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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63화 (363/687)

363화

해골 교장 성격에 교수들이 멋대로 강의를 쉬고 나가게 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뭐지? 학생들을 같이 데리고 나가는 것도 아닐 테고... 음?’

생각에 잠겨있던 이한은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도 왜 느꼈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이었다.

“계십니까?”

“!”

2층에 있던 친구들은 창문 너머로 정문을 쳐다보았다.

낯익은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황녀의 추종자인 로웨나였다.

“수상한데. 뒤에 교수님들 숨어있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을 수도 있나?”

“양 손 들고 천천히 들어오라고 해. 바로 문 닫을 수 있게.”

흉흉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의 모습에 이한은 마음이 아팠다.

에인로가드의 교수들이 친구들을 망치고 있었다.

“양 손 올리고 천천히 들어와라!”

물론 그건 그거고 이한은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정말로 뒤에 교수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네?! 워다나즈 님. 어째서...”

“허튼수작 하지 마! 내 지팡이가 널 겨누고 있어!”

가이난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장이라도 저주를 날릴 기세였다.

로웨나는 대체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싶어서 혼란스러워했다.

“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제가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랫포드는 호다닥 내려가 정문 밖으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교수님 없습니다!”

“???”

“아. 죄송합니다. 교수님들이 뒤에 숨어있을까봐...”

랫포드의 진지한 설명에 로웨나는 지금 자신한테 농담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려했다.

“농담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진지합니다.”

“......”

*         *         *

로웨나가 온 건 이칼도렌 공작의 저택을 같이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나까지?”

이한은 의아해했다.

황녀가 이칼도렌 공작한테 수수께끼(로 포장된 뇌물)를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지팡이 공방에서 일하지 않았던가.

기억이 맞다면 잘 만들었는데, 굳이 같이 방문하다니.

“예. 워다나즈 님께서 해결에 도움을 주셨잖습니까? 당연히 명예도 같이...”

“난 보상만 나눠줘도 괜찮은데.”

로웨나는 이한의 말에 어색한 표정을 보였다. 반응하기 힘든 농담이었던 것이다.

“제가 농담에 서툴러서...”

“농담 아니었지만, 어쨌든 왜 왔는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혹시 문제 생기면 나한테까지 불똥 튀는 건 아니겠지?”

만약에 수수께끼 답이 틀렸는데 ‘워다나즈가 조언을 해줬는데 틀리다니!’로 흘러가면 일이 귀찮아졌다.

원래 조별과제 결과물이 나쁠 경우 가장 크게 책임을 지게 되는 건 성적 좋은 조장 아닌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로웨나는 깜짝 놀라서 부정했다.

아덴아르트는 추종자한테 책임을 돌리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이한. 강하게 부정하니까 수상하지 않아?”

“기사로서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거니까 더 수상하지 않아?”

트집을 잡는 데에 망설임 없이 뻔뻔하게 굴 수 있다는 게 가이난도의 능력이었다.

로웨나는 분하고 억울해서 가이난도를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못된 심보로 황녀의 일을 방해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한 사람이다!’

‘아무도 없었으면 한 대 맞았겠군.’

“진정해라. 이칼도렌 공작의 저택에 방문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사실 가서 먹을 것 좀 얻어먹고 마실 것 좀 마신 다음 ‘저택이 참 예쁘군요 하하’하고 공작이랑 인사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한이 수락해줄 것 같자 로웨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가보신 적 있습니까?”

로웨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학 때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몸이 몇 개는 더 있어도 부족할 정도로 바빴었다.

공작의 저택에 방문한 적 있다니, 예전에 방문했던 건가?

‘친분이 없으셨던 것 같은데?’

“여기 도시 저택은 아니고...”

이한은 슬쩍 화제를 돌렸다.

볼라디 교수와 학기 도중에 에인로가드 무단탈주로 방문했다는 말을 굳이 해서 좋을 게 없었다.

나중에 해골 교장의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길이 막힐 것 아닌가.

“별다른 준비는 필요없겠지? 그냥 방문만 하면 되는 거고?”

