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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93화 (793/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93)

99. 새로운 1학년 0반 (4)

입학식 아침.

2, 3학년 기숙사생들은 거주 구역에서 입학식장인 상인관으로 향했다.

‘저번 입학식은 교문에서 출발했지.’

기숙사에서 출발하니 묘한 기분이다.

진짜 선배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2학년이 된 실감이 안 난 동급생들이 많이 보였다.

2학년 기숙사 건물은 2학년 구역으로 이어지는 길과 가까이 배치되어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1학년 시절처럼 걷다가 엉뚱한 곳에 도착해 뇌가 정지한 듯한 동급생도 있었다.

‘그냥 길을 헤맬 것 같으면 에어보드를 타는 게 낫겠지만, 걷고 싶은 기분도 이해한다.’

비록 주인공은 신입생이나 걷다 보면 재학생도 입학식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상인관에 가까워지자 각 자치 기구와 학교 측에서 설치한 입학식 축하 인사말이 적힌 홀로그램 패널이 하나둘씩 보였다.

사진을 찍는 신입생과 그 가족들은 하나같이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별처럼 빛날 플레이어의 미래와 꿈, 은광 플레이어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함께합니다.]

상인관 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떠 있는 홀로그램에 쓰여 있는 문구는 입학 전형 안내문 표지에 쓰인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저 문구는 황지호가 직접 썼다고 들었는데, 여기에도 쓸 정도면 매우 마음에 들었나 보다.

문구를 잠시 올려다보다가 인파에 섞여 입학식장 안으로 향했다.

2학년 측 대열에 서서 기다리다 보니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그 졸업식장에 있던 주수혁 성인 버전은 대체 누구임?”

“수혁이 친척이래.”

“너무 닮아서 친형제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꽃다발 들고 있으니까 화보 같더라.”

주수겸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야 완벽한 타이틀 히어로 주수혁과 그렇게 얼굴이 닮았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빠 보이더니 졸업식장에 들러 꽃다발을 줄 여유가 있었나?

별로 안 바쁜 거면 눈치 안 보고 이런저런 일을 시켜도 될 것 같다.

참고로 주수겸이 꽃다발을 준 상대는 오혜지와 도원우라고 한다.

도원우에게 꽃을 줄 만큼 교류가 있었었나 보다.

도원우의 이름이 나오자 자연스레 화제는 예의 그 교복 데이트 건으로 흘러갔다.

“정말로 둘이 데이트했대? 학생회에서 단체로 움직인 게 아니라?”

“어, 졸업식 끝나고 학교 앞에서 둘이서 걷는 거 봤대.”

“학교 밖에서도 목격담 엄청 많잖아. 워낙 둘 다 눈에 띄어서…….”

“명수 오빠한테 혹시나 하고 물어봤어. 졸업식 끝난 다음에 학생회 모임은 따로 없었다는데?”

둘은 그날 무사히 데이트를 마친 듯하다.

도원우와 유상희, 둘 다 유명한 플레이어고 졸업식 당일에 교복을 입고 데이트를 했으니 소소하게 화젯거리가 되었다.

덕분에 나도 따로 조사하는 일 없이 그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학식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다들 지난 졸업식 이야기를 하네.’

그만큼 졸업생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컸으니 어쩔 수 없을 거다.

입학식이 시작된 후에도 목소리를 낮춰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나 그날 있던 해프닝에 관해 떠드는 2학년생들이 많았다.

직접 확인하지 않았지만, 3학년생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우기환의 공중 정원이 막 화제에 올랐을 때, 갑자기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을 멈췄다.

모두 단상 위를 향해 올라가는 신입생 대표, 천은하의 모습을 한 은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서. 은광 플레이어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입학을 허가받은 저희 신입생 일동은 재학 중 학업과 역량 발달에 힘쓰고 학교의 교풍과 교칙을 존중하며 생활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반듯한 자세로 선 은호가 흐트러짐 없이 선서를 읊었다.

선서를 하는 동안 주수혁과 안다인 같은 강렬한 기백은 없었지만, 온화하면서도 단단한 심지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은호가 자신의 이름을 대며 선서를 마쳤다.

