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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67화 (767/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67)

96. 오룡쟁주 (10)

용궁으로 향하기 전.

조의신은 호족과 용족에게 적의 노림수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무녀의 계승식 시험을 치르는 동안, 적이 붉은 사자 빌딩을 습격할 거예요.”

세계 10대 이계 공략 팀과 용족의 본거지를 노리는 무모한 짓을 누가 한단 말인가.

그 자리에 있는 이들 다수가 설마 그런 일을 저지르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고려하면 딱 잘라 조의신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황호가 조의신의 말을 흥미진진해하며 듣다가 물었다.

“조의신,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지?”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용족과 염방열은 리스크가 적다는 듯한 조의신의 대답이 좋게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의신의 설명을 들으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무녀들이 배신했기에 적은 붉은 사자 팀 빌딩과 용족의 구역에 관해 잘 안다.

거기에다 지력을 다루는 청룡이 계승식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면 전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적에게는 붉은 사자를 유인할 능력이 있는 듯했다.

“그자는 이계를 부르는 능력이 있어요. 붉은 사자의 전력이 이계 공략을 하느라 자리를 비우게 하고, 그사이에 또 빌딩 내에 이계를 불러내 혼란을 줄 수도 있어요.”

“붉은 사자를 붙잡아 두려면 높은 희귀도의 이계를 불러내겠군. 그렇게 되면 전조 현상이 발생하지 않겠나?”

높은 희귀도의 이계가 발생하기 전에는 전조 현상이 발생한다.

염방열은 상식대로 말했으나 조의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자는 전조 현상 없이 이계를 불러낼 수 있어요.”

“전조 현상 없는 이계라. 작년에 그런 이계가 몇 번 있었지.”

“어린이날에 우리가 야구장에서 공략한 이계가 떠오르는군.”

전조 현상이 없다는 말에 염방열과 청룡이 자신들이 공략한 이계들을 떠올렸다.

조의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것도 그자가 불러낸 거예요.”

조의신의 답변을 들으니 뭔가 마음에 걸렸다.

그 당시에는 주목하지 않았으나 지금 새로이 알게 된 것들과 조의신의 존재를 고려하니 신경 쓰이는 게 생겼다.

전조 없는 이계가 발생할 때, 조의신이 있었다는 것이 그러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그때 그 야구장에 있었지.”

“그때 준열이가 갑자기 시구를 하고 싶다고 한 건 설마!”

조의신은 그때 플레이어로서 수비대 역할을 맡았다.

염방열은 야구를 보러 온 고등학생들과 함께 에너미들과 싸우던 조의신이 어렴풋하게 기억났다.

그리고 청룡은 그즈음부터 염준열이 적벽괴도를 찾는 걸 그만뒀다는 것을 떠올렸다.

염방열과 청룡이 놀라서 입을 떡 벌리자 조의신은 예의 바르게 사죄했다.

“흑막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전력을 모으고 싶었어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의신은 그때부터 무서운 힘을 다루는 적을 상대로 수를 두고 있었단 말인가.

염방열과 청룡은 분노하는 대신 그저 경악했다.

청룡은 한참 어린 인간 아이가 열심히 싸웠는데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어 마음을 가다듬고 근엄하게 말했다.

“사과할 필요는 없다. 큰 사고가 터지는 걸 막고, 덕분에 우리 준열이가 멋있고 의젓하게 시구하는 모습도 보았다. 잠깐, 그 자리에 호족은 없었다만.”

청룡은 황호 쪽을 바라봤다.

그렇게 큰 사건이 터져 조의신이 개입했는데 호족은 뭘 했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청룡의 말에 황호가 불만을 감추지 않으며 답했다.

“조의신이 사전에 말해 줬다면 협력했을 거다. 이 몸한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

황호는 조의신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어린이날 야구장 사건에 관해 대략 짐작하고 있던 듯했다.

조의신은 호족의 은인이 된 지 꽤 됐지만, 협력하여 움직인 시간은 그보다 짧은 게 분명했다.

황호는 이때다 싶었는지 조의신에게 이런저런 불만 사항을 토로했지만, 조의신은 대충 듣고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조의신은 용족과 붉은 사자 모르게 어린이날에 두었던 수가 드러나는 바람에 이쪽을 더 신경 쓰는 듯했다.

청룡은 조의신의 마음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용족의 은인과 협력하고 있었던 것 같군.”

“호족의 은인은 늘 모르는 사이에 수를 두곤 하지.”

