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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85화 (385/687)

385화

해골 교장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한은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이 슬슬 걱정됐다.

2주일 정도 됐는데 과연 이 친구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을까?

‘잠깐. 불사조 탑 가면 장사를 못하잖아.’

그 사실을 깨닫자 이한은 구울의 왕에게 새삼스럽게 분노했다.

물론 다른 탑 학생들을 상대로 식량을 팔아치울 수는 있겠지만 역시 같은 탑 상대로 하는 장사가 가장 쏠쏠한 법.

그걸 끊다니.

“구울의 왕 그 놈 아주 사악한 놈입니다. 제국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영원히 가둬버려야 합니다!”

왜 갑자기...? 그렇게 말 안 해도 완전히 가둬놨다.

해골 교장은 이한이 갑자기 격분해서 외치자 의아해했다.

구울의 왕은 이미 해골 교장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

강력한 언데드인 만큼 본인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이렇게 제대로 갇힌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계속해서 버티다가 굴복하는 순간 해골 교장의 종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리라.

“그런데 구울의 왕은 따지고 보면 이한 학생이 생포한 건데 상 안 주시나요?”

“헉. 그렇습니까? 몰랐네요.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해골 교장은 두 스승과 제자를 보며 짜증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         *         *

‘외출권이라...’

이한은 해골 교장의 마차 안에서 외출권을 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외출권은 다른 학생이었다면 목숨을 걸 정도로 큰 포상이었지만 이한에게는 그 정도로 큰 포상이 아니었다.

1학기 때 만들어 놓은 탈옥, 아니 외출 루트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첨탑 마구간을 이용해서 하늘로 빠져나가는 길.

이건 아직 해골 교장도 눈치채지 못한 길이었다. 설마 해골 교장도 그 짧은 사이에 외부인의 협력을 얻어 밖으로 나갔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외출권도 써야 한다.’

이한은 냉정하게 계산해보았다.

해골 교장이 봤을 때 이한이 외출권도 쓰지 않는데 계속해서 풍족하게 물자를 사용한다면?

‘저 놈 나가고 있구나!’하고 눈치챌 게 분명했다.

가이난도 같은 녀석이라면 ‘대체 왜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해?’라고 하겠지만 이한은 달랐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사소한 부분에서 실수하는 순간 악마가 이한을 징벌방에 넣으러 올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느냐?

“아. 2학기에 들을 강의 생각을 하니 기뻐서 신이 나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랬어요.”

한창 즐거울 때지.

“......”

이한은 자신의 개소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두 교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이 마차 안에 정상인이 한 명밖에 없나?

다 왔군.

마차가 에인로가드 성벽 위를 통과하자 옆에 있던 오골도스의 몸이 투명해지더니 더 이상 이한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

이한이 복잡한 기분으로 그걸 보는 사이, 해골 교장은 마차를 탑 앞에 세웠다.

들어가서 남은 짐을 갖고 나오도록. 아니, 같이 가는 게 좋겠다.

“예? 혹시 안에 함정이라도?”

푸른 용의 탑 무쇠대가리들이 널 붙잡고 안 내보낼 수도 있잖느냐.

“...그런 친구들은 아닙니다. 아마.”

*         *         *

-말도 안 돼! 거짓말이지! 흰 호랑이 탑 놈들이 퍼뜨린 거짓말이 분명해!

부정.

-가이난도 이 자식아! 니가 들어갔어야지 왜!

-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못 들어간 거라고! 모르툼 교수 탓이야!

-흰 호랑이 탑 놈들이 숨어 있다가 기습한 거 아니야?

분노.

-좋, 좋아. 지금이라도 이한이 돌아오면 교수님을 용서하겠어.

-나... 나도.

-이번 주 안에만 돌아오면 제국 흑마법사들에게 기부금을 바칠게. 바칠 테니까...!

타협.

-왜 우리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신께서 우리의 핏줄을 질투하시는 건가?

