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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49화 (649/687)

649화

“워... 다... 나... 즈... 한... 테... 마... 력... 회... 복... 의... 브... 로... 치... 는... 어... 떨... 까...”

“절... 대... 쓸... 모... 없... 을... 것... 같... 아... 요...”

이한의 체감으로는 5초 정도 되는 시간.

그 5초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의 말이 느리게 들렸다. 이한은 시계를 중심으로 주변 영역의 시간이 2배 가까이 빨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 마법 아티팩트라니!’

시간 마법은 공간 마법과 함께 제국 마법에서 최고 난이도로 꼽히는 마법이었다.

익히는 데에 들어가는 재능과 노력, 시전 시 소모되는 마력과 시약, 그런 모든 조건을 맞춰도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위험성 등등.

이런 수많은 단점들은 시공간 마법이 별개 학파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다못해 예지 마법도 마법사들이 모여 학파를 만들었는데, 시공간 마법은 정말 극소수의 목숨 건 천재들이 아니면 도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걸 누가 만들었지? 아니, 발도르오른 님은 대체 이걸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빠르게 생각을 넘기는 사이 5초가 끝났다.

그 순간 이한은 강한 타격을 받았다. 마치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큭!”

“마력 회복의 편지칼은?”

“그냥 마력 회복 붙은 건 절대 죽어도 쓸모없을 것 같아요.”

알시클과 요네르의 대화가 정상적으로 들려왔다. 이한은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었다.

쿵!

“모두 비켜라!”

알시클은 기겁해서 펄쩍 뛰어오르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경험 많은 선배 마법사답게 무슨 일이 일어난 지 깨달은 것이다.

무언가 잘못된 아티팩트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

“다가오지 마라! 독이나 저주일 수 있어!”

“하, 하지만... 이한한테 독이나 저주는 안 통할 텐데요?”

“......”

알시클은 지팡이를 휘둘러 방벽을 치는 와중에도 감탄했다.

확실히 절친한 친구답게 예리한 지적을 한 것이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그리고 워다나즈는 미친 마법사의 아티팩트를 너무 많이 갖고 있어!”

“미친 마법사요?”

“고나달테스 님 말이다! 내가 언젠가 고나달테스 님이 사고를 칠 줄 알았지!”

위험과 같이 살아가는 게 마법사였고, 알시클도 성과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위험을 감수하는 마법사였지만, 그런 알시클에게도 해골 교장은 좀 심한 사람이었다.

이한의 베헤목스 목걸이나 만마의 팔찌 같은 수상쩍고 흉악한 아티팩트가 언젠가 주인을 찌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 팔찌가 수상하다. 얼마나 사악한 기운이 일렁이던지!”

“시... 시간 마법.”

“뭐라고, 워다나즈? 뭐라고??”

“저 회중시계... 시간 마법이 걸려 있어서... 방금 가속됐...”

“!!!”

알시클은 이한의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

시간 마법이라니!

그 희귀성도 놀라웠고 그 마법이 걸려있던 아티팩트도 놀라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강력한 강화 마법이 각종 부작용을 불러오듯이 시간 마법 또한 그랬던 것이다.

시전자 주변의 세계를 외부 세계와 격리시키고 시간축을 뒤틀었는데, 마법이 끝나면 당연히 리바운드가 올 수밖에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 마법이라 하더라도 미리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몸이 찢겨나갈수도 있었다.

“회복 물약 갖고 와라!”

“팔찌가 수상하시다면서요!”

가이난도가 분노해서 외쳤다.

이미 눈빛은 반쯤 돌팔이를 쳐다보는 눈빛이었다.

이미 한 번 틀렸는데 두 번 틀리면 이한을 아예 죽일지도 몰랐다.

“틀릴 수도 있지! 빨리 안 갖고 와?!”

“여기요!”

“마력 회복 물약도! 여기 악마... 아니다, 골렘인가? 골렘 불러서 저택에 있는 치유 물약은 다 갖고 오라고 해라!”

“마력 회복 물약도요?!”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시간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 애송이들이!”

알시클은 이한을 눕히며 외쳤다.

