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513화 (511/925)

73. 보물찾기 (6)

목우람의 말에 문득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때 재러드의 젊은 시절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어.’

지나치게 한국에 잘 적응한 외국인은 인기를 얻곤 한다.

재러드 리는 그런 외국인 중 하나였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고, 권제인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재러드 리의 모습에 호감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인기가 생기다 보니 재러드 리의 과거사를 캐는 이들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재러드 리가 막 영원의 호수에 입단한 시절의 사진이 발굴되었다.

그 결과, 재러드 리는 ‘역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나이를 먹었다고는 하나 과거와 현재 모습이 크게 차이 났으니까.

‘재러드 리에 관해 조사하면서 언뜻 본 사진이 지금 저자들의 얼굴과 비슷해. 그 사진보다 더 어려 보이긴 하지만.’

과거 틴에이저 모델 같은 외모를 가졌던 재러드 리.

현재 그는 액션물 영화에 등장하는, 그럭저럭 비중이 있는 용병 동료 단역에 어울리는 생김새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간이 흘러 외모가 꽤 거칠게 변했다는 뜻이다.

촤륵…….

목우람이 재러드 리의 이름을 댄 순간 크게 꿈틀거리던 습격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벌겋게 변한 눈으로 목우람을 노려보고 손을 움직였다.

‘과연 세계 10대 프로 플레이어 팀 소속답네. 도원우의 철쇄연쇄에 붙잡히고도 저렇게 움직이다니.’

도원우의 사슬은 도시후의 것처럼 이능을 봉인하는 힘은 없었다.

그러나 도원우의 사슬은 훨씬 튼튼하고 견고하며 숫자가 많다.

세 기사의 맹세 소속 선임 기사들은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목을 뒤틀고 사슬을 씹어야 했다.

“지금 저항해 봤자 힘만 빠질 텐데.”

〈대상 캐릭터의 스킬, ‘부분 방전’을 사용합니다.〉

파지지직!

“……!”

“…….”

습격자들의 능력치를 고려해 상당한 힘을 담아 전기술을 발동시켰지만,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스파크에 맞춰 움직임이 멈췄을 뿐이다.

예전에 훨씬 약한 출력의 전기술에 걸린 부정 입학자는 구교사가 떠나가라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 소리를 냈었는데.

거기에 습격자 중 하나는 테이밍한 에너미들을 소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경고, 에너미가 접근 중입니다.〉

키에에에!

크르륵…….

에너미 접근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와 소환된 에너미가 내뿜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습격자는 무리해서 이능파를 끌어올린 탓인지 입가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부분 방전에 당해 기절하지 않기 위해, 에너미를 부르기 위해 이능파를 억지로 순환시킨 거다.

소환된 에너미는 두 마리.

그리고 그 에너미들의 목표는 내가 아닌 목우람이었다.

‘끝까지 목우람을 노릴 생각인가!’

목우람이 재러드 리의 이름을 담자 격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죽여서라도 목우람의 입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습격자들이 목우람을 노리는 이유에 재러드 리가 엮여 있는 게 분명했다.

최후의 발악을 하기 위해 에너미를 부른 것 같지만, 그래 봤자 저들을 포획할 때까지 몇 수 남지 않았다.

사월세음의 바람술을 사용할지, 철쇄연쇄로 붙잡을지 잠시 고민하던 사이, 목우람이 먼저 움직였다.

“제가 맡겠습니다!”

타닷!

목우람을 제지하려 했으나 이미 에너미의 사정 범위 안에 들어간 이후였다.

저리 큰 전투용 도끼를 들고 어떻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목우람은 단숨에 거리를 좁혀 에너미의 목으로 추정되는 부위를 도끼날로 길게 긁었다.

서걱!

그러자 에너미가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체액을 내뿜었다.

고통에 에너미가 발광하며 발버둥 쳤지만, 이미 목우람은 벽을 박차고 에너미의 뒤로 착지한 이후였다.

“시끄러워서 소리가 울리는 부분부터 노렸습니다.”

기괴한 형태의 에너미의 급소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목우람은 소리가 울리는 부분부터 파악해 그 자리를 베어 낸 모양이었다.

보통 에너미가 소리를 낸다는 건 알아도 어느 기관에서 발성이 이루어지는지는 파악하기 힘들 텐데.

