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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51화 (251/473)

251화. 악마의 힘이 깃든

앞에 있는 아이작을 바라봤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걸로 보아 그날을 떠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멋있다.

아이작의 마지막 기억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유성우 속에서 진리라는 존재와의 만남이라니.

일반인으로서 가슴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참 실감 안 난단 말이야.

앞에 있는 아이작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기를 얻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다.

공명이 아니었다면, 무기왕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

알려진 명성만 따지고 봐도 지금 겸상하고 있어도 되나 의구심이 드는 존재들이었다.

파지직.

눈을 뜬 아이작의 손으로 붉은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날부터였어. 내가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아이작에게 스며들었던 진리를 떠올렸다.

오랜 시간 깨달음의 대가.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아이작은 연금술이란 힘을 얻은 것이었다.

앗…?!

연금술이란 단어를 곱씹고 있자.

머리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 떠올리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다.

“아이작, 연금술로 그… 금도 만들 수 있는 거야?”

꼴깍.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아이작은 무려 진리란 존재에게 힘을 넘겨받은 진짜 연금술사였다.

수많은 과학자가 연금술 흉내 내기로 실패했던 것들을 아이작은 할 수 있을 터였다.

헌터 때려치우자.

앞으로 내 직업은 금 공장장이야!

눈앞으로 금이 아른거릴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을 때.

“아니, 못 만드는데.”

애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냐는 얼굴로 아이작이 대답했다.

“왜…? 오리도 만들었잖아.”

한층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망자의 세계에서 아이작은 오리 조각상을 만들어냈었다.

귀여운 걸 제외하곤 가치로 따졌을 때 몹시 낮은 조각상이었으나, 어쨌든 무에서 유를 만드는 수준으로 연금술을 행했었다.

“아 그건.”

아이작이 바닥에 있던 납과 구리를 몇 개 집어 들었다.

파직.

붉은 스파크 속에서 나온 건 새로운 모양의 잡동사니였다.

딱 봐도 조금 전의 광물들보다 훨씬 가치가 낮아 보이는 녀석이었다.

“내 영역이 아니라고나 할까.”

“영역?”

고개를 끄덕인 아이작이 몸을 숙였다.

한 손엔 구리를, 한 손으론 붉은 스파크를 만들어내는 아이작.

스륵.

만들어진 스파크가 지하 한쪽에 달린 전등으로 뻗어졌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져서인지 꽤 무거워 보이는 전등이었다.

“그라비티 디바이스.”

쿠웅!

아이작이 읊조리기 무섭게 전등이 아래로 떨어졌다.

“중력, 진리가 내게 허락한 연금술의 영역이야. 그 밖의 영역은 아까 봤다시피 처참한 등가교환 비율을 자랑해. 아무리 가치를 올려도 정확히 뭐가 나올지도 확신할 수 없고.”

“그렇구나.”

시무룩.

머릿속에 그려졌던 금 공장장의 삶을 지워 내려갔다.

나… 나한텐 헌터가 잘 어울려!

버렸던 걸 직업을 다시 주우며 말을 건넸다.

“아무것도 없는데 오리는 만들길래… 혹시나 했지.”

“오리도 가방에 있던 것들을 대가로 만든 거야. 등가교환의 법칙 아래 있는 연금술에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건 절대 불가능하니까.”

고개를 돌려 지하실의 가장 안쪽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제일 신경 쓴 듯한 대리석 공간 안으로 공명하기 전에 봤던 장갑이 올려져 있었다.

“중력을 사용할 때도 항상 대가는 필요하겠네.”

“맞아. 장갑은 증폭 역할을 할 뿐이야. 뭐가 됐든 대가가 있어야 힘을 사용할 수 있어.”

은이라도 항상 들고 다녀야 하나.

무기로 장갑을 사용하더라도 대가가 필요할 터였다.

강한 중력을 내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가치의 무언가가 있어야 할 테니.

뭐가 됐든 대가로 쓸만한 걸 지니고 다녀야만 장갑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반짝.

대리석 위에서 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장갑에.

- 보여 줄게, 장갑을 만든 광석을 얻었을 때와.

기억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작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연금술을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봤으나 광석과 관련된 건 보지 못했었다.

“아 맞다. 안 보여줬구나.”

내 시선을 따라오던 아이작이 손을 뻗었다.

아까처럼 몸이 흩어지진 않았다.

그저 주변을 감싸고 있던 배경이 바뀌며 장소가 옮겨졌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한가운데였다.

“궁금했거든.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중력의 힘은 어디까지인지.”

아이작이 바라보는 곳엔 엄청난 양의 금과 보석들이 놓여있었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는 듯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홀리.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작은 단순히 호기심만 넘치는 게 아니었다.

증명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행력까지.

괜히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게 아니었다.

“소개할게.”

보물 옆에 가서 선 아이작이 손을 들었다.

“내 전재산이야.”

“으… 응.”

대리석 지하실에 다 쓴 줄 알았더니.

연금술의 대가로 홀라당 사용해버린 모양이었다.

스윽.

말로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겠다는 듯.

몸을 숙인 아이작이 한 손을 전 재산으로 가져갔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최고 과학자답게 엄청난 양이었다.

저 정도라면 한국에서도 나 재벌이요! 하면서 떵떵거릴 수 있는 수준.

파직.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전 재산에 짚어진 아이작의 손이 빛나는가 싶더니.

파지지지지직!!

반대쪽 손에서 붉은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오…?

지금까지 봤던 건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느낌이었다.

