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팀플레이 (1)
1학년 전용 시뮬레이터 가동 전문 제5체육관.
이곳은 이계 공략 시뮬레이터로 가상 공간을 전개해 전투 훈련을 하기 위한 장소였다.
이계 공략 시뮬레이터 가동의 최적화를 위해 특수 설계된 바닥, 벽, 시설이 전부 이계 금속으로 덮여 있었다.
“이게 무슨 체육관이냐. 어디서 체육을 하라고.”
“VR영화관 같아요!”
“맞아. 오감을 제어하는 시뮬레이터 가동용 건물이니까 체육관이라기보단 VR영화관이랑 구조가 더 비슷해.”
“신기하네.”
1학년 0반 애들이 저마다 감상을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수업종이 울렸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수업종은 사전 투표 홍보용 캠페인송이었다.
수업종이 멎자 등에 교표가 새겨진 교직원용 체육복을 입은 함근형이 등장했다.
“수업 시작한다. 너희들이 도전할 이계 공략 시뮬레이터 R+급 간이 던전의 개요를 디바이스로 보냈다. 준비 시간은 30분.”
“네? 바로요? 저희끼리만 하는 건가요? 선생님 없이요?”
“그래. 장비 아이템은 학교에서 지급한 R급 아이템만 사용한다. 소모품 아이템은 R급 이하로 지원하마. 필요하면 말하도록.”
김유리의 물음에 답한 함근형이 홀로그램으로 30분을 카운트다운하는 타이머를 띄웠다.
등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첫 팀플레이 연습이니까 첫 수업의 대련처럼 아이들을 가늠하고 교훈을 주고 싶은 건가.’
함근형의 말은 갑작스러웠지만 원래 이계의 틈도 뜬금없이 발생한다.
SR급 이상의 이계의 틈은 보통 ‘전조 현상’이 있어서 협회 위성, 플레이어SAT-K가 사전에 감지하는 게 가능하지만.
저레어 이계는 뜬금포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돌발 상황에 부딪혀 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될 거다.
“은광고 실기 시험은 넷이서 랜덤 아이템을 사용한 N-급 에너미 퇴치였었죠······ 그건 간단했는데 이건······.”
“간이 던전에 등장할 에너미는 열 이상······ R등급 이상도 있어······.”
사월세음과 이레나가 디바이스에 도착한 던전 개요를 보며 어두운 얼굴을 했다.
최소 R+급 이상의 에너미와 1대 1로 장비 아이템 없이 맨손 대결을 해 왔던 맹효돈은 고개를 갸웃했다.
척 봐도 이게 어렵나? 어려운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걱정할 필요 없어.”
황지호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리한테는 무명의 초신성, 조의신이 있잖아.”
황지호의 말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그래! 의신이는 입학시험 사건 때도 지휘를 맡았다고 했지.”
“맞아, 무명의 초신성!”
“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김유리와 이레나, 사월세음도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봤다.
저 셋은 황지호처럼 막 대할 수도 없어서 뭐라 할 수도 없다.
“잘해 봐, 무명의 초신성.”
이 5천 살 넘은 노친네가······ 한 대만 때리고 싶다.
현재 황지호는 호족의 우두머리인 데다 얼마 전엔 직접 호족을 이끌고 토족을 구해 내기까지 했다.
마음만 먹으면 R+급 던전 공략 지휘를 하는 건 일도 아닐 거다.
‘경험은 황호가 많을 텐데.’
포기하자. 어쩔 수 없다.
분위기상 배째라 할 수도 없고, 어차피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 각자 사용할 스킬 알려 주라. 광림 쓸 건지 말 건지도 말해 줘.”
현재 1학년 0반에는 나를 제외하면 여섯 명이 있다.
황지호와 한이가 NPC.
김유리, 이레나, 맹효돈, 사월세음이 플레이어블 캐릭터.
황지호를 제외하면 전원의 스킬과 광림은 대충 파악하고 있지만 이 세계의 조의신이 알 리가 없으니 모르는 척해야 했다.
‘플레이어에 따라선 자신의 광림과 스킬을 공개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
특히 이 중에선 사월세음이 가지고 있는 초희귀 스킬 ‘전령’은 밝히기 어려울 거다.
사월세음의 비밀과 관계가 있는 거니까.
결과적으로 각자가 공개한 사항은 이와 같았다.
황지호. 광림 사용X, 사용 스킬 봉술, 태호권.
맹효돈. 광림 사용O, 사용 스킬 싸움.
사월세음. 광림 사용X, 사용 스킬 비행, 바람술.
김유리. 광림 사용X, 사용 스킬 펜싱, 위험 감지, 스프린터.
한이. 광림 사용X, 사용 스킬 태호권, 기척 감지, 도약.
