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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왕이 헌터로 회귀했다-450화 (450/473)

450화. 배신

루트를 바꾼 건가.

하품을 하며 진시황릉을 바라봤다.

낮엔 진시황릉 발굴, 밤엔 시안 그룹을 감시 및 조사하며 이틀이 지났다.

아이스크림 트럭 습격 이후 딱히 진시황릉에서 나가는 수상한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수단을 바꿔서 계속 빼돌리는 건지 아니면 저번 견갑처럼 제거할만한 유물을 발견하지 못한 건지는 불확실했다.

발굴되는 유물 수는 많은데 저번처럼 보랏빛이 묻어 있는 게 아니라 구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해 볼까.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낮에 메이가 알려 준 시안 그룹의 임시 거처로 가기 위해서였다.

뭔가 시안 그룹에 약점이 될만한 걸 잡아야 놈들이 가진 걸 알아낼 수 있을 텐데.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평소라면 누구 하나를 잡아오거나 일단 쳐들어가서 때려 부수거나 했겠지만 이번엔 그러기가 힘들었다.

“안되지.”

지금 난 약간 애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무기를 얻기 위한 마지막 공명 때문이었다.

흔적에서 본 항우는 무너지는 진시황릉 안에서 최후를 맞이했었다.

그렇다면 발굴의 끝엔 항우의 유골이라거나 관련된 유물이 나오는 게 당연한 수순.

하지만 회귀 전 진시황릉 발굴에선 그런 것들이 전혀 나오지 않았었다.

그렇다보니 항우의 이름은 애초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고 말이다.

“미리 빼돌린 거겠지.”

방법은 모르겠으나 보안 및 경비를 총괄하는 시안 그룹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저번에 여자가 말해 준 역사 조작의 목적에도 부합하고 말이다.

어쨌든 이번에도 시안 그룹이 회귀 전과 똑같이 무언가를 빼돌릴 거라 가정한다면.

그 무언가가 내게 무기를 줄 황금빛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걸 고려했을 때 궁극적인 목적이 무기 획득인 난 시안이 진시황릉에서 하려는 일을 막무가내로 막아선 안 됐다.

시안 그룹을 전부 쓸어버린다 하더라도 무기를 얻은 이후여야 했다.

아니라면 수많은 참관인과 탐사팀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놓고 유물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줘야 했다.

날 데려와 준 대산은 최대의 유물 도둑을 도운 공범으로 몰릴 테고 말이다.

“그대로 사형 선고되겠지.”

중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역사에 남을 도둑놈으로 날 조명할 게 분명했다.

“무기도 얻고 역사도 조작 못하게 막아야 하니까.”

두 손으로 머리를 꾸욱 눌렀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번 일은 타이밍이 중요했다.

아니면 시안 그룹이 미리 안으로 들어가 유물을 빼돌린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그나저나 잘해놓고 사네.

하늘에서 메이가 알려 준 시안 그룹의 거처를 내려다봤다.

임시라길래 컨테이너라도 세워놨나 했는데.

아주 그냥 삐까번쩍 대저택을 지어놓고 지내는 중이었다.

구린 게 많아서 그런지 무장 경비도 더럽게 많이 배치해놨고 말이다.

응?

저택을 감시할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을 때.

눈에 익은 덩치가 어슬렁어슬렁 저택에서 기어 나왔다.

아무리 봐도 내가 명치에 주먹을 꽂았던 방독면 무리의 녀석이었다.

서로 적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온 덩치를 살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녀석은 쉴 새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간도 어디다 밀고하기 좋은 야심한 밤이었다.

녀석의 몸에서 더럽게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이 새끼 왠지 말도 더럽게 안 듣더라.

여자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다른 이와 달리.

덩치 새끼는 처음 도로에서 만났을 때부터 돌발행동을 일삼아왔었다.

거처에서도 마지못해 명령을 들으며 물러났었고 말이다.

