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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16화 (216/687)

216화

“소고기라고 했잖아. 소고기! 가르시아 교수!”

“...진짜 인격 바뀌셨어요?”

가르시아 교수의 눈빛이 경멸으로 바뀌기 전에, 파셀레트 교수는 방금 있었던 일을 허겁지겁 다급히 설명했다.

그러자 가르시아 교수도 표정이 바뀌었다.

“그래요? 대단하네요!”

“반응이 왜 그래?”

파셀레트 교수는 살짝 당황했다. 상대의 반응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아... 죄송해요.”

가르시아 교수는 멋쩍어했다.

먼저 강의를 진행한 다른 교수들이 놀라워하는 걸 몇 번이고 봐왔던 만큼, 파셀레트 교수의 생각만큼 놀라지 않은 것이다.

파셀레트 교수야 ‘뭐지? 천재인가?!’하고 놀라워해도 가르시아 교수는 ‘뭐 또 그랬나보네요’정도 반응이 나올 수밖에...

“다른 강의에서도 대단하단 말 몇 번 들었거든요.”

“이건 그거랑 다르다니까?!”

파셀레트 교수는 억울함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심코 다른 인격이 튀어나올 정도로 억울했다.

“불 좀 잘 붙이거나 저주 좀 잘 날리거나 하는 정도와는 다른...”

“다른 강의도 그 정도는 아니어서... 그래서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가르시아 교수의 말에 파셀레트 교수는 멈칫했다.

억울한 것과 별개로 문제가 있었다.

“있긴 하지.”

“어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

가르시아 교수는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파셀레트 교수는 교수들 중에서도 상당히 자유방임주의적인 가르침을 내리는 교수.

이제까지 예지 마법을 가르친 제자들도 파셀레트 교수가 직접 키웠다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파셀레트 교수 밑에서 정진하기를 선택한 학생들이었다.

“아. 하긴. 예지 마법은 특히 재능을 보기 어려우니까... 그러면 좀 더 신경을 써주시는 건 어떠세요?”

“어떻게?”

“강력하고 어려운 예지 마법을 좀 더 가르쳐주시거나...”

“안 돼. 위험하다니까.”

파셀레트 교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재능 있는 마법사가 더 위험하다는 격언.

그 격언은 특히 예지 마법에서 강하게 적용됐다.

아무리 직관과 영감이 강하고, 마력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체질이라 하더라도 위험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천 번의 시도 중 단 한 번만 다른 대가를 지불하게 되도 마법사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경험 많고 노련한 마법사들도 실수를 하는데 어린 마법사라면 더더욱.

“하긴 그렇겠네요. 그러면 그냥 평소에 다른 제자들 대하던 것처럼 대하시면 어떠세요?”

“그랬다가 예지 마법에 흥미를 잃고 관심을 끊으면?”

“어...”

가르시아 교수는 말문이 막혔다.

말 자체에 대답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파셀레트 교수가 하지 않을 법한 말에 놀라서였다.

원래라면 ‘흥미를 잃거나 관심을 끊으면 거기까지가 인연이지’하고 냉정하게 대답할 사람이었는데?

“그러면 거기까지 아닌가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가르시아 교수? 더 이상 예지 마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죄, 죄송해요.”

가르시아 교수는 일단 사과했다. 물론 속으로는 억울해했다.

‘평소에 맨날 그러셔놓고...’

“내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여도 제자를 키우는 걸 완전히 내팽개치지는 않는다고.”

“알죠.”

새로 제자를 들이거나 구하는 것에는 무관심해도, 가르시아 교수는 파셀레트 교수가 한 번 들인 제자는 상당히 잘 챙겨주는 걸 알았다.

평소의 무관심한 태도는 어떻게 보면 예지 마법이 가진 특색 때문일지도 몰랐다.

“내가 인격이 바뀔 때마다 난리를 치긴 하지만.”

“아. 그건 확실히 좀.”

“......”

가르시아 교수가 무심코 한 대답에 파셀레트 교수는 입을 삐죽거렸다.

“저 정도로 예지 마법에 재능이 있는데 그걸 다듬지 않을 수는 없잖아.”

