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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19화 (419/687)

419화

다른 차원의 침범 현상이 위험한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으로 봤을 때 중첩이나 충돌이 일어났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고...

혹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올 수도 있었다.

제국의 마법사들이 맡은 주요 임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자연현상을 미리 확인하고 예방하는 것이었다.

운 좋게 미리 막으면 상황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지만 만약 놓친다면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현실을 어떻게 잠식할지 몰랐으니까.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지금 상황은 어느 정도 운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터지기 전에 찾아냈으니까.

시간 여유가 더 넉넉했다면 아예 닫아버리거나 충돌을 해소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고...

“일단 준비부터 합시다!”

“잠, 잠깐. 틀렸을 수도 있...”

“제가 에인로가드에서 배웠는데, 보통 불길한 계산은 안 틀립니다. 여러분들의 실력을 믿으십시오!”

“워다나즈 님...”

흑마법사들이 살짝 뭉클한 표정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초조해 죽겠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흑마법사들의 모습에 이한은 주먹이 먼저 나갈 뻔한 걸 참아야했다.

‘에인로가드였으면 뒤통수나 정강이 중 한 대는 맞았다.’

“하필이면 충돌이라니. 일시적인 마력 고임 현상일 줄 알았는데.”

“소환 준비하겠습니다.”

소환 마법사들의 모임이었던 만큼, 마법사들은 각종 전력들을 소환해 사태에 대비하려고 했다.

이한은 그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잠깐. 잠깐. 여러분. 뭔가 잊고 있는 게 있지 않으십니까?”

“예?”

“아!”

흑마법사 한 명이 씩 웃으며 이한을 쳐다보았다.

“같이 준비하시겠다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여기 기사들 있잖습니까.”

마법사들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아’하고 놀라워했다.

이한은 제국의 관료들이 마법사와 기사들 사이를 관리하느라 얼마나 골치 아플지 상상이 갔다.

“하지만 괜히 멍청이들하고 같이 손발을 맞추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멍청이들이 아니라 기사들입니다. 그리고 기사단 야영지인 만큼 당연히 이야기는 전달해야지 않겠습니까! 제가 전하겠습니다.”

*         *         *

“하지만 괜히 마법사들하고 같이 손발을 맞추면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

정확히 마법사들이 했던 말을 기사들이 똑같이 반복하자 이한은 어이가 없었다.

“아. 물론 워다나즈 님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워다나즈 님은 기사 가문 출신이시니까...”

“어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아, 아차. 다른 학생분들하고 워낙 친하셔서 착각했군.”

너도밤나무 기사단의 기사는 이한과 흰 호랑이 탑 학생들 모두를 열받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선보였다.

“여기 오신 마법사 분들은 일반적인 마법사들과는 다릅니다. 기사분들을 존경하고 존중할 줄 아는 분들이죠. 지금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마법사 분들이 뭐라고 말씀하신지 아십니까? ‘불행 중 다행이다! 든든한 기사들이 옆에 있어서!’”

“?”

“???”

흰 호랑이 탑 친구들은 미친놈 보듯이 이한을 쳐다보았지만, 기사단의 기사들은 그 말에 흐뭇해져서 코밑을 쓱 훔쳤다.

“뭐... 그 정도는 아니긴 한데...”

“언제나 적들이 나타났을 때 마법사를 지켜주는 건 기사 아니었습니까? 약자의 방패이자 제국의 방패시며 문명의 방패기도 한...”

1분 후.

기사들은 행복한 얼굴로 각자 전투 준비를 하기 위해 뛰어갔다.

그리고 기사들이 사라지자마자 이한은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며 냉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귀찮은 사람들 같으니.”

“......”

“......”

“그런데 모라디. 너도밤나무 기사단은 그... 있잖나.”

“?”

지젤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한은 주변에 듣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속삭였다.

“실력. 실력 괜찮나?”

“아.”

지젤은 무슨 소린지 바로 이해했다.

하긴 백양목 기사단 같은 실전파 기사들을 보다가 너도밤나무 기사단을 보면 ‘대체 이건 기사인가 귀족인가’하고 헷갈릴 수도 있었다.

“이 정도는 충분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기사거든.”

“...그거 말고 다른 믿음직스러운 이유는 없고?”

