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27화 (27/925)

8. 생일빵과 덤 (3)

맹효돈은 창밖으로 뛰어내리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부반장 망할 새끼!’

옥상에는 웅족의 권속 추격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창문을 깬 순간, 수십 마리의 에너미가 명령을 받고 맹효돈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에너미가 접근하면 플레이어SAT-K가 반응을 하는 게 당연한데 협회 위성은 언제나 무반응이었다.

‘한 마리 잡다가도 뒤질 뻔했는데!’

추격대는 맹효돈이 파이트 클럽에서 수십 번 맞붙어 온 그 에너미들과 동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는 에너미와 싸우다 몇 번이나 출혈 과다로 인한 쇼크로 죽을 뻔했다.

회복 아이템으로 다시 낫긴 했지만 아이템에 책정된 가격은 시가에 비해 몇 배나 높아 큰 빚을 지게 되었다.

그 결과 맹효돈은 더 위험한 경기를 해야 했고, 다시 빚은 늘어 갔다.

그는 점점 더 수렁에 빠져 들어갔다.

“젠장!”

에너미 하나가 맹효돈의 팔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굴러서 간신히 피했지만 이래서야 뛸 수 없었다.

어느새 그는 포위되어 있었다.

“뭐냐고······.”

에너미들은 바로 맹효돈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한참을 그륵그륵 울며 맹효돈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참한 처지의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갖고 놀 생각이냐, 에너미 새끼들아!”

콰르릉!

맹효돈의 절규가 천둥소리와 섞여 밤거리에 울렸다.

‘몇 마리는 죽이고 잡혀 주마.’

맹효돈은 그렇게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절체절명,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질 때였다.

파파팟!

어디선가 수십 발의 빛의 화살이 날아왔다.

모든 화살들은 에너미의 다리를 꿰어 그대로 지면과 고정시켜 버렸다.

마치 맹효돈을 보호하는 것처럼.

‘대체 어디서······!’

화살이 날아온 곳은 은광고의 교문 쪽이었다.

‘······이 빗속에서, 이 어둠 속에서, 강풍을 뚫고 수십 발을 명중시켰다고?’

거리는 칠흑처럼 어두웠고, 피부가 아플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데다 가로수가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무리 이능을 잘 다룬다 해도 말도 안 되는 솜씨다.

의문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은광고 교문, 정문으로 달려]

그 의문과 함께 떠오른 건 부반장이 해 준 말이었다.

꼰대로 변장한 부반장 조의신의 목소리가 귓속에서 맴돌았다.

맹효돈은 다시 일어나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파팟, 팟!

우워어어어, 우웍!

맹효돈이 달리는 동안 빛의 화살은 끊임없이 에너미를 향해 쏟아졌다.

비, 바람, 번개가 마치 없는 것처럼 이능을 머금은 빛의 화살은 진족의 권속을 정확히 꿰뚫어 갔다.

화살의 피격음.

에너미가 울부짖는 소리.

빗소리에 섞인 그 소리들이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만큼 크게 들렸다.

쿵, 쿵.

수십 발을 맞아 바늘꽂이처럼 변한 에너미들이 쓰러졌다.

경상인 에너미도 발이 부상당하는 바람에 맹효돈을 앞지르지 못했다.

더 이상 진족의 권속은 그의 도주를 방해하지 못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지옥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설마, 설마 정말로······.’

불완전한 시야 너머 저 멀리 은광고 교문 정문이 보였다.

폭풍우 속에서도 은은하게 조명을 밝힌 새하얀 은광고의 시계탑이 보였다.

그 시계탑 위에 빛나는 화살을 쏘는 궁사가 서 있었다.

“여기까지 뛰어와라, 맹효돈!”

검은 우비의 궁사가 맹효돈을 향해 외쳤다.

그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 전력 질주했다.

마침내 은광고 교문의 경계를 넘어섰다.

파아아앗!

은광고의 학생인 맹효돈은 교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지만 에너미는 은광고의 결계에 막혀 교문을 통과할 수 없었다.

검은 우비의 궁사는 결계의 효과로 경직된 에너미의 숨통을 순식간에 끊어 버렸다.

우워어어…….

마지막 에너미가 쓰러진 후.