“그렇... 어.”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르시아 교수의 머릿속에 순간 ‘다른 교수들한테도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가르시아 교수가 흥미를 잃지 않게 가르쳐주는 건 어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가르시아 교수는 정색했다.

아무리 파셀레트 교수한테 신세진 게 있어도 그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자 가르시아 교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한 학생은 보기 드물게 성실한 학생이라, 단순한 마법만 반복해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흥미를 잃고 관심을 끊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

“네. 정말이요. 나중에 이한 학생이 예지 마법에 흥미를 잃거나 관심을 끊게 되면 제가 같이 상의해드릴게요. 됐죠?”

가르시아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파셀레트 교수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기뻐하며 돌아가는 교수를 배웅하고 나서, 가르시아 교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아차.’

뒤늦게 떠오른 것이다.

‘이한 학생이 지금 듣는 강의가...’

이한이 듣고 있는 마법이 이미 충분히 많다는 것을.

‘...미안해요, 이한 학생!’

말렸어야 했는데...!

*         *         *

“교수님! 보십시오! 배추가 살아있습니다!!!”

“그, 그래.”

우레걸음 교수는 이한이 보여주는 기세에 압도되었다.

시험 만점 맞아도 냉정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던 놈이 텃밭의 배추 하나 살아있다고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서리를 맞은 배추는 맛이 좋지. 잘 됐구나.”

“일주일 가까이 눈에 파묻혀 있어서 죽었을 줄 알았습니다.”

“...!”

듣고 있던 우레걸음 교수는 깜짝 놀랐다.

이한이 기뻐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놓쳤지만, 생각해보니 일주일 동안 눈에 묻혀 있던 채소들이 살아있는 게 말이 안 됐다.

아무리 나무 정령이 준 지팡이의 힘이 있다 하더라도...

‘이 녀석의 마력이 지팡이의 생명력을 증폭시킨 건가?’

“네 마력이 지팡이의 생명력을 증폭시킨 거다.”

“과연.”

이한은 대충 대답하고 채소의 눈을 털어낸 뒤 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대충 대답할 만한 일이 아니란 말이다!”

“어. 그렇습니까?”

이한은 감자를 들고 의아해했다.

나무 정령의 지팡이와 궁합이 잘 맞아서, 마력이 생명력을 증폭시켰다는 이야기 아니었나?

“맞긴 한데...”

우레걸음 교수는 눈앞의 학생이 1학년이라는 사실이 답답했다.

다른 마법사였다면 ‘본인이 아닌, 정령이 준 지팡이의 힘을 증폭시켰다고요? 아무리 마력이 많아도 어떻게?’라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마법사 본인이 만든 것도 아닌 다른 존재가 준 아티팩트의 힘을 무의식적으로 증폭시킨 건데!

“...됐다. 하여튼 대단하단 것만 알아둬라. 그나저나 그렇게 아끼는 걸 보면 버드나무 교수가 좋아하겠구나.”

“버드나무 교수님 말씀이십니까?”

식물학을 가르치는 버드나무 교수의 이름에 이한은 고개를 돌렸다.

우레걸음 교수는 그 반응에 갸우뚱거렸다.

“만난 적이 있나? 버드나무 교수는 1학년을 가르치지 않을 텐데?”

‘아차.’

“우연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래. 버드나무 교수는 훌륭한 사람이지.”

누가 연금술 교수 아니랄까봐, 우레걸음 교수는 버드나무 교수를 칭찬했다.

재료가 필요한 연금술사는 원예가에게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꼭 네가 버드나무 교수를 만난 적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버드나무 교수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인품부터 해서 나무랄 곳이...”

“알겠습니다. 교수님.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알아듣는 제자의 모습에 우레걸음 교수는 머쓱한 표정으로 코밑을 훔쳤다.

제자가 너무 뛰어나도 스승이 민망한 법이었다.

이한이 텃밭에서 눈을 치우고 뽑은 채소들을 썰고 잘라 기름에 볶고 육수를 부어 끓이는 동안 우레걸음 교수는 오두막 앞 탁자에 앉아 깃펜을 끼적거렸다.

냄비에 양배추, 감자, 양파, 당근 등 푹 삶아 끓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채소 수프를 담아서 갖고 나온 이한은 우레걸음 교수를 보고 의아해했다.

