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에너지가 떨어지는 곳
삐빅. 삐비빅.
“…!”
들려오는 알림음에 료코가 몸을 일으켰다.
“에너지가 감지됐습니다!”
상황실엔 거대한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에너지가 감지 될 때마다 붉은 점이 찍히는 모니터였다.
삐빅.
“한곳 더 발생했습니다.”
삐빅. 삑. 삑…!
“한곳… 아니 여러 곳에서…!”
기지에 남아 상황실을 돕던 미라코가 입을 벌렸다.
모니터에 찍히는 붉은 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잠시만요, 저기는 아까 보고 받은 곳인데요.”
모니터를 보고 있던 료코가 한 지점을 가리키자.
미라코가 들어왔던 보고 일지를 검색해나갔다.
“2시간 전 구조물을 파괴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미라코의 말을 들으며 료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처 발견하지 못해 남은 건가…?’
삐빅.
“저… 저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료코가 늘어나는 점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늘어가는 속도와 숫자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구조물을 파괴했다고 알려 온 모든 지역에서 에너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설마.’
머리로 떠오르는 가능성에.
온몸으로 퍼지는 싸늘함을 느끼며 료코가 마른침을 삼켰다.
있어선 안될 일이었다.
만약 떠올린 가능성 대로라면.
지금까지 들어온 모든 보고를 신뢰할 수 없었다.
“장관님, 알림이 잘못 됐을 확률은… 없습니다.”
가능성을 부정하고 싶은 료코의 마음을 알아채서일까.
모니터링 하던 간부 한 명이 말을 건네왔다.
각 구역에 탐지기를 설치하며 테스트를 마친 장본인이기도 했다.
“각 구역으로 배치된 병력 리스트 주세요.”
“네… 네!”
간부에게 리스트를 받은 미라코가 료코에게 달려갔다.
사락.
료코가 심각한 얼굴로 리스트를 훑기 시작했다.
‘병력 배치를 구성한 건 마츠다 중령.’
각 지역으로 배치된 인원을 살피던 중.
무언가를 발견한 료코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상황실 인원 몇 명이 비어있었다.
‘상황실 인원을 수색대에 배치시켰다…?’
이상한 일이었다.
인원들이 상황실에 배치된 건 저마다의 각성 능력을 고려해서였다.
‘전투 능력도 없는 인원을?’
누가 아군이지 적인지조차 알기 힘든 상황이었다.
분명 리스크가 있는 수색 작전임에도 상황실 인원을 데리고 갔다는 건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러웠다.
“현재 기지에 남은 병력은 얼마나 되죠?”
“남은 인원은.”
간부 한 명이 각 소속별 인원을 보고하자.
료코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갔다.
병력의 배치 시점.
마츠다 중령에게 들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기지에 남아있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인원을 수색대로 배치하라 했는데도… 전투 각성자는 남겨두고 상황병을 데려갔다?’
아찔한 기분에 료코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긴급 대응 특성상 료코는 처음 보는 군이나 기관으로 배치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노력했었다.
갑자기 배치되어 권력으로 짓누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기존 권한을 존중하며 규합하여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이 이번엔 독이 되어 료코에게 돌아왔다.
‘실수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후우.”
이마를 짚으며 료코가 고개를 들었다.
료코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실 인원들.
다들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마츠다 중령을 포함… 구조물을 찾으러 나간 모든 인원이 구원교였던 거예요.”
“…!!”
“네…?!”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인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보고대로 파괴된 건 백운 님이 간 지역 뿐입니다. 나머지 구조물은 모두 살아있다 봐야 할 거 같고요.”
삐빅! 삐빅!
미친 듯이 울리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감지가 된다는 건 발생한 구조물의 에너지가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단 이야기였다.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상황실로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모두가 직전에 일어났던 포격의 결과물을 본 상태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에너지가 모이고 있으니.
지난 두 번과는 비교 불가한 사태가 벌어질 터였다.
스윽.
료코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현재 상황을 백운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
틱… 틱.
“이런… 혹시 통신기기 상태 좀 알 수 있을까요?”
료코의 물음에 분주히 움직이던 이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전화기를 포함 모든 통신기기 먹통입니다.”
“….”
훗카이도 전역에서 움직이는 에너지의 파장 때문인듯 했다.
외부에서 기지로의 통신은 물론, 기지에서 외부로 뻗어나가는 통신까지 먹통이 되어버렸다.
“에너지가 모이는 곳, 추적 가능한가요?”
“네… 네! 해보겠습니다.”
톡… 톡.
료코가 초조한 마음으로 담당 간부의 분석을 기다렸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추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기지에 남은 인원 중엔 일본의 1급 및 2급 수준의 인원도 여럿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도시를 날릴 정도의 에너지에 어떻게 대응 지시를 해야 할지는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이건 백운 님이라도… 불가능해.’
에너지가 도시를 날리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일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만큼 말도 안되는 화력이었기에.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다 해도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웨에에에에엥…!
“…?”
상황실로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발생하고 있는 에너지와는 상관없는 울림이었다.
“장관님! 데몬입니다!”
“뭐라고요…?”
병사 한 명이 한 켠에 있는 모니터로 화면을 띄웠다.
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카메라에서 찍고 있는 것이었다.
