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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14화 (514/687)

514화

'어떻게?!'

탁자 앞에 앉아있던 앙라고는 깜짝 놀라서 깃펜을 떨어뜨렸다.

이 종이 뭉치 아티팩트는 서로 글자를 공유하지만 누가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앙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쇠목으로 바꾸면 마법은 좀 덜 걸리겠지만 위력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향상될

거야."

"이 갑옷은 너무 불편한데, 어떻게 개선할 방법 없나?"

"참아. 이 정도는 해야 마법을 맞아도 버티지."

"하긴. 워다나즈 놈 생각하면 좀 더 두껍게 해야 할지도.”

휴게실 친구들은 앉아서 네 검이 좋니 내 검이 좋니 떠들거나, 혹은 새로운 장비를 만

들어서 전투력을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공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까지 평소 흰 호랑이 탑 휴게실 그 자체였다.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앙라고는 워다나즈를 떠보기 위해 가짜 정보를 종이 위에 남겼다.

- 나 앙라고 아닌데?

-그래. 앙라고 아닌 놈아. 주변에 성 이악투스 축제 참가하려는 놈 있다면 다리 부러뜨

린다고 전해라. 그리고 참고로 네 다리도 부러뜨린다.

앙라고는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뭐다나즈, 난 앙라고가 아니지만 죄 없는 앙라고가 욕을 보는

게 안타깝다.

- 알파, 네가 누구인지는 뻔히 보이니까 헛소리 그만해라.

-그냥 넌 알파라고 쓰고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검은 거북이 탑 두 친구, 살코와 샤일스가 앙라고 타박했다.

-그보다 워다나즈 성 이악투스 축제는 왜 막는 거지? 이해가 안가는군.

살코의 질문에 이한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미친놈이'

왜 박겠냐?

-맞아. 뭐다나즈, 난 앙라고가 아니지만 성 이익투스 축제를 막는 건 이해가 안 가는

군, 그건 폭군 같은 짓이야!

- 네가 우리 탑에서 받는 존중과 별개로 축제 참가를 막으면 만만찮게 불만이 나올 거다. 이유라도 있나?

이한은 욕을 쓰려다가 인내했다.

- 나는 축제 참가했다가 다친 사람들 치료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다른 친구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후배, 슬슬 나가자."

"예?"

이한은 종이 뭉치를 품속에 넣고 고개를 돌렸다.

선배들이 궤짝에 든 물약과 각종 장비들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응? 축제 현장, 슬슬 축제 열기가 오르고 있잖아? 이러면 가까이서 대기하는 게 편하

거든."

이한은 무언가 말이 새어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선배들 잘못은 아니었다.

서로 미친놈처럼 돌멩이를 던져대는 다른 학생들 잘못이었지.

'그보다 아직까지 축제 열기가 오른 게 아니었다고?”

대체 여기서 열기가 오르면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

"돌멩이 거인이다!"

요새에 들이박아!"

평원에서 공성전을 펼치는 선배들을 보며 이한은 아찔해졌다.

치유실 문을 나와 본관 계단을 내려오는 그 짧은 사이에 선배들은 평원 위에 요새를 세

우고 그 요새를 공략할 거인을 만든 것이다.

꽝!

바위로 만들어진 거인은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요새에 들이박았다.

마찬가지로 돌로 된 요새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지만, 순식간에 균형을

되찾았다.

강력한 마법이 접착을 유지하며 돌들을 유지시키고 있었다.

"발사! 돌멩이 거인, 돌을 발사해라!"

요새도 슬슬 발사시켜라!"

거대한 거인과 요새가 서로에게 돌을 발사하며 사방을 박살내는 초현실적인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지만, 치유 마법 선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박을 차리고 학파의

깃발을 걸었다.

반쯤 박살난 바위 파편이 천박 쪽으로 날아왔다.

워낙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만큼 이쪽으로 돌이 튀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그래."

선배들은 익숙한지 놀라지도 않았다. 한 명이 나서서 지팡이를 휘두르자 땅에서 나무

덩쿨이 솟구치더니 돌을 붙잡아버렸다.

"누구냐?"

"저거, 푸른 용의 탑, 머리 짧은 매부리코,"

"잡았다."

치유 마법 선배들은 바로 복수에 나섰다.

