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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285화 (285/473)

285화. 너 너무

“….”

송유빈이 텅 빈 초밥통을 바라봤다.

‘묘하네.’

묘한 기분에 송유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이수천이 보낸 암살자들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초밥 한 통을 비웠다니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 전 가볼게요!

초밥을 다 먹기 무섭게 백운의 핸드폰이 울렸었다.

누군가와의 통화를 마치고 입만 대충 닦은 채 집을 나섰던 백운.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었다.

이미 원래라면 비밀로 해야 하는 신분을 밝힌 백운이었다.

‘괜한 걸 물어봤어.’

송유빈이 머리를 한 움큼 쥐어뜯었다.

백운은 송유빈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 먼저 신분을 밝힌 것이었다.

대충 개미굴엔 간 적이 없다고 둘러대도 되지만 엄청 정중하게, 정성을 들여서 말이다.

‘그나저나 대산의 기둥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신분이었으나 듣고 나니 궁금했던 몇 가지가 말이 되기 시작했다.

1억이나 하는 전시회에 아무렇지도 않게 온 건 물론 대산의 VVIP라는 신분까지.

기둥이라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얼버무렸던 거구나.’

백운은 전시회가 끝나고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송유빈에 대충 둘러대는 듯한 모습을 보였었다.

기둥이라면 대산에서 숨기는 비밀스러운 존재인 만큼 지금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하아…!”

한숨을 내쉰 송유빈이 의자로 몸을 파묻었다.

“무기왕이 아니었구나.”

계속해서 느껴진 기시감에 반신반의하며 묻긴 했지만.

아니란 걸 알고 나자 약간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 콰아앙!!!

물론 백운이 단순히 기둥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생각을 접은 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나아가 순식간에 암살자들을 내리꽂았던 백운.

백운은 무기 비슷한 것조차 꺼내지 않았었다.

- 무기왕 완전 분석!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무기왕의 능력에 관해 집중 분석한 영상들이 많이 있었다.

무기왕 덕후인 만큼 송유빈은 그것들을 모조리 챙겨봤었고 말이다.

- 무기를 꺼내지 않았을 땐 일반인보다 조금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

많은 영상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사실이었다.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무기를 꺼내지 않았을 때 무기왕의 움직임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었다.

‘일반인 수준은 절대 아니었어.’

아까 백운이 보여준 힘은 일반인에서 조금 강하고 말고 한 범주가 아니었다.

관련된 능력을 개방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여 줄 수 없는 엄청난 움직임이었다.

‘백운 님만 두 가지 능력을 개방 가능한 게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어깨를 으쓱이며 일어난 송유빈이초밥통 정리를 시작했다.

물론 무기왕과 백운은 동일인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싱긋.

송유빈의 입가로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 멋있다.”

* * *

고위 관료가 모두 모인 자리.

관료 중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기무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수천 회장의 망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관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였다.

조금 전 해신 이수천 회장의 비공식 망명 요청이 있었고.

기무라가 이를 받아들이자며 관료들을 모은 것이었다.

“총리께서 동의하실까요? 이수천 회장 한 명 때문에 한국과 문제가 생기는 걸 원치 않으실 텐데요.”

“이미 한국과 일본 사이엔 셀 수 없이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뿐이지요.”

기무라의 말에 관료 중 한 명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이미 생겨있었던 것들이죠. 지금의 총리 야구치 토야마 님은 다릅니다. 지난번 무기왕이란 헌터가 훗카이도를 구한 것 때문에 엄청 우호적이시지 않습니까? 역사적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유물까지 다 돌려주라고 할 정도로요.”

야구치 토야마란 이름이 나오자 기무라가 혀를 찼다.

겉으로 대놓고 드러내진 못하나 기무라는 토야마를 무척 싫어했다.

‘감정만 앞서서는.’

기무라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총리가 사사건건 훼방을 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반대로 기무라와 관료들 역시 보복성으로 총리가 하려는 모든 것에 태클을 거는 중이었고 말이다.

“모든 관료가 일제히 주장하면 아무리 총리라도 반대하지 못하실 겁니다. 일본을 위한 일이니까요.”

기무라가 모니터로 화면 하나를 띄워 보였다.

“해신이 가진 기업 가치입니다. 단순 보유 중인 것들을 넘어 개인적으로 숨겨져 있을 재산까지 합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겠죠.”

“이수천 회장의 재산은 이미 인천 바다에서 날아가지 않았습니까? 생방송으로 다 퍼졌다고 하던대요.”

기무라가 그걸 말해야 아냐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디 숨겨둔 게 그거 하나겠습니까? 잘 들으세요.”

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인 기무라가 말을 이었다.

“이수천 회장을 손에 넣는다는 건 곧 기업 해신을 가질 수 있단 거고. 그렇다는 건 해신이 가지고 있을 수많은 정보와 유물 등을 손에 넣을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일본과 한국은 역사 문제로 끊임없는 분쟁을 해왔습니다.”

톡톡.

기무라가 임진왜란이라 쓰인 단어를 가리키며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 분쟁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유물이 우리 손에 들어온다는 건 엄청나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한국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그걸 입증할 수 있는 유물은 일본에 있는 거니까요.”

“으음.”

그럴싸한 말에 관료들이 두 눈을 감았다.

기무라는 한시가 급한 만큼 총리에게 보고를 미루고 이수천을 먼저 데려오자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총리에게 질책을 받고 미움을 받는 것과 이수천으로 인해 얻게 될 이득 사이에서 말이다.