황호가 곧바로 끼어들어 ‘호족의’라는 부분에 힘을 실어 말했다.

수장들의 나잇값 못 하는 모습이 잠시 이어지고, 용제건이 가끔 끼어들어 부추기는 말을 툭툭 던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몇 분이 더 지난 후에야 겨우 본론으로 돌아왔다.

“습격이라 해도 적은 용족과 붉은 사자의 전멸을 노리지는 않을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괴멸시키는 게 목적이겠지만요. 그러니 이번 습격으로는 수단들을 확보하려 들겠죠.”

“수단들이라고? 하나가 아니란 말이냐.”

“두 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위치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이죠.”

용족과 붉은 사자를 괴멸시킬 수단, 약점이 될 만한 것.

붉은 사자 팀 빌딩을 습격하여 확보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들.

청룡과 염방열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후보가 여럿 있었지만, 좁히기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소중한 게 너무 많았던 탓이다.

청룡이 물었다.

“그래서 적이 무엇을 노릴 것 같으냐. 또, 그들이 우리 준열이를 노릴 것 같으냐?”

“적은 염준열 선배님을 노리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더 쉬운 타깃을 노릴 거예요. 그 타깃을 인질 삼으면 염준열 선배님을 잡는 것도 쉬워질 테니까요.”

“쉬운 타깃? 누구를 말하는 거지?”

조의신이 담담히 말했다.

“염준열 선배님의 자당(慈堂) 되시는 분이요.”

자당이 의미하는 것은 어머니다.

염방열은 자신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임을 바로 알아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의신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그녀는 늘 방 안에 있었고, 무녀들은 그 방의 위치를 안다.

적이 붉은 사자 팀 빌딩의 잠입에 성공하면 곧바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

‘저 아이의 말대로 내 아내가 붙잡히면, 우리는 어떤 희생이든 감수할 거다. 준열이 역시 마찬가지다.’

효심이 깊은 염준열은 어머니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교환할 수 있다면, 몰래 거래에 응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무서운 가능성이 자꾸 염방열의 머리를 침식하려 했다.

조의신은 이어서 다음 타깃에 관해 말했다.

“다른 하나는 용족의 영역에 갇혀 있는 카드모스.”

용이자 용살자인 카드모스의 이름이 나오자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습격 한 번에 후예를 빼앗기고 용살자가 해방된다는 가능성이 떠오르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용과 용의 후예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진족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아요. 해방하여 회복시키기만 하면 즉시 용족들을 초토화하는 게 가능하겠죠.”

공기가 무거워져 입을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

침묵을 깬 건 황호였다.

황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다.

“조의신, 물론 대응할 수도 생각해 뒀겠지?”

“어, 사실 습격 자체를 저지하는 방법도 있어. 카드모스를 호족의 영역으로 이송하면 돼. 후예의 납치 하나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테니까.”

“그동안 카드모스를 용족 쪽에 맡기자고 한 건 그들을 꾀어내기 위함이었나 보군.”

조의신은 황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호족과 용족의 동맹 관계가 돈독해졌으니, 분명 황호가 카드모스를 맡겠다고 하면 믿고 넘겼을 거다.

하지만 황호는 김신록을 파견해 고문을 도왔으나 호족 쪽에 카드모스를 데려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게 다 조의신의 수였나 보다.

조의신은 청룡과 염방열에게 말했다.

“그런 수도 있지만 부디 맞서 싸워 주셨으면 해요.”

“싸워 줬으면 하는 이유가 있나 보군.”

용족의 본거지에 위험한 적을 들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들었지만, 청룡은 바로 부정하지 않았다.

청룡은 조의신을 믿고 그 말을 듣기로 했다.

“네, 그들은 이번 습격에 반드시 용살의 무기를 가지고 올 거예요. 흑막과 정면으로 맞서기 전까지 용살의 무기를 가능한 많이 배제하고 싶어요.”

조의신의 수는 결과적으로 그들을 위한 것이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청룡과 염방열, 황호는 조의신의 수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적들이 노리는 장소에는 용족 대신 염방열과 황호를 배치하기로 했다.

둘의 능력은 매복에도 어울렸기에 적의 제압은 어렵지 않았다.

‘조의신이 읽은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군.’

황호가 황금의 결계에 묶인 마족의 품에서 아이템 카드를 꺼냈다.

아이템 카드는 SSR+++급의 회복 아이템이었다.