이레나. 광림 사용O, 사용 스킬 채찍술, 에너미 탐지, 함정 해제.
나, 조의신. 광림 사용X, 사용 스킬 만물 사용, 에너미 탐지.
에너미 탐지는 전용 메뉴의 에너미 알림, 상태창 정보 열람 기능을 숨기기 위해서 한 소리다.
맹효돈이 의문을 표했다.
“왜 다들 광림을 안 쓰려고 하냐.”
“광림 쓰면 몸이 아파.”
“제 광림은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발동 조건이 까다로워서요······.”
한이와 사월세음이 답했다.
한이가 게임 내에서 광림을 잘 안 쓰는 건 그런 이유였나.
사월세음의 광림은 그 말대로 전투용도 아니고 조건도 복잡했다.
“하하하, 나는 광림에 익숙하지 않아서······.”
광림을 두려워하는 김유리는 말을 돌렸다.
황지호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 호족인 황지호가 광림을 쓰면 난리가 날 테니 자제했으면 좋겠다.
“광림 안 쓰는 플레이어도 많아. ‘붉은 사자’랑 ‘수국향기’에도 있어. 해외 팀 중엔 ‘세 기사의 맹세’에도 그런 플레이어가 있던 거 같은데.”
“그랬냐?”
내 말에 맹효돈은 신기해하면서도 납득했다.
“그럼 광림 없이 가 볼까?”
“왜?”
“보통 광림은 하루 사용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아.”
플레이어의 궤적만 해도 캐릭터 카드에 따라 소모되는 광림 가능 시간이 다르다.
이해하지 못하는 맹효돈에게 김유리와 이레나가 부연 설명을 해 줬다.
“이계의 틈 확장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으면 광림은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들었어.”
“응. 이번 던전은 R+등급이잖아. 한 1시간 이내에 클리어할 수 있다면 굳이 광림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 시간 동안 외부에 에너미가 생성되진 않으니까.”
이계의 틈이 벌어지고 던전, 타워, 메이즈 따위가 나타날 때.
그 이계의 틈 주변, 즉, 현실에서 에너미가 생성된다.
그래서 보통 이계 공략은 직접 이계 내부로 들어가 이계 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공격대’, 현실에 남아서 에너미를 막는 ‘수비대’로 갈린다.
‘그래서 이계 공략 파티는 다섯 명이 권장되지. 적어도 셋이 공격대에 들어가고 둘은 수비대로 남는 게 좋으니까.’
물론, 공격대 쪽에 주요 전력을 쏟는 게 기본이다.
클리어하지 않는 한 시간이 흐를수록 이계의 틈은 확장되고, 이에 따라 시간당 생성되는 에너미의 수는 상승하니까.
‘하지만 이번 공략 대상은 가상 이계인 데다 R+등급이야. 굳이 공격대와 수비대로 나눌 필요는 없어. 전원 공격대로 간다.’
1학년 0반 일곱 명.
시뮬레이터 간이 던전.
R급 정도의 에너미들.
여기에 우리 반의 수준을 생각하면 공략 자체는 어렵지 않을 거다.
학교에서 지급한 R급 장비 아이템도 전원 갖추고 있고.
나나 맹효돈, 황지호는 물론이고 조금 불안하지만 김유리와 한이도 시간을 들이면 솔로 플레이로도 클리어할 레벨이다.
‘함근형이 그걸 모르고 던전 레벨을 이렇게 잡은 건 아니겠지.’
함근형의 의도를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어떤 수를 놓아야 할지는 금방 떠올랐다.
내 위주의 전략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현재 주어진 조건으로 최단 시간 클리어를 노린다면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일 거다.
“그러면 내 생각을 말할게.”
이계 공략의 팀플레이의 주인공은 이계의 성향에 따라 언제나 바뀌는 것.
이번에는 아마 내가 주역이 될 것 같다.
그런 계획을 말하는 건 좀 민망한 일이었지만 이어진 내 말에 모든 1학년 0반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여 줬다.
전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녀석들이다.
황지호 빼고.
―3초, 2초, 1초.
0 .
홀로그램의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함근형이 우리의 앞에 섰다.
“준비는 다 끝난 것 같구나.”
“네!”
1학년 0반 일동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함근형이 시뮬레이터를 가동시켰다.
우웅―.
함근형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새까만 이능 금속들이 수십 가지의 색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와아―!”
“신기하네요······.”
김유리와 사월세음이 감탄하는 사이, 우리 일곱 명의 앞에 화면이 하나씩 떴다.
[이계 공략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준비되셨습니까? (Y/N)]
Y버튼을 누르자 각자가 빛의 입자에 휩싸였다.
Y버튼을 누를 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함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투를 빈다.”
빛이 멎었을 때.
우리는 던전 안에 있었다.