“신입생 대표 천은하.”

저 말을 듣자 상인관의 멈췄던 시간이 움직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은호가 신입생 선서를 마치고 내려오자 졸업식 얘기만 해 댄 게 거짓말인 것처럼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바뀐 대화의 주제는 물론 은호였다.

“올해 신입생 대표는 0반이라는데 사실임? 매년 0반에 최상위권 성적자가 나오긴 하는데, 수석은 처음 본다.”

“맞아. 게다가 천동하 선도부장 동생이래.”

“아, 전에 목격담 올라온 거 봤다. 형하고 다르게 잘생겼네.”

“천동하 선배님한테 동생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음, 그 부분은 깊게 파고들면 안 됨.”

천동하와 천은하는 동생이긴 하지만, 배다른 동생이니 공공연하게 말하기에는 좀 그렇긴 하다.

하물며 실제 정체는 호족의 초대 우두머리였다는 게 드러나면 난리가 날 것 같다.

하지만 현 호족의 우두머리는 바로 위 학년에서 꼴찌를 하고 있으니 의외로 별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TC에서 또 수석이 나왔네. 도원우가 졸업했더니 새로운 천씨가 수석이라니.”

“도씨랑 천씨는 옛날에 갈라지지 않았어? 천씨네도 TC로 묶여도 되나?”

“이혼 후에 지분이나 경영권이 갈려도 수십 년간 거래로 엮인 회사들을 칼같이 잘라 내진 못하지. 천씨가 소유한 계열사 중에 아직도 TC로 묶인 곳이 많아.”

“그럼 이번엔 천동하 선배가 졸업하면 또 TC의 누가 와서 수석 하는 건가? 매년 둘씩 수석이 나오는 거면.”

“그건 아닐걸. 아마 다음은 주오 쪽일 듯.”

오씨 가문의 인재에 관해선 여기에도 소문이 난 모양이다.

아마 별문제가 없다면 그 아이는 내년에 은광고에 입학해 수석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차석을 차지한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0반이 아닌 반에 배치된 것처럼,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1등, 3등, 4등 다 0반이라는데 괜찮은 거냐?”

“상태가 심각해서 원래 0반 들어갈 뻔한 애도 못 갔다는데.”

“그게 사실이면 다른 반도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이잖아.”

“몰라, 자치 기구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자치 기구 소속인데…….”

왜 은호, 은이호, 은서호가 사고를 칠 것처럼 말하는 건가.

그 셋은 비록 면접 자리에서 좀 특이한 행태를 보였으나 우기환, 금찬왕찬 일당처럼 사고를 치진 않을 거다, 아마도.

‘그 셋이 같은 반이라니…… 이제 곧 만날 텐데 은호는 아무렇지도 않을까.’

은서호와 은이호는 신입생 사이에서 은호를 올려다봤을 것이다.

수석을 향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을 텐데, 그게 자신들의 할아버지라는 건 전혀 생각도 못 하고 있을 거다.

조손의 첫 만남이 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내가 그 셋의 만남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새로운 1학년 0반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담임이 잘 해결해 주겠지.’

새로운 1학년 0반에는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담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연화가 담임을 맡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이 깨졌다.

강한 담임 임연화의 수식어는 앞으로 강한 교사 혹은 강한 연구부장이 될 것이다.

1학년 0반의 담임은 공청훤이다.

담임 선정을 두고 황지호가 이렇게 말했다.

―임연화가 마침 외부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바빠질 예정이다. 임연화도 좋은 교사다만, 마침 잘됐지.

은서호와 은이호는 공청훤에 관해서 들은 상태다.

신인이었던 자가 담임을 하고 있으면 0반답게 굴고 싶더라도 좀 자제하지 않겠냐는 게 황지호의 견해였다.

은호도 담임을 금세 믿고 따를 테니 좋은 인선이라고 생각한다.

‘공청훤은 물리적으로도 학생을 말로 제압하는 게 가능하니까, 맡길 수 있겠지.’

공청훤이라면 길치인 내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믿고 맡길 수 있을 거다.