카드모스를 꺼낸 후, 이 아이템을 사용했다면 용족을 상대로 날뛸 만큼 회복했을 것이다.

“너희가 강력한 회복 아이템을 가져오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은인은 이것마저도 내다보았지.”

황호는 마족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아이템 카드를 던지고, 땅에 떨어진 투박한 검을 들어 올렸다.

오늘 용족 여럿을 벨 예정이었던 용살의 무기, 파프니르를 쓰러뜨렸던 ‘분노’의 그람(Gram)이었다.

하지만 황호의 앞에서 용살의 무기 그람은 그저 유명하고 잘 드는 무기일 뿐, 본래의 힘을 조금도 발휘할 수 없었다.

뒤늦게 눈앞의 진족이 용족이 아니라 호족, 그것도 황호임을 알아본 마족들이 탄식했다.

‘황호가 어째서 여기에…… 저 나이대의 모습을 한 건 처음 봐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호족과 용족이 언제부터 동맹을 맺었단 말인가.’

‘크리스마스이브 때 용족이 은광고에 왔었다. 그저 후예를 보러 온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람을 다루던 마족, 이라노우스의 사제는 조용히 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용궁의 상황에 따라 교섭의 여지가 있다. 분명 황호는 그 후예를 제법 아꼈다.’

황호는 한 손에 그람을 들고 이라노우스의 사제를 내려다보았다.

기분이 몹시 좋은지 곱상한 눈을 휘며 씨익 웃고 있었다.

“내가 황호라는 걸 알아봤나? 그 얼굴을 보니, 네놈들이 용궁에서 벌이는 수작에 관해 생각하고 있나 보군. 그러나 그 또한 은인이 예상하고 있다.”

이라노우스의 사제가 표정을 감춘 채로 황호로부터 더 정보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러나 황호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    *    *

황룡은 무녀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감각은 현실이 되었다.

“온다.”

쿠구구구구…….

무녀가 있는 지하를 바라보던 황룡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심해가 보이는 위가 순식간에 오색 채운으로 덮였다.

오간색의 구름이 무서운 속도로 꾸물거리며 무언가를 뱉어 냈다.

전이의 징조였다.

“이곳으로 다가오던 불길한 존재는 이무기만 있던 게 아니었다.”

황룡의 얼굴이 흐려졌다.

얼음 덩어리가 구름 속에서 툭툭 튀어나왔다.

마치 우박이 내린다는 착각이 들 만큼 많은 숫자였다.

성인 남자보다 큰 얼음 덩어리가 쏟아지자 김신록이 비도를 쥐고 황룡 앞에 섰다.

그러나 김신록의 손에서 비도가 떨어졌다.

툭.

저 얼음 덩어리 안에서 웅족의 기척이 느껴졌다.

김신록은 얼음 덩어리의 정체를 알아봤다.

저것들은 웅족의 권속이었다.

누군가가 웅족의 권속을 동결한 상태로 용궁에 내려보내고, 용궁에 가까워지자 무녀들이 전이시켜 안으로 들인 것이다.

“저것들은 네 근원과 이어진 진족의 권속인가 보구나.”

김신록이 무장 해제된 모습을 보며 황룡이 말했다.

아직 웅족의 권속은 얼음 덩어리에 갇혀 있었지만, 오색 채운에 휘감기자 조금씩 녹고 있었다.

곧 이 주변을 뒤덮은 얼음 덩어리가 모두 웅족의 권속으로 화해 그들을 사냥하러 들 것이다.

이변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휘이이이…….

하늘 위에 거대한 물 덩어리가 떠올랐다.

모서리가 오간색으로 빛나는 게 무녀의 힘이 서린 듯했다.

“큰일이구나.”

“……저건 뭡니까?”

“저건 무녀들이 사용하는 수경(水鏡)이다. 멀리 떨어진 궁에 머무는 동안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쓰지.”

대체 그 수경을 왜 지금 꺼내는 것인가.

웅족의 권속을 상대로 김신록과 황룡이 어떻게 싸우는 건지 보고 싶었던 걸까?

“아마 보여 주고 싶은 거겠지.”

‘누구에게?’라고 묻기 전에 황룡이 답했다.

황룡은 수경에서 눈을 떼고 그들 주변을 빼곡히 메운 얼음 덩어리를 돌아보았다.

얼음 덩어리는 반쯤 녹아 있었다.

“너와 내 목숨을 두고 용제건과 거래할 생각인 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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