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생일빵과 덤 (4)
백호군이 서늘한 얼굴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내의 온도가 몇도 내려가는 듯했다.
“엄호하겠다. 물러나 있도록.”
이 세계에서 백호군을 만난 건 세 번째였지만 말하는 건 처음 들었다.
이런 목소리였구나.
카아앙!
백호군이 파운참뢰의 백아를 휘둘러 조련계 웅족의 손톱을 밀어내고 목을 향해 내리쳤다.
조련계 웅족은 검은 연기를 감은 긴 손톱을 들어 올려 대검의 궤도를 틀어 버리곤 히죽거렸다.
“그 대검, 그 기백! 본 적이 있다. 백호!”
이 웅족의 목소리, 들어 본 기억이 있었다.
‘입학시험 때 방송으로 생난리염병을 떨었던 그 미친놈이구나.’
백호군과 웅족은 무너지는 바닥과 기둥, 파편 사이를 뛰어다니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적뢰와 먼지 사이로 보이는 흑백의 공방이 이어졌다.
언뜻 보기에 둘의 전투력은 호각으로 보였다.
웅족이 입이 찢길 기세로 웃으며 뒤로 물러나 외쳤다.
“하하하하, 신역의 죄수가 되었다는 말은 사실인가 보구나! 고작 이런 게 신화계의 힘이라고? 한심하구나!”
백호는 천신의 진노를 뒤집어쓰고 신역의 죄수가 되었다.
그가 온갖 디버프를 받아 현재 제 힘의 1할 정도밖에 내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역시, ‘그분’의 말씀이 맞았어. 하하하하! 호족 따위 겁낼 것 없다!”
그분? 그분은 누구지?
내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조련계 웅족은 한 손으로 손가락을 튕겨 애완계 마수종 두 마리를 동시에 소환해 냈다.
웅족은 몇 번이나 손가락을 튕겼다.
하지만 추격대에 대부분의 전력을 보낸 탓에 남은 권속은 고작 두 마리뿐인 것 같았다.
웅족이 입술을 잘게 씹으며 손짓하자 검은 연기에 감긴 합성 마수가 백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워어어어!
마수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본 백호가 온기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감히 신역에 이런 흉물을 들이다니.”
파아아―.
백호군이 에너미를 향해 눈부시게 빛을 뿜는 파운참뢰의 백아를 휘둘렀다.
서걱!
섬광이 사라졌을 때는 두 마리의 애완계 마수종은 전부 단말마도 남기지 못한 채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깔끔한 일섬이었다.
조련계 웅족이 혀를 찼다.
“칫······!”
“천신께서 너희를 용서하지 않으신 걸 잊었나 보군.”
백호군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천장의 붕괴도 꽤 진행되었기에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언뜻 보였다.
“천신이시여, 부디 허락을.”
그 말을 끝낸 백호군의 이마를 중심으로 영롱한 빛이 일렁였다.
빛의 입자가 붉은 번개보다 더 밝게 실내를 밝혔다.
빛의 밝기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 백호군은 파운참뢰의 백아를 거두었다.
무기를 거두는 백호군을 보며 조련계 웅족이 눈을 크게 떴을 때다.
촤아아아―.
조련계 웅족의 양팔이 사라졌다.
전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준비 동작도.
공격을 가하는 순간도.
“으아아, 으아아아아! 내, 내 팔이!”
촤악―!
백호군이 다시 한번 대검을 휘두르자 떨어져 나간 웅족의 팔은 형체를 완전히 잃고 핏덩어리가 되었다.
지금 백호군이 손에 든 검붉은 손잡이의 대검은 웅렵조(熊獵爪)다.
5천 년 전, 한반도의 패권을 두고 호족과 웅족이 대립했을 때 오로지 웅족의 사냥만을 위해 들었던 무기였다.
웅족을 벤다면 웅렵조만 한 것이 없었다.
‘역시 내 최고 주력 플레이어블 캐릭터답다······!’
백호군의 힘은 천신에 의해 봉인되어 있는 건 사실이나 천신은 백호군보다 웅족에게 더욱 큰 분노를 안고 있었다.
백호군은 힘이 봉인되기 전.
웅족을 상대할 때는 그 진노를 부디 거둬 달라고 요청하였고, 천신은 그것을 허락했다.