“야, 이 자식아! 기사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발끈했지만 지젤은 넘치도록 이해했다.

‘어쩌면 기사라고 무조건 믿어주던 현 상황이 이상한 걸지도 모르지.’

“하나 더 있어. 부단장이 여기 와있거든. 장클린 가문의 장클리프인데 명성 있는 기사야.”

“그... 어떤 의미의 명성이지?”

“...검 잘 휘두르는 명성 이 자식아.”

지젤도 참다 참다 험한 소리가 나왔다.

기사를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이한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단장 정도쯤 되면 그래도 실력 있는 기사인가보군.’

“그런데 부단장은 어디 있지?”

“...어딘가 있겠지. 설마.”

“?”

지젤이 초조한 표정을 드러내자 이한은 의아해하며 옆을 지나가던 기사를 불렀다.

“부단장님 어디 계십니까?”

“부단장님은 필로네 마을에 잠깐 인사차 방문하시겠다고 나가셨습니다만?”

“......”

이한은 지젤한테 해명하라는 듯이 눈빛을 돌렸다.

지젤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조금... 사교적이긴 해.”

“많이 사교적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군.”

*         *         *

다행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사히 격퇴에 성공했다.

양서류와 어류를 섞어놓은 것 같은, 경험 많은 모험가 기사 마법사 모두 처음 보는 몬스터가 나왔지만 견고하게 준비해놓은 포위망을 뚫지는 못했다.

소환 마법사들이 준비해놓은 소환수, 골렘, 아티팩트, 무구들이 번쩍이며 화력을 토해냈고 흑마법사들이 소환해낸 언데드들 또한 음산한 마력과 함께 맹공을 날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력이 남는 마법사들은 다른 원소 마법이나 독, 혹은 저주 마법들로 몬스터들의 발을 확실하게 묶어버렸다.

그리고 이한도 열심히 마법을...

...쓰기보다는 왔다 갔다 하기에 바빴다.

-아니! 독안개를 뿌리시는 겁니까 지금? 아무리 그래도 독은 좀... 필요없다고 전해주십시오!

-...기사님들의 명예를 모욕하게 되어서 정말로 죄송하다고, 하지만 지금 쓸 수 있는 마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이걸 쓰지 못하게 하시면 흑마법사 분들은 그냥 지팡이 들고 돌격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 그런... 알겠습니다.

기사들의 항의를 막고.

-기사 놈들 너무 방해됩니다! 자꾸 소환수 가까이 붙어서 마법 시전이 불편하고... 혹시 좀 꺼지라고 전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기사님들이 정말 죄송하다고, 고등한 학문인 마법의 수행을 방해해서 면목이 없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기사님들이 배운 기술로는 이 정도가 한계라 마법사님들의 넓은 아량을 부탁드린다고...

-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의 항의도 막고.

이한은 두 집단 사이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서로의 클레임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아야겠다!’

제국의 관직을 받더라도 절대 집단 사이를 중재하는 직책은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 이 소집단을 같이 굴리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규모가 커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니 끔찍했다.

무조건, 무조건 이런 귀찮은 일 없는 편안한 직책을 찾아야 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적게 나왔군요. 물약을 쓸 필요도 없겠습니다.”

차원이 사그라들자 전투에 참가한 이들은 서로 호의적으로 평가하며 말했다.

전투를 진행하면서 상대방이 자신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느낀 탓에 마음이 좀 풀린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있던 이한은 완전히 지쳐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다 조사하셨습니까?”

“예? 어, 그렇긴 한데...”

구본과 모험가들은 이한의 지칠 대로 지친 표정에 당황했다.

“괜찮으십...”

“아주 괜찮습니다. 그럼 의뢰는 마무리 된 것 맞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한은 보수를 정확하게 챙긴 다음 빠르게 떠날 준비를 했다.

“아니 좀 더 있다가 가시지 왜...”

“아닙니다. 참. 제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은 다들 비밀로 해주십시오.”

“어째서 말입니까?”

“아무리 겸손하셔도 그렇지, 너무 겸손하시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까지 아우성을 치자 이한은 두통이 몰려왔다.

“그...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실력이라 에인로가드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허어...”

“그런...!”

“그러면 이만!”

