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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67화 (367/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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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칼도렌 공작이 이렇게 체면 없이 화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분노하더라도 그걸 겉으로 터뜨리기보다는 속으로 비수를 준비해 찌르는 게 공작의 방식.

 그런 공작이 이렇게 분노를 터뜨리는 건 오늘 기사들이 연속으로 신경을 긁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한 때문에 의심암귀에 빠진 탓이 컸다.

 아무리 냉정한 공작이라 하더라도 두려움과 혼란이 머리를 채우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상한데.”

 “뭐가?”

 “이칼도렌 공작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군다는 건 못 들어봤어.”

 지젤이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원래 소문은 틀린 게 많지. 공작은 생각보다 감정적이고 인색하지.”

 “그렇다고?”

 지젤은 솔직히 놀랐다.

 방금 워다나즈가 말한 것 두 단어 모두 이칼도렌 공작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 아닌가.

 하지만 워다나즈가 저런 부분에서 실수를 할 리도 없고...

 “아마 공작 전하께서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건 그만큼 학생들을 아끼셔서일 겁니다.”

 로웨나가 첨언했다.

 로웨나가 보기에 그것 말고는 딱히 이유가 없었다.

 지젤도 틀리진 않았다고 생각하는지 동의하는 기색이었다.

 “저택에서 난리쳤다고 저 정도로 화내진 않겠지.”

 “아. 하긴. 황족한테 엄청나게 신경 쓰더군.”

 “...?”

 옆에서 듣던 로웨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사들과 대결한 건 이한과 친구들이었지 아덴아르트가 아니었다.

 그러면 이한을 건드려서 화를 내는 것이지, 황녀를 건드려서 화를 내는 게 아니지 않나?

 “죄... 죄송합니다. 공작 전하.”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은 이제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모양이었다.

 공작이 관대하게 대해줘서 착각하고 있었지만 그들과 공작의 힘은 반딧불과 보름달 정도로 차이가 났다.

 상대가 넘어갈 때는 상관이 없었지만 작정하고 칼을 휘두르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날짜는 왜 착각하고 들어온 거냐? 약속이 그리 우스워 보이더냐?”

 “정, 정말로 몰랐습니다.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 또 이 몸의 판단이 틀렸단 거냐? 너희가 맞고?”

 “그런 게 아니오라...”

 “아니면 닥치고 있어라! 한 번만 더 건방지게 기어오르면 이 자리에서 베어버릴 테니!”

 “......”

 공작이 어찌나 쏘아붙이는지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도 당황할 정도였다.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이 망신을 당했으면 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워다나즈 님. 혹시 공작 전하의 화를 가라앉힐 방법이 없을까요?”

 “예?”

 이한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이 기사를 쳐다보았다.

 이칼도렌 공작 정도 되는 사람이 난리를 치는데 이한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애초에 이한은 공작과 친하지도 않았다. 이한이 ‘진정해주십시오’해봤자 공작이 ‘네가 뭔데 기어오르는 거냐’란 반응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게 있을 리가...”

 “그, 그렇습니까.”

 “...생각해보니 없진 않군요.”

 “!”

 기사는 눈을 크게 뜨고 속삭였다.

 “그게 뭡니까?”

 “그런데 저 기사들이 온갖 시비는 다 걸었다는데 굳이 구해주셔야 합니까?”

 그 말에 기사는 견습기사들을 노려보았다.

 기사란 이들이 입이 저렇게 가벼워서야...

 “무례했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같이 움직인 기사들입니다. 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어째서 세상은 언제나 선한 사람들만 손해 보는 것 같지?’

 이한은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를 보며 더르규가 생각났다.

 사고는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치는데 수습은 더르규가...

 “만약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반드시 사례하겠습니다.”

 “!”

 별 생각 없었는데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원래라면 금화로 받았겠지만 이한도 양심이 있었다.

 백양목 기사단이 어떤 기사단인지 알고 신세를 진 적도 있었는데 돈을 뜯을 정도로 냉혹하진 않았다.