‘상대가 웅족이라면 백호군은 무적이나 다름 없어.’
게임 속에서 백호군이 선택 가능한 스토리나 퀘스트에서 웅족이 적으로 나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백호군은 추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아니라, 필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될 정도였다.
“네놈은 전설계조차 아니군. 언제 그 생을 부여받았나. 천 년 전? 백 년 전?”
“끄으윽, 끄아아악. 내, 내 아이들이 사라져. 아아아아······!”
조련계 웅족은 완벽하게 착란하고 있었다.
아마 그의 애완계 마수종을 복종시키는 매개가 손에 봉인되어 있었나 보다.
새까만 연기가 팔이 사라진 웅족의 몸통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원래 좀 맛이 가 있었으니 말하는 꼴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긴 한데.’
백호군이 몇 번 더 말을 걸었지만 조련계 웅족은 횡설수설할 뿐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백호군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웅렵조를 고쳐 쥐었다.
‘죽이려는 건가!’
나는 조련계 웅족과 백호군 사이로 끼어들었다.
두 진족은 완파를 간신히 면한 기둥 위에서 대치 중이라 허공 위로 날아가야 했다.
“그만해, 이자는 생포할 거야.”
어느새 건물의 붕괴는 끝나 있었다.
붉은 번개는 멎어 먼지구름 사이로 잔해가 보일 뿐이었다.
‘설마 앞을 막았다고 베지는 않겠지.’
백호군은 반파된 기둥 위에서 비행 중인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릿발 같은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니 몸에서 얼음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나를 조용히 응시하던 차가운 눈이 한 번 깜빡인 직후.
백호군의 손에서 웅렵조가 사라졌다.
파파팟―.
벽을 차는 소리와 함께 적호가 나타났다.
“백호, 당신이 왜 여기에······!”
벽을 타고 순식간에 올라온 적호는 백호군을 보고 경악한 얼굴을 하였다.
왜 저런 얼굴을 하는 거지?
백호군을 부른 건 적호가 아니었나.
“적호, 왜 나를 부르지 않았나.”
“당신의 손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역에 소속된 학생과 같이 온 건가.”
백호군의 목소리에 노기가 실려 있었다.
적호와 같이 오려고 수작을 부린 건 난데…… 잠깐.
지금 백호군은 내가 학생이라는 걸 알아보고 있다.
왜? 어떻게?
‘아니, 의문은 뒤로하자.’
이 자리에 오래 있는 건 좋지 않다.
“적호에게 부탁한 건 나야.”
백호군은 적호에게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진한 질책이 어려 있었다.
다행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당황해하는 적호에게 말을 걸었다.
“적호, 최편득과 웅족을 옮겨 주세요. 곧 함근형 선생님이 부른 협회 소속 플레이어들이 올 겁니다. 전 마무리를 하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변수는 몇 가지 있었지만, 오늘 일은 해결되었다.
적호는 기절한 최편득과 발광 중인 웅족을 적연으로 포획한 후, 창틀에 올라섰다.
“백호, 당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조의신과 함께 행동하겠다.”
조의신이라고?
백호군은 내 이름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광림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설마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적연을 감고 내 기숙사 발코니에서 이동했으니까.
그때부터 지켜봤다면 내가 누군지 알 거다.
적연이 사람 눈은 속여도 같은 호족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과정이 어쨌든 백호군과 같이 움직여야 될 것 같다.
“알았어, 가자.”
나는 바닥에 깔린 파편들을 향해 먼지구름을 뚫고 하강했다.
백호군은 도약 스킬을 이용해 벽을 차며 내 뒤를 가볍게 쫓아왔다.
삐, 삐이―.
디바이스를 가동해 적호가 그들에게 붙여 둔 발신기를 추적했다.
홀로그램 지도에 표시된 붉은 점을 따라 이동하니, 곧 파편 사이로 기절한 두 명이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이들과 달리 이 중년 부부는 멀쩡했다.
‘적호는 정말 우수하군.’
적호에게 밥이라도 사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속옷만 입고 있는 두 사람을 걷어차 깨웠다.
퍽, 퍼억!
이 사람들은 여기서 뭔 짓을 했기에 속옷 차림인가.
이 건물에 들어선 업소를 생각하면 알몸이 아닌 게 다행인가.
“으······ 으으······.”
