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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56화 (656/687)

656화

바시우는 친구를 재촉했다.

저 마법밖에 모르는 오만한 황자를 계속 상대해봤자 그들만 불리해질 것 같았다.

“잉센. 준비해 온 마법을 꺼내자.”

“누구한테? 저 황자한테?”

“...황, 황자만 빼고.”

바시우는 수치스러움을 참고 말했다.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황자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건 잉센도 마찬가지였다.

‘분하다. 두고 보자!’

잉센은 발드로가드로 돌아가면 반드시 마법을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치열하게, 일주일에 이틀 정도 공부해서 반드시 저 오만한 황자를 꺾어주고 말리라.

“저 워다나즈 가문은 어때. 친절해 보이는데.”

“워다나즈 가문이라면 마법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긴 하지.”

둘도 자존심이 있는 만큼 아무한테나 마법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가문의 이름도 있고, 무엇보다 친절해서 ‘마법이란 무엇인가?’같은 진지한 대화가 통할 것 같은 상대.

그게 바로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이었다.

“저. 워다나즈 가문의 이한 님.”

“?”

가이난도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이한은 다른 친구들한테 대신 입 좀 막고 있으라고 눈짓한 다음 돌아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마법을 하나 준비해왔습니다... 한 번 봐주셨으면 합니다.”

잉센이나 바시우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둘의 태도는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매우 공손해져 있었다.

저택의 정문을 통과할 때 ‘상대의 자존심을 꺾어주고 말겠다’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깨닫진 못해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에인로가드의 마법사들은 그들이 이제까지 만났던 발드로가드 마법사들과 무언가 다르다고!

“마법이요? 보여주시죠.”

이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발드로가드 놈들한테 지지 마라!’라고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가이난도의 도발은 조금 심했다.

덕분에 이한은 살짝 친절해진 상태였다.

‘적당히 달래줘야겠군.’

상대가 어떤 마법을 쓰던 칭찬을 해줄 각오를 다지며, 이한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잉센은 용기를 얻었다.

아까 그 무례한 황자와 달리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는 소문과 달리 귀족다운 예의를 갖고 있었다.

“음! 그러면 해보겠습니다. 먼저 여기, 노송나무의 겉껍질을 둡니다. 그리고 여기, 강옥(鋼玉)의 가루를 둡니다. 그런 다음...”

“아하. 화금조(火禽鳥)를 소환하려고 하시는군요.”

이한은 가식적인 미소로 칭찬했다.

화금조 소환은 2서클 소환 마법으로 제법 난이도가 있는 마법이었다.

기본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순도 높은 루비의 가루를 시약으로 써야한다는 점이 이한 같은 마법사에게는 금지된 마법보다 더 난이도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걸 감수한다면 제법 괜찮은 마법이었다. 별다른 계약 없이 마법사를 돕는 화금조를 부를 수 있었으니까.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잉센은 당황했다.

원래 계획은 화금조를 소환한 다음 상상도 못한 에인로가드 학생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것이었다.

시약만 봐서는 무슨 마법인지 알기 어렵고, 화금조의 화려한 겉모습은 남들을 놀라게 하기 좋았기에 열심히 준비해왔는데...

...상대는 시작도 하기 전에 무슨 마법인지 알아차렸다.

“좋은 마법이지만 사실 노송나무의 겉껍질이나 강옥 가루는 같이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둘 다 강력한 시약이지만 상성이 좋지 않아서 충돌을 일으키거든요. 여기 마법진도 틀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오차가 있으면 시전 속도가 느려지고 효과가 약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

알아채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한은 친절하게 잉센의 마법을 하나씩 지적해주기 시작했다.

들을 때마다 잉센의 눈빛이 흔들리고 표정이 창백해졌지만 이한은 마법에 집중하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잠깐. 이 가루는 뭘로 만든 겁니까?”

“세.. 세공사가 만든 걸 직접 샀습니다만...”

“그러시면 안 됩니다. 마법사가 직접 갈았어야죠. 게으름은 마법의 적입니다.”

“별, 별 차이 없지 않습니까?”