 “그러면 다음에 한 번만 검을 빌려주시죠.”

 “호위가 필요하십니까?”

 “비슷합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기사는 선선히 받아들였다.

 기사의 검을 빌려달라는 건 사실 그리 쉬운 부탁이 아니었다.

 막말로 누군가를 죽여달라는 부탁이라도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러나 기사는 이한을 믿었다.

 저번에 보여준 인성이나 비켈린츠가 했던 말들을 보면 이한은 절대 도의에 어긋난 부탁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2학기 검술 강의 때 써먹어야겠군.’

 잉걸델 교수는 설마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가 벌써 매수당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당사자인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무슨 방법입니까?”

 “보고 계십시오.”

 이한은 자신감 있게 나섰다.

 공작의 분노 때문에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지만, 이한은 확신이 있었다.

 이한이 특별하게 용맹하거나 공작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이한에게는 특별한 패가 있었다.

 “황녀님. 이리 오십시오.”

 “??”

 아덴아르트는 가만히 서서 구경하다가 갑자기 이한이 부르자 무슨 생각인지 몰라 머뭇거렸다.

 그래도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다가왔다.

 “공작 전하. 진정해주십시오.”

 이한은 모두 들을 수 있게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족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니, 황녀 핑계를 대면 무조건 통한다.’

 황녀가 자비를 베풀고 싶어한다, 황녀가 용서해주고 싶어한다 이런 이유를 붙이면 공작도 못 이긴 척 넘어가리라.

 “황...”

 “...그래. 말이 좀 심했군.”

 “???”

 이한이 바로 말을 꺼내자마자 이칼도렌 공작은 분노를 멈추더니 냉정을 되찾았다.

 황녀는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아니...”

 “하도 무례함이 심한데다가 초대한 학생들에게까지 거칠게 굴어서 분노를 자제하지 못했네. 그래. 이 정도까지만 해야겠군. 즐거운 자리를 망쳐서 다들 미안하네.”

 공작은 빠르게 수습하고 자리를 떠났다. 시종들과 하인들도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그 뒤를 쫓아갔다.

 “...?”

 이한은 대체 공작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이제까지 본 사람 중 가장 괴팍하고 변덕스러운 사람이었다.

 ‘마법학교 교수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물론 공작은 이한에 대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저렇게 끼어드니 무슨 함정이라도 있을까봐 빠르게 물러선 거였지만, 그것까지 이한이 알 수는 없었다.

 “대... 대단합니다!”

 백양목 기사단의 기사는 놀라워하며 눈을 깜박였다.

 이한이 방법이 있다고 말했을 때 의심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신기한 방법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냥 말 한 마디로 공작의 분노를 가라앉히다니.

 대체 어떻게?

 “어떻게 하신 겁니까?”

 이한도 그게 궁금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대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슬쩍 넘어갔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가 알아서 해석하리라.

 “잘 마무리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한과 기사가 걸어가자 황녀는 가만히 서 있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이럴 거면 왜 부른...?

*         *         *

 다시 연회장에 돌아온 학생들은 있었던 일들에 대해 떠들었다.

 “이한. 조심해. 기사 놈들은 비겁하고 끈질겨서 오늘 일들을 나중에 보복할지도 몰라.”

 “맞다. 워다나즈. 기사 놈들이란 하나같이 다 음습하고 사악한 놈들이지.”

 “......”

 가이난도와 살코의 말에 옆에 있던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노려보았다.

 우리가 언제!

 ‘백양목 기사단은 잘 수습했나?’

 궁금해진 이한은 연회장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떠들썩하고 활기찬 학생들의 분위기와 달리, 대판 사고를 친 기사들의 분위기는 매우 침울할 게 뻔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상황은 끝났으니 수습을 했으리라.

 이한은 어떻게 됐나 보고 걱정도 좀 해준 다음 2학기 때 에인로가드에 올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걸음을 옮겼다.

 뛰어난 학생은 방학 때부터 미리 예습하는 법.

 “!”

