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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8화 (41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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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화

“기사들이 원래 끈질긴 편인가?”

이한의 질문에 앙라고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지. 기사들은 은원을 잊지 않지.”

“짜증나는군.”

“!?”

갑자기 폭언을 들은 앙라고는 당황했다.

기사들이 뭘 했다고?!

‘정말 들어가기 싫군.’

이한은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정식으로 외출한 게 아닌 만큼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을 게 없었다.

모험가들이야 이번 의뢰 끝나면 여기서 사라질 테니 에인로가드와 접촉할 이유가 없을 테고, 마법사들도 축제 끝났으니 에인로가드로 돌아올 일 없을 테지만...

저기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들까지 만나게 되면 비밀유지가 될지 걱정이었다.

입단속을 시켜도 원래 비밀이란 건 여러 사람이 알수록 새어나가기 쉬워지는 법.

‘나는 뒤로 빠지고 다른 사람을 시킨다면...’

“일단 말이나 해봅시다. 기사 놈들이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골렘도 소환해놓는 게 낫겠습니다. 기사 놈들이 자기 기분 나쁘다고 날뛸 수도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몰래 독을 좀 뿌려놓는 게 어떻습니까? 마비 계열의 독을 쓸 수 있는 마법사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냥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이한은 포기하고 말했다.

여기 모여 있는 마법사들에게 맡겼다가는 없던 싸움도 생길 것 같았다.

*         *         *

지젤은 같은 탑의 드워프 학생, 바트렉을 보며 말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직원을 바로 풀어준 거야?”

“글... 글쎄.”

“...내 눈 똑바로 봐. 바크. 내 눈 똑바로 보라고. 왜 시선 깔아. 고개 안 들어?”

“모... 모라디. 이러지 마라. 지금 오해하는 거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지젤은 친구의 반응에서 이미 심증을 반쯤 굳힌 상태였다.

이런 미친놈들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다니!

‘다음부터는 정말 버리고 가야 하나.’

멍청한 것까지는 정말 최선을 다하면 이해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멍청해서 안 데리고 가는 걸 ‘하지만 같은 탑 동료잖아’해서 강제로 데리고 가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여럿이 같이 가면 탈출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믿고 있었지만, 지젤이 보기에 차라리 혼자 탈출하는 게 더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 그래도 잘 풀렸잖나. 여기 너도밤나무 기사단 기사들 덕분에...”

바트렉은 눈치를 보며 슬며시 말을 꺼냈다.

추격자들을 피해 흩어진 흰 호랑이 탑 학생들.

행운이 따라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지젤과 바트렉 쪽이 그런 경우 중 하나였다.

말을 타고 도망치던 도중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야영지를 발견한 것이다.

당연히 너도밤나무 기사단은 이 기사 가문 출신 학생들을 환영하며 받아들였고...

...그리고 두 학생은 어떻게 야영지를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만난 김에 은화 좀 빌리면 안 되나?”

바트렉은 기사 가문 출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이라고는 없는 발언을 했다.

에인로가드의 환경이 바트렉을 변화시킨 탓이었다.

다행히 아직 지젤은 제정신이었다. 지젤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트렉을 쳐다보았다.

“평소 친분도 없는 가문의 기사한테, 자기 가문의 이름을 걸고 은화를 빌리겠다... 아주 좋은 방법이야.”

“역시 그렇지?”

“......”

지젤은 좌절했다. 그리고 기사 가문 출신으로서 어지간하면 잘 하지 않는 욕설이 지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바트렉은 당혹스러워했다.

“그, 그 정도인가?”

“왜? 아예 가문 이름을 팔고 다니겠다고 하지 그래.”

“그거랑은 좀 다르지 않...”

바트렉이 더 속을 뒤집기 전에, 천막을 열고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가 들어왔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예.”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무슨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지젤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학교 밖에 나온 이상 무조건 마을로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 의미가 있었다. 여기 계속 붙잡혀 있을 수는 없었다.

문제는 어떤 핑계를 대느냐.