시간 마법의 리바운드는 느려졌던 시간들이 돌아오면서 몰려오는 육체 부담에서 끝나지 않았다.

격리되었던 세계가 외부 세계와 충돌하면서 마법사 안의 마력도 미친듯이 폭주하는 것이다.

마법사가 자신의 마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는 걸 알시클은 잘 알았다.

‘운 좋으면 마력 고갈이고 운 나쁘면 폭발이다!’

이한의 마력을 잘 아는 알시클은 식은땀을 흘리며 지팡이를 꽉 움켜잡았다.

“워다나즈. 듣고 있냐? 지금부터 네 마력을 어떻게든...”

“후. 괜찮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

누웠던 이한이 벌떡 일어나자, 알시클은 이 천재의 멱살을 붙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         *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만큼 알시클은 정밀하게 확인에 들어갔다.

“정말 별다른 이상은 없지?”

“근육통이 조금...”

알시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는 보는 눈이 많았다. 제국 마법사들 사이에서 <후배 질투자 알시클>이나 <후배 멱살잡는 자 알시클>로 불릴 수는 없었다.

“그딴 건 이상도 아니고...”

“그게 왜 이상이 아니에요!”

가이난도는 발끈해서 외쳤다.

아까 팔찌를 의심한 것도 그렇고 이 마법사의 능력을 믿어도 될지 의심이 갔다.

“이한. 아까 못 들었지? 펭에린 님이 팔찌가 수상하다고 하셨거든? 근데 바로 말 바꾸셨다고!”

알시클은 눈사람을 불러오더니 가이난도를 공격하게 시켰다. 가이난도는 비명을 지르며 저택 밖으로 쫓겨났다.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은 펭귄 수인 마법사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그래... 근육통도 이상이긴 하지. 아마 시간 마법의 리바운드일 거다.”

“아하. 강화 마법 중에 육체 보호 과정을 빼버린 마법들이 통증을 주는 것처럼 말입니까?”

“그렇지. 훨씬 더 고등한 마법이긴 하지만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아.”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리바운드가 그리 크지 않군요. 마도서에서 읽었던 시간 마법은 훨씬 더 위험해 보였습니다만.”

“......”

알시클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저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눈사람을 해치운 가이난도에게 눈덩이를 연발로 쏘아 갈겼다.

분노를 토해내고 돌아온 알시클의 얼굴은 한결 침착해져있었다.

“훨씬 더 위험한 게 맞다. 내 생각에 네 리바운드가 크지 않았던 건 첫째, 마법의 시간이 짧고 그 강도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둘째, 네가 어지간한 기사 수준으로 몸을 단련해놨기 때문에. 셋째, 네 마력이 아주 많기 때문이야.”

“마법의 시간이 짧고 그 강도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난 거군요.”

“...야, 첫째랑 둘째는 그냥 잊어버려라. 내가 보기에는 셋째가 제일 크다.”

“?!”

후배가 자꾸 헛소리를 해대자 짜증난 알시클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자. 봐라. 여기 눈송이가 있지. 창문을 닫아뒀다가 열면 눈송이는 바로 바람에 날아간다. 하지만 이 커다란 탁자는? 가만히 있지. 네가 이 탁자란 거야. 알겠어?”

“예. 그런데 왜 화가 나셨...”

“안 났어!”

알시클의 외침에 요네르와 닐리아가 소곤거렸다.

“가이난도 때문 같아.”

“그치? 아까 틀리신 게 자존심 상하셨나봐.”

“......”

더 이야기해봤자 자기 체면만 구길 것 같아서 알시클은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마을에서 이런 아티팩트를 샀다고? 그것도 심지어 중고로 싸게 파는 가게에서?”

“네. 제 생각에는 발도르오른 님이 알고서 추천해주신 것 같기도...”

이한은 학교 근처 마을에 있는 발도르오른이 이 시계를 어떻게 추천해줬는지 설명했다.

알시클은 흥미로워하며 경청했다.

“그럴 수 있지.”

“편지라도 보내서 무슨 뜻이었는지 물어볼까요?”