“네! 공작님께서도 기념선물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그렇ㄱ... 잠깐, 선물이라고?”

이한은 놀랐다.

“무슨 선물?”

“아. 공작 전하께서는 학생들이 저택에 방문하실 때마다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둥이라고 선물을 주셔서...”

“그러니까 그게 무슨 선물이지?”

이한의 기세에 살짝 압도된 로웨나는 말을 더듬었다.

“저, 저번에는 이런 장신구를 주셨습니다만... 문제라도 있습니까?”

로웨나가 순금으로 된 작은 메달을 꺼내자 이한의 눈이 흔들렸다.

황녀의 추종자들 숫자도 제법 될 텐데, 그런 학생들이 올 때마다 저런 걸 뿌리다니.

‘놀랍다!’

그 재력도 놀라웠고, 그 정도 재력이 있으면서 저번에 공작을 습격한 맹독 오염체를 대신 쓰러뜨렸을 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은 것도 놀라웠다.

사실 후자가 대부분이었다. 이한은 아직도 공작에게 앙심이 남아 있었다.

‘저렇게 황족만 챙겨주다니, 권력에 굴복하는 비열한 작자가 분명하다.’

“친절하신 분이군.”

하지만 그런 앙심과 별개로 저런 선물을 뿌린다면 그건 안 받을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친구들도 데리고 가도 되나?”

이한의 질문에 로웨나는 당연히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계신 분들 누구든 간에, 공작 전하께서는 환영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못돼먹은 황자나 메이킨 가문의 핏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칼도렌 공작은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했다.

실제로 황녀를 초대할 때 친구들이 있으면 원하는 대로 불러오라고 말했고.

“딱히 인원 제한은 없나?”

“네. 많이 데리고 올수록 기쁘다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렇군.”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깃펜을 놀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투탄타 가문의 살코에게

네가 귀족 가문과 엮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걸 알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정말 좋은 일자리가 생겨서 이렇게 연락한다. 놀랍게도 식사만 해도 금화 한두닢을 벌 수 있는 일이야...

*         *         *

시 공터에 모인 에인로가드 1학년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오늘 개학일 아니지?”

“순간 에인로가드인 줄 알았어.”

그 정도로 여러 탑 학생들이 섞여서 모여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불사조 탑의 사제 학생들까지 초대를 받고 와있었다.

“다들 공작의 저택에서 든든하게 식사하시면 좋겠습니다.”

“...잠, 잠깐. 워다나즈 님. 혹시 오늘 초대하신 이유가 식사 때문은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사제들은 이한의 말에 안심했다.

이한이 ‘에인로가드 학생으로서 참가해서 자리를 빛내줘야 할 자리가 있다’라고 편지를 보내서 왔는데 식사 이야기를 꺼내서 좀 당황한 것이다.

하긴 설마 식사 좀 얻어먹게 하려고 사제들을 불러서 공작의 저택에 데리고 갈 리가 없지 않은가.

‘당연히 다른 이유가 있으시겠지.’

저택의 연회장에 사제들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흰 호랑이 탑 놈들은 왜 없어?”

“초대를 보냈는데 일정이 있어서 다들 무리라고 하더군. 모험가 의뢰도 좋지만 거기에 너무 열중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

“???”

닐리아와 랫포드는 이한을 도둑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누구보다 모험가 의뢰에 가장 열중한 사람이 뭐라는 거야?

“이, 이렇게 많이 모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로웨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새삼 이한의 넓은 인맥이 느껴졌다.

아덴아르트에게는 추종자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당장 ‘황녀 전하의 친구분을 데리고 오십시오’라고 초대를 받았을 때도 추종자들은 ‘우리가 감히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같은 식으로 반응했다.

진지하게 고민하던 추종자들은 결국 ‘저희 말고 황녀님께서 친구분을 따로 초대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아덴아르트는 추종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친구를 부르는 대신 로웨나를 친구 삼아서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다들 감동해서 넘어갔지만 로웨나는 아덴아르트에게 친구가 없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기사로서 모시는 사람에게 친구가 없다면 강제로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충성인 만큼 로웨나는 요즘 이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워다나즈 님. 대체 어떻게 친구를 만드는 겁니까?”