이한이 최대한 빨리 나가려고 하자 흰 호랑이 탑 학생들은 이해가 가지 않아 속삭였다.

“워다나즈. 물론 돌아갈 준비를 하긴 해야 하지만 아직 해도 안 졌잖아? 왜 그렇게 서두르는데?”

“...멍청한 놈들아. 차원 충돌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에인로가드에서 사람이 안 오겠냐. 빨리 빠져나가야 해.”

“...말!! 말 좀 빌려주세요!!!”

“?!”

*         *         *

이한이 서둘러 마을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아무르의 마구간을 통해 첨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사이, 해골 교장은 둥둥 날아와 야영지에 도착했다.

...이게 왜 여기에 있지?

-예. 기사단이 야영지를 차린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기사단이 왜 마을에 안 머무르고 여기에 야영지를 차렸냐는 거다.

주인의 충실한 종복인 데스 나이트는 충성스럽게 대답했다.

-에인로가드에 입장을 허락받은 이들인 만큼 최대한 빨리 도착하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제기랄. 난 이래서 후원자들이 싫다.

해골 교장은 투덜거렸다.

생각해보니 기사단 하나가 방문해서 학생들하고 교류 좀 하겠다고도 한 것 같았다.

그 놈들이 이런 구멍을 만들 줄이야.

흰 호랑이 탑 학생들 중에 안 잡힌 놈들은 아마 이쪽으로 도망쳤겠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여간 기사 놈들은 같은 기사 가문이면 무조건 편들어주는 게 문제야. 그나저나...

해골 교장은 타오르는 안광으로 야영지를 둘러보았다.

보아하니 매우 상태가 멀쩡해보였다.

별 거 아니었나보군. 알아서 잘 막은 것 같으니, 확인만 하고 잠그면 되겠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탈주한 학생들을 붙잡다가 차원 충돌의 기운이 느껴져서 날아온 해골 교장이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별로 급해보이지 않아서 안심했다.

‘하긴 급했다면 바로 연락이 왔겠지.’

문 열어라. 영주가 왔다.

“엇. 고나달테스 님!!”

?!

마법사들이 놀란 만큼 해골 교장도 깜짝 놀랐다.

축제에 참가했던 마법사들이 기사들과 같이 있었던 것이다.

자네들도 있었나?

“예!”

같이 막았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같이 막았나?!?

“그, 그게 그렇게 놀라우신 일입니까?”

그야 빌어먹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지! 자네들이 기사들하고 협력을 했다고?? 아니, 그렇게 협력을 잘 할 줄 알면 왜 축제 때 주의하라고 했던 사항들은 그렇게 지랄맞게 어겼나?!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혹, 혹시 화나셨습니까?”

화 안 났네. 그냥 신기할 뿐이지.

해골 교장은 정말로 신기해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마법사들은 전형적으로 사회성이라고는 없는 놈들로, 기사 가문에 투자 받으러 가서 ‘머리 나쁘셔서 이해 못하실 테지만 투자 좀 해주시죠’라고 할 놈들이었다.

물론 기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두 놈들이 서로 협력해서 막아내다니.

혹시 제국을 멸망시킬 존재라도 나오려고 했나?

“아닙니다.”

정말 신기하군... 정말 신기해.

해골 교장은 일단 상황부터 마저 확인했다. 마법사들이 알아서 뒤처리를 끝내놨고, 나왔던 존재들은 전부 처치했으며, 딱히 다치거나 한 사람도 없었다.

그냥 명목상 협력한 게 아니라 제대로 손발을 맞춰 협력한 게 분명했다.

해골 교장의 안광이 뱅글뱅글 돌았다.

정말 신기하군...

-주인님. 학생들도 찾으셔야 합니다.

아. 그랬지. 여기 혹시 학생들 본 적 있나?

“예?”

별 건 아니고... 학생들한테 급하게 전할 소식이 있어서 말이야. 혹시 학생들이 숨겨달라고 했나? 걱정하지 말게. 가끔의 일탈 정도는 나도 눈감아주거든. 정말 급한 소식만 전하고 돌아가겠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 봐라?’

해골 교장의 눈빛이 묘하게 번득였다.

보통 이 정도면 다들 대답했는데, 오늘 여기 분위기가 묘하게 수상쩍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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