검은 우비의 궁사는 시계탑 아래로 사뿐히 착지해 맹효돈을 향해 걸어왔다.

맹효돈은 힘이 풀려 물웅덩이 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학교에 왔어······. 은광고 교내에 들어 왔어······!’

안심감이 차올랐다.

정말로 오랜만에 맹효돈은 안심했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감각이었다.

“조의신한테 얘기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맹효돈은 알아챘다.

이 검은 우비의 궁사가 자신의 담임, 부반장이 말했던 1학년 0반의 담임 함근형이라는 걸.

“맹효돈, 이게 첫 등교구나.”

함근형은 은광고의 교표가 새겨진 검은 우비를 벗어 맹효돈에게 덮어 줬다.

맹효돈은 우비에 감싸지고도 얼굴 위로 계속 비가 내리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 부반장 조의신이 한 말이 떠올랐다.

[나만 온 게 아니야. 나 말고도 담임이신 함근형 선생님도 오셨다. 너 구하려고.]

“선생님······.”

맹효돈이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쓴 것도 오랜만이었다.

“맹효돈, 다친 곳은 없나?”

계속 물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운 매일.

머릿속에 가득한 내일에 대한 걱정.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의 욕설과 폭력.

지옥 같았던 파이트 클럽과 늘어 가는 빚.

무거운 현실이 맹효돈을 짓눌러 하루하루가 숨이 턱턱 막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쩌라고······.’

10대 소년에 불과한 맹효돈의 세계는 아버지와 학교뿐이었지만 제대로 된 친구도 스승도 없었다.

학교 수업 준비물과 참고서를 살 돈도 수학여행에 갈 돈도 없는 맹효돈이었다.

돈도 없고, 키도 작은 주제에 싸움 하나만은 잘하는 플레이어인 맹효돈이 겉도는 게 당연했다.

혼자 급식을 먹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날들이었다.

‘······선생님.’

그 와중에 중3 담임은 사람이 너무 좋았다.

고교 진학을 포기하려던 맹효돈을 학비가 필요 없는 고등학교로 보내겠다고 수천, 수만 페이지의 모집 요강을 뒤져 은광고 특별 전형을 찾아낸 바보였다.

은광고 합격 발표가 날 때는 대놓고 엉엉 울기까지 했다.

바보같이 보증을 서서라도 빚을 다 갚아 줄 것 같은 호구였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를 말할 수도 없었다.

‘도움을 청할 곳 같은 건 없었는데······.’

하지만 맹효돈은 오늘 처음으로 도움을 청할 대상을 만났다.

그 지옥 같은 곳에 쳐들어온 부반장 조의신.

수십 마리의 마수로부터 자신을 지켜 낸 담임 함근형.

어쩌면 이 둘에게는 도와달라고 해도 괜찮을지도 몰랐다.

맹효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선생님.”

맹효돈은 그 말을 한 직후 입을 틀어막았다.

대체 자신이 뭔 소리를 지껄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알았다.”

함근형은 아주 쉽게 승낙해 줬다.

대답을 들은 맹효돈은 바닥에 튄 비를 죄다 뒤집어쓰면서도 땅바닥에서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담임 선생님 함근형은 맹효돈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줬다.

*    *    *

건물을 감싸는 붉은 번개와 안개 사이로 빛의 화살이 보였다.

함근형의 광림, 명사수로 이름을 남긴 상위 존재들의 눈과 신궁을 빌리는 ‘명사수의 시선과 광궁(光弓)’이 발동 중인 거다.

‘함근형이 맹효돈을 지켜 낼 거야.’

대한민국 최고의 천재 플레이어들이 다니는 은광고.

그곳에서 학생부장은 학생 관리와 생활 지도를 총괄한다.

따라서 보통 교사 중 최고의 무투파가 그 학생부장 역을 맡았다.

플레이어 생활 지도 담당이 학생보다 허접한 실력을 갖추는 경우는 드물었다.

‘괜히 이 미쳐 가는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지.’

함근형의 플레이어 이명은 창천명궁(蒼天名弓).

‘그 명궁의 눈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창천과 다름없다’

라는 유래를 가진 이명이었다.