‘보이는 것도 감각도 전부 진짜 같다.’
던전 개요에 나온 대로 화강암 늪지 동굴이 펼쳐졌다.
인공조명은 없었지만 동굴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이계 광석으로 인해 따로 광원을 확보할 필요는 없었다.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높이는 약 10m가량, 폭은 5m 정도.
제법 넓은 동굴을 기조로 한 던전이었다.
“와, 진짜 같아······!”
김유리가 학교에서 보급한 R급 광선검, ‘초보 검사의 라이트세이버’를 실체화하며 감탄했다.
김유리가 사용하는 전투 스킬은 펜싱이다.
그리고 라이트세이버 펜싱은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의 펜싱 협회에서 채택한 정식 종목 중 하나다.
‘이 세계에서도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라이트세이버가 정식 펜싱 경기 종목이 되어 있었지.’
일반적으로 라이트세이버 펜싱 대회에서 사용하는 광선검은 폴리카보네이트와 알루미늄으로 만든다.
하지만 김유리의 광선검의 소재는 이계 금속이었다.
이능으로 마감한 광선검은 일반 대회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강력한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높이라면 비행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겠네요.”
사월세음은 주변을 둘러보다 허공으로 떠올랐다.
비록 탐지 계열 스킬은 없지만 사월세음은 하늘 위에서 작전이 제대로 진행되나 모니터링을 하고 바람술로 보조할 예정이다.
‘그런데 저 이펙트는 뭐지?’
비행 중인 사월세음 주변에 반투명한 깃털이 조금씩 보였다.
계족의 가호 효과인가?
게임 내에서는 없던 거라 저게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오, 보호대 이거 괜찮네. 움직임이 가벼워졌어.”
“보호대 착용하는 건 처음이야? 그동안 장비 없이 싸웠어?”
“어.”
맹효돈, 황지호, 한이는 근육의 움직임을 보조, 강화하여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키는 보호대를 착용했다.
맹효돈이 보호대를 착용한 손으로 신나게 허공에 주먹질했다.
그 광경을 황지호가 반짝이는 눈으로, 한이는 복잡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한이는 이전 첫 수업 시간에 태호권으로 맨손인 황지호에게 졌으니 미묘한 기분일 거다.
“우리 반은 맨손으로 싸우는 애들이 많네.”
이레나가 채찍을 꺼내며 말했다.
황지호는 봉술을 쓸 수 있는데도 한이에게 맞춰 태호권 쓰는 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 거니 저러는 거다.
나도 롯드 하나를 실체화해 손에 들었다.
이걸로 1학년 0반은 전원 장비 착용을 끝냈다.
‘이 일곱 명은 생각보다 밸런스가 좋아.’
전위.
황지호, 김유리, 한이, 맹효돈.
후위.
나, 사월세음, 이레나.
‘나와 황지호는 만능 타입이라 어느 쪽도 가능했겠지만.’
황지호가 대부분의 스킬을 숨겼기 때문에 전위로 결정되었다.
전위, 후위에 각각 탐지 계열 스킬을 가진 이들이 둘.
어느 쪽으로 공격이 와도 대응하기 편했다.
〈경고, 에너미가 접근 중입니다.〉
시스템음이 들렸다.
‘시뮬레이터라도 에너미 접근 경보는 울리는구나.’
다른 아이들의 스킬보다 내 전용 메뉴 스킬 쪽이 성능이 좋은 것 같다.
내가 눈치채고 몇 초 뒤 김유리, 한이, 이레나도 에너미의 접근을 감지하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래도 김유리와 한이의 스킬로는 접근 여부밖에 알 수 없을 거야.’
김유리의 위험 감지는 구체적, 추상적인 위험을 예감하는 것.
한이의 기척 감지는 물리적인 접근과 행동을 감지하는 것.
둘 다 에너미 상세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에너미 탐지 스킬을 가진 이레나가 외쳤다.
“좌측 통로, 우측 통로에서 각각 가상계 야수종 에너미가 접근 중! 개요에 나온 대로 양쪽 다 R급에 물계열 스킬을 갖고 있어!”
“왼쪽은 10초, 오른쪽은 15초 내로 부딪칠 것 같아요!”
하늘에서 지켜보던 사월세음의 말에 황지호가 손을 들었다.
“좌측은 우리가 맡는다.”
“응.”
한이의 뒤를 따라 황지호가 에너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두 사람은 물 흐르듯이 에너미에게 접근해 공격을 흘려넘기고 보호대로 감싼 주먹으로 에너미의 본체를 가격했다.
끼에에에―.
황지호와 한이의 태호권 콤보가 작렬하자 에너미의 비명이 들렸다.