한참 주변을 살피던 덩치가 구석에 세워둔 오토바이로 올라탔다.

그 모습을 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호박이 굴러 들어온 느낌이었다.

“못난 호박이긴 하지만 뭐 어때.”

하늘에서 조용히 덩치를 따라갔다.

그리고 덩치가 시안 그룹의 숙소에서 멀어진 시점.

아래로 활강하며 적당한 위치에서 날개를 집어넣었다.

스아아아아악!

빠르게 추락하며 놈의 뒷덜미로 손을 뻗었다.

“으아아악!”

뒷덜미를 움켜쥐며 오토바이 뒤에 타자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뒤를 돌아보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는 덩치 녀석.

예상은 했지만 아주 더럽게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너, 너 이 새끼 검은 모자!”

날 알아보는 걸 보니 역시 놈이 분명했다.

“좀 내려봐.”

놈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덤블링을 뛰었다.

“끄아아악!”

어련히 안 죽게 잡아 줄 텐데 겁이 더럽게 많은 놈이었다.

아래로 착지하기 무섭게 소리 지르던 놈이 주먹을 뻗어왔다.

가볍게 주먹을 피한 후 곧장 팔을 꺾었다.

“끄으으으!”

“가만히 좀 있어. 니가 활어야? 왜 이렇게 파닥거려.”

“이 개….”

빠악!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는 놈에 면상으로 주먹을 꽂았다.

그대로 코피를 터뜨리며 고개를 숙이는 덩치놈.

“이제 묻는 말에 잘 대답하자. 너 시안 그룹 숙소에서 뭐했니?”

“…!!”

눈에 띄게 놀란 녀석이 몸을 움찔거렸다.

딸꾹질까지 하는 걸로 보아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알기론 너네 시안 그룹이랑 적이잖아. 그런데 이 야심한 시간에 적의 숙소를 들락거린다? 아주 더럽게 수상해. 너네 대장한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릴 정도로 말이야. 그 대가로 정보도 좀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이제야 상황 파악이 좀 된 것 같았다.

놈은 더 이상 욕을 지껄이지 않았다.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눈동자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열심히 통밥을 굴리는 듯했다.

“머리 굴리면서 들어. 내가 필요한 건 어디까지나 정보야.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내가 너네 조직에 굳이 널 넘겨야 할 의무는 없거든. 그럴만한 의리나 정도 없고.”

수긍하는 건지 대답이 없는 녀석에 말을 이었다.

“자 다시 묻는다. 시안 그룹 숙소에서 뭐했어? 아니, 어디까지 팔아넘겼어? 다섯 세고 너네 아지트로 끌고 간다. 셋, 넷.”

“자, 잠깐!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대신 약속해. 내가 말하면 못 본 척 해주는 걸로!”

“약속은 분명히 지킨다.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자, 진짜겠지?”

“속고만 살았나. 저번에 못 봤어? 너네 아지트 가서 미리 말한대로 질문 딱 두 개 하고 나갔잖아.”

대장이란 여자가 무섭긴 한 모양이었다.

한참 눈동자를 떨어대던 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별 거 안 말했어. 그냥 거래를 제안하고 온 거다.”

“무슨 거래?”

“내가 원하는 돈을 주면 조, 조직의 정보를 넘기겠다고. 오늘은 그것만 말하고 온 게 전부야! 정말이야!”

개쓰레기 새끼네 이거.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동료도 팔아넘기는 새낀데.”

잠시 고민하던 덩치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들어 올렸다.

한 부분을 누르자 흘러나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

하나는 덩치의 것이었다.

“상대는 누구야?”

“시안 그룹의 탐사 실장이다. 진시황릉 프로젝트의 책임자기도 하고.”

어쨌든 녹음 내용을 들으니 덩치의 말대로였다.

지금 당장 아지트의 위치나 조직의 무언가를 팔아넘긴 건 아니었다.

