

이전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샤마크라에선 끝이 안 보이는 여유와 온화함을 가지고 있었던 로튼이지만.

눈앞에 있는 로튼에게선 더 이상 그때 보았던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께서 그것을 원하시는데!! 어째서 너에겐!!”

“조용히 하거라.”

!!!

거울이 없어 내 표정을 볼 순 없지만.

아마 로튼의 얼굴을 뛰어넘는 경악한 표정일 터였다.

조금 전 귓가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무기왕… 카이안!!

저벅.

로튼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다가간 카이안.

잠시 멈춰 선 카이안이 입을 열었다.

“신은 없느니라.”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말이었다.

조금 전까진 경악으로 물들어있던 로튼의 얼굴로 분노가 터져 나왔으니 말이다.

“감히!! 그분은 존재하신다!! 만물의 정상에 계신! 모든 차원과 세계를 지배하신 분이다!!”

입에서 왜 피가 튀어나오지 않나 싶을 정도의 절규였다.

얼마나 진심으로 화가 났으면 목소리가 저렇게 갈라지는 걸까.

“그런 대단한 신이 왜 네놈 안에 있단 말이냐?”

“난 그분의 대리인이다! 그분은 내 안에 계신단 말이다!! 난 신이다! 난 신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

응? 마지막에 뭐가 좀 이상했는데.

“….”

이상함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피식.

카이안이 실소를 터뜨렸다.

“스스로 만들어낸 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거냐? 불쌍하구나.”

무언가 대꾸하려는 로튼을 향해 카이안이 손을 들어 올렸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이었다.

“그럼 그렇게 대단한 신의 권능이 왜 나에겐 통하지 않는 것이냐?”

잠시지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로튼.

설명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았다.

“내가 알려주마. 왜 통하지 않는지.”

저벅.

한 발자국 더 다가간 카이안이 로튼을 내려다봤다.

“King Non Vult.”

“…!”

“짐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무슨…!”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로튼.

그런 로튼을 바라보며 카이안이 말을 이어나갔다.

“잘 듣거라 우매한 벌레야.”

카이안의 입가로 그려지는 차가운 미소.

“짐의 위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윽.

조금 더 고개를 내려 시선만으로 로튼을 찍어누르는 카이안.

“모든 것의 위, 그곳이 짐이 있는 곳이다.”

“헛소리!!”

“명백한 진실이니라. 왜냐면… 나보다 위에 있던 것들은 내가 다 끌어내려 소멸시켰으니까.”

꼴깍.

나조차도 엄청난 아찔함에 마른침이 넘어가고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로튼을 향해 말하는 카이안은 진심이었다.

“자 벌레여, 정하거라. 널 구해 줄 수 있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만이 네 목숨을 살려 줄 수 있지.”

동정을 한다거나 자비를 베풀려는 게 아니었다.

카이안은 눈앞에 있는 로튼을 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하찮은, 길을 걷다 밟을 수 있는 작은 날벌레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미소를 지운 카이안이 차가운 눈동자로 로튼을 응시했다.

“꿇어라. 꿇어서 빌어라. 그럼… 살려주마.”

* * *

카이안의 말을 마지막으로, 공명이 풀리며 빠져 나와진 공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크… 크르!!”

이젠 안대와 마스크를 벗어 명백한 데몬의 모습을 하고 있는 칸이 눈에 들어왔다.

몹시 당황한 듯한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칸의 얼굴이 말이다.

드드드…!

비늘이 감싸진 손에 막혀 있는 칸의 검.

이가 다 빠진 검은 엄청난 경도를 자랑하는 유탈라스의 비늘에 기스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슥.

고개를 돌려 칸의 바로 뒤에 있는 로튼을 응시했다.

로튼도 칸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황한 칸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로튼의 얼굴은 경악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많이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고 있는 로튼.

그런 로튼을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드드득!

“크르!!”

손으로 칸의 검을 붙잡은 채로 나아갔다.

수리검과 유탈라스를 동시에 꺼냈기에 힘의 증폭은 나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태.

칸이 안간힘을 쓰며 버텨보고 있었지만 내 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로튼에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째서…!”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로튼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거냐!!”

내 능력이 무효화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모를 테니까.

“신께서 원하시는데 어째서!!”

로튼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격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피식.

“…?”

어느 정도 다가가 실소를 터뜨리자 로튼이 눈살을 찌푸렸다.

웃음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

공명에서 본 장면을 한 번 떠올린 뒤.

일그러져 있는 로튼을 향해 입을 열었다.

“King Non Vult.”

“!!!!”

로튼이 모를 리 없는 문장을 읊어주자.

로튼의 얼굴이 경악을 넘어 패닉 상태로 빠져버렸다.

로튼은 더 이상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는 지경에 온 듯했다.

드드드득!

“크라아아아!”

다시 한번 걸음을 내딛자 주인으로의 접근을 막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힘을 싣는 칸.

하지만, 헛수고였다.

지금 내 눈에 칸 따위는 보이지 않았기에.

그저 천천히 밀며 로튼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갈 뿐이었다.

저벅.

로튼이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어째서 무효화가 되지 않냐는 로튼의 질문에 답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가.”

저벅.

“그것을.”

드드드득!

이젠 거의 로튼의 코앞까지 붙어버린 칸의 몸.

그런 칸의 검을 옆으로 치우며 패닉에 빠져있는 로튼에게 얼굴을 가져갔다.

“원하지 않는다.”

사아아아…!

“이 싸이비 이중인격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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