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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26화 (526/687)

526화

“진짜 습격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가이난도 학생.”

가이난도의 질문에도 가르시아 교수는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에인로가드에서는 계절이 쌀쌀해지면 언데드의 습격이 좀 늘어나는 편이긴 해요. 다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엥? 처음 듣는데요?”

“야. 조용히 해.”

친구들이 가이난도의 입을 막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데 훼방놔서 좋을 게 없었다.

“읍, 너흰 흑마법도 모르면서... 읍읍!”

‘확실히 그럴듯하다.’

이한은 가르시아 교수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해골 교장의 성격상, 한 해가 끝나가면 끝나갈수록 학생들을 괴롭히지 못한 게 생각이 나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가르시아 교수의 말은 그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꼭 언데드만 있는 건 아니고 가끔은 다른 부류도 습격할 때가 있으니까, 다들 언데드만 염두에 두진 마세요.”

“......”

“......”

깃펜을 입에 물고 있던 흰 호랑이 탑 학생 한 명이 충격을 받고 깃펜을 떨어뜨렸다.

대체...?!

*         *         *

“가이난도. 도와줘.”

“맞아. 언데드 빨리 소환해줘.”

“안 돼, 이 자식들아! 내 스켈레톤이 화났잖아!”

친구들의 원성 섞인 말에 가이난도는 발끈해서 화를 냈다.

이 배은망덕한 친구들이 기껏 공들여서 소환한 스켈레톤 전사를 그렇게 역소환 시켜놓고 빨리 다시 소환해달라고 징징대고 있었던 것이다.

“소환수가 얼마나 까다로운데! 소환 마법 시간에 못 배웠냐!”

“어?”

“어라?”

놀라워하는 친구들의 반응에 가이난도는 ‘이제야 알았냐’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언데드도 그런 거였어?”

“...가려워져라! 가려워져라!”

“악! 이 멍청이가 저주를!”

가이난도가 다른 학생과 술래잡기를 하는 사이, 아산은 신기해하며 말했다.

“와. 언데드도 소환수처럼 감정이 있구나.”

“......”

요네르는 속으로 흑마법을 배우는 학생들을 동정했다.

심지어 연금술 관련해서 입을 놀린 적 있는 가이난도도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당연히 있겠지? 다른 계의 존재와 계약해서 불러온 거니까.”

“그런데 워다나즈는 언데드를 막 쓰던데?”

아산은 손가락으로 이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한은 친구들을 돕기 위해 스켈레톤 전사들을 불러내 설명하고 있었다.

-자. 여기 스켈레톤 전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 연결 부위들이 약한데...

콰직!

-워, 워다나즈. 소환수를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거야?

-어? 어. 신경 쓰지 마.

“...이한은 좀 특이한 방식이니까 신경 쓰지 마. 이한이 특이한 거야.”

요네르는 설명이 어려워지게 만든 이한을 원망하며 화제를 바꿨다.

-언데드 퇴치, 언데드 퇴치... 어? 워다나즈. 스켈레톤 전사가 그냥 무시하고 들어오는데?

-내가 억지로 시켜서 그래. 잘 됐으니까 신경쓰지 마.

-...억지로 시켜서 되는 거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다시 시전해야 하지 않아?

-아냐. 원래 되는 거야.

-???

친구들에게 언데드 상대법을 최대한 열심히 가르쳐 준 이한은 잠깐 한숨 돌리며 자리에 앉았다.

가르시아 교수가 기특해 죽겠다는 듯이 이한을 쳐다보았다.

“수고 많았어요. 이한 학생.”

“아닙니다. 교수님. 알려주신 교수님에 비교하면 저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침묵.

잠깐 두 사제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가르시아 교수는 슬쩍 호수를 쳐다보더니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자...”

“?”

“누군가 주는 식료품 상자 안을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 안에 적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

가르시아 교수의 가장 영리한 제자는 중얼거림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해골 교장은 종종 학생들에게 중요한 시험 기간이 찾아오면 간식을 뿌리곤 했었다.

물론 평범한 간식은 아니었다.

먹으면 바로 잠이 몰려오는 치명적인 간식이었으니까.

