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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13화 (213/687)

213화

마차는 쏜살같이 날았다. 별로 지나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저 멀리 마법학교의 정문이 보였다.

이한은 순간 집으로 돌아온 듯한 정겨운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소름이 돋았다.

‘혹시 내가 정신계 마법에 당했나?’

눈이 많이 녹았군.

해골 교장의 목소리에는 잔잔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이한은 속으로 욕했다.

“생각보다 빨리 녹았습니다.”

그래. 좀 더 오래 갈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렇게 빨리 해결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한은 대충 대답하고 마차에서 내렸다.

아직 눈이 쌓여 있는 곳들이 있었지만 며칠 전 같은 혹한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한 봄의 날씨였다.

‘그래도 주말을 다 날리지 않아서 다행인가.’

곳곳에 사제들이 보였다. 이한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남은 일요일을 날리지 않고 사제들을 만나게 되다니.

이것만 해도 운이 좋은 셈이었다.

추위가 조금만 더 오래 갔어도 사제들을 막을 수 있었는데...

뒤에서 안타까움 가득한 해골 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은 못 들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

*         *         *

“정말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불의 교단, 아프하 교단의 사제들은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이 없는 사이에 학생들이 얼어 죽을 뻔했다니.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추위 덕분에 화염 원소 수련이 수월해지더군요.”

이한의 말에 사제들은 웃었다. 농담인 줄 알았던 것이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은 언제나 사물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시는군요?”

“그런 마음이라면 앞으로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괜찮을 겁니다.”

화염 흡수의 반지, 팔찌, 목걸이를 차던 이한은 그 반응에 멈칫했다.

“혹시 제가 농담한 줄 아신...?”

“자. 그러면 다시 한 번 화염 훈련에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천막 안에, 종이로 된 새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불꽃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통제할 줄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수련이었다.

사실 이한에게 맞추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수련이 아니었다.

이미 다른 원소를 훨씬 더 복잡하고 세밀하게 조종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한에게 어려운 건 불꽃을 움직여서 표적을 맞추는 동안에도 그 화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조금만 집중이 끊기면 불꽃은 그 크기를 키우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화염 원소를 다루는 다른 마법사들은 불꽃을 불러오고 나서 유지하기 위해 마력을 불어넣는데, 이한은 불꽃을 불러오고 나서 폭주하지 않기 위해 마력을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절제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조금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화르륵!

이한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불꽃들이 정확하게 종이 새를 맞췄다.

사제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번에 했을 때보다 눈에 띄게 불꽃의 화력이 안정된 것이다.

물론 화염 흡수의 반지 열 개, 팔찌 네 개, 목걸이 두 개를 차고 있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매우 뛰어난 발전이었다.

“훌륭하십니다!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살짝 아쉬워했다.

노련한 사제들은 워다나즈 가문 출신 소년의 목소리에 담긴 아쉬움을 놓치지 않았다.

“무슨 문제나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편하게 말해주십시오. 사제들의 귀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말입니다...”

이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화염 원소는 다른 원소에 비해 범용성이 좁고 몇몇 방향으로 특화된 원소였다.

물이나 흙은 그 특유의 유연함으로 공격이면 공격, 방어면 방어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지만...

화염은 활용이 상당히 애매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화염 원소를 다룰 때는 파괴력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화염을 통제하는 데에 집중력을 쏟다보니 성공하더라도 위력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몬스터와 부딪쳤었는데...”

이한의 말에 아프하 교단의 사제들은 놀라지 않았다.

화염 원소 마법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하는 고민이었던 것이다.

화염이 가진 특성은 분명 파괴적이었으나, 막상 전투를 경험하게 되면 화염 원소를 전투에 응용하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파괴적이라도 일단 적에게 닿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물이나 흙은 형태를 만들기도 쉽고 그 상태에서 움직여 속도를 붙이는 것도 수월한 편이었다.

번개는 통제가 어렵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속도를 응축한 원소였고.

하지만 화염은 형태를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상태에서 움직여 속도를 붙이기가 다른 원소보다 몇 배로 어려웠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예 작정하고 제대로 ‘화살’이나 ‘창’의 형태를 걸어서 유지시키고 ‘발사’의 속성까지 넣어서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해야 했는데, 이러면 서클 난이도가 확 뛰었다.

이제 막 화염 원소를 배우는 사람이 시도할 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결국 초보 화염 마법사들은 느릿하게 불꽃을 움직여서 적을 공격하거나, 혹은 화염을 넓게 불러와서 적을 제압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예 부여 마법으로 다루곤 했다.

“누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마법의 수준이 올라가기 전의 과도기라고 할 수 있지요. 화염 마법은 상대가 대비하고 있으면 특히 막히기 쉬운 만큼 많이 아쉬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한다면 마법의 수준은 올라갈 것이고, 지금 갖고 있는 고민은 쉽게 해결되겠지요. 어떤 몬스터를 상대했는데 위력의 부족함을 느끼셨습니까?”

사제들은 이한이 상대한 몬스터의 이름을 물었다.

약점을 듣고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당장 화염 마법의 위력을 올리기 위해 초조해하는 것보다는 몬스터의 공략방법을 아는 게 나으리라.

“서리거인의 왕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서리거인의 왕 말입니까?”

“예.”

“...그건 화염 마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너무 강해서 같습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상냥한 아프하 교단의 사제들이었지만 방금 같은 말에는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서리거인의 왕 같은 강력한 존재 상대로 화염 마법의 위력을 느끼려면 대체 몇 서클 정도 되는 마법을 시전해야 할지...