 이한은 지젤이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젤도 이한과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이었다.

 “너 설마...”

 “너도?”

 “그래.”

 “...정말 대단하긴 해. 인정해주지.”

 지젤은 두 손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지젤이 나온 이유는 기사들과 안면을 익혀두려는 속셈 때문이었다.

 특히 너도밤나무 기사단 같은 경우에는 공작 앞에서 대형사고를 치긴 했어도 여전히 기사 가문들 사이에서는 부유함으로 영향력이 있었다.

 모라디 가문처럼 다른 기사 가문들과 교류가 잦은 가문의 경우 친해져서 나쁠 게 없었다.

 원래 잘나갈 때보다 크게 패가망신했을 때 접근해주는 사람에게 더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심리.

 바로 지금 같은 순간이 기회였다.

 “너도 대단하다. 모라디.”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작작하시지.”

 “아니. 진심이야. 2학기 때 강의 내용을 미리 알아내려고 하다니. 다른 흰 호랑이 탑 놈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데.”

 “...뭐? 야. 잠ㄲ...”

 지젤이 황당해하는 사이 이한은 자기 할 말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괜히 늦었다가 지젤에게 방해당하고 싶지 않았다.

 “!”

 그러나 반도 가기 전에 복도 기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이었다.

 누구라도 기다리고 있는지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이 매우 수상했다.

 ‘설마!’

 이한은 아까 가이난도와 살코가 했던 말들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벌써 복수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니. 기사답게 보통 치졸한 게 아니군!”

 “뭐? 복수를?”

 지젤은 당황했다.

 아무리 너도밤나무 기사단이 망신을 당했다지만 공작의 용서를 받고 다시 저택에서 덤벼들 정도로 미친 자들은 아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너 아까도 백양목 기사단 기사가 날 도와줄 리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워다나즈?”

 이한의 말에 지젤은 말문이 막혔다.

 이 새끼가 지금 누구 가문을 멋대로...

 “그렇게 자신 있으면 네가 앞장서자. 워다나즈.”

 “네 말 맞다고 인정할 테니까 가문 이름 멋대로 바꾸지 마. 미친 새...”

 둘이 말하는 사이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이 둘을 먼저 발견했다.

 기사들이 다가오자 이한은 말싸움을 멈추고 지팡이를 들었다.

 “젠장. 강화 마법 걸 시간 부족하겠다! 언데드 소환할 테니까 뒤로 피해! 안개 깔고 시간을 끈다!”

 대체 같은 학년인데 어떻게 언데드에 안개까지 까는 건지 궁금했지만 지젤은 묻는 대신 쌍검을 붙잡았다.

 이한의 기세가 워낙 진지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넘어간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왜 넘어간 거지’싶었지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이한을 보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그... 런가?’하고 흔들리게 되어 있었다.

 “내가 앞을 막을 테니까 마법에 집중해. 알겠어?!”

 “모라디. 네가 드디어 양심을...!”

 “마법에 집중하라고 이 개...”

 “고맙소!!!”

 “???”

 “???”

 너도밤나무 기사들은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모아 외쳤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말할 기회를 놓쳐서 기다리고 있었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맙소.”

 “......”

 지젤은 반쯤 날이 뽑힌 검을 슬며시 집어넣고 이한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이한은 표정 변화 없이 속삭였다.

 “함정일지도 모르잖나.”

 “닥쳐.”

 둘이 무슨 오해를 했는지도 모르고 기사들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저지른 행동들을 되돌아보았소. 정말로 무례한 행동이었소. 그런데도 우리를 감싸줄 줄은...”

 기사들은 아까 와서 연회장을 바꾸겠다고 거들먹대던 사람들하고 같은 이들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에인로가드였다면 해골 교장의 마법이 아닌가 의심했으리라.

 “믿기질 않는군.”

 이한은 중얼거렸다.

 “원래 사람은 저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데. 왜 저러는 거지? 함정 아닌가?”

 “......”

 지젤은 솔직히 이한의 말에 동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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