즉 시안 쪽에선 아직 덩치에게 얻을 게 많다는 것이었다.

“오케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가볼까?”

“가, 가다니. 어딜?”

“너네 아지트.”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덩치에 미소를 그려주며.

“나 한 입으로 백 말도 할 수 있는 인간이야.”

놈이 무언가 말하기 전에 명치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대로 거품을 물며 고개를 숙인 덩치.

놈을 등에 들쳐 메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아 시계는 압수.”

녹음 파일이 있는 시계를 주머니로 쑤셔 넣은 뒤.

방독면 무리의 아지트가 있는 곳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 * *

열린 문 사이로 냅다 덩치를 집어던졌다.

오늘도 여자를 제외하곤 전원 방독면을 쓴 채였다.

“!!!”

무언가 물으려던 여자의 눈이 커졌다.

잠자코 있던 방독면 무리도 이번엔 내게 달려들려고 했다.

툭.

덩치의 등으로 가지고 있던 시계를 던졌다.

시계 속에서 아까 들었던 음성이 흘러나왔다.

“상대는 시안 그룹의 탐사실 실장이라던데요.”

녹음이 끝나자 무거운 정적이 내리깔렸다.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여자를 포함한 전원이 동료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몇 번인가 조용히 호흡한 여자가 날 돌아봤다.

“어째서 이걸 우리한테 가져온 거지? 그럴만한 의리는 없을 텐데.”

“맞습니다. 그냥 누구를 제 런닝메이트로 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거예요. 시안 그룹이 아닌 당신들을. 이유는 묻지 마세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니까.”

단순히 시안 그룹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다.

진시황릉의 역사를 조작하려는 시안 그룹.

문제없이 무기를 얻기 위해선 놈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와 함께 하고 있거나 함께 하게 될 이의 과거를 지들 입맛대로 바꾸는 놈들과 손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날 한참 바라보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원하는 건? 저번처럼 가벼운 건 아니겠지. 못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 목숨 값어치는 해야 할 테니까.”

“제가 시안 그룹한테 알아내야 할 게 좀 있거든요. 거기에 협조를 좀 해주셔야겠어요.”

“알아낼 거…?”

“지금 공식으로 진행되는 발굴이랑은 별개로 시안 그룹한테 다른 루트가 있는 거 같거든요. 진시황릉의 무덤에 도달하는 루트요. 전 그 루트를 원합니다.”

눈을 가늘게 뜬 여자가 날 응시했다.

“방금 생긴 빚은 확실히 갚는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목적과 상반되는 거라면 불가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 또한 누구보다 원래의 역사가 지켜지길 바라는 사람이에요. 그게 어떤 형태든지요. 그러니까 시안 그룹이 아닌 여기로 온 거겠죠? 단지 먼저 들어가서 할 일이 좀 있을 뿐이에요. 이것도 개인 사정입니다. 약속할게요. 여러분이 하시려는 일에 피해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여자가 복잡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침묵 속에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길 한참.

또각. 또각.

닫혀있는 문 너머에서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여럿은 아니었다.

딱 한 명.

시안 그룹은 아닐 것 같았다.

덩치는 이곳의 위치를 넘기지 않았고 나 역시 미행당했을 리 없으니까.

끼이익.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모습이 보이기 전에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자 역사를 지키는 바시안 여러분. 우리 모두 누군지 모르겠는 검은 모자님께.”

무거운 침묵을 깨는 맑고 쾌활한 목소리였다.

들려온 목소리에 앞에서 침묵하고 있던 여자의 눈이 커졌다.

“협조하도록 하죠.”

협조하자는 말을 끝으로.

완전히 열린 문 사이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문 앞에 있는 건 뜻밖의 인물이었다.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TV를 조금이라도 본다면 모를 수 없는 사람.

지금 문 앞에 서 있는 건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검은 모자님.”

새롭게 등장한 여자가 입가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직 바시안을 이끌고 있는 린샤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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