“별 차이가 없다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한은 어이없어하며 보석 가루를 챙겼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미세하게 갈았다.

“화금조여, 현현해서 보호하라!”

화르륵!

가루를 뿌리고 주문을 외우자마자 바로 불로 된 새가 허공을 찢고 나타났다.

자신보다 몇 배는 빠른 시전 속도에, 훨씬 더 강력한 소환수를 본 잉센은 눈만 깜박였다.

어떻게?!

“자. 이게 세심하게 직접 간 시약을 쓴 마법이고. 세공사가 대충 간 시약을 써보겠습니다.”

이한은 다시 한 번 가루를 뿌리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불로 된 새가 한 마리 더 나타났다.

“?”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

뒤에서 보고 있던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화금조 사이에서 큰 차이가 안 느껴졌던 것이다.

둘 다 마력을 넘치게 받은 덕분에 아주 기운이 넘쳤다.

이한은 친구들의 반응에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잘 보라고. 이쪽은 훨씬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데 이쪽은 움직임이 둔하고 버벅거리잖아. 마력에 속지 말고 안에 담긴 세밀한 움직임을 관찰할 줄 알아야지.”

“......”

‘진짜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

친구들은 저 두 화금조 사이에서 ‘순도 높은 마력은 시약의 품질을 뛰어넘을 수 있다’같은 교훈밖에 느낄 수 없었다.

이한이 마력을 불어넣으니 시약 차이는 별로 티도 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충격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해진 잉센은 두 화금조가 별 차이가 없다고 따지지 못했다. 그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명심하겠습니다.”

“자. 여기 마법진도 보십시오.”

‘끝이 아니었어?!’

이한의 지적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잉센의 마법진을 지적했다.

“여기 있는 이 도형은 왜 있는 겁니까?”

“책, 책에 나와 있어서...”

“그런 식으로 하시면 어떡합니까. 이해를 하고 따라 그려야죠. 이건 주변의 마력을 포집하는 목적의 마법진입니다. 시약으로 마력이 충분할 경우에는 오히려 마력이 남아서 충돌을 일으킬 뿐.”

“그... 그런... 몰랐습니다.”

“모르면 어떡합니까!”

이한은 습관대로 외쳤다.

옆에 있던 가이난도가 본능적으로 자세를 고쳤다. 자기 자신한테 한 말이 아닌데도 몸이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차. 죄송합니다. 순간 습관이... 하하. 모를 수도 있지요. 지금부터 배우면 됩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한이 사과했다. 그러나 잉센은 완전히 얼어붙은 뒤였다.

“해보십시오.”

“네?”

“화금조 소환 말입니다. 하려고 하셨잖습니까.”

“어, 그, 괜찮은 거 같습니다...”

잉센은 물론이고 바시우까지 고개를 빠르게 내저었다.

지금 분위기에서 화금조를 소환해봤자 무슨 실력 자랑이 되겠는가.

둘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마법을 시전하면 방금까지 당한 망신보다 더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무슨 소리를. 이렇게 시약까지 준비하셔놓고 왜 안 하려는 겁니까? 빨리 하십시오. 시약이 아깝지도 않습니까?”

“그게...”

“빨리!”

이한은 엄하게 다그쳤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엄격한 눈빛이었다.

완전히 겁먹은 잉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팡이를 들었다.

“화, 화, 화금조...”

“주문을 영창할 때에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또랑또랑하게 외치십시오.”

“화금조...”

“동작 같이. 동작 같이 하십시오. 주문하고 따로 놀고 있잖습니까. 시선은 앞으로. 집중. 집중. 집중! 집중하라고 했습니다! 자꾸 실패하잖습니까!”

이한은 발드로가드 학생들의 마법을 성공시켜서 달래주기 위해 혹독하게 재촉했다.

원래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에인로가드 식 교육을 받자 잉센과 바시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옆에서 존댓말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워다나즈 가문의 소년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마, 마력이 부족...”

“아직 안 부족합니다. 다시!”

“이 정도면 괜찮...”