“친... 친구?”

이한은 멈칫했다.

물론 몇몇 학생들하고는 친하긴 했는데 그 외 다른 탑의 학생들은 모두 좀...

‘친구라고 할 수 있나?’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군.”

‘겸손하시기까지.’

로웨나는 이한의 너그러운 모습에 감탄했다. 과연 인맥이 넓은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만약 못돼먹은 황자였다면 ‘내가 잘나서’라고 잘난척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사람들을 부를 수 있습니까?”

“어... 음... 그게... 진심 아닌가 싶군.”

“진심...!”

정석적이면서도 어려운 대답에 로웨나는 전율했다.

“진심으로 검을 섞은 다음, 진심을 담아 황녀 전하의 친구로 영입 제안을 하면 통할까요?”

“내가 친구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건 안 통할 것 같군.”

*         *         *

이칼도렌 공작은 에인로가드 학생이라고 무작정 초대한 자기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더럽고 천박하고 멍청한 기사새끼들을 부른 게 실수였군.’

공작은 원래 기사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같은 제국의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기사 가문들이 보여주는 거친 모습은 귀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에 가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에인로가드에 입학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그래도 좀 괜찮겠지 싶어서 초대했는데, 하는 짓은 그냥 똑같았다.

“마셔라! 마셔라! 마셔라!”

“이 한 잔은 오늘 연회를 베풀어주신 공작 전하를 위해!”

“이 한 잔은 우리가 사냥한 몬스터에게!”

“이 한 잔은... 모르겠다! 그냥 마시겠다!”

쨍그랑!

잔뜩 취하고 신이 난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들고 있던 잔을 바닥에 던지고 그릇을 던지고 연회장 복도로 나가 주방으로 향해 술통을 직접 들고 와서 들이켜댔다.

기사단 숙소에서 지내는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기름지고 풍족한 식사 대신 거칠고 단단한 음식만을 먹어야했다.

물론 에인로가드에 비하면 먹을 만한 음식이긴 했지만, 이 연회장의 호화로운 만찬에 비하면 숙소의 음식은 쓰레기였다.

철퍽!

“이 자식이?!”

“누가 파이 던졌어?!”

“나도 던진다!! 나도!!”

상석에 앉아있던 이칼도렌 공작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물론 속으로는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이딴 머저리들에게 캐낼 정보가 있을 리가 없지.’

“공작 전하 만세! 공작 전하 만세!”

“공작 전하!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다들 즐겁게 먹고 마시니 내가 다 기쁘ㄱ...”

이칼도렌 공작의 얼굴을 향해 누가 잘못 던진 케이크가 날아왔다.

바로 호위가 쳐서 날려 보냈지만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치겠군.’

다들 미쳐있으면 정상인들만 괴롭기 마련.

모라디 가문의 지젤이나 초이 가문의 더르규 같은 학생들은 포크도 내려놓고 공작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무리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렇지 지금 연회장에서 지랄을 벌이고 있는 꼴이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다.

“모... 모라디. 괜찮은 거 맞나?”

“괜찮겠냐? 네 눈알은 대체 어떨 때 쓰는 거냐? 머리랑 같이 팔아버리지 그래?”

“나한테 그러지 마라! 일단 말려야 하지 않겠나!”

공작한테 케이크가 날아왔는데도 이 미친 학생들은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난장판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다고 둘이 일어나서 정색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분위기가 싸늘해질 터.

마찬가지로 흰 호랑이 탑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었다.

끼이익-

그러는 사이 연회장 문이 열렸다.

하도 열중하느라 문이 열린 걸 눈치 채지 못한 흰 호랑이 탑 학생이 실수로 문쪽을 향해 소스를 발라 구운 칠면조를 던졌다.

“?”

이한은 고개를 까딱 하더니 피했다. 뒤에 있던 가이난도가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졌다.

“미친놈들인가?”

“이, 이게 대체...?”

문 밖에 있던 학생들이 경악해서 수군거리는 사이 이한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흰 호랑이 탑 학생의 명치를 지팡이로 후려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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