-흰 호랑이 탑 놈들 때문이야.

우울.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군.

해골 교장의 말에 이한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들어가면 정말 못 나오는 거 아니야?’

해골 교장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한을 들여보내는 대신 마법을 시전했다.

탑의 창문으로 이한의 방에 있던 짐들이 하나씩 날아왔다.

이게 다겠지?

“앗, 예. 대충...”

그래. 그럼... 무쇠대가리들아!!!

해골 교장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푸른 용의 탑 1학년 학생들이 깜짝 놀라 창문 앞에 섰다.

그걸 본 이한은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교장 선생님이 부른다고 바로 얼굴을 내밀다니. 그렇게 당해놓고.’

이한이었다면 일단 창문 밖에 무슨 함정이 있나 확인하고 내밀었을 것이다.

여기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 돌아왔다!

“!!!!”

“정, 정말?!”

“워다나즈! 워다나즈! 여기야!!!”

친구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댔다. 모두 다 하나같이 초췌하고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구해내실 줄 알았어요!”

당연하지.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누구더냐?

참으로 오랜만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해골 교장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저런 존경심 섞인 자발적인 칭송을 해골 교장이 얼마만에 받았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한이 초콜렛 케이크를 갖고 들어왔나요?”

워다나즈는 지금 사악한 기운이 사라질 때까지 치료가 필요하다.

“저, 저런!”

“하여간 흑마법은 정말!”

가이난도는 씩씩대며 흑마법을 욕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 동안은 불사조의 탑에서 머무를 것 같다. 그럼 이만! 다들 좋은 저녁 보내려무나!

해골 교장은 이한을 덥썩 들어 올리더니 슝 날아갔다.

“???”

“??????”

“??!?!?!?!?!?!?!?”

뒤쪽 탑에서 지옥의 악마들도 내기 힘들 것 같은 괴성이 터져나왔다.

*         *         *

“다들 잘 부탁한다.”

불사조의 탑 문을 열고 들어간 이한은 조용한 분위기에 놀랐다.

푸른 용의 탑에 있는 장소들이 어딘가 호화롭고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면 불사조의 탑은 고요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었다.

실제로 안에 있던 학생들은 이한을 반기면서도 목소리는 그리 크게 내지 않았다.

“환영합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늦게 오셔서 걱정했습니다.”

사제 출신이라 그런지 불사조 탑 학생들은 이한을 반긴 다음에 더 이상 귀찮게 묻지 않았다.

설명을 들었으니 그 이상은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각자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혹은 다른 학생과 교리에 관해 이야기를 하거나.

그 모습에 이한은 감동했다.

‘이게 학생이지.’

체스나 마법사 카드에 미쳐가지고 노는 게 무슨 학생이란 말인가. 불사조 탑 학생들의 성실함을 보니 괜히 감동이 밀려왔다.

“티질링 사제.”

“네. 말씀하십시오.”

옆에서 기도 준비를 하고 있던 티질링 사제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불사조의 탑 규칙 같은 것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

여기 있는 사제들과 대부분 안면이 있고 몇몇과는 꽤 친하다지만, 이한은 도중에 불사조 탑으로 온 학생이었다.

미리 알아놓지 않으면 무심코 실수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물론입니다. 다만, 규칙이 그렇게까지 엄격하지는 않습니다만...”

“편하게 알려주면 고맙겠군.”

티질링 사제의 말에 따르면, 불사조의 탑 규칙은 기본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도와주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누군가 힘든 일을 하면 돕고, 누군가 과제가 막히면 도와주고, 누군가 아프면 같이 방법을 찾아주고...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이 서로 카드 한 장 잘못 냈다고 멱살 잡는 걸 봤던 기억이 떠오른 이한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친구들이 이걸 보고 배워야 하는데.’

“...기도 시간은 다음과 같고, 저녁 식사 시간은... 이런. 곧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급히 와서 재료가 몇 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보도록 하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만?”