한이가 먼저 공격을 하면 황지호가 유려하게 몸을 움직여 보조하는 형태로 에너미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황지호와 한이의 태호권 콤비 플레이는 예상보다 더 원활하게 이어졌다.
“······내, 내가 선공한다, 반장!”
뻐억―!
우측 통로에선 민첩 레벨이 더 높은 맹효돈이 먼저 에너미에게 어퍼컷을 꽂았다.
말하는 꼴을 보니 아직 김유리와 대화하는 거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 같다.
‘말하는 꼴은 저렇지만, 정확히 에너미에게 반응하고 있어.’
맹효돈의 사기 공격 스킬, ‘싸움’.
맹효돈은 자신이 싸움이라고 인지한 맨손 격투의 모든 스킬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덧붙여 그의 모든 스탯은 대부분 힘과 민첩에 몰빵되어 있다.
마력과 방어력, 항마력은 거의 0이지만 힘과 맨손 격투로 승부하는 로망이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다.
‘비유하자면 만물 사용의 격투기 버전이 맹효돈의 싸움 스킬이라 할 수 있겠지.’
무작정 주먹질을 하던 맹효돈은 황지호와 한이의 콤보 플레이가 인상 깊었는지 태호권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황지호, 한이보다 어설픈 기술들이었지만 일격이 들어갈 때마다 에너미가 휘청거렸다.
키도 작아 근접전에서 여러모로 불리하고, 회복 아이템 남용으로 인한 중독 증상 때문에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디메리트가 있었지만 밸붕깡패캐 소리를 들을 만했다.
“효돈아, 금방 갈게!”
김유리는 단시간 이동 속도를 크게 상승시키는 ‘스프린터’ 스킬을 사용해 곧장 맹효돈을 따라잡아 에너미의 등을 라이트세이버로 길게 베어 버렸다.
끼에에에에―!
맹효돈이 에너미의 혼을 빼 놓는 바람에 김유리의 일격에 에너미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했다.
〈경고, 에너미가 접근 중입니다.〉
“후방에서 온다. 내가 갈게!”
촤아악!
이레나가 가죽 채찍을 휘둘러 에너미를 휘감았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지만 그녀의 힘, 채찍술 레벨로는 에너미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움직임을 겨우 막는 게 고작이었다.
“으윽······.”
이레나의 힘이 밀려 에너미가 한 걸음 움직였을 때.
“레나, 지원할게요!”
하늘에 떠 있던 사월세음이 바람술을 사용했다.
솨아아아―.
사월세음의 손짓에 바람의 칼날이 에너미를 향해 쏟아졌다.
바람술이 더해져 에너미는 더 이상 이레나의 채찍술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리고······.
‘캐스팅 끝.’
만물 사용 스킬 레벨 3, R속성 롯드를 장비했을 때 1분 내로 캐스팅 가능한 마법 중 가장 강력한 마법이 준비되었다.
내가 R급 뇌(雷)속성 기본 마법 무기 ‘초보 마법사의 번개의 롯드’를 높게 들어 올리자 사월세음이 외쳤다.
“모두 물러나세요. 의신이가 캐스팅을 완료했어요!”
사월세음의 말에 접근전을 벌이던 이들이 멀리 물러났다.
방해가 사라지자 에너미들이 스킬 시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고, 에너미 ‘카웨르투스’가 스킬 ‘담수 분무’를 사용하려 합니다.〉
같은 알림음은 총 세 번 반복되었다.
세 에너미에 의한 스킬 시전이 확인되었지만 이미 캐스팅된 마법보다 빠르게 발동될 수 있을 리가 없다.
“풀구레우스 베르(Fulgureus Veru)!"
내 주문이 끝나자 높게 들어 올린 로드 위로 거대한 벼락 투창들이 허공에 형성되었다.
나는 롯드를 움직여 카웨르투스를 향해 투창을 쏘았다.
파지직―!
에너미 카웨르투스보다 더 거대한 벼락 투창들은 쏘아지기가 무섭게 에너미를 전소시켜 버렸다.
설정된 HP이상의 데미지를 입어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에너미들을 보고 롯드를 내렸다.
“이게 마법이군요! 바람술 발동이랑 메커니즘이 전혀 다른 거 같아요!”
“강하다······! 마법은 처음 봤어······.”
마법을 처음 보는 사월세음과 이레나가 감탄사를 뱉었다.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간지러운 낯에 입을 다문 나를 보고 황지호가 당장이라도 빵 터지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자, 가자!”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 우리는 세 번 더 에너미와 마주쳤지만 두 번은 등급이 N이하였기에 마법을 쓸 필요도 없이 전위 팀이 순삭해 버렸다.
함정도 두 번 있었지만 김유리의 위험 감지 스킬과 이레나의 함정 해제 스킬로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던전의 끝.
보스 에리어에 도착했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