방금 실수로 이쪽에 돌을 날린 학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컥컥대고 목을 잡은

채 쓰러졌다.

"갑자기 왜 이래?!"

"아, 이 멍청한 새끼! 치유 마법사들을 공격하면 어떡하냐! 데려다 줘!"

쓰러진 학생의 동료들이 재빨리 친구를 띄운 채 달려왔다.

탁!

"미안하게 됐다!"

"죽이지만 말아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쓰러진 친구를 바닥에 던진 학생들은 가볍게 사과하고 다시

축제에 참가하려고 달려갔다.

"조금 내버려뒀다가 기도폐쇄 풀어주자."

"알겠어."

옆에서 보고 있던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가 가만히 서있자, 치유 마법 선배들은 아차 싶

었다.

원래 이런 축제 상황에서 부력을 보여주는 건 반쯤 필수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축제의 열기에 휩싸인 멍청한 놈들이 치유 마법사들까지 공격할 수 있

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치유 마법사들의 사정이었고, 잘 모르는 후배가 보면 매우 층

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장면일 수도 있었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으로 모인 치유 마법사들이 대체 왜 선공을 한단 말

인가?

“저, 후배, 그게 말이다. 이게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긴 한데...”

"선배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 뭔데?"

"방금 쓰신 마법, 다른 학생들한테도 전부 쓰면 안 됩니까? 전부 다 눕혀버리면 축제

도....

선배들은 순간 후배의 제안에 살짝 흔들리는 자신을 느꼈다.

"아, 안 돼, 마력 낭비야."

"이런..."

이한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력 때문에 여기 인원들을 공격할 수 없다니.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마력을 나눠줄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애, 애들아! 도와줘!"

"젠장, 손이 놀이 됐어!"

"이 돌 좀 떼어줘!"

부상자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하자 대화할 시간도 없어졌다.

게다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복잡한 부상자들이 많아졌다.

단순한 골절상이 아닌, 돌이 신체에 딱 달라붙거나(아마 돌멩이에 누가 변환 마법을 건

모양이었다), 마법을 시전하다가 실패해서 역류하거나(허리가 통째로 돌이 된 선배도 있

었다) 등 '마법에 실패하면 이런 부작용이 있다'를 가지각색으로 보여주는 환자들이었다.

이한은 질린 얼굴로 이들을 치료하는 걸 도왔다.

복잡한 마법 치료는 불가능하더라도 선배들이 응급 치료를 끝내면 그 다음부터는 이한

이 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이 자식은 왜 땅의 정령이랑 합체를 시도해가지고!"

"원래 이런 부상이 많습니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부상이 더 기상천외해지긴 해."

필이 석화 해제 물약을 들이부으며 외쳤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마법 실력이 올라갈수록 마법사가 크게 다칠 확률도 올라갔다.

마법 실력이 아예 낮을 경우에는 실패해도 다칠 만한 위력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

도 높아지는 순간부터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스스로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마법을 배워서 이런 곳에 쓰다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맞습니다. 아주 나쁜 사람들입니다."

필과 이한의 대화에 누워 있던 학생이 신음했다.

축제에... 이기려면... 어쩔 수 없...”

"저 선배는 안 아픈 것 같은데 마취 물약 그만 드릴까요?"

이한의 말에 치유 마법 선배들은 기특해죽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고작 1학년 밖에 안 됐는데 환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쿠르르르릉!

상공에서 느껴지는 마력 변화에 이한이 가장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 후 자리에 있던 학생들 중 몇몇이 고개를 돌렸고, 조금 지나자 거의 전원이 고개를

돌렸다.

마력이 서로 부딪치고 충돌하면서 공간에 균열이 생기고, 백광(白光)을 연상시키는 빛

무리가 나타났다.

누가 봐도 심상찮은 불길함에 이한은 물었다.

"저것도 돌 던지려고 누가 소환하는 겁니까?"

"어... 아니."

“저건... 마법 너무 많이 써서 문제 생긴 건데."

치유 마법 선배들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이란 게 기본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다보니,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마법이 무질서하게 많이 시전되어서 좋을 게 없었다.

바로 지금처럼 마법 충돌로 인한 차원 균열이 생겨나는 것이다.