이능 바이올린 장인은 뛰어난 성능의 청각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청각만 뛰어난 게 아닌 것 같네.’

목우람이 팔을 한 번씩 놀릴 때마다 에너미의 체표면이 벌어지고 형태가 무너져 내렸다.

전투 센스, 힘, 스피드.

무엇 하나 떨어지는 게 없었다.

숨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벽을 타고 에너미의 뒤를 잡고 도끼날을 휘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목우람이 습격자들로부터 도망칠 때, 예상보다 더 잘 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주가 아닌 토벌을 목표로 움직이니 그 진면목이 더 잘 드러났다.

‘……대체 방윤섭이 목우람을 어떻게 뿌리친 거지?’

순식간에 에너미 둘을 제압한 목우람을 보니 의문이 솟았다.

물론 방윤섭과 목우람이 직접 대련을 펼친 건 아니다.

방윤섭이 목우람으로부터 도망치는 데에 성공했을 뿐이다.

하지만 목우람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방윤섭 학생의 기량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저로는 감당이 안 되더군요. 탁거산 선생님께서는 방윤섭 학생이 특훈이라도 하는 걸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저 목우람이 방윤섭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목우람은 그저 잘 싸울 뿐만 아니라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호족의 수장이 ‘나선형 벽 타기 장인’이라고 부를 정도가 아닌가.

저렇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목우람으로부터 어떻게 도망친 걸까.

방윤섭에 대한 의문이 치솟았으나 지금은 눈앞에 직면한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중요한 정보를 얻었으니 기절시켜야겠다.’

반응을 보고 정보를 끌어낼 생각이라 깨워 둔 거다.

습격자들은 ‘재러드 리’라는 말에 반응해 정보를 뱉은 셈이니 이제 깨워 둘 필요가 없었다.

나는 습격자들을 태워 죽이지 않을 정도로만 전기술의 출력을 올렸다.

파지지지직!

〈대상 캐릭터의 스킬, ‘부분 방전’을 사용합니다.〉

전기가 멎을 때쯤, 목우람도 에너미를 완전히 소멸시켰다.

마침 테이밍 스킬의 시전자도 기절해 이능파 공급이 끊겨, 에너미는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졌다.

“다들 기절했군요. 강력한 전기술에 직격당해 피부와 내장이 꽤 탔으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에너미의 사체가 소멸되고, 습격자들이 기절한 걸 확인한 목우람이 입을 열었다.

듣는 귀가 없는 걸 확인하듯 여기저기를 돌아보던 목우람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가 처음 보는 체구를 하고 있습니다. 겉모습으로는 도저히 누구인지 알 수 없어요.”

그야 지금 나는 전무영의 모습을 빌리고 있으니까.

필요하면 곧바로 모습을 감출 수 있도록 ‘플레이어의 궤적’으로는 전무영을 재현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신은 세음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 힘을 씁니다. 그보다 훨씬 강력하긴 하지만요. 그뿐만이 아니라 은광고의 전 학생회장과 같은 힘을 사용하시는군요.”

목우람이 예리한 지적을 했다.

목우람은 혹시 도원우가 힘을 사용하는 장면을 본 건가.

사월세음의 힘만이라면 모를까, 도원우의 이름까지 나오면 변명하기 곤란할지도 모른다.

도원우는 은광고 재학 중에 수석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데다 재벌가 출신의 플레이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 플레이어이다 보니 도원우가 어떤 이능을 사용하는지는 널리 알려진 상태다.

“당신은 도원우 선배님과 같은 이능을 사용하시는군요. 스킬뿐만이 아니라, 광림도요.”

목우람은 도원우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1학년 0반의 새로운 등교자가 호구라는 소문은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고, 지익회를 중심으로 선배들이 목우람을 잡상인으로부터 방어해 준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다.

어쩌면 도원우도 목우람을 한 번 도와준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능력이 아니라 아주 유사한 이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침 우리 반에는 타인의 광림을 사용하는 걸로 알려진 존재가 있습니다.”

대화의 흐름을 미루어 보았을 때,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다급히 목우람의 입을 막으려 했으나 잠시 ‘그 단어’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진 바람에 늦고 말았다.