“뭐하고 계십니까?”

“다 끓였냐? 어디... 야. 너는 나중에 요리사를 해도 될 것 같다.”

“너무 과한 칭찬이십니다.”

“아니야. 진심이다.”

“요리사가 그렇게 만만할 리가 없잖습니까.”

“진짜 진심인데...”

우레걸음 교수는 정말 진심이었다.

이 제자는 볼 때마다 요리 실력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뭐하고 계셨던 겁니까?”

“아. 이 편지?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우레걸음 교수는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다 쓰여진 편지들이 새로 변해서 각 탑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가르시아 교수가 사람을 모아서 도서관 심층부에 소환된 괴물을 잡았잖냐.”

“...그랬죠?”

수프를 한 숟갈 뜬 이한은 멈칫했다.

갑자기 불길해진 것이다.

“이제 필요한 책들을 갖고 나올 수 있을 테니, 학생들한테 갖고 나오라고 보냈다.”

“......”

*         *         *

같은 시간.

탑 안에 있던 학생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쪽지를 보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가져와야 할 책 목록.

-초급 광석학개론

-제국 중부의 식용 가능 식물들

-독을 먹고 살아난 마법사들

-실패에서 태어난 위대한 연금술 비전

...

이상, 우레걸음 금다르

쉭!

놀랍게도 이 쪽지는 시작일 뿐이었다.

다른 교수들이 날린 쪽지들도 창문을 통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창... 창문을 닫아버리자!”

학생들이 오죽 당황했으면 가이난도의 말에 솔깃할 정도였다.

*         *         *

“그래도 한 사람 당 한 권 가져나올 필요는 없다. 탑마다 한 권이면 충분하겠지.”

우레걸음 교수가 인심 썼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이한은 아까 수프를 만들면서 독을 타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래도 책들이 그렇게 깊숙이 있지는 않겠죠?”

“글쎄다? 보통 입구 쪽 가까이에 있긴 하는데, 에인로가드 도서관은 갈 때마다 섞이는 곳이라... 운이 나쁘면 좀 깊숙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죠?”

“위험하지. 다 같이 들어가는 게 좋을 거다.”

“...수프 식은 것 같은데 다시 끓여오겠습니다.”

“잠깐. 설마 독을 타려는 거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너는 앉아 있어라. 이번에는 내가 요리해 줄 테니까.”

우레걸음 교수는 제자를 막으며 일어섰다.

하여간 방심할 수 없는 제자였다.

*         *         *

축하한다.

“???”

도서관의 괴물이 잡혔잖느냐.

“아...”

학생들은 해골 교장의 축하에 울컥했다.

저걸 말이라고...

지금쯤 책을 구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 내가 도와주마.

“예? 설마 책을 빌려주시는...”

헛소리를 한 학생의 입에 침묵 마법이 걸렸다. 해골 교장은 날카롭게 말했다.

마법사라면 물고기를 그냥 주지 말고 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법. 다시는 그런 헛소리를 하지 마라.

‘그보다는 발목에 돌을 매달고 물에 밀어 넣으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도와주시는 겁니까?”

잘 물어봤다. 오늘 기초 마법 인성 교육 강의는 없다. 대신 다들 탑으로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와라.

“무슨 준비요?”

도서관 들어갈 준비. 다들 첫 던전이 되겠구나.

“아닌데요? 저번에 이한하고 같이 갔다 왔어요.”

가이난도의 입에 침묵 마법이 걸렸다. 해골 교장은 이한을 한 번 노려보았다.

‘제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이한은 억울했다.

우레걸음 교수가 시킨 건데!

다들 준비가 끝나면 도서관에 들어가면 된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가야 하니까 서둘러라.

학생 한 명이 이해가 안 갔는지 손을 들고 물었다.

“혹시 저희하고 같이 들어가시는 겁니까?”

네가 학생이냐, 내가 학생이냐? 내가 왜?

“...?”

“그러면 어떻게 도와주시는 건데요? 아. 혹시 장비나 식량을 지원...”

내일 저녁까지 있는 강의들을 그 뒤로 미뤄주겠다. 다들 도서관에 집중할 수 있도록.

“......”

학생들은 해골 교장의 은혜에 감동했는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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