# 크… 크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으나 한 무리의 데몬이 기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강해 보이는 개체들이었다.
# 피… 피를…!!
# 죽… 죽… 죽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언어 구사가 가능할 정도의 지능을 가진 고위 등급의 데몬도 섞여 있었다.
“왜 지금 기지에…!”
삐빅!
“장… 장관님.”
분석을 마친 간부가 료코를 바라봤다.
아까보다 더 사색이 된 얼굴에.
료코가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에너지가 모이고 있는 곳은.”
간부가 고개를 들어 상황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본부의 하늘입니다.”
* * *
“에잉!”
퍽퍽!
먹통이 된 전화기를 두들겼다.
보통 전자기기는 두드리면 고쳐지기 마련이었다.
퍼석!
“….”
고쳐지긴커녕 반으로 쪼개지며 생을 마감한 전화기.
전화기를 잠시 바라보다.
휙.
뒤로 내던져버렸다.
“기지에 알려줘야 하는데.”
- 시… 심판을….
- 퍽퍽퍽퍽퍽!
- 시….
- 퍽퍽퍽!
눈이 돌아간 다른 놈들에 비해 마츠다는 이성이 남아있었다.
처음엔 심판 어쩌고 헛소리를 지껄이긴 했으나.
몇 대 두들겨 맞으며 육체적 고통을 못 이길 때쯤이 되자 술술 불기 시작했었다.
- 료헤이 사도님은… 심판의 장소에 계실 거다.
중간에 마츠다가 정신을 잃었기에 심판의 장소까진 듣지 못했다.
기지에 남아있는 인원 중 누가 구원교의 첩자인지에 대해 들은 게 추가적인 수확이었다.
- 없… 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
기지에 남은 인원 중 구원교는 없었다.
구조물을 더 잃지 않기 위해 수색대를 구원교 인원만으로 구성했다는 마츠다.
그때 모든 구원교 인원을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 좀 이상한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나라면 구원교 인원을 한 명이라도 상황실에 남겨뒀을 것이다.
그래야 현재 흘러가는 상황이나 료코의 판단을 알아차리고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본부 자체를 날려버릴 게 아니고서야 왜 한 명도 안 남… 응?
머리를 스친 생각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싹한 생각이었으나 일리가 있었다.
애초에 사라질 예정이라면, 그리고 그 시기가 임박했다면.
굳이 상황을 살필 필요는 없었다.
설마 에너지가 떨어지는 장소가…?
우우우웅…!
가능성을 떠올리기 무섭게.
사방에서 구조물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카로스 - 칼데아 윙]
하늘로 날아올라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씨.”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엄청난 숫자였다.
수색대가 파괴한 구조물이 아예 없다는 걸 가정하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파워가 약화 되길 바라는 건 물 건너갔네.
방금 전 부순 구조물까지.
내가 무효화시킨 건 총 13개 정도였다.
뿜어지는 기운의 수당 하나의 구조물이라 봤을 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숫자라 할 수 있었다.
그나마 시간이 걸리는 건가.
이전처럼 바로 쏘아질 거 같진 않았다.
료코가 있는 본부 방향으로 날아가는 구조물의 기운들.
구조물이 배치되어있는 곳에서 쏘려는 목적지까지 도달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구조물과 본부를 번갈아 쳐다봤다.
가능하다면 구조물의 수를 최대한 줄여 놓고 싶었지만.
언제 쏠지를 모르니.
위험한 도박이었다.
구조물을 찾겠다고 꽤 멀리까지 온 탓에 여기서 본부까지의 거리가 짧지 않았다.
칼데아로 날아간다 하더라도 곧장 도착할 순 없는 거리.
쏘아지는 걸 감지하고 날아가면 늦고 말 터였다.
파워는 어제랑 비교가 안 될 거야.
구조물마다 모인 힘의 차이가 있겠으나.
하나에서 나온 에너지가 작지만 도시 하나를 날려버렸었다.
이 정도 수가 한 번에 모이고 있으니 뭐가 떨어질지는 가늠이 안 될 지경이었다.
이러나저러나.
이제 와서 저 많은 구조물을 다 처리하는 건 불가능했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스윽.
본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파앙!
연기를 터뜨리며 속도를 올렸다.
* * *
덜덜.
료헤이가 고개를 내렸다.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겁에 질렸다거나 어디가 아픈 건 아니었다.
기대감.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기대 때문에 떨리는 것이었다.
‘이 정도라니.’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모은 힘이었다.
수많은 신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기도를 올려 모은 힘.
그 힘이 지금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펄럭… 펄럭.
자신을 태우고 있는 데몬의 어깨에서.
료헤이가 두 손을 들어 올려 힘을 하늘로 유도했다.
지지… 지지직.
하늘에선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힘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헤키리스 역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할 터였고.
그에 맞춰 포이카가 포탈을 열고 있는 것이었다.
씨이이익.
하늘을 바라보는 료헤이의 입가로 광기 어린 미소가 그려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쾌감과 환희가 밀려왔다.
‘선택은 옳았다.’
다른 법칙을 적용받는 헤키리스를 따르기로 한 것.
그런 선택을 한 자신에 대한 환희였다.
‘난…’
료헤이가 열리는 균열로 힘을 집중시켰다.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