“방금 한 박자 늦었습니다. 다시!”

지독하게 시달리는 학생들을 본 가이난도는 질린 눈빛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와, 발드로가드 놈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될 줄이야...”

친구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화륵!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잉센은 화금조를 불러냈다.

앙증맞은 불의 새가 잉센 주변을 비틀거리며 맴돌았다. 마치 주인처럼 피곤하고 지친 것 같았다.

“다들 박수.”

“...와! 대단해!!”

이한의 지시에 친구들은 일사불란하게 박수를 개시했다. 닐리아는 급히 졸고 있던 시아나를 깨웠다.

“감사합니다...”

잉센과 바시우는 식은땀을 흠뻑 흘린 채 감사인사를 했다.

박수를 받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그냥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다른 마법도 준비했습니까?”

“예.”

바시우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는 기겁했다.

‘아차!’

“오. 그것도 보도록 하죠.”

잉센은 친구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발드로가드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살의였다.

“대단한 마법이 아닌...”

“빨리 꺼내보십시오.”

“볼품없는 마법이라...”

잉센은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이란 게 생각보다 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존심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거였다.

그러나 이한은 잉센의 말을 무시하고 갖고 온 시약주머니를 수색했다.

“아하. 화염 장벽 소환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군요.”

“...크흑!”

순식간에 마법을 들켜버리자 잉센은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왜 우십니까?”

“으흑. 으흑흑! 으흑흑흑!”

이한은 잉센과 바시우가 엉엉 울기 시작하자 놀랐다.

“왜 우는 거지?”

“속지 마. 이한. 꾀병이야. 나도 공부하기 싫을 때 저래.”

가이난도는 냉정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아직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잠깐 쉬게 해주죠? 제가 차라도 타올게요.”

“여기, 원기 회복의 물약을 조금 드리자.”

친구들의 반응에 가이난도는 투덜거렸다.

공부하기 싫다고 우는 놈들을 봐줘야 한다니.

‘저런 눈물에 속으면 안 되는데.’

“으흑흑. 마법을... 마법을 잘 쓰려고 했는데...”

“저런. 마법을 잘 쓰고 싶으셨군요.”

이한은 일단 달랬다.

“그런데 계속 실수만 나오고... 완성한 마법도 그렇게 대단한 거 같지 않고...”

“그럼 더 연습을 하셔야죠. 울지 말고.”

“이한. 잠깐 나가있을래?”

친구들은 이한을 잠깐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한이 옆에 계속 있으면 발드로가드 학생 둘의 정신이 붕괴할지도 몰랐다.

*         *         *

이한이 30분 정도 밖에 있다가 돌아오자 잉센과 바시우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정신을 차렸다.

“죄, 죄송합니다. 이런 추태를...”

“그럴 수도 있죠.”

“아. 어느 가문 출신이십니까?”

“북부 산맥 그림자 순찰대 출신인데요.”

닐리아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잉센은 깜짝 놀랐다.

“죄, 죄송합니다. 귀족 가문 출신인 줄...”

‘재수없네 이 자식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재수없네요 저 사람들.”

시아나는 그냥 중얼거렸다. 이한은 깜짝 놀랐다.

“속마음이 튀어나온 건가?”

“네? 어, 아뇨. 자기들이 들어봤자 뭐 어쩌겠나 싶어서...”

“......”

불사조 탑 사제 친구들이 이상하게 성격이 좀 거칠어진 것 같았지만, 이한은 기분 탓일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닐리아. 우리도 마법을 보여주자.”

“어?”

“저쪽이 보여줬으니 이쪽도 보여줘야지.”

“워다나즈 네가 하는 게 낫지 않아?”

닐리아는 뺨을 긁적였다.

이런 건 학년 수석이 하는 게 낫지 닐리아가 하다 실수라도 하면 학교 망신이었다.

“아냐. 난 널 믿어.”

“...좋아. 한 번 해볼까?”

친구의 신뢰에 닐리아는 씩 웃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내밀었다.

“여기에 강화 마법부터 걸어봐.”

“...잠, 잠깐만.”

누굴 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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