"전투 중지! 전투 중지!"

"축제 잠깐 멈추고 나오는 놈부터 요격해라!"

" 그만 던지라고!"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 이건 내 승리로 인정해줘야 한다!"

"헛소리 그만하고 대기해! 이거 실수로라도 놓치면 전원 징벌방 형이다!"

학생들은 돌멩이 거인이나 요새에 쓰던 마력들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서 차원 균열을

응시했다.

만약 축제를 즐기다가 실수로 다른 차원의 괴물이라도 불러와서 놓친다면 그 뒷감당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어쩌면 유례없던 대규모 징벌방 행이 열릴지도...

"여기 워다나즈 있니?!"

흑마법 학파의 코홀티가 달려오자 치유 마법 선배들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입니까, 코홀리 선배?"

"코홀티, 뭐야? 무슨 일인데?"

"어, 우리 학파 후배가 여기 있다고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던 코홀티는 이한과 눈이 마주치자 반가워했다.

"정말로 있었구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까 후배 중 하나가 여기 치유 마법사 천박에 일학년이 있다고 했다가 허언증 걸렸

냐고 욕을 엄청 먹었거든. 혹시나 싶어서."

이한은 이름 모르는 선배가 욕을 먹은 것이 살짝 미안해졌다.

"워다나즈, 부탁 좀 하자. 잠깐 나하고 같이 가줄래? 네 도움이 필요해."

"잠깐, 그게 무슨 소립니까?"

"코홀티, 지금 남의 학파 학생을 뭘로 보는 거야? 아무리 친구 사이여도 그렇지."

기본적으로 같은 학파 학생들끼리의 동지 의식은 투철한 편이었다.

특히 치유 마법처럼 고되고 인력이 부족한 학파라면 더더욱.

그런 만큼 다른 학파에서 후배를 빌려간다고 했을 때 호락호락 허락할 리가 없는 것이

다.

그러나 코홀티도 할 말은 있었다.

"흑마법 학파기도 한데.”

"아!"

치유 마법 학생들이 놀라워하자 코홀티는 인상을 찡그렸다.

"야. 너희..."

"아, 아니,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습니다. 선배."

평소 흑마법 학파가 받는 취급이 떠올라 미안해진 치유 마법 학생들은 말을 돌렸다.

"후배가 괜찮다면 우리도 괜찮아. 그런데 왜 데리고 가려는 건데?"

"어..."

코홀티가 머뭇거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마력을 좀 빌리려고..

"뭐?"

“마력을 좀 빌리려고...”

척!

자리에 있던 치유 마법 학생들 전원이 정색하고 지팡이를 뽑아서 코홀티한테 겨눴다.

코홀티는 거의 무릎을 꿇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빌고 설득해야 했다.

물론 그래도 쓰레기 같은 시선으로 코홀티를 쳐다보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

'쓰레기 같은 새끼, 앞으로 선배도 아니다 저건'

'아무리 후배의 마력이 많아도 그렇지, 자기 마력 없다고 후배를 불러??

'후배의 선량함을 악용하다니. 흑마법이 사악한 게 아니다. 저 놈의 마음이 사악한 거

지.'

"... 빨리 가자."

코홀티는 등 뒤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에 괴로워했다.

이한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거기서 묻혔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급하십니까?"

"지금 소환되는 거 보니까, 박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하겠더라고."

코홀티가 일학년 후배의 손, 아니 마력까지 빌리려고 한 건 그만큼 상황이 급해서였다.

차원 균열에서 심상치 않은 게 튀어나올 것 같은 만큼 준비를 강하게 해놔야 했던 것이

다.

"친구한테 빌린 고대 유물이 있는데, 여기 있는 언데드가 꽤 강력하거든. 근데 문제가

이게 마력 충전을 평소에 안 해놔서 지금 바로...”

"제가 하면 되는 겁니까?"

코홀티는 미안했는지 이한에게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가서 충전시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후배...!!"

코홀티는 울컥해서 이한을 켜다보았다.

대체 어쩌다 이런 후배가 흑마법 학파에 들어왔단 말인가?

"아. 참, 그..."

이런

“오늘 일은 디레트한테 비밀로 해줄 수 있겠어?"

“들, 들키면 내가 언데드가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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