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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24화 (224/473)

224화. 쏘아지다.

오타루 근처의 작은 중소 도시.

털썩.

도시에서 신도들을 이끌던 남자, 규타이가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

멀쩡하던 다리에 힘이 탁 풀려버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규타이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규타이는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 그들은 신의 뜻을 거스르려 하고 있습니다.

거역자.

규타이가 속한 구원교를 믿지 않는 것은 물론, 구원교의 일까지 방해하려는 자들을 일괄로 묶어 부르는 호칭이었다.

그중에서도 구원교가 새로운 포섭 대상이 아닌 적으로 간주하는 집단이 있었다.

구원교가 신의 계시를 받고 오타루에 행한 심판을 파헤치고 있는 정부와 군대였다.

- 어리석은 놈들…!

잡혀온 백운과 미라코를 보며 규타이는 조소를 머금었었다.

우매하고 어리석은 건 둘째 치고 무식하기까지 했다.

신의 뜻을 거스르겠다며 심판의 장소까지 온 놈들이 고작 둘이라니.

웃음이 나오다 못해 구원교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에 화까지 나는 상황이었다.

- 부디 심판이 내려지길.

료헤이가 판결을 내리기 전부터 규타이는 심판이 내려지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런 시건방진 놈들에겐 기회가 아닌 마지막을 선물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투둑.

잡혀 온 백운이 팔과 다리를 풀어내며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해프닝일 뿐이었다.

카랑클은 료헤이에게 힘을 전달받음으로써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힘의 양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으나 최소 A급 이상은 될 터.

- 쿵! 쿵! 쿵!

그런 카랑클이 무기 하나 없는 인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잠시 후면 처참히 뭉개져 원래 사람이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끔찍한 심판이 저들에게 내릴 예정이었다.

‘….’

하지만.

규타이의 눈앞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화한 카랑클이 백운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 …?

짧은 찰나.

규타이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었다.

보통이라면 다가온 죽음을 마주하며 공포에 집어 삼켜지기 마련인데.

백운은 겁먹긴커녕 오히려 여유롭게 웃으며 다가오는 카랑클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 후우우웅!

사방으로 가시가 돋힌 카랑클의 주먹이 백운에게 휘둘러졌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풍압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주먹이었다.

- 사아아.

카랑클의 주먹이 백운에게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백운의 오른팔로 신비로운 빛을 띠는 비늘이 감싸지는가 싶더니.

-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굉음과 함께 퍼졌던 먼지가 걷히자 규타이의 눈에 들어온 건.

후두둑.

산산조각이 나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카랑클이었다.

조금 전까지 위용을 자랑하던 카랑클의 거대한 몸은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대체 뭐에 부딪힌 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카랑클의 상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A급 이상의 카랑클 님이… 한방에…?’

먼지 때문에 자세히 보진 못했다.

하지만 분명 한 번뿐이었다.

규타이에게 들려온 굉음은 말이다.

툭툭.

먼지가 완전히 걷히자.

푸른 비늘을 휘날리며 손을 터는 백운의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필사적으로 힘을 끌어올린 것 같지도 않았다.

백운은 그저 카랑클을 부수기 전과 마찬가지였다.

마치 무슨 일 있었어? 란 얼굴이었다.

스윽.

“!!!”

묻은 먼지를 다 털어내서일까.

백운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저벅.

규타이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 * *

“지린 거 아니지?”

믿었던 데몬이 한방에 부서져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남자는 온몸이 흐물해진 상태로 바닥에 앉아있었다.

힘이 쭉 빠진 오징어 같구만.

앉아있다기보단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았다.

“너… 넌.”

“입 닥쳐.”

넌 누구냐, 넌 대체 뭐냐 같은 질문을 하려는 듯했지만.

이놈이 아까 행한 전적이 있기에 끝까지 들어 줄 생각은 없었다.

지리기까진 안 한 거 같으니.

스윽.

쭈그리고 앉아 놈에게 몸을 기울였다.

“!!”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방금 전까지 신나서 고함 지르던 그놈이 맞나 싶었다.

“너 이름이….”

# 규타이 님, 무슨 일입니까? 규타이 님?

이름을 물어보려는 찰나.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끊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계속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으… 으.”

료헤이란 남자의 물음에도 규타이는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내가 앞에 있어서는 아니었다.

지금 벌어진 일을 머리가 쫓아오지 못해 고장이 난 듯했다.

“줘봐.”

말과 동시에 규타이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뺏었다.

료헤이란 놈이 종교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규타이란 놈보다 위라는 건 확실하니 보다 많은 걸 알고 있을 것이었다.

데몬에게 힘을 깃들인 것도 이놈이니까.

“여보세요.”

아무 대답도 없는 전화기에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료헤이 님? 규타이는 지금 맛이 갔거든요. 제가 대신 얘기해드릴게요.”

# 잡혀온 두 명의 거역자 중 한 분이시겠군요.

침묵이 이어지던 전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외로 무척 차분한 목소리였다.

심각해졌다가 처웃다가 다시 지리기 직전이 된 규타이와는 확실히 달랐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오타루 날린 거, 어떻게 한 거예요?”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가장 궁금한 걸 물었다.