용왕신의 무녀, 유황의 자리에 오른 윤여랑은 올해 차석을 제치고 0반에 들어갔다.

윤여랑의 길치 속성을 생각하면 소수 반에 배정하는 게 안전하긴 할 거다.

수가 적으면 한 명이 비어도 금방 티가 나지 않는가.

“이상으로 입학식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교무부장 제갈재걸의 선언을 끝으로 입학식이 종료되었다.

그러자 신입생들이 긴장이 풀린 얼굴로 홀로그램을 띄워 교실 위치를 확인했다.

용케 상인관을 찾아온 윤여랑도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좀 걱정되긴 하는데, 따라가는 건 안 되겠지.’

첫날부터 결석을 할 수 없지 않은가.

구슬비와 옹길동에게는 나오라고 해 놓고, 나는 정작 결석하면 함근형 선생님은 물론이고 두 관종도 별로 기뻐하지 않을 거다.

“조의신, 1학년 0반 아이들이 걱정되나 보군. 이 몸은 분신을 보내 첫날의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다.”

상인관 앞에서 마주친 황지호가 묻지도 않은 말에 답했다.

그런 것치곤 주변에 분신이 보이지 않는데, 아마 적호가 적연으로 모습을 감추고 동행 중인가 보다.

황지호의 자랑 같은 말에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적당히 대꾸하며 2학년 0반 교실로 향했다.

끝나자마자 곧바로 교실로 향한 덕에 제일 먼저 도착한 건 나와 황지호인 듯, 안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의외로 깨끗하네.”

교실을 보자마자 안도의 말이 나왔다.

금찬왕찬이 쓰던 교실이니 어딘가 부서져 있거나 개조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정상이었다.

황지호가 한마디 했다.

“새로 리모델링했다. 교실에서 전투한 흔적이 좀 있고, 다른 교실과 다른 점이 꽤 있었다. 수리비를 청구하진 않았다만, 수리비만큼 학급 예산을 남겨 뒀더군.”

역시나 금찬왕찬이 멀쩡하게 교실을 남겨 둘 리가 없었다.

그래도 양심 있게 수리비를 준비해 놨다는 건 칭찬할 만한 점이었다.

그 양심은 분명 제갈재걸을 위한 거겠지만 말이다.

이어서 차례로 반 아이들이 등교했다.

앞에서 만나 함께 등교한 한이와 김유리, 권레나.

어색하게 그 사이에 끼어 온 듯한 맹효돈.

이 다섯이 온 후에 사월세음이 등장했다.

“큰일 났어요! 지금 0반 아이가 선배랑 싸우는 중이래요!”

사월세음은 등장하자마자 놀랍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를 했다.

선배라고 표현하는 걸 보니 1, 2학년인데, 막 입학한 1학년 애들보다는 우리 반 쪽이 더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바로 디바이스를 켜 은광고 종합 게시판을 확인한 김유리가 말했다.

“아, 그거 정묵인가 봐. 한쪽은 검은 옷을 입은 무림인이래.”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진정묵인 게 확실했다.

“그 새끼는 왜 첫날부터 싸우는 거냐.”

“이상하네요, 아침에는 그냥 평범하게 등교하고 있었거든요.”

“아침에 만났어?”

“아, 만난 건 아니고 봤어요.”

권레나가 묻자 사월세음은 아침에 있던 목격담에 관해 설명했다.

사월세음은 비행을 하던 중 눈에 띄는 무림인을 발견했다고 한다.

“입학식 장식이랑 후배들 구경하려고 하늘을 날고 있을 때 봤어요. 아, 정묵이랑 인사도 했어요! 뭐라고 했더라, 허공답보를 연습한다고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무림인 진정묵은 개학 첫날부터 경공술 수련에 힘쓰고 있구나.

그놈의 경공술의 경지가 낮은 것도 아닐 텐데 왜 바로 교실에 안 오고 싸움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상대가 누군지 나왔어! 정묵이는 지금 학생부회장…… 곽경구 선배님이랑 싸우고 있대!”

진정묵은 흑림의 검성처럼 쌍검의 고수를 상대로 비무를 신청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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