원거리 공격 플레이어블 캐릭터 최상위권에 속하는 그는 비교적 오래 살아남아 주인공 일행을 돕는다.

‘이 건물은 은광고 경계에서 고작 200m도 안 떨어져 있어. 아무리 어둡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함근형이 정문 시계탑에서 맹효돈을 지켜 내는 건 간단할 거야.’

맹효돈은 구출했다.

이제 내 차례다.

적호가 내 신호에 맞춰 적뢰를 건물 전체에 작렬시킨 직후 붉은 번개에 의해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스킬을 발동시켰다.

〈대상 캐릭터의 스킬, ‘비행’을 사용합니다.〉

〈대상 캐릭터의 스킬, ‘공간 제어’를 사용합니다.〉

붕괴하는 바닥에서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내 주변으로 빛의 결계가 형성되었다.

공간술은 공간을 원하는 상태로 조작하거나 고정하고 성질을 바꿨다.

공간술의 파생 스킬인 공간 제어는 결계로도 쓸 수 있었다.

‘용왕신의 총아(寵兒)다운 힘이다······!’

내가 현재 플레이어의 궤적으로 화한 캐릭터는 용제건이었다.

용제건의 별명은 용쌤으로, 진족 중 유희계 용족이자 은광고 교사로 근무 중인 괴짜였다.

‘황호와의 교원 계약으로 실물보다 레벨이 떨어져 있는 버전이긴 하지만.’

용제건은 은광고에서 교사로 일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레벨을 인간 수준으로 조정하는 교원 계약을 맺는다.

그 제약 탓에 ‘플마고 콘크리트층 붕괴 사건’의 계기가 된 스토리에서도 제 힘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고 죽었다.

‘적호만큼 인기가 좋아서 사망할 때도 아쉬워하는 유저가 많았는데.’

나이가 많으면서도 비행과 방어, 포획이 동시에 가능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그 하나뿐이었다.

용제건의 광림까지 사용하면 소모가 심해지니 가능하다면 스킬만 사용해야 했지만.

‘용제건의 광림은 신중하게 사용하자.’

내가 용제건의 힘으로 결계를 펼치고 있는 동안 건물의 붕괴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적호가 일을 잘해 줬어.’

맹효돈과 접선하는 사이, 적호는 이 퇴폐 건물 붕괴를 위한 사전 작업을 했다.

내 신호에 맞춰 적호가 붉은 번개로 정해진 지점, 기둥, 보, 철근 등에 충격을 가하자 건물은 시원하게 무너져 내려갔다.

건축법을 수십 개 어기고 지은 건물을 부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적호는 세심하게 옆 건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건물 안의 회원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적연으로 이 건물 전체를 감아 두기까지 했다.

콰르릉, 콰콰쾅, 쾅!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너무 심하게 잘 박살 내는데.’

적호가 지나치게 일을 잘했다.

건물은 예상보다 훨씬 잘 무너지고 있다.

다 무너지는 데 15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분이면 끝날 것 같다.

적호가 작정하고 아주 세심하게 작살냈나 보다.

‘역시 호족이다.’

이 건물은 최편득과 VIP회원들의 악덕과 증거 그 자체다.

이들을 잡기 위해선 증거인 건물 안에서 포획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정면으로 덤벼들면 맹효돈이 인질로 잡히고, 조련계 웅족과 그가 키워 낸 수십 마리의 에너미, 추격대가 방해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플레이어 회원들을 전부 잡아내는 건 불가능해졌겠지.’

내 작전은 이러했다.

첫째, 주요 인물과 VIP손님이 모두 모이는 오너 최편득의 생일을 노린다.

둘째, 맹효돈을 도망시킨다.

셋째, 진족의 권속 추격대를 건물로부터 떼어 낸다.

넷째, 건물 전체를 봉쇄하고 붕괴시켜 손님을 모두 잡아낸다.

적호에게 건물 전체를 봉쇄하고 부수는 역에 전념하게 하는 대신 나머지는 전부 내가 처리하기로 했다.

“꺄아아악!”

“비켜, 비키라고!”

“무너진다, 무너져!”

“사람 살려!”

추잡한 차림의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이능을 폭주시키며 도망치고 있었다.