원래라면 그 사실을 안 이상 건드리지도 않아야 했는데, 학생들 또한 에인로가드의 학생인 만큼 환경에 맞서서 적응했다.

시험이 끝나고 먹거나, 중화시켜서 먹거나, 아니면 가이난도처럼 그냥 먹고 자거나 등등으로 대항한 것이다.

에인로가드에서 맛 좋은 간식은 너무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다.

해골 교장은 그걸 노리고 한 번 더 함정을 판 게 분명했다.

학생들이 상자를 받으면 휴게실 창고 안에 가져다 놓을 테니까...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한은 감사해하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어떻게 이걸 다 아시는지...”

“제 친구들은 당했었거든요.”

“......”

“저는 다행히 먹어도 멀쩡했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 그렇군요.”

딱히 걱정 안 했지만 이한은 걱정한 척 했다.

다시 침묵.

이한은 조용히 가르시아 교수의 혼잣말을 기다렸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쌓인 눈  더미 속을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

*         *         *

“교수님. 제가 닭을 길러보려고 하는데요.”

“닭을?”

파이프를 물고서 걸어오던 우레걸음 교수는 의아해했다.

이미 이한은 닭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우레걸음 교수의 닭이었지만, 오두막 옆 텃밭을 관리하면서 이한은 알아서 적당히 가져갈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건 닭이 낳는 달걀도 포함됐다.

“더 늘리려고? 관리하기 힘들지 않겠냐?”

다른 학생이라면 모를까 이한은 일을 더 늘리면 진짜 위험해질 것 같았다.

“알아서 주의해보겠습니다. 하여간 닭을 길러보려고 하는데, 이게 귀신닭이거든요.”

“컥.”

우레걸음 교수가 기침을 쿨럭였다. 연기를 잘못 마신 것이다.

“귀신닭을 붙잡은 거냐? 보통 까다로운 놈이 아닐 텐데 어떻게?”

“아. 그렇다고 가정하고요.”

“뭐야... 아직 안 잡았나.”

우레걸음 교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잡았으면 달걀이나 좀 팔라고 하려고 했는데...

하긴 생각해보니 그 까다로운 놈을 붙잡았다면 더 놀라운 일이었다.

“이 자식이 고분고분하면 왜 그런 걸까요?”

“아주머님에게 묻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아. 죄송합니다. 물어볼 게 생기니까 교수님 생각이 먼저 났습니다. 저도 참...”

이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번개걸음 교수한테 너무 계속 물어봤다가 의심을 살까봐 질문을 분산시킨 것이다.

그러나 변명이 효과적이었는지 우레걸음 교수는 기분 좋은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귀신닭은 나도 알고 있지. 놈이 고분고분하다고? 흔한 일은 아닌데... 눈의 색이 탁하거나 기력이 없거나 벼슬색이 좀 다르거나 하면 아픈 거지.”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요?”

“글쎄. 그럼 겁을 먹은 건데, 어지간해서는 겁을 안 먹거든. 사납고 성질 더러운 놈이라.”

“흠... 알겠습니다. 참. 영리하고 꾀를 잘 부리는 놈이라고 알고 있는데 잡았을 경우 도망 못 치게 할 방법이 있을까요?”

“간단하지만 위협적인 덫들을 깔아 놔라. 어차피 덫에 걸릴 놈이 아니니까, 막아두면 알아서 눈치 채고 도망치는 걸 포기할 거다.”

“과연.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한은 신선한 채소와 갓 낚은 생선들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일어났다.

우레걸음 교수는 이제 귀찮아서 뭐라고 말도 하지 않았다. 오두막에 있는 물품들을 건드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특할 지경이었다.

“거참. 버드나무 교수가 기꺼워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이한이 돌아가고 나서 우레걸음 교수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중얼거렸다.

최근에 홍수로 박살난 곳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빨리 회복이 되어 있었다.

텃밭이나 화단의 식물들을 이렇게나 빨리 자라게 하다니.

핏줄에 관련 정령의 피가 흐르거나, 특별한 체질을 갖고 태어난 마법사들이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한은 그 속도가 유독 빠르고 힘이 강했다.

산맥에 있던 정령에게 축복을 받은 건 들었지만 이건...