“응?”

“여기에서는 다 같이 준비합니다.”

휴게실에 앉아 있던 사제들은 물론이고 방에 들어가 있던 사제들까지 나오더니 각자 갖고 있는 음식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재료는 별 것 없었지만 사제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진지한 얼굴로 야채를 씻고 껍질을 벗겼다.

이한은 갖고 온 양념과 향신료들을 꺼냈다. 사제 두 명이 와서 조리법을 묻고 자기가 대신 하겠다면서 가져갔다.

“매번 이렇게 다 같이 모아서 준비를 하나? 그... 서로 갖고 있는 식량이 다를 텐데?”

“네. 다르긴 하겠지만, 자기가 베풀면 또 언젠가 받을 수 있으니까요.”

“......”

“여기.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감자 다 깎았습니다.”

“먼 여정으로 피곤하실 텐데 조금 쉬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한은 갑자기 불사조 탑이 매우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지? 이 안락함은?’

*         *         *

“이한은 분명히 지금쯤 외로워하고 있을 거야.”

“...?”

주말이 끝나고 새로운 주의 아침이 밝아왔다.

가이난도의 말에 요네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른 학생들은 매우 공감한다는 듯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다른 탑에 갔는데!”

“교장 선생님이 괜히 사악한 게 아니라니까.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셨지?”

심지어 황녀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요네르는 그걸 보고 눈을 의심했다.

“다 같이 워다나즈를 마중나가자! 분명 불사조 탑에서 쓸쓸할 거야.”

“좋은 생각이야!”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이한의 향수병을 달래주기 위해 불사조 탑으로 향했다.

다른 탑에 갇혀서 외로울 때에도 진정한 우정은 그걸 극복하게 해주는 법.

푸른 용의 탑 친구들이 이한을 잊지 않았다는 걸 전한다면 이한도 조금 기분이 나아지리라.

“워다나즈! 워다나즈!!”

“우리가 왔어! 워다나즈!”

탑 아래 언덕을 올라가며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크게 외쳤다.

그러나 그들의 눈앞에 들어온 모습은 예상과는 달랐다.

이한이 불사조 탑 앞 공터에서 사제들과 웃으며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별 거 아니야.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닌데.”

“아닙니다. 이렇게 간단한 재료만으로 이런 수프를 만들어내시다니.”

“치즈 좀 더 드십시오.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수프 조금 더 퍼드릴까요?”

“......”

“......”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크게 배신당한 얼굴로 아침 식사 광경을 쳐다보았다.

몇몇 학생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사... 사제가 저래도 돼? 사제가 저렇게 비열하게 저래도 돼??”

“야. 사제님 욕하지는... 젠장.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너무하잖아.”

“두고 보자...!”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은 이를 갈며 돌아섰다.

불사조 탑 학생들에게 워다나즈가 원래 어느 탑 소속인지 반드시 알려줄 생각이었다.

두고 보자!

“정말 잘 먹었군.”

“아닙니다. 저희가 신세를 진 것 같은데요.”

1학기 동안 푸른 용의 탑 학생들이 외부에서 들어온 식품으로 사치를 부리고, 흰 호랑이 탑이나 검은 거북이 탑이 학교 안에서 식재료를 모았다면, 불사조 탑 학생들은 받은 식량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요령을 보였다.

다 굳은 빵이나 식은 주먹밥을 다시 어떻게든 끓이고 풀어서 좀 더 배부르게 만드는 알뜰함.

그걸 또 더 챙겨주려는 모습에 이한은 굳게 다짐했다.

‘꼭 배불리 먹여줘야겠다.’

“그런데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음?”

“실례일 수도 있지만, 혹시 믿고 계신 교단이 있으신가요?”

기분 탓일 수도 있었지만, 이한은 순간 부드럽고 친절하던 사제들 사이의 공기가 경쟁심으로 활활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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