곧 두 사람이 눈을 끔뻑거리며 일어났다.
정신을 못 차린 사이 각각 왼손에 착용한 팔찌와 시계 밑에 붙은 시트를 떼어 보았다.
그러자 플레이어 영구 제명 처분 시 받게 되는 검은 낙인이 보였다.
나는 까마귀 가면 뒤로 웃으며 그 중년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레나 부모님.”
* * *
적호의 조사 결과, 이레나의 부모는 최편득의 단골이라는 게 드러났다.
무려 최편득의 생일 파티에 초대될 정도의 VIP였다.
그래서 오늘 두 사람을 생일빵의 덤으로 족치기로 했다.
공간술로 붙잡아 비행하는 내내 이레나의 부모는 시끄러웠다.
도착하고 깨울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선생님, 선생님. 말로 해결합시다.”
“누가 당신 선생님이야. 닥쳐.”
내가 예의를 갖춘 건 인사했을 때뿐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비바람을 다 뒤집어쓰게 하며 허공을 날았다.
“자, 도착이다.”
비행 끝에 도착한 건 은광고의 유일한 마천루, 한국 4대 그룹 중 하나인 황명 그룹 소유의 황명타워였다.
‘55층밖에 안 되는 게 아쉽지만.’
함께 비행해 온 백호군은 말없이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공간술로 잡아 비에 젖은 생쥐 꼴인 중년 부부를 옥상 난간에 세웠다.
반면 공간 제어의 결계로 보호한 나와 백호군은 조금도 젖어 있지 않았다.
‘발이 난간에 닿으면 더 이상 비행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겠지.’
칠흑 같은 어둠.
몰아치는 비바람, 가끔씩 내리치는 천둥과 번개.
200m 이상의 고도.
아마 제정신으로 있기 어려울 거다.
새파랗게 질린 중년 부부가 내게 호소했다.
“그만 실수를 저질러 한순간 일탈을 저질렀습니다. 저희는 성인이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부디 다른 방법으로 속죄하게 해 주십시오.”
“네, 네. 그만 놔주세요.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희도 가족이 있어요. 부탁드려요······.”
두 사람이 내게 부탁하는 자세는 차분했고 이성과 정, 반성의 기색이 가득한 동정심을 자극하는 목소리였다.
이렇게 야비하고 교활하게 굴 줄 아니 감옥도 안 가고, 학교 앞 퇴폐 업소 VIP로 신나게 노는 거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켜서 소유권 넘겨.”
두 사람은 허겁지겁 팔찌로 착용하고 있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내게 넘겼다.
순조롭게 소유권 이전이 되어 보안 절차 없이 디바이스를 가동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연 것은 메시지창이었다.
찾는 기록은 이레나와의 메시지 기록이었다.
삣.
결과는 금방 나왔다.
별로 공들여 찾을 필요 없이 가장 최근 기록에 떠 있었다.
그들은 이레나에게 지겹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몇 시간 전, 퇴폐 업소에서 놀아나기 전에도.
‘가관이네.’
두 사람은 몹시 이성적이었는데 그 이성은 이레나에게 스트레스를 풀며 유지되는 모양이었다.
홀로그램에 뜬 메시지 내역은 가관이었다.
[경찰하고 협회에 입을 털어? 얼마나 받아 처먹었는지 말해, 이년아]
[이제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내 집안 말아먹은 년]
[너한테 들인 돈, 투자한 돈이 얼만데 포기한 게 얼만데 너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너 같은 게 왜 태어나서 우리가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레나는 가족으로 취급받고 있지도 않았다.
‘우리 집안’이 아니라 ‘내 집안’이라고 떠들고 있으니까.
‘투자라······ 이레나가 노후 연금으로 보이는 건가.’
이레나를 키우는 돈은 아까웠지만 최편득에게 바치는 돈은 아깝지 않았나 보다.
그것도 이레나가 다니는 학교 코앞에 있는 퇴폐 업소에서 놀아나는 용도의 돈인데도.
‘······이레나가 이 메시지들을 전부 읽었어.’
이레나는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메시지는 기독 처리되어 있었다.
그녀가 아직도 등교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레나는 당신들 딸 아니야? 왜 이런 말을 해.”