손님들 전원이 플레이어였지만 은광고 학생보다 약한 수준에다 전원 무기라곤 없었고 술과 약에 취해 있었다.

호족의 붉은 번개 속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꼴좋다.’

창문 밖엔 붉은 안개가 감겨 도망칠 수 없었고, 플로어 곳곳에선 붉은 전류가 흐르며 건물은 무너지고 있었다.

지옥 같은 퇴폐 업소가 불번개 지옥이 되었다.

‘혐짤을 삭제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나는 이 아비규환을 흐뭇하게 감상했다.

특히 출입구와 계단 쪽은 도망치기 위해 얽히고설키고, 아주 난장판이었다.

“엄살떨지 말자. 너희들도 플레이어잖아.”

아무도 듣지 않겠지만 그들에게 한마디 해 줬다.

사전에 적호에게 부탁해 몇 명 안 되는 비플레이어들에겐 적연을 조금 감아 둬 급소를 보호해 죽지는 않게 해 줬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그런 거 없다.’

고작 중학생이던 손민기도 팔다리가 작살나고도 살아남았다.

이 건물이 다 박살 나도 다들 죽진 않을 거다.

좀, 많이, 죽을 만큼 아프겠지만.

“최편득,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공간술로 붙잡아 둔 최편득을 향해 말했다.

작전 다섯째는 7층과 8층 사이를 가장 먼저 붕괴시켜 최편득을 잡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박살 낸 것은 VIP룸인 8층과 파이트 클럽인 7층 사이의 플로어였다.

최편득은 반드시 생포할 생각이었으니까.

“내, 내가 말이야. 누군지 알고! 이, 이이익!”

최편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했다.

그는 이능을 써서 공간술을 풀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지금 내가 조작하고 있는 힘은 용족의 것이다.

타락한 플레이어가 변변찮은 무기도 없이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웬만한 학생 플레이어보다 약한 주제에 인맥 타기, 줄타기, 서류 농간으로 잘도 은광고에서 버텼군.’

보면 볼수록 훌륭한 교사인 제갈재걸과 함근형과 비교되는 놈이었다.

“최편득, 난 지금부터 네가 아주 싫어하는 일을 할 거야.”

게임에서 본 8층의 비밀 장소를 향해 비행했다.

적호에게 사전에 계획을 말하고 그 장소는 덜 부숴 달라고 부탁해 뒀었다.

“억, 악! 내가 말이야, 아아악! 끅······.”

비행하는 동안 공간술로 잡은 최편득을 일부러 땅바닥에 부딪치게 하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 파편에 박아대기도 했다.

이 짧은 비행은 아주 상쾌했다.

‘여기쯤이었지.’

나는 최편득을 질질 끌고 VIP룸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비밀 장소의 문을 보자 그가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 무슨 생각이야. 악!”

“무슨 생각이긴. 적을 잡았으면 보상을 얻어야지.”

최편득의 머리통을 잡아 홍채 인식기에 그의 눈을 가져갔다.

삑―.

일견 허름해 보이는 쪽문이 천천히 열렸다.

쪽문 너머로 보이는 건 10평가량의 창고였다.

선반 곳곳에 현금과 아이템 카드로 가득 찬 사과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그간 많이 해 먹었구나. 수고했다.”

나는 농구공을 드리블하듯이 최편득의 머리통을 바닥에 꽂고, 박스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박스들은 내 전용 메뉴의 아이템창 안으로 사라졌다.

사라지는 박스들을 보며 최편득이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러댔다.

늘어나는 보유 아이템 목록에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시스템 알림음이 들렸다.

〈보유 무기 종류가 500종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스킬 ‘만물 사용’의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하였습니다.〉

“하.”

갑자기 왜?

나는 지금 아무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플레이어의 궤적과 용제건의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다.

그렇다는 건, 스킬 레벨이 오른 이유는······.

“하하하하하!”

스킬 만물 사용은 무기 보유량에 따라서 레벨이 늘어나기도 하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덤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최편득이 얻어맞은 통증과 재산이 털린 분노로 몸을 떨어대며 나를 올려다봤다.

“대, 대체 왜······ 왜!”

최편득은 자기가 잘못해서 심판받았다기보단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기라도 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적호의 붉은 벼락을 맞은 건 사실이지만.