눈을 찌푸려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한밤중의 허허벌판을 대낮인 것처럼 밝히는 엄청난 크기의 스파크가 뿜어졌다.

- 그라비티 디바이스.

아이작은 망자의 세계에서 카사락이 들어 올렸던 지반을 다시 땅으로 돌려놨었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뿜어지고 있는 스파크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솔직히 나도 놀랐었거든.”

손을 떼지 않은 채 아이작이 말을 이어나갔다.

“전 재산을 끌어오긴 했지만 이 정도의 힘이 발생할 줄은 몰랐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

제어를 벗어난 스파크가 하늘로 뻗어 나갔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거든. 연금술로 아무리 강한 중력을 발생시킨다 해도 끌어 당겨질 건 없었지.”

장소가 여기여서 망정이지.

아이작의 말대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제어를 벗어난 중력이 도심 한가운데서 아무렇게나 뿜어졌다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물론, 내 착각이었지만.”

“응? 착각?”

의미심장한 아이작의 말이 들려오고 잠시 후.

쿠르릉…!

몸을 오싹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는 불길한 소리였다.

듣자마자 아 이건 불길하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드는, 그런 소리.

설마.

소리는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스윽.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바로 위는 아니었다.

꽤 멀리 떨어져 있는 하늘.

그곳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커어어…!”

점점 붉게 변하는 하늘에 입이 벌어졌다.

광석의 출처를 묻자 하늘에서 왔다고 대답했던 아이작.

이쯤 되니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전 재산을 대가로 발생시킨 연금술로 아이작이 끌어온 것은.

콰아아아아아!

미… 미친.

운석이었다.

대기권을 돌파하며 빨갛게 달궈진 거대한 운석.

운석은 모래로 이루어진 허허벌판 한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기아아아악!!”

호다닥!

덥썩!

그대로 아이작의 뒷덜미를 낚아채 모랫바닥으로 파고들었다.

파바바바밧!

그렇게 두더지처럼 땅을 파며 들어가 있기를 잠시.

콰아아아아앙!!

운석이 지면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귀를 막아야만 견딜 수 있는 굉음이 터져 나오고.

공간 전체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무지막지한 후폭풍이 덮쳐왔다.

“여긴 안전하니까 걱정하… 푸헥! 지마.”

입으로 쏟아지는 모래를 뱉어내며 아이작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살아서 줄리아를 만났던 걸 보면 믿을만한 말이긴 했으나.

당장은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콰아아아아아….!!

땅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바짝 엎드린 채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잦아드는 소리에.

슬쩍.

미어캣처럼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홀리…!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지형이… 바꼈다고?

눈에 들어온 건 불과 몇 분 전까지 보고 있었던 허허벌판이 아니었다.

꽤 먼 곳에 떨어졌음에도 그 여파로 움푹 파여버린 장소.

엎드려 있는 곳에서 일 킬로가 채 되지 않는 거리까지 운석에 의한 지형 변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툭툭.

옆에선 아이작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옷을 털어내는 중이었다.

무식… 은 아니겠고.

무딘 건가.

떨어진 위치가 조금만 더 가까웠어도 세기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재로 소멸했을 터였다.

“저게 그럼 장갑을 만든 광석…?”

“응, 맞아.”

손을 뻗은 아이작이 푸른 조각 하나를 집어냈다.

운석이 부딪힌 여파로 여기까지 날아온 것 같았다.

“내 힘을 증폭해주는 신기한 광석이었어.”

신기한 듯 광석 조각을 바라보던 아이작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봐야 할 건 다 보여줬으니.”

아이작이 빙글 몸을 돌렸다.

“슬슬 돌아가 볼까.”

* * *

다시 돌아온 지하실.

곧장 걸음을 옮긴 아이작이 대리석에 놓여있던 장갑을 가져왔다.

“아까 말했다시피 내 영역이 아닌 연금술은 최악의 비율이 적용되거든.”

떨어진 운석 중에 남은 건 고작 이게 다였다며 아이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참고로 장갑이 증폭해주는 건 중력뿐이야. 네가 사용할 수 있는 연금술 역시 내 영역인 중력뿐일 거고.”

앞에 내민 장갑을 내려다봤다.

모양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모형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과 뿜어지는 빛의 정도가 달랐다.

어스름한 것이 새벽 공기의 차가움마저 느껴지게 하는 빛이었다.

“아까 봤다시피 위험한 녀석이니까 조심하고.”

아이작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다칠 일은 없겠지만 다른 걸 다 때려 부수거나 하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였다.

“당연하지!”

걱정말라는 의미로 우렁차게 대답해 준 후.

내밀어져 있는 장갑을 받아 들었다.

꽤 묵직하네.

이리저리 들어보며 장갑을 살펴보고 있을 때.

“이야.”

왠지 모를 아이작의 감탄사에 왜 그러냐는 눈으로 바라봤다.

“주인이 따로 있었구나 싶어서.”

“응?”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되묻자 아이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 그리고 내 부탁 잊은 거 아니지?”

“나 아이큐 160이야.”

근엄하게 대답하는 사이.

스르륵.

손에 들고 있던 장갑이 빛이 되어 내게 스며들었다.

“이제 갈 시간이네.”

장갑과 함께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한 아이작의 공간.

아 맞다.

사라지려는 아이작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이 장갑, 이름이 뭐야?”

“이름?”

또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을 때.

“악마의 힘이 깃든 장갑.”

또렷한 목소리와 함께.

아이작의 입가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데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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