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660화 (656/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660)

87. 별이 없는 세계 (2)

중앙 구역, 학생회관.

체감상 벌써 시간은 하루 넘게 지났다.

학생회실에서 통찰계 스킬로 밖을 살피느라 이능파를 소모한 학생들은 몇 번이나 교체되었다.

이중 유일하게 쉬지 않는 건 도원우였다.

지명수가 교대하며 쉬자고 제안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실제로 도원우는 며칠이고 밤을 지새우며 버틸 만한 체력이 있었기에 지명수가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지명수는 혹시 도원우의 체력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쉬었다 오기로 했다.

“1번 출구 쪽, 새로 확인된 에너미 없음.”

“2번 출구도.”

“3번 출구 쪽 에너미 토벌 완료됐어요. 새로 출몰한 에너미는 없습니다.”

학생들의 보고를 듣던 도원우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검은 눈이 내린 후부터 새로 등장한 에너미가 없군.”

마치 검은 눈이 학교를 지켜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 0반 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이 검은 눈에는 조의신의 이능파가 묻어 있다는데, 어쩌면 정말 그가 학교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창밖을 보던 도원우가 약해지는 눈발을 발견했다.

허공 속에 흩어지던 검은 눈송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눈이 그치려 한다.’

검은 눈이 그치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도원우는 눈이 오기 전의 상황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다행히 눈이 그치자마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정찰조로 파견한 세 사람이 돌아왔어요.”

학생 하나가 주수혁과 맹효돈, 유상훈의 귀환 소식을 보고했다.

유상훈의 교복이 너덜너덜하지만 그것 외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말도 들었다.

동생의 귀환에 유상희가 안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도원우는 희미하게 입가를 들어 올려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원우는 다시 생각에 몰두했다.

‘저 셋은 정찰 겸 조의신을 찾으러 갔지. 조의신의 행방을 물어야겠군. 검은 눈이 사라졌으니 다시 에너미가 출몰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출격 횟수가 가장 낮았던 학생들을 우선 배치하고…….’

쾅!

그때, 의자가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에 도원우의 생각이 끊겼다.

문새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있었다.

문새론은 갑자기 창가로 달려가 닫혀 있던 창문을 크게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덩달아 하늘을 보던 학생들이 눈을 크게 떴다.

불투명한 결계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학생들은 반응을 못 하고 침묵했다.

다들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디바이스의 알람음이 침묵을 깼다.

딩동, 딩동, 삐잇……!

“……디바이스 메시지 알람이다!”

“위성이 보낸 경고 메시지도 있어!”

학생들이 디바이스를 가동해 크고 작은 홀로그램을 띄웠다.

통신이 재개되자 오프라인 모드로 시간을 측정하던 디바이스가 세계 시간에 맞춰 제시간을 가리켰다.

디바이스 시계는 입장 시각 개시 후, 3시간 정도 지난 시점을 가리키고 있다.

도원우가 연락책을 담당한 학생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라고 지시하려다가 다른 것을 먼저 지시했다.

은광고를 구하려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으리라는 믿음을 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통신이 복구되었으니 기록기기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출입구 쪽을 확인해. 누가 있는지, 결계 밖으로 출입이 가능한지.”

도원우의 지시에 학생들이 디바이스를 켜 기록기기에 접근했다.

교문 주변은 일반 학생들도 기록기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동문에서 용족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결계를 넘어서 접근 중!”

“서문에서는 영원의 호수 팀이 오고 있어요! 권제인 선생님도 계세요!”

“홍염의 제왕을 필두로 남문에서 붉은 사자 팀이 몰려오고 있어!”

“북문 쪽에서도 플레이어 팀이 오고 있는 것 같아. 맨 앞에 계신 분은 되게 유명한 플레이어 같은데 기억이 잘…… 아, 홍경복 선생님이랑 탁거산 선생님이 계신다!”

정상화된 결계.

재개된 통신.

더 이상 교내에 출몰하지 않는 에너미.

각 출입구에서 등장한 유수의 플레이어들.

이것을 알았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은광고를 덮친 악의는 더는 학생들을 위협할 수 없었다.

급히 학생회실로 달려온 지명수가 제일 먼저 도원우를 향해 교내 유선 방송용 마이크를 내밀었다.

마이크를 잡는 도원우의 손이 조금 떨렸다.

하지만 도원우의 목소리는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마지막 방송이 되겠군.”

검은 눈이 그친 은광고 교내 안.

사건 종료를 알리는 도원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은광고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는 순식간에 언론을 통해 퍼져 나갔다.

갑자기 플레이어 위성이 끊임없이 쏟아 내는 이계와 에너미 경보, 토벌 완료 알림, 최대 공헌자 발표에 숨기려야 숨길 수 없었다.

은광고 주변과 그 안에서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다는 건 플레이어에 관해 잘 몰라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대 공헌자의 명단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플레이어들과 용족, 한 시대를 풍미한 대영웅이 포함되어 있고, 또 은광고가 자랑하는 학생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가득해 화제성이 더해졌다.

이들의 활약에 감탄하며 순수하게 찬사를 보내는 언론도 있었으나 아닌 곳도 있었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부정적인 기사를 짜내기 위해 사상자의 명단을 입수하려고 애썼다.

정부와 플레이어 협회의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죽은 학생이라도 나오면 좋은 가십거리가 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예 확인도 안 하고 ‘학생 사망자가 있을 거다, 플레이어 협회와 은광고 교사진은 대체 뭐 한 거냐.’라는 식으로 기사를 먼저 내 버린 언론사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가벼운 부상을 입은 학생은 있어도 중상을 입거나 죽은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제일 크게 다친 건 외부에서 이계 공략을 하던 프로 플레이어 팀 소속 팀원들이었고, 성인 플레이어가 이계 공략 중 다친 건 기삿거리도 되지 않았다.