마을로 가겠다고 하면 여기 기사들 성격상 호위해주겠다고 쫓아올 테고, 그렇게 쫓아오는 순간 워낙 눈에 띄어서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진실을 말했다가는 기사들 성격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탈주를?’같은 반응을 보일 터.

“참. 밖에 친구분들이 와계십니다.”

“친구들이요?”

둘은 놀라워했다.

흩어지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른 탓에, 뒤늦게 여기로 찾아올 친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지?”

“그러게. 더르규 아닐까? 더르규라면 그 상황에서...”

천막 밖으로 걸어 나온 둘은 이한과 앙라고를 발견하고 동시에 굳어버렸다.

“......”

“......”

저 자식이 왜 저기 있어?

*         *         *

-여기를 조사하고 싶으시다고?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실은 제가 워다나즈 가문 출신의 이한입니다.

-...!!! 어서 들어오십시오! 다들 나와 보게!

-환영은 감사한데 꼭 그렇게 소리를 지르실 필요는...

-다들 집합!! 집합!! 아참. 내 정신 좀 봐. 나팔이 여기 있었군.

-......

너도밤나무 기사들의 환영은 솔직히 놀랍지 않았다.

저번에 만났을 때도 꽤나 호들갑 떨던 이들인 만큼 당연히 환영해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한이 놀란 건 지젤과 바트렉이 야영지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모라디. 여기 야영지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친구들을 버림패로 쓴 건가?”

“...?!”

옆에 있던 바트렉은 깜짝 놀랐다.

‘그런 거였나?!’

“그런 무의미한 짓을 왜 하는데? 시간 맞추는 게 더 어려울 텐데.”

“아. 하긴 그렇군.”

“......”

바트렉은 워다나즈를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흰 호랑이 탑 친구들 사이에 자꾸 이간질을...

“그러는 너야말로 여긴 무슨 일로 얼굴을 내민 거지? 앙라고는 왜 데리고 있는 거고?”

“아. 좀 이야기가 긴데.”

이한의 말에 지젤은 피식 웃었다.

길어봤자 얼마나 길겠나 싶었던 것이다.

“길어도 상관없을 테니까 말할 수 있으면 말해봐.”

“그래. 워다나즈. 이상한 핑계대지 말고!”

이한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던 일들을 최대한 간단하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생각보다 길었다.

“그... 그렇군.”

“......”

둘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저 뒤에 마법사들과 모험가들이 돌아다녀서 ‘뭐지?’ 싶었는데...

“잠깐. 워다나즈.”

지젤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물었다.

“지금 너도 몰래 밖에 나온 상황일 텐데. 이렇게 일을 키워도 되는 거 맞아?”

“모라디. 워다나즈가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부분에서는 철저한 새ㄲ... 아니, 철저한 녀석이야.”

“음. 나도 지금 걱정 중이긴 해.”

“......”

바트렉은 다시 워다나즈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진짜!

“그렇다고 저기 마법사들이 싸우는 걸 내버려둘 순 없잖나. 참. 여기 기사들이 정말 에인로가드를 방문하는 거 맞나?”

“맞아. 용케 허가를 구한 모양이더라고. 잘됐네.”

지젤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너도밤나무 기사단은 무력은 조금 부족해도 다른 장점들이 있는 기사단.

참가하는 가문들의 이름을 생각해봤을 때, 친목을 다져두면 훗날 제국의 안건에 개입하거나 필요한 이권이 있을 때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쉬워졌다.

게다가 저번에 있었던 일을 보면 이한은 모임의 일개 참가자가 아닌 그 날 모임의 주연 손님.

이한의 얼굴이 슬픔과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 속마음도 모르고 지젤은 다시 말했다.

“네가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 하더라도, 기사 가문의 모임에 초대받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속을 죽어라 긁어대는 지젤의 도발에 이한은 분노했다.

그냥 넘어가주려고 해도 이건 참을 수가 없었다.

“기사님.”

“예?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여기 제 친구들도 모임에 같이 참가할 수 있습니까?”

“으음! 그건...”