“전 이수천 회장을 확보하는 순간 여론에 이 사실을 알릴 겁니다. 우리가 한 행동이 국가적 차원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된 건지 알리는 거죠. 한국이 관련된 이상 여론은 분명 열렬히 환호할 거고, 그렇게 되면 총리 역시 비공식 경고 정도로 끝내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며 관료들이 고민하길 잠시.

“전 기무라 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저도요.”

“저 역시 동참하겠습니다.”

관료들이 한 명 두 명 기무라에게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럼 저도 동의하도록 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니시다 료코가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무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기무라가 바쁘게 모습을 감추고.

료코가 소란스러워진 회의실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 히메지 성에서 이수천을 찾는 것 같습니다.

회의에 참석하기 전 료코에게 보고가 들어왔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히라이 쇼고 장군의 수행원인 모리타 쿄스케가 이수천을 찾고 있다는 보고였다.

‘무기왕.’

그 보고를 듣는 순간 료코의 머리로 무기왕 백운의 얼굴이 떠올랐었다.

모리타 쿄스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며 히메지 성이 은혜를 입은 존재.

이미 쿄스케가 손을 쓴 건지 아무런 단서도 없어 단정 짓긴 어려우나, 하회탈이 무기왕일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게 아니라면 히메지 성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

멈칫.

걸음을 멈춘 료코가 천천히 생각을 되짚어나갔다.

료코 쪽에서 작은 단서 하나조차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쿄스케의 일 처리는 완벽했다.

단 한 가지.

이수천을 찾고 있단 정보가 이쪽으로 샌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의구심이 들었다.

‘히메지 성에서 이수천을 찾고 있다는 정보는…. 우리가 찾아낸 정보가 맞을까?’

쿄스케가 이 정보를 료코가 듣길 원했던 건 아닐까란 의구심이었다.

‘….’

눈을 감은 료코가 현실적인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대의 운운하고 있지만 기무라는 개인적인 득을 위해 이수천을 데려오려는 것이었다.

사이조가 기무라의 돈줄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 새로운 돈줄을 손에 넣고자 함이 분명했다.

스윽.

눈을 뜬 료코가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바라봤다.

회의에선 동의한다고 말했으나 기무라가 일을 저지르기 전에 총리에게 먼저 보고할 생각이었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료코가 고개를 들었다.

무기왕에게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은 건 료코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과 부하들은 물론 훗카이도 전체가 싹 다 날아갔을 터였다.

“….”

고민을 마친 료코가 새로운 연락처를 검색했다.

쿄스케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는 듯해 내키진 않았으나.

백운의 일인 만큼 그런 걸 따질 생각은 없었다.

삑.

료코가 검색된 번호를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 히메지 성.

* * *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오키나와 항구에 이수천이 승리의 미소를 그렸다.

‘난 또 다시 살아남는다.’

일궈왔던 모든 걸 잃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기무라를 설득하려면 애 좀 먹겠군.’

가까워지는 항구를 응시하며 이수천이 다음 스탭을 생각했다.

기무라는 이수천에게 숨겨둔 무언가가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어떻게든 설득해 자신에게 힘을 보태게 하여야 했다.

반짝.

“회장님. 기무라 쪽에서 보낸 인원들 같습니다.”

밀항선의 앞에 있던 진강현과 윤성구가 이수천에게 다가왔다.

이수천의 망명을 돕기 위해 기무라가 보낸 마중이었다.

스르르.

빛의 유도에 따라 배를 정박하자.

항구에 서 있던 남자가 배로 다가왔다.

“음? 한 명?”

못해도 열 명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달랑 한 명이라니.

모든 걸 잃었다곤 하나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이수천이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 온 건가?”

“예. 저 혼자입니다.”

“자네 혼자서도 날 무사히 지켜 줄 수 있단 건가?”

눈을 잔뜩 찡그린 이수천이 남자를 살폈다.

바가지 머리에 착해 보이는 눈매라니.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생김새였다.

“지키다뇨?”

“…?”

오히려 되묻는 남자에 이수천을 포함한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왜 당신을 지켜야 하죠?”

“!!!”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낀 진강현과 윤성구가 무기를 꺼내 들었다.

“뭐 하는 새끼냐! 기무라가 보낸 게 아닌 건가!?”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대답해라!”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가 미소를 머금었다.

“제 이름은 모리타 쿄스케. 히메지 성의 장군이신 히라이 쇼고 님의 수행원입니다. 그리고.”

“이 새끼가!!”

곧장 달려드는 진강현과 윤성구에 쿄스케가 입을 크게 벌렸다.

“떨어져라.”

콰아앙!!

쿄스케가 읊조리기 무섭게 두 사람의 몸을 타격하는 정체불명의 힘.

순식간에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두 사람이 바다로 튕겨 나가고.

옷을 툭툭 털어낸 쿄스케가 자기소개를 마치고자 말을 이었다.

“그리고…이수천 회장님 뒤에 있는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죠.”

“!?”

쿄스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아아아…!

희미한 검은 연기가 보이는가 싶더니 엄청난 불길함이 이수천의 몸을 덮쳐왔다.

“야 원균.”

“!!!”

동시에 들려오는 오래된 이름에 이수천이 고개를 돌리자.

검은 연기에 둘러싸인 남자가 소름 끼치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너 너무 오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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