이레나의 이름이 나오자 공손한 태도를 취하던 두 사람이 고개를 빳빳이 들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남의 집안일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레나가 얼마나 건방지고 교육이 안 되어 있는 아이인지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혹시 그 망할 년한테 무슨 말이라도 들으셨나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년이에요. 믿으시면 안 돼요.”
망하기 싫으면 입을 닥쳤으면 좋겠다.
이 두 사람은 너무 멀리 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말로 할 자신이 없었다.
불화의 원인을 묻고 해결에 도움을 줘서 이레나에게 화목한 가정을 선물하는 건 어림도 없었나 보다.
손에 든 디바이스를 움켜쥐어 부수어 버렸다.
파직.
메시지창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머리에 오른 열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래, 난 너희 집 사정 같은 건 모르지.”
그러나 게임 속 이레나가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다 죽었는지 알고 있다.
이 세계에서 고작 10대 중반인 어린 그녀가 억지로 끌려온 환몽 경매에서 얼마나 겁에 질렸었는지 내 눈으로 봤다.
그 와중에 염준열의 모습을 한 나를 위해 용기를 낸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공간술 발동 모션을 취했다.
〈대상 캐릭터의 스킬, ‘공간술’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 협회에 영구 제명당해서 이제 광림도 못 쓰고, 스킬은 레벨 1로 봉인 된 거 알아. 하지만 몸은 여전히 튼튼하잖아. 당신들 종합 능력치도 높으니까 죽지 않을 수도 있어.”
“아, 아아. 살려 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어요!”
이레나의 부모는 공포에 질려 애원했다.
조금도 심금을 울리지 않았다.
입학 첫날 기숙사 옥상에 서 있던 이레나도 무서웠을 거다.
“앞으로 이레나한테 연락하면 죽는다.”
그 말을 한 후, 난간 밖으로 두 사람을 밀어 버렸다.
폭풍 너머로 비명이 들렸다.
* * *
나와 백호군은 적호와 약속한 장소로 이동했다.
적호와 약속했던 장소는 은광고의 은영관(銀影館), 은광고 연구동 구역에 위치한 광림연구4관이었다.
‘광림연구4관은 위장이고 적호의 개인 건물인 것 같네.’
게임 내에서 은영관 묘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설정집에서 적호가 주로 이용한다는 설명은 있었다.
은영관 정문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 죽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백호군이 불쑥 말을 걸었다.
“왜 그들에게 아이템을 사용했나.”
이레나의 부모가 추락할 때, 약 5층 정도의 위치쯤에서 맹효돈에게 준 아이템 ‘하급 바람 정령의 날개 가루’를 사용해 줬다.
‘일부러 타이밍을 엇갈리게 해서 데미지는 줬지만.’
그들도 제명당하기 전까지는 베테랑 플레이어였다.
아마 떨어지면서 레벨1로 떨어진 스킬들과 경험을 총동원해 저항했을 거다.
두 사람의 신체는 거의 박살 나 있었지만 죽지 않았다.
“늦게 발견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죽거나 불구가 되면 그 딸이 피해를 봐.”
어린 이레나에게 장애인 수발을 들게 하거나 상주 노릇을 시킬 생각은 없었다.
“무르군.”
백호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빛에 온기를 담고 있었다.
서리 같은 새하얀 범이 이런 눈을 하는 건 게임 속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게임 내내 제대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이 세계와 인간을 사랑하는 백호군다운 반응이긴 했다.
그런데 백호군은 대체 언제부터 나를 따라온 걸까.
“언제부터 지켜봤어?”
“처음부터.”
처음부터?
혹시 처음부터 적호를 지켜봤고, 그를 따라 이동한 건가.
땡.
은영관 로비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나와 백호군이 올라탔다.
“내가 하지.”
사전에 적호가 알려 준 대로 숨겨진 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조작하려 했지만 백호군이 먼저 손을 뻗었다.
보통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땐 절대 누르지 않을 법한 순서로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하 1층.
지하 2층.
지하 3층.
암전.
표시되지 않은 층으로 엘리베이터가 점점 내려갔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기다렸습니다. 백호 님, 조의신 군.”
나와 백호군을 맞이한 건 적호가 아니었다.
다른 호족도 아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존재였다.
‘김신록······!’
1학년 1반 담임이자 지익회 고문.
입시 실기 시험 때 죽을 뻔했던 감독관.
김신록이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