“별로 쓸모는 없을걸? 나였어도 대답해주지 않을 거야. 기껏 후배한테 가르침을 던져놨는데 혼자 풀지 않고 바로 물어보다니. 오히려 괘씸해할 걸.”

‘마법사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한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알시클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나름대로 뜻을 담아서 추천해줬는데 혼자 풀지 않고 물어보면 얼마나 게을러 보이겠는가.

“그리고 무슨 뜻이었는지는 나도 알겠는데. 시간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니까, 시간 마법을 연구해보란 거겠지.”

“그건 너무 확대해석 아닙니까? 고작 1학년을 마친 학생한테 시간 마법을?”

“음. 네 말이 맞아. 워다나즈. 1학년 학생이 영역 지배를 구현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야. 그렇지?”

“...정말 화나신 거 아니죠?”

“화 안 났다고.”

이한은 오늘 저녁은 특별히 신경을 써서 정어리 요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난 그보다 이 아티팩트를 만든 게 누구인지 궁금한데. 탈진기를 건드렸을 때 발동됐다고 했지? 성격이 아주 괴팍한 마법사가 분명해.”

보통 아티팩트는 ‘나는 아티팩트요’라고 티가 나게 만들었다.

멋모르고 만졌다가 마법이라도 잘못 발동되면 시전자가 크게 다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회중시계는 상당히 괴팍하고 악의적인 의도가 느껴졌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 마법도 없는 평범한 물건인데, 깊숙하게 탐색해 들어가면 비밀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밀은 시전자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는 마법이었고!

세간에서는 보통 이런 아티팩트를 저주받은 아티팩트라고 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이한은 알시클의 말에 공감했다.

저런 식의 함정형 아티팩트라니.

“교장 선생님이 만드신 거 아닐까요? 학교 근처의 골동품점이었고, 또 이런 걸 다루실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모든 불운을 다 고나달테스 님 탓하고는 싶지 않은데, 솔직히 의심가는 게 사실이긴 해. 에인로가드에서 시간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몇 안 되거든. 고나달테스 님하고, 가르시아 교수하고...”

“아. 교수님은 들어본 거 같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가르시아 교수의 원래 분야는 시공간 마법 연구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괜히 에인로가드의 전 학파를 수강한 괴인이 아니었다.

‘교수님께서도 젊었을 적에는 좀 정신이 나가셨던 걸지도 몰라. 어떻게 사람이 전 학파를 수강할 수가 있지?’

이한이야 강제로 끌려갔다지만 가르시아 교수는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광인이나 할 짓이었다.

“배그렉도.”

“어, 배그렉 교수님도 시간 마법 쓸 줄 아십니까?”

“그런데 배그렉은 아닐 거야. 걔는 전투용으로 축약해서 쓰는 정도라서.”

“아닙니다. 배그렉 교수님이 만들어서 밖에다가 배치해 놓은 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제가 이걸 발견할 때를 대비해서 말입니다.”

“...배그렉이 혹시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냐?”

볼라디 교수를 해골 교장보다 더 의심하는 이한의 모습에 알시클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심지어 저 근거라는 것도 미친 음모론 수준 아닌가.

“잠깐. 이거 열린 것 같은데.”

회중시계는 뚜껑 없이 바늘 위로 유리가 덮인 형태였지만, 지금 보니 뒷면이 열려 있었다.

원래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던 뒷면이었기에 마법이 시전되면서 열린 게 분명했다. 이한은 조심스럽게 뒷면을 열었다.

축하한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후배여. 이걸 읽고 있다면 너는 위대한 마법을 경험한 뒤겠지.

이 시계에 각인된 마법을 익힌다면 날 찾아와라. 그러면 마땅히 비전을 알려주겠다!

-위대한 선배가

‘고나달테스 님이 아닌가?’

알시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아하니 에인로가드 학생 같았다. 이렇게 되면 해골 교장은 용의선상에서 멀어지게 됐다.

아니면 혹시 해골 교장이 음험하게 에인로가드 선배인 척 한 것일까?

“흠. 역시 배그렉 교수님 아닐까요?”

“...워다나즈. 내가 배그렉하고 친하진 않지만, 배그렉은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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