아직 일어나진 않았으나 훗카이도를 무엇으로 날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 의외군요. 여기에 나타난 데몬은 무엇이냐, 어째서 데몬과 사람이 한 편에 서 있는 거냐, 넌 누구냐… 이런 질문을 하실 줄 알았는데요.

“뭐….”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는 생각했다.

회귀하기 전에도 인간과 데몬이 협력한다는 소린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랄까.

입이 떡 벌어지고 머리가 멈출 정도로 놀라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라 조금 놀란 정도였다.

불가능이 없는 세상이야.

사로카의 어눌한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가능성을 염두해뒀었다.

데몬과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어디에선가는 이미 협력 중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니까.

공식적으론 절대 섞일 수 없어 보이던 사이도.

이해관계가 얽히며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판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맞잡는 게 사람이었다.

“인간이 끝없는 욕심을 가진 존재인 것처럼. 데몬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요. 아직 데몬 친구가 없어서 순전히 추측이긴 하지만.”

데몬에게도 엄청난 탐욕이 있다는 건 로튼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쏘다니던 기고만장한 놈이었다.

# 재밌군요.

빈말은 아닌지 전화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제 질문에 대한 답은요?”

# 그건 말씀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한테 별 의미가 없을 거 같거든요.

의미가 없다…?

그나저나 이 새끼가 안 말해 줄 거면 빨리 말하지.

말을 길게 하고 있어.

욕을 한 바가지 해줄까 하다가 궁금했던 게 하나 더 떠올랐다.

“그럼 다음 질문. 그쪽은 원하는 게 뭐길래 데몬한테 바짝 기면서까지 힘 셔틀이나 하고 있는 거야?”

내가 필요한 질문엔 답해 줄 거 같지 않았기에.

더 이상 존댓말 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질문은 그저 순수한 궁금함이었다.

대체 뭘 얻길래 데몬에 편에 서 자국의 영토와 150만이란 인구를 몰살하려는 걸까.

# ….

대답을 생각 중인지 아니면 힘 셔틀이라 해서 화가 난 건지.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 살기 위해서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진 않았다.

독심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료헤이의 목소리엔 진심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 아마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당신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겪어 온 모든 전투를 이겼다는 걸 뜻하니까요.

맞는 말이라 굳이 반박하진 않았다.

그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하는 료헤이에게 귀를 기울였다.

# 그 알량한 승리의 경험이 당신을 오만하게 만든 겁니다.

“뭐?”

# 그런 면에선 저와 당신은 비슷합니다. 저도 한때는 당신 같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오만을 떨 때가 있었거든요. 절대 닿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모른 채요.

… 피식.

료헤이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한정된 경험에 갇혀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있는 건 과연 누구일까?

적어도 나는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네.

“내기할래? 네가 말하는 그 존재한테 내가 닿을 수 있나 없나. 난 내가 닿을 수 있다에 전재산을 걸지.”

# 풉… 푸하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긴지 한참이나 웃는 료헤이.

# 이거 참… 정말 아쉽네요.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은 내기였는데.

…?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달라진 료헤이였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던 방금까지와는 달리.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내듯 싸늘하게 변해버린 목소리.

# 내기란 게 상대가 살아 있어야 성립이 되는 거니까요.

의미 모를 이야기에 고개를 들어 규타이를 쳐다봤다.

이놈 역시 료헤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 하신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곧 사라질 테니까요. 대답 대신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설마.

# 약소하게나마 직접 겪어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아니, 우리 구원교가 따르고 있는 분의 힘이니까요.

뚝.

전화가 끊기기 무섭게.

우우웅…!!

구조물에 모여있던 기운이 다목적실 천장으로 치솟았다.

카랑클에게 깃들었던 기운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천장을 뚫고 사라져 버렸다.

쿠구구구구!

천장 때문에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어떠한 힘이 순간적으로 하늘에 나타났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하늘에 나타난 무언가는 오타루를 날린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훗카이도를 날릴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휙.

이런 미친놈이…!

“…?”

규타이와 신도들은 지금도 멍한 얼굴이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

저들은 머리 위에 뭐가 떠 있는지, 이제 곧 무슨 닥칠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쿠구구구…!

뭔진 몰라도 올라갔던 기운이 전부 흡수된 모양이었다.

당장에라도 이곳을 향해 오타루를 날렸던 힘이 쏘아질 것 같았다.

[이카로스 - 칼데아 윙]

스아아아…!

“뭐… 뭐야!?”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검은 연기가 뿜어지자 규타이와 신도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런 녀석들을 한 번 바라본 후.

파앙!

연기를 터뜨려 미라코에게 다가갔다.

아까부터 예상 밖의 돌발상황만 일어나서인지 눈이 한껏 커져 있는 미라코였다.

“설명할 시간이 없어서요, 실례.”

“…!”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미라코를 어깨로 들쳐 멨다.

“좀 빠를 거예요.”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것의 정체는 나가봐야 알겠지만, 파워가 엄청날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파아아앙!!

연기를 최대치까지 모아 한 번에 터뜨렸다.

다목적실 밖으로 나가야 했다.

“!!!”

어깨를 꽉 움켜쥔 미라코의 손에서 비명도 안 나오는 수준의 공포가 느껴졌지만.

신경 쓰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방어막이 되어 줄 수 없는 천장의 위로.

콰아아아아아!

이곳을 날려버릴 무언가가,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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