나는 예상치 못한 스킬 레벨업으로 기분이 조금 좋아졌기 때문에 그에게 힌트를 주기로 했다.

“나 모르냐?”

“너, 너야말로 나를 모르냐? 내가 말이야, 엉? 얼마나 높은 분이랑······.”

“이 까마귀 가면 보면 몰라?”

그렇게 답하며 최편득의 손바닥 위의 살점이 잘려 나간 흔적을 노려봤다.

나는 환몽 경매에서도 참가했던 최편득에게 시델렌티움의 인장과 까마귀의 낙인을 새겨 줬었다.

“손바닥에 까마귀 문양 새겨 줬잖아.”

최편득이 경악한 얼굴을 했다.

“저, 적벽괴도······!”

그 이명은 쪽팔리니까 대놓고 부르지 마라.

뻐억―!

반사적으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손대중을 안 한 탓에 용족의 근력이 유감없이 발현되었다.

땅바닥에 처박혔다가 고개를 든 그의 앞니 두 개가 깨져 있었다.

그 꼴을 보고도 조금도 불쌍하지 않았다.

최편득은 내 오래된 원한, 10년 전의 원한과도 관련이 있었으니까.

“너 때문에 플마고 사전 등록 유저가 얼마나 많이 떨어져 나간 줄 아냐? 그 튜토리얼 진짜 개같았다.”

“그······ 그게 무슨 소리······.”

“너도 그 이유 없는 부조리한 개같음을 좀 느껴 봤으면 좋겠다. 최편득아.”

국민망겜 고인물의 원한은 뿌리 깊었다.

나는 가면 너머로 한참 동안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재해, 이유 모를 폭력에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다.

계속 웃어대는 내가 미치광이로 보인 듯 겁에 질린 최편득은 더 이상 입을 놀리지 않았다.

하지만 웃는 와중에도 내 머리는 차갑게 돌아가고 있었다.

‘손민기나 변순회처럼 경찰에는 넘기지 않을 거야.’

최편득을 법으로 심판할 생각은 없었다.

손민기나 변순회, 그 둘처럼 세상의 빛을 보며 살아가게 할 생각은 없다.

‘최편득은 법을 잘 알아. 인맥도 앞의 두 사람과 비교할 수준이 안돼. 기껏해야 몇 년 감옥 생활하다 나와서 여태까지의 비리로 모아 둔 재산으로 잘 먹고 잘살겠지.’

많이 털긴 했지만, 이 얍삽한 놈이 한 곳에만 재산을 숨겨 놨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적호에게 맡기자.’

그는 호족의 신역에서, 호족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사의 직위를 이용해 웅족과 내통했다.

적호가 가장 족치고 싶어 하는 게 이 최편득이다.

‘최편득은 오늘 이 붕괴 사고에서 실종될 거다. 표면상으론.’

그렇게 생각하며 적호와 합류하려 할 때였다.

사앗!

바람 소리와 함께 온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가 내 쪽으로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바람이 불길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시스템 알림음은 없다.

그렇다면 에너미가 아니다.

상대는 진족이다.

‘왔구나, 조련계 웅족!’

등장한 진족은 은광고에 입학시험 그리고 이 파이트 클럽에 푼 애완계 마수종의 주인이었다.

최편득의 생일 파티에 심혈을 기울인 애완동물을 선보이고 관찰하러 오리라 예측했다.

오늘 반드시 사로잡아야 하는 놈 중 하나다.

‘적호가 없어도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정도라면 상대할 수 있어.’

플레이어의 궤적의 사용 가능 시간은 상당히 줄어들겠지만 용족의 광림을 써서 막아 주겠다.

내가 용제건의 광림을 발동시키려 할 때였다.

카아앙!

나와 조련계 웅족 사이에 상상도 못 했던 존재가 대검을 들고 막아섰다.

곧게 뻗은 등이 나의 시야를 가렸다.

거의 10년을 봐 온 뒷모습이었다.

‘왜 여기에······!’

백호군이다.

내 눈앞에서 백호군이 파운참뢰(破雲斬雷)의 백아(白牙)를 들고 웅족과 대치하고 있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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