또한 사태 마무리를 위해 준비한 수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 인터뷰는 도원우 학생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인터뷰에 대비해 만든 자료를 건네드리겠습니다.”

학생회실 한편, 황명 재단의 홍보팀과 각 플레이어 팀의 정보팀 그리고 도원우가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도원우는 재단의 홍보팀이 언론에 대처할 준비가 철저하게 된 걸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이런 사태가 터질 줄 알고 미리 대비한 것 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수가 움직이는 가운데, 학생들은 귀가를 준비하였다.

“준열아, 우선 집으로 가자!”

“네? 하지만 뒷수습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협회 측에 제가 본 것도 진술해야 하고요.”

“촉룡 님과 붉은 사자의 정보팀이 남아서 처리할 거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용족과 붉은 사자 팀원들은 염준열과 재회를 마친 후, 바로 돌아가려 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염준열과 포옹을 나눴던 이들은 깊은 감동과 감격에 젖어 있음에도 귀가할 채비를 신속하게 마쳤다.

용왕신의 무녀가 배신한 와중에 오래도록 본거지를 비우는 건 꺼려졌고, 그렇다고 염준열을 여기에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이들은 빠른 동시 퇴장을 택했다.

염준열은 망설이는 눈치였으나 눈을 가린 용제건이 설득하니 어쩔 수 없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 좀 힘을 많이 썼더니 쉬고 싶어. 그만 가자. 준열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듣고 싶기도 하고. 또, 신격과 신성이 올라서 그런지 눈이 아프네.”

방금 전까지 생기 넘치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용제건이 뻔뻔하게 그렇게 말했다.

용제건의 눈가리개를 본 염준열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이들에게 뒤를 맡겼다.

“상훈아, 너 광림 쓴 거지? 어쩌자고 그런 거야. 교복이 그 지경이 될 정도면 엄청 아팠을 텐데!”

철썩!

“아, 왜 때려!”

“맞을 짓을 하니까 때리지!”

유상훈은 학생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작정이었으나 그 전에 유상희에게 걸렸다.

은광고 교복은 전투를 상정했기에 웬만한 충격은 견뎌 낸다.

그런 교복이 엉망이 된 걸 유상희에게 들켰고, 유상훈은 등을 얻어맞았다.

한 대 크게 때린 유상희가 물었다.

“상훈아, 방패는 어디다 뒀어.”

“…….”

유상훈은 반 토막이 난 듀얼링 실드를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망가진 방패는 이제 카드화도 안 돼서 옷을 갈아입기 전 구석에 처박아 둔 상태였다.

위에 교복 재킷을 던져 놔서 안 보일 줄 알았는데, 유상희가 기가 막히게 찾아내곤 말없이 유상훈의 등을 다시 후려갈겼다.

철썩!

유상희는 울상을 짓고 당장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도 한 대 때려 달라고 해야겠다며 유상훈을 끌고 갔다.

유상훈은 머뭇거리며 버티려 했으나 유상희가 귀를 잡아당겨 끌고 가자 저항하지 못했다.

그렇게 자의로, 타의로 귀가를 택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닌 이들도 있었다.

“억울해…….”

“그래, 맞아! 우리가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대로 가면, 크리스마스는 집에 처박혀서 보내야겠지? 제갈 쌤도 못 만나겠지?”

“제갈 쌤이랑 얼마 놀지도 못했는데!”

“화보집에 따오기도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2학년 0반 학생들은 불만이 잔뜩 쌓인 상태였다.

학생회관에 도착한 후, 잠시 제갈재걸을 독점하긴 했으나 정말로 잠깐이었다.

제갈재걸은 창고에 갇힌 마족에게 추가로 언령을 사용하러 움직였고, 공청훤과 교대로 바깥 순찰을 돌았으며 다른 반 학생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 움직이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 모든 과정을 따오기 인형 옷을 벗고 했다는 것이다.

제갈재걸은 학생회관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갈아입었고, 2학년 0반 학생들이 아무리 부탁해도 전시 중이라며 따오기 인형 옷을 다시 입지 않았다.

“야, 남아서 좀 정리하고 교내 청소 잘하면 내일은 일정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나? 일단 얘기는 해 보자.”

“학생회장은 집에 갔으니까 전 학생회장한테 딜을 걸자!”

전쟁터였던 학교를 하루 만에 정비하고 다음 날에 축제를 하자는 건 상식 외의 제안이었다.

2학년 0반의 기행이 또 시작되었으나 남아 있는 학생들은 은근히 그들을 응원했다.

오늘 등교한 이들은 모두 크리스마스이브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에 있었나.”

“함근형 선생님!”

“선생님, 학교에 계셨어요?”

2학년 0반이 크리스마스를 즐겨야겠다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있는 가운데, 함근형이 1학년 0반 학생 쪽으로 합류했다.

1학년 0반 학생들은 어딘가 기운이 빠져 보이는 맹효돈을 두고 걱정하던 참이었다.

함근형은 반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출석 체크를 하지.”

맹효돈에게 에너지 바를 건네고 있던 목우람.

몇 걸음 뒤에서 송만석과 홍경복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민그린.

가장 먼저 함근형 주변으로 달려온 사월세음과 권레나.

함근형은 반 학생들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조의신은?”

“…….”

그 질문에 답변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조의신이 사라진 순간을 본 맹효돈이 더 기운이 빠진 얼굴을 했을 뿐이었다.

함근형이 무언가를 더 묻기 전, 1학년 0반 학생 쪽으로 누군가가 달려왔다.

“얘들아!”

그 목소리를 들은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김유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한이와 독고미로, 관종 두 명 그리고 모르는 사람도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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