‘이 자식 설마 마력 흘리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우레걸음 교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이 정도 규모로 영향을 끼칠 만큼 마력을 흘리는 게 불가능할 뿐더러, 그 정도 마력을 흘리는데 이한 본인이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역시 귀신닭 이야기였다.

‘묘하게 구체적이었는데.’

우레걸음 교수도 눈치가 있었다.

이한이 저렇게 상세한 질문을 던지는데 의아해하지 않을 리 없었다.

‘역시...’

고민하던 우레걸음 교수는 확신을 가졌다.

한 가지밖에 없었다.

저 겁없는 제자가 귀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귀신닭을 잡으러 산맥을 돌아다니려는 것이다.

“쯧쯧쯧.”

우레걸음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신닭을 직접 잡는 건 너무나도 무모한 일이었다.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 제자는 참 겁이 없었다.

차라리 훔치는 게 낫지...

*         *         *

“자. 알겠지? 여기서 나오면 아주 위험하다.”

이한은 입구에 깐 덫을 귀신닭에게 보여주면서 경고했다.

확실하게 위력을 보여주려고 스켈레톤 전사를 하나 불러내서 덫에 넣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오두막 안에서 모이를 먹던 귀신닭은 멀뚱멀뚱한 눈동자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상대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자 이한은 투덜거렸다.

“저 녀석 아주 영악하군.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겠어.”

새끼 바실리스크는 꼬리를 갸웃거렸다.

딱히 귀신닭이 사납거나 살기를 뿜어내진 않았던 것이다.

그냥 길들여진 거 같은데...?

시간을 확인한 이한은 귀신닭에게 한 번 더 경고한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에 탑의 당번을 맡아야 했던 것이다.

이한은 오두막의 출입 금지 결계를 뚫고 나온 뒤 외투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고 발걸음을 옮기려 했...

‘헉.’

“......”

해 진 저녁 이후에 교수를 마주치는 것만큼 가슴 철렁한 일도 드물었다.

예지 마법 교수, 파셀레트 크라어 교수와 마주친 이한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오늘 난 밖에 나올 명분이 있는 상태다. 당황하면 더 수상하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

파셀레트 교수는 대답이 없었다.

순간 교수가 화가 났나 싶었지만, 교수는 그냥 이한에게 별 관심 없이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 마법과 관련된 일인가?’

파셀레트 교수가 다중인격인데다가 마법 중에서도 가장 난해하고 괴팍한 예지 마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건 이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저녁에 나와서 자기 세상에 빠져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당장 제자들 괴롭히려고 상자 속이나 눈 속에 언데드를 숨겨놓는 사람부터 쇠구슬을 날리는 사람도 있는데...

‘더 이상 말 걸지 말고 지나가야겠군.’

“워다나즈 님?”

이한은 놀라서 소리를 내뱉지 않도록 몸에 힘을 줘야했다.

티질링 사제가 의아해하며 뒤에 서있었다.

“티질링... 사제. 여기는 무슨 일로?”

“번개쥐를 퇴치하려면 바위질경이가 좋다고 해서 캐러 왔습니다만.”

“아.”

이한은 오늘 당번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괜히 나왔군. 그냥 내가 하려고 했는데.”

“채취하실 거면 같이 하셔야지 왜 혼자서...?”

“아, 채취가 아니라 한 번에 소탕하려고 했어. 책에서 보니까 강한 번개가 치면 나온다길래, 굴 주변에 번개 마법 날리고 한 번에 일망타진하려고...”

“......”

티질링 사제는 말도 안 되는 방법에 경악하다가 파셀레트 교수를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교수님?”

“어? 어. 교수님이시지. 집중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

같이 예지 마법을 배우는 만큼 티질링도 이한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갈...”

그 순간 파셀레트 교수가 집중을 끝내고 눈을 떴다.

교수는 이한을 발견하더니 말했다.

“내일 주신 마법은 잘 봤습니다. 교장 선생님.”

“사람 착각하신 것 같...”

“과연 훗날에 고나달테스 공께서 후계자로 고른 분 답습니다.”

“...사람 정말로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이한은 본능적으로 단호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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