기사는 머뭇거렸다.

물론 다른 학생들의 자격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여기 있는 다른 학생들은 모두 흰 호랑이 탑 출신. 이름 있는 기사 가문 출신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기사단의 모임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가문만 된다고 참가가 가능했다면 꼬마들도 모임에 참가하고 있을 테니까.

이한이야 저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손님으로 초대받은 거라지만, 다른 이들은 굳이 격을 따지자면 아직 수련기사 정도.

기사들의 모임에 괜히 데리고 갔다가는 서로 불편해질 수 있었다.

이한은 상대의 머뭇거림을 읽어냈지만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절대 혼자 가지 않겠다.’

반드시 여기 있는 흰 호랑이 탑 놈들을 물귀신처럼 끌고 가겠다는 집념으로, 이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아무래도 마법사 가문 출신이다 보니, 기사들 모임에 혼자 참석하는 것에 자신이 없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같이 가준다면 긴장이 풀릴 것 같은데...”

“???”

앙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한 친구가 누군진 몰라도 자신은 아니었다.

바트렉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찬가지로 자신은 아니었다.

둘은 고개를 돌리더니 지젤을 쳐다보았다. 지젤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눈깔 파내기 전에 돌려.”

“아, 아니.”

“그, 그냥 혹시나 싶어서... 워다나즈 놈의 헛소리였구나.”

기사는 이한의 부탁에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좋습니다! 신세를 진 분을 초대하는데 그런 편의도 봐주지 못한다면 기사로서의 이름이 우스울 뿐! 제가 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이한은 약한 척을 하며 고마워했다. 기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잠깐.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은 검술도 기사 못지않다고 들었는데...?’

어라?

기사가 혼란스러워하며 돌아가고 나자, 이한은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축하한다. 너희들도 같이 가게 됐군.”

“워, 워다나즈...”

“고맙다.”

“...무슨 생각인데? 왜 이런 짓을?”

셋의 반응에 이한은 멈칫했다.

예상했던 반응과 달랐던 것이다.

‘뭐지? 허세인가?’

“고맙다고?”

“어? 어. 그야...”

“학기 도중에 밖에 나가서, 다른 쓸만한 물건은 챙기지도 못하고, 기사들하고 쓸데없는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와야 하는데? 과제도 밀리고 공부도 밀릴 텐데?”

“...쓸데없진 않아 이 자식아!”

“기사 가문 모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이 발끈했지만 이한은 무시했다.

“지금은 아닌 척 해도 나중에 갈 때가 되면 본심이 드러나겠지. 그래. 계속 기분 좋은 척 해라.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

이한이 돌아서서 걸어가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매우 혼란에 빠졌다.

“저 자식 대체 왜 우리까지 데리고 가는 건데?”

“쑥스러워서 저러는 거 아닌가?”

“모라디.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지젤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지젤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대체 왜 그들까지 초대를?

*         *         *

사악한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을 단호하게 응징하고 돌아오는 이한을 부른 건 마법사들이었다.

“워다나즈 님. 성과가 있습니다! 마력의 근원을 찾았습니다!”

“오...! 잘 됐습니다!”

이한은 금화가 짤랑이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여기 샘이 보이십니까? 이 샘 아래쪽에 계(界) 중첩 현상이 일어난 게 분명합니다.”

“과연.”

샘 주변에 충돌 현상이 일어나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주변에 흘러나갔고, 그 마력이 숲을 타고 돌면서 기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면 이 샘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

이한의 질문에 마법사들은 잠깐만 기다려보라는 듯이 웃으면서 계산에 돌입했다.

그리고는 얼굴이 굳었다.

“어...”

“왜 그러십니까?”

“계산해보니까 충돌이 많이 심합니다. 샘에서 곧 다른 차원의 생물들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한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에인로가드 근처인 만큼 교수들한테 말해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얼마나 남았죠?”

“30...”

“30일이면 뭐 어렵진 않은...”

“...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잠깐만 다시 계산을...”

이한의 얼굴도 마법사들처럼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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