“염준열 선배님처럼 홍룡을 다룬다는, ‘적벽괴도’가.”

결국 ‘그 단어’가 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그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아 줬으면 했다.

아직 황지호가 펼친 결계 안인데, 갑자기 추위가 밀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손가락이 멋대로 오그라들고, 떨려서 이를 고정시키는 데에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목우람이 눈꼬리를 축 내리며 물었다.

“……당신은 부반장입니까?”

이 작전을 수행할 때, 내 정체가 드러날 위험성은 각오했다.

목우람은 기숙사 옥상에서 권레나와 내가 대화하는 걸 목격했고, 그 결과 내가 ‘그 단어’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목우람과 함께 행동해야 했고, 그 앞에서 내가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 공개하게 되었다.

‘목우람은 호구일 뿐이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야. 내 정체에 관해 추리해 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긴 했어.’

하지만 효율적으로 목우람을 지키고 저자들을 붙잡고 정보를 끌어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전무영의 광림, ‘그림자 없는 시간’의 가용 시간은 매우 짧았고, 다른 능력과 함께 사용하면 이능파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

계속 모습을 감추면 정보를 잡아내기 힘들었고, 목우람의 행동을 통제하기도 어려우니 리스크도 커지고.

‘여기에서 내가 아니라고 답하면 목우람은 믿을 것 같은데.’

계속 발뺌하면 호구 목우람은 그냥 믿어 주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 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반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그냥 진실을 숨기는 것과 대놓고 거짓을 고하는 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을까?

‘……아니야. 지금 목우람의 상황을 고려하면 밝히는 게 나아.’

목우람은 세계 10대 플레이어 팀으로부터 암살 위협을 받는 몸.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암살을 시도할지 모른다.

목우람에게 모호한 정보로 혼동을 주는 걸 막고, 정체를 드러내 옆에서 보호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 정체를 아는 것 자체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목우람은 충분히 위험한 상태였다.

다음에 어떤 수를 둘지 생각을 끝마쳤다.

“네 말이 맞아.”

나는 ‘플레이어의 궤적’을 해제하고, 까마귀 가면에 손을 댔다.

가면이 벗겨지자 1학년 0반 부반장, 조의신의 얼굴이 드러났다.

목우람은 추리는 마쳤지만, 직접 보니 새삼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부반장…….”

그때, 마치 노린 것처럼 누군가가 계단 위로 올라왔다.

“잘 생각했다, 조의신.”

‘ㅡ.ㅡ’가 새겨진 반 티를 입은 황지호였다.

결계 내부의 에너미가 소멸하고, 습격자가 기절하자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정체를 밝히기로 하다니. 큰 결심을 했군.”

내가 정체를 밝혔다기보다는 목우람이 추리에 성공해 인정해 줬다는 게 옳을 텐데.

황지호는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세 기사의 맹세를 처리한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가.

“부하를 대기시켜 뒀다. 이것들은 모두 연행하도록 하지.”

“……지호도 적벽괴도와 함께 행동하셨군요.”

“하하하하! 그렇다.”

갑작스럽게 들린 ‘그 단어’에 잠시 주먹을 꽉 쥐었는데 노친네의 시선이 내 손에 닿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바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다시 보물이나 찾으러 가자. 아직 소풍 안 끝났어.”

서돌과 용제건이 맡고 있는 그랜드 크로스가 신경 쓰였지만, 여기에서 티를 낼 수 없었다.

제1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목우람의 안전.

호구 목우람이 위험해질 가능성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목우람은 나와 황지호를 혼란스러워하는 눈으로 보긴 했으나, 곧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목우람은 사람 좋은, 특유의 호구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반장, 지호, 감사합니다. 또 저를 구해 주셨군요.”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목우람은 나와 황지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동안, 정장 차림을 한 호족들이 이계 금속으로 된 대형 캐리어에 습격자들을 욱여넣고 잠가 버렸다.

그러나 우리 셋 중 아무도 거기에는 그리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저 목우람의 호구 같은 발언에 귀를 기울였을 뿐이었다.

“지금부터 찾는 보물은 전부 두 분께 드리겠습니다! 아, 1층에서 좋은 기념품을 발견했는데요…….”

암살의 위협에도 목우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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