“잠깐. 그런데 서리거인의 왕하고 왜 부딪치시게 된 겁니까?”

사제 중 한 명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서리거인의 왕이란 이름이 너무 강해서 놓치고 넘어갈 뻔했는데...

이한은 아직 1학년이었다.

서리거인의 왕하고 부딪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선배들의 일을 돕다 보니, 우연히 만나게 됐습니다.”

“몇학년들이죠?”

“예?”

“몇학년들입니까?”

“4학년... 입니다만.”

사제들은 수군거렸다. 이한은 ‘쓰레기들’ ‘비열자들’ 같은 말을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화염 마법이 늘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얼굴 보고 지낼 선배들인 만큼 이한은 변호에 나섰다.

물론 노련한 교단의 사제들은 그런 말에 속지 않았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오면 남는 게 많지만, 어느 누구도 드래곤의 레어에 들어가는 걸 추천하진 않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런 선배들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주 나쁜 사람들이군요.”

“알겠습니다.”

사제들이 워낙 진지했기에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변호해봤자 선배들만 더 쓰레기가 될 것 같았다.

“새의 속도를 늘려보세요.”

“예.”

사제들은 종이 새의 속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한은 집중해서 불꽃을 통제했다.

검지손가락만한 불꽃이 빠르게 움직이며 새를 뒤쫓았다.

그 빠른 성장에 사제들은 방금 정색한 것도 잊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신입생을 서리거인 왕과 만나게 한 건 용서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성장한 걸 보니 그 격렬한 경험이 제대로 도움이 되긴 한 모양이었다.

쉭! 쉬쉭!

“...?”

이한이 성공할 때마다 종이 새의 숫자와 속도를 늘려나가던 사제들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종이 새와 불꽃을 비교하면 전자가 더 빠를 수밖에 없는 만큼, 어느 순간부터는 이한이 종이 새를 전부 격추시키기보다는 요령껏 하나씩 몰아넣고 맞춰야 했다.

그런데 지금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그냥 불꽃을 움직여서 작렬시키고 있었다.

아무리 비교해도 종이 새보다 빨랐다.

“속도를 더 올려보세요.”

종이 새를 조종하는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작정하고 속도 대결을 하려는 듯이 종이 새가 날았다.

이한은 사제들의 대화를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한 상태였다. 종이 새가 빠르게 공중을 누비자 그를 쫓아 불꽃이 속도를 냈다.

움직이는 속도만 보면 다른 원소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빠르다!’

온갖 종류의 불꽃을 봐온 아프하 교단의 사제들이었지만 이 불꽃의 속도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추가 마법도 없이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속도를 내다니?

‘그렇군. 마력이...!’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마력은 단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제들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불꽃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초보 마법사가 마력이 너무 많아서 화염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지만...

“서리거인 왕과 만난 게 정말로 많은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입밖에 낼 소리는 아닙니다. 주의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

종이 새를 쓰러뜨리고 집중을 푼 이한은 옆에서 들리는 대화에 멈칫했다.

‘앞으로 이야기하게 되면 선배들은 빼고 말해야겠군.’

이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         *         *

월요일 아침.

강의실로 들어오는 가르시아 교수의 얼굴이 매우 밝았다.

그 긍정적인 에너지에 이한도 살짝 기대감을 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걸까?’

보통 주말이 끝나고 찾아오는 월요일은 언제나 고통스럽기 마련이었지만, 마법학교는 조금 더 고통스러운 편이었다.

매번 월요일마다 소환된 몬스터가 풀려나거나 해골 교장이 함정을 파거나 때 이른 겨울이 찾아오거나 해골 교장이 습격을 하거나 했으니...

하지만 가르시아 교수의 얼굴을 보니 이번 주는 좀 기대해도 될지 몰랐다.

정말 평온하고 따뜻한 한 주가 찾아오는 걸까?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교수님?”

“잘 물어봤어요.”

가르시아 교수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드디어 도서관 심층부에 자리 잡고 있던 괴물을 잡았거든요. 잘못 소환 되서 몇 달 동안 학생들을 방해했는데. 이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 그렇군요?”

강의실에 있던 1학년 학생들은 가르시아 교수의 행복함에 공감하지 못했다.

애초에 1학년 학생들 중에 도서관의 깊숙한 곳으로 발을 디뎌 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미 충분히 복잡한 에인로가드였지만 그 중에서도 도서관은 손꼽히는 미궁이었다.

체계적인 도서 분류 같은 건 당연히 없고, 오늘 갔던 서고가 내일 가면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는 무규칙의 미궁!

1학년 학생들도 머리가 있는 만큼 비교적 안전한 입구 근처에서만 책을 찾았지 더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축...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그래도 가르시아 교수가 한 말이라 학생들은 억지로 축하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행복해했다.

“다른 강의를 하는 교수님들도 이제 망설이지 않고 책을 꺼내실 수 있을 거예요.”

“...?”

멍하니 듣고 있던 이한은 멈칫했다.

무언가 불길한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어, 교수님?”

“왜 그러죠. 이한 학생?”

“혹시 이제까지 강의들이 비교적 책을 덜 쓴 거였습니까? 저희들을 배려해주시느라?”

“아마 그런 면이 적잖게 있었을 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강의들은 도서관의 책을 사용하는 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렇겠죠?”

“......”

뒤늦게 깨달은 학생들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이난도가 소곤거렸다.

“